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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코인도란] 비트코인 없애려는 中…각국 '코인 조이기' 시작됐다

고팍스 은행 실명계좌 발급 실패…단독 상장 코인 일제히 급락
중국의 비트코인 규제 본격화, 미국은 완벽한 통제 꿈꾼다
아발란체(AVAX) 시세 급등, 플랫폼 코인 끝판왕될까
10월, 미국 의회 부채한도 협상 주목해야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회장은 “비트코인이 성공을 거두면 결국 정부가 나서 비트코인을 죽일 것이다”라고 밝히며 각국이 비트코인을 규제 아래 두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편집자]
 
“비트코인이 성공을 거두면 결국 정부가 나서 비트코인을 죽일 것이다.”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회장의 경고다. 그는 최근 열린 세계 최대 헤지펀드 포럼 ‘솔트(SALT) 콘퍼런스’에서 “정부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렇다면, 달리오는 비트코인에 부정적일까. 아니다. 그는 “비트코인은 여전히 현금의 좋은 대안이고 가능성 그 자체”라며 자신도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5월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콘퍼런스인 ‘컨센시스’에서 한 발언과 맥이 닿는다. 당시 달리오는 비트코인 보유 사실을 처음으로 밝히며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바로 비트코인의 성공 그 자체”라고 단언했다. 지난 한 주, 달리오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정부 당국의 압박이 시장을 조였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빅4’ 빼곤 전멸...거래소의 질서있는 퇴장

“지금 느끼는 상실감보다도 제가 인정할 수 없는 것은 ‘한국에서는 고팍스 같이 사업하면 망한다’는 업계 사람들과 투자자들의 말이 맞았다는 것입니다. 비록 오늘 고팍스는 일시적으로 넘어졌지만, 저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도 묵묵히 노력하면 성공하고 인정받을 수 있고, 우리와 같은 근로공동체도 생존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의 설립이념과 고팍스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준행 스트리미(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대표가 24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전날까지만 해도 실명계좌 발급을 자신했다. 지방은행과 거의 얘기가 끝났다고 했다. 실명계좌 발급 사전 이벤트까지 진행한다는데 고객들도 당연히 믿었다. 고팍스에 보관하고 있는 코인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걸까. 은행이 하루 전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고 한다). 이 대표가 전주에 내려가 추석 연휴 내내 사업의 진정성에 대해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실명계좌 발급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계산했을 때, 은행 입장에선 비용이 훨씬 크다. 셈에 밝은 은행이 밑지는 장사를 할 리가 없다.
 
이준행 스트리미(고팍스) 대표.[사진 고팍스]
 
그럴거면 왜 희망고문을 했느냐는 원망의 마음이 든다. 애초 실명계좌를 발급 안 해 줄 거였으면 고팍스 나름대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을 거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비보(원화마켓 종료)에 고팍스에 단독 상장된 코인들은 일제히 급락했다.
 
그간 고팍스와 후오비코리아는 전북은행과, 한빗코는 광주은행과, 지닥은 우리은행과 실명계좌 발급을 논의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신고 마감을 앞두고 은행들이 돌아섰다. 특히 고팍스는 전북은행으로부터 실명계정 확인서 ‘초안’까지 받아 금융위원회에 사업자 신고 서류를 사전접수했다. 결국, 발급이 무산되는 바람에 막판 코인마켓 사업자로 신고서를 제출했다.
 
24일까지 총 29개 거래소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실명계좌를 받은 ‘빅4(업비트ㆍ빗썸ㆍ코인원ㆍ코빗)’를 뺀 25개 거래소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누가 원화 입금이 안 되는 거래소를 굳이 찾아 이용할까 싶다. 금융당국이 그토록 바라던 거래소의 ‘질서있는 퇴장’이 현실화됐다. 정보보호인증체계(ISMS)를 받지 못한 37곳은 25일부터 영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미신고 영업을 할 경우 5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ISMS 인증을 받은 해외 거래소는 단 한 곳도 없다. 자신들이 특금법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금법상 신고 의무 대상은 해외거래소 가운데 원화 결제·한국어 홍보·마케팅·한국어 서비스 지원 등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다. 특금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이들 해외거래소는 한국어 서비스 지원을 중단했다.
 
그렇다면, 해외거래소는 특금법 대상이 아닐까. 알 수 없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지의 여부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달렸다. 대상이 아니라면, 영어공부를 해야한다는 것 말고는 달라질 게 없다. 대상이라면, 금융당국은 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해외거래소를 쓰려면 쓸 수는 있겠지만 조금 귀찮아질 거다.
 
해외거래소 이용 관련 문제의 핵심은 사실, 특금법이 아니라 내년 3월 25일부터 적용되는 트래블룰이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가 100만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주고받는 이들의 신원정보를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규칙이다. 3월 25일부터는 거래소가 코인을 받는 사람의 정보까지 알고 있어야 코인을 인출해 준다.  
 
아직 특금법 신고를 안 한 거래소에 대해서도 트래블룰이 반영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A씨가 바이낸스에 들고 있던 100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업비트로 보낸다고 치자. 만약 바이낸스가 특금법상 신고를 해야 하는 거래소이고 트래블룰이 적용된다면, 업비트 입장에서는 미확인 거래소(바이낸스)에서 들어오는 코인을 트래블룰에 따라 받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해외거래소에 있는 코인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방법이 있다. 개인지갑을 이용하면 된다. 개인지갑이 트래블룰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규정된 바 없다. A씨라면 일단 바이낸스에서 메타마스크로 이더리움을 보낸 뒤, 메타마스크에서 업비트로 다시 이더리움을 보내면 된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중국은 없애고, 미국은 손아귀에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24일 모든 종류의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 금융활동으로 규정한다며 엄격한 단속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2월 암호화폐 ATM기 화면에 비트코인 로고가 나타난 모습.[AP=연합뉴스]
 
달리오 회장은 지난 SALT 콘퍼런스에서 “인도와 중국 당국이 비트코인을 없애려 하는 와중에 미국은 비트코인을 손아귀에 두고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의 재산을 없애는 건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존재감이 커지면 달러 통화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 마냥 놔둘 순 없다.
 
예언은 현실이 됐다. 중국 정부가 다시 한번 암호화폐 시장 말살 정책을 공표했다. 2013년부터 시작된 규제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이번엔 좀 강도가 세다. 인민은행은 24일 발표한 통지문에서 “최근 가상화폐 거래 선전 활동이 기승을 부려 경제금융 질서를 어지럽히고, 도박, 불법자금 모집, 사기, 다단계 판매, 돈세탁 등 위법 범죄 활동을 번식시켜 인민 군중의 재산 안전을 심각하게 해친다”고 지적했다.
 
처벌 의지가 강력하다. 채굴은 아예 도태돼야 할 산업으로 분류했다. 대법원ㆍ대검찰청ㆍ공안국 등 유력 부처 10곳이 총동원됐다. 가상화폐와 관련한 행위를 하나하나 열거해 모두 불법으로 규정했고, 해외거래소 이용까지 불법이라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외환관리국도 단속에 동참한다.
 
왜 이럴까.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위안화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다.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민간 디지털 화폐는 사라져야 한다.
 
어느 때보다 강한 규제 압박에 업체들은 두손 두발 들었다. 이날 세계 최대 이더리움 채굴풀 ‘스파크풀’은 중국 본토 사용자에게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업체 코보는 본사를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한다고 알렸다. 후오비 애플리케이션 내 국가 선택 리스트에서는 ‘중국 본토’가 옵션에서 사라졌다. 현재 국가 리스트에서 중국으로 검색하면 중국 타
이완과 중국 홍콩만 보인다.
 
헝다그룹 위기에 이어 중국 당국의 코인 때리기 연타로 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4만5000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 가격은 4만달러 선까지 밀렸다. 포브스에 따르면, 약 3시간 만에 188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비트코인은 풀이다. 규제보다 더 빨리 눕지만, 규제보다 먼저 일어난다.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은 중국이 비트코인을 때릴 때마다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더 올랐다며 ‘바이더딥(Buy the Dip)’을 외친다.
 
비트코인을 죽이고 싶어하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비트코인을 손아귀에 넣고 싶어한다. 완벽한 통제하에 둬야 한다. 규제 울타리 안에 있다면 굳이 죽일 필요는 없다. 그런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크립토 업계가 택한 방식은 전통 기업과 다를 바 없다. 일단, 대관부터 강화한다. 바이낸스는 골드만삭스ㆍJP모건 등을 거친 자금세탁방지 전문가를 컴플라이언스 책임자로 임명했다. 코인베이스는 공식 홈페이지에 미국 정계를 대상으로 한 대관업무 담당자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350여명을 신규 채용하고 있는데, 이중 24명을 컴플라이언스 및 대관 업무에 배치할 예정이다.
 
본사를 아예 암호화폐 친화적인 곳으로 옮기는 거래소도 있다. FTX는 본사를 홍콩에서 바하마로 이전했다. 바하마 규제 당국의 친 암호화폐 정책 때문이다. 앞서 FTX는 현지 자회사인 FTX 디지털 마켓을 바하마 증권위원회에 정식 등록했다.
 

위클리 코인=아발란체(AVAX), 플랫폼 코인의 끝판왕?

최근 시세가 급등한 아발란체(AVAX)는 빠른 속도, 싼 수수료를 무기로 플랫폼 코인들 중 가장 주목받고 있다.[중앙포토]
 
규제 이슈로 휘청대는 비트코인과 달리 연일 상승 행진을 이어가는 코인이 있다. 대체로 플랫폼 코인들이다. 에이다, 솔라나, 코스모스에 이어 최근 주목받는 플랫폼 체인은 아발란체(AVAX)다. 이더리움보다 빠른 속도, 싼 수수료가 강점이다. 다들 ‘이더리움 킬러’를 자처하는데, 최근 가격 흐름만 보면 아발란체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가 싶다. 최근 두 달간 800% 올랐다. 역대 최고가가 23일 기록한 79.31달러다. 24일 중국발 악재에 밀리긴 했지만, 여전히 70달러선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플랫폼 코인의 가격은 플랫폼 자체의 성능보다 생태계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해당 플랫폼 체인과 연계된 생태계가 클수록 플랫폼 코인의 가격은 비싸다. 아발란체가 최근 급등한 건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들과의 활발한 제휴를 통해 생태계가 크게 확장돼서다. 아베(AAVE)와 커프파이낸스(CURVE)가 지원하는 디파이 인센티브 프로그램 ‘아발란체 러시(Avalanche Rush)’ 출시 이후 총 예치자산(TVL)이 급증했다.
 
얼마 전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토큰 판매를 통해 2억3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에는 이름만으로 신뢰감을 주는 폴리체인과 쓰리애로우 캐피털 등이 포함됐다. 이 자금을 디파이 생태계 확대에 투입할 계획이다. 아발란체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프로젝트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생태계의 확장이 기대된다.
 
위클리 코인에 등장하는 코인에 대한 리스크는 매번 비슷하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게다가 플랫폼 코인도 유행을 타는데, 아발란체 이후 또 다른 플랫폼 코인이 주목을 받으면 아발란체 가격은 주춤할 수밖에 없다. 달리는 말에 올라탈지, 다크호스가 될 저평가 코인을 찾을지는 투자자 본인의 판단에 달렸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9월 가고, 드디어 10월

9월은 주식이나 코인 시장에 모두 힘든 달이었다. 이번 주만 넘기면 10월이다. 족집게처럼 비트코인 가격을 맞춰온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플랜B의 예측에 따르면, 9월 하락장을 마지막으로 연말까지 10만달러를 넘어서는 상승만이 남았다.
 
자산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이벤트로는 미국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이 남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셧다운에 대비하라는 발표까지 했다. 부채한도 협상에 실패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역사적으로 부채한도 협상 실패로 인한 셧다운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단발성 재료에 그쳤다는 점이다.
 
헝다그룹발 시스템 리스크 확산 가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감하고 있다. 하지만 경계를 완전히 늦출 수는 없다. 29일 달러 채권 이자 475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돌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각자의 투자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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