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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미신고 코인거래소 어찌 될까…운영난항·추가검열 예고

‘수수료 황금알’ 원화마켓 정지로 영업 지속 어려워
수익을 현금으로 출금 가능한 거래소로 이용자들 이동
은행, 자금세탁 문제 우려해 실명계좌 제공에 부정적
특금법 충족할 거래소 향후에 추가 등장 어려울 듯

 
 
코인 거래소 빗썸 서울 강남센터 암호화폐 시세 현황판. [연합뉴스]
 
60여 곳이 우후죽순 난립하던 국내 암호화폐(코인) 거래소업계가 앞으로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4강 독식체제로 굳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검수까지 통과한 생존 거래소 명단은 연말쯤 발표될 예정이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라 지난 24일까지 금융당국이 제시한 사업자 요건을 충족해 신고를 마친 코인 거래소는 최종적으로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4곳이 됐다. 코인 거래소 운영 필수조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충족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를 마친 곳은 25일 기준 이들 4곳뿐이었다. 회원가입자 수 기준 업계 4위를 자처하던 고팍스를 비롯해 가입자수와 예치금 정보를 금융당국에 밝히며 정상 운영을 꾀했던 거래소 20여곳도 결국 신고 등록에 실패했다. 
 

거래 수익 현금화 막혀 이용자들 갈아타기 행진

정부가 파악한 국내 코인 거래소 수는 지난 9월 15일 기준 63곳이다. 이 가운데 거래가 가능한 코인마켓은 30여곳, 이 중 금융당국의 규제로 4곳만 신고 요건을 마친 것이다. ISMS 인증조차 못 받은 거래소도 30여곳이나 된다. 미신고 거래소들이 모두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코인마켓(암호화폐로 다른 암호화폐를 매매하는 시장)만 운영하면서 향후에라도 조건을 충족하면 신고절차를 거쳐 원화마켓을 다시 열 수 있다. 
 
하지만 미신고 거래소들은 폐업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신고 거래소들이 이번 금융당국의 마감시한을 지키지 못해 입은 치명상은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잃은데다 이용도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미신고 거래소들이 일단, 코인마켓으로 남더라도 원화 거래가 차단됐기 때문에 결국 유명무실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 암호화폐를 매매해 얻은 이윤을 현금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이용자들이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미신고 거래소들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자격요건을 향후 충족할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다. 코인은 국가간 개인간 이동이 자유롭고 추적이 어려워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정부가 코인을 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한정 짓고 규제를 가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특금법을 통해 코인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발생하면 실명계좌를 체결한 은행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했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실명계좌 발급으로 얻는 수익보다 자금세탁 문제에 엮여 수천억원의 과징금으로 잃게 되는 손해가 더 크다”고 말한다. 코인 거래소들이 대부분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이유도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실명계좌 체결에 부정적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5일 '기로에선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정상화를 위한 과제는?'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민의힘 가상화폐 관련 현장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의견을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도 파악 못한 업계 이용·자금 규모 상당

미신고 거래소들이 법 규제뿐만 아니라 영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코인마켓만 운영해서는 돈이 안 된다는 점이다. 국내 코인 거래소들의 주 수익원은 원화마켓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다. 업계에선 주요 거래소들이 한 해 동안 챙기는 수수료만 수백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을 정도다. 특금법으로 황금알을 낳는 원화마켓이 차단됐으니 앞으로 코인마켓만으론 운영이 어려워졌다.  
 
국내 코인 거래는 투자자들의 단타(짧은 기간에 여러 번 사고 팔아 시세차익을 보는 방법) 성향이 강한 편이다. 정부가 규제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단타 성향은 더욱 강해졌다. 이렇게 거둔 수익을 바로 바로 입출금 해 현금화하지 못하면 이용자들은 거래소에서 예치금을 빼거나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로 이동할 수 밖에 없다. 미신고 거래소들이 앞으로 코인마켓만으로 정상 영업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 또한 거래소업계가 특정 거래소들이 장악하는 독과점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에 거래소업계에 신규 가입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점도 미신고 거래소에 불리한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의 새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122만6700여명에서 6월 6만4000여명으로, 거래횟수도 같은 기간 8052만8400여건에서 224만800여건으로 각각 급감했다. 빗썸·코빗·코인원도 마찬가지다. 이용자들이 “투자자의 코인 거래 손실은 보호대상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한 금융당국의 입장과, 특금법 시행에 따른 거래소업계의 난전 정리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뒷짐을 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에선 거래소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향후 추가 규제나 검열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코인 거래소들의 가입자 수와 예치금 규모를 금융당국도 지금까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가 파악한 규모만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을 제외한 미신고 중소 거래소 20곳에만 가입자 약 222만명, 예치금 약 2조30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파악했던 국내 코인 거래소 수(63곳)를 고려하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규모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파악도 안 되는 이들이 자칫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한 현황 파악은 물론,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나갈지에 대해 금융당국의 고민과 차후 대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신고를 마친 거래소도 지금 당장은 생존 여부를 알 수 없다. 금융당국은 거래소가 신고를 마치면 3개월 동안 신고 요건, 예치금 관리 상태, 정보 보호 시스템 등을 점검하게 된다. 점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점을 발견하면 신고를 반려하게 된다. 따라서 검수를에서 살아남은 거래소 최종 명단은 연말쯤에야 나올 예정이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미신고 거래소들이 가상자산(코인)과 관련한 영업을 종료하는 것이지 그 외 다른 영업까지 모두 폐업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가상자산 영업 종료가 세법상 폐업 신고나 민·상법상 법인 해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미신고 거래소들이 가상자산사업을 종료할 때 이용자 예치금 반환에 적극 나서고 이를 위해 은행 등 금융사들이 거래소와의 거래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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