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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문가 말 맹신 말고, 회의적 태도 취해야 성공 투자 [이상건 투자마인드 리셋]

투자는 교과서가 아니라 길거리 지식에 가까워
한가지 변수로만 설명하는 투자전문가는 위험

 
 
한 가지 변수로만 모든 걸 설명하는 투자전문가는 위험하다. [중앙포토]
 
인생을 살아가면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흔히 전문가로 꼽히는 사람들은 자격증에 의해 그 전문성이 입증되는 의사, 변호사 등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의사의 말을 듣는 것은 그가 자격을 갖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모두 실력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도 당연한 얘기이다.  
 
자격증뿐만 아니라 도처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있다. 투자 분야에도 전문가는 많다. 주식 전문가, 채권 전문가, 선물 옵션 전문가, 미국 주식 전문가, 경제 분석 전문가 등. 최근에는 유튜브에 들어가면 세상의 모든 투자 전문가들이 출연한 듯 전문가들이 넘쳐 나는 세상이 됐다.  
 
이렇다 보니 투자 정보가 점차 연예 뉴스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권력인 세상에서 일부 전문가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투자 정보를 선점화 하고 있다. 필자는 실력 없는 의사만큼 쓰레기 정보를 흘리는 투자 전문가들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의사는 직접적인 건강을 좌우하지만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사람의 돈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만일 그 투자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되고, 잃은 돈이 그의 삶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라면, 그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실제 이런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상관 관계 vs 인과 관계 구별해야

필자는 개인적으로 투자 세계에서 갖춰야 할 필요한 태도 중의 하나가 전문가를 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전문가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가 돈이 아닌 내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를 지나치게 믿는 것은 통제감 착각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전문가에게 맡겼으니 그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 전문가가 확언(確言)할수록 신뢰감이 높아지고, 건전한 비판은 사라진다. 최근 경험한 일이 대표적이다. 지인 중 한 명이 필자를 찾았다. 유튜브에서 한 달에 30만원씩 내고 주식 정보를 받는 서비스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추천한 종목 수익률을 보고 가입했는데, 지금 손실이 40%가 났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필자의 의견을 물었다. 그래서 필자는 물었다. 그 전문가라는 사람은 어떻게 말하느냐고. 다른 종목을 추천해 줄 테니 좀 더 기다려보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조언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투자뿐만 아니라 어떤 한 한 가지 비책( 策)만 있으면 삶이 바뀌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도 위험하다. ‘이것만 알면 돈을 벌 수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성공할 수 있다’ ‘하루에 책 한 권을 읽으면 운명이 바뀐다’ 등이다. 물론 그렇게 될 수도 있다. 하루에 책 한 권을 읽으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상관관계는 있겠지만, 인과관계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의외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투자 공부를 열심히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투자 공부는 돈을 벌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투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돈을 벌 확률은 높다. 그러나 투자 공부만 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 경험도 있어야 한다. 투자는 교과서가 아니라 길거리 지식(street knowledge)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가지 변수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전문가는 특히 위험하다. 부동산 시장만 봐도 그렇다. 정부와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가격만 잡으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수단을 끌어들여 부동산 가격에 십자포화를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시장은 복잡한 시스템이다. 투자는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일이다. 복잡한 시스템과 불확실성이 만나는 지점이 우리가 사는 현실이다. 이 현실은 한두 가지 변수로 평가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자칫 오판할 가능성이 높다.  
 
어찌 보면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은 성공 법칙이 아니라 실패를 피하는 법일 수도 있다. 너무 고답적인 얘기지만,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실패를 피하는 법을 연구하고, 실패에 대처하는 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확실한 성공 법칙 한두 가지를 찾기보다 실패하지 않는 법을 연구하고, 그래도 실패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일류 투자가들이 실패 없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결론을 말하자면, 전문가들의 말은 참고하되 건전한 회의론으로 대해야 한다. 특히 미래를 확언하는 전문가는 조심해야 한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우리가 유튜브에서 만나는 상당수 전문가는 해설가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일류 야구 선수가 일류 해설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도 있지만, 야구 선수로는 별 볼 일 없었지만 뛰어난 해설가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해설가들은 야구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해설을 잘하면 돈을 벌 수 있다. 해설가는 직접 공을 던지지도 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해설가가 야구를 못하더라도 그 해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둘을 구별해서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 구별하는 눈 길러야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일수록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타난다. 지난 1999년과 2000년 초 인터넷 버블 시기에도 사이버 전문가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때마다 아파트를 여러 채 사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나타나 복음을 설파한다.  
 
시간을 거슬러 20여년에 부의 복음을 설파했던 사람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가 아는 일부 사람들은 사기죄로 감옥에 가기도 했고, 지금도 쉬임없이 재테크 관련 책을 쓰고 있다. 10년 전에는 아파트를 팔라고 했다가 지금은 다시 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여전히 이들에게 열광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이란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투자자들 앞에는 중요한 과제가 등장한 것 같다. 바로 정보와 소음을 구별하는 일이다.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를 구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판돈을 거는 사람인지, 해설가인지도 따져 봐서 정보를 수용해야 한다. 정보와 소음을 구별하고, 전문가를 보는 눈을 키우는 것에 대한 비기( 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도 여전히 찾고 있지만 명료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래도 확실한 건 투자에서는 건전한 회의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쉽게 믿지 말고 회의적인 태도로 분석해 봐야 한다. 그런 사고 프로세스를 거치더라도 우리는 실패를 한다. 실패를 패배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학습의 한 과정으로 볼지는 전적으로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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