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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투자 확대‧처벌 강화, 산재사고 근본 해법 아냐”

김기홍 가온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작업자 스스로 안전관리 주체돼야 안전 선진국 가능”

 
 
김기홍 가온파트너스 대표가 14일 경기 분당구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김기홍 가온파트너스 대표가 14일 경기 분당구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국내 기업들이 수천억원을 쏟아 부어 안전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산재사고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사고 발생 때마다 노동조합은 안전관리 투자를 외치고, 이에 기업들은 안전 예산을 늘리지만, 실제 작업현장에서의 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이다. 일부에선 산재사고 원인으로 경영인의 안전 불감증을 거론하는데, 정작 기업은 “억측”이라고 하소연한다. 안전관리가 사회 주요 현안인 현 시점에 안전관리에 소홀한 경영인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 안전관리 실패가 경영 실패를 의미하는 세상이란 얘기다.  
 

“휴먼 에러 줄여야 산재사고도 감소”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 미흡, 경영인의 안전 불감증이 산재사고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면, 어떤 문제점을 보완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기홍 가온파트너스 대표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저지르는 실수를 이해하고 이들 실수를 점차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숙달된 근로자도 작업 시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생산, 안전 등 제조 현장 운영 전반에 대한 진단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가온파트너스의 김 대표를 지난 9월 14일 경기 분당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간의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질문에 김 대표는 “근로자를 실수를 반복하는 관리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실수 가능성을 인지·회피·차단할 수 있는 변화의 주체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동일한 작업을 10년 넘게 한 작업자도 작업 도중 다치는 사례가 많다”며 “기업이 아무리 체계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해도 작업자의 휴먼 에러를 유발하는 수많은 요인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초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무려 75.6%가 산재사고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근로자의 부주의 등 지침 미준수’를 꼽았다. 작업 매뉴얼 부재(9.0%), 전문 관리 인력 부족(8.2%), 시설 노후화(6.0%), 대표의 인식 부족(1.2%)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응답 기업의 42.8%는 안전·보건 관리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지침 불이행 등 근로자 작업 통제·관리’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기업이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안전의식이 향상됐고 선진 안전관리 기법 등이 도입됐다”며 “이에 따라 사고 발생의 3대 요인인 설비적 요인, 기술적 요인, 인적 요인 중에 설비·기술 요인이 제거돼 인적 요인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작업자의 실수가 늘었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들이 개선되면서 휴먼 에러 때문에 발생하는 산재사고가 부각되고 있다는 것. 그는 “실수 주체는 작업자뿐 아니라 관리자, 경영자를 모두 포괄한다”며 “사람 중심의 관점에서 실수 발생 가능성을 추적·제거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산재사고의 해법은 아니라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사회적으로 안전을 강조하는 긍정 영향도 있겠지만, 산재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가 실질적 해법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기업들이 산재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를 의식해 경미한 사고를 드러내지 않아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은 사고를 감추면 큰 사고가 덜컥 발생한다”며 “기업들이 경미한 사고를 드러내고 개선을 해야 큰 사고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두산서 20년…작업자 관점에서 안전관리 해야   

1988년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삼성종합화학 혁신팀장을 맡는 등 2000년 말까지 10년 넘게 근무했다. 이후 두산그룹 벤처캐피탈인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컨설팅본부 상무로 재직하면서 생산과 안전 등 제조현장 전반을 혁신하기 위한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다. 삼성과 두산에서 총 20년간 일했다는 그는 “작업자 관점에서 안전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삼성종합화학 재직 당시 현장 근무를 자원해 현장 경험을 쌓았다”며 “현장 근무 때는 몰랐는데, 이후 다양한 기업의 안전을 진단해보니, 작업자 관점에서의 안전관리가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통상 휴가 복귀 후, 연휴 이후에 산재사고 발생률이 높은 것처럼 특정 시기가 산재사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공간 외에도 개인의 심리적인 상태 등도 사고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각 사고마다 개개인의 사고 요인이 상이해 전체 산재사고 원인을 특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한 기업에 대한 안전 진단 과정에서 작업자에게 직접 작업 현장 위험 요인을 꼽아달라고 했는데 무려 3000건이 나왔다”며 “특정 작업 과정에서의 위험 요인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해당 작업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업현장을 가장 잘 아는 작업자가 스스로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해야 산재사고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온파트너스의 안전관리 프로그램인 I-CARE(아이케어)에는 김 대표의 이 같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이케어는 작업자 개개인의 행동 신뢰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휴먼 에러 저감 프로그램으로, 실행을 통한 안전 성과 창출로 작업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 위험 인지·회피·차단·제거·유지 사이클인 TOIC 사이클을 기반으로 개인의 실천을 위한 상세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실제 한 교통기업은 아이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해 TOIC사이클에 기반한 지하철 고유의 안전체계인 ‘안전 5중 방호벽’을 구축했다. 차량·승무·기술·고객 분야 등 교통기업 특성에 맞는 인적 요인 개선 활동도 실시했다. 그 결과 기존과 비교해 휴먼 에러가 40% 감소했다. 매년 중대재해가 10건 이상 발생했던 한 철제구조물 제조사는 10개월 간의 아이케어 활동으로 3년 연속 중대재해 제로(Zero)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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