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의 혁신우혁신] 김동호 KCD 대표 ‘골목 비명에 귀 기울여 유니콘 만든 창업가’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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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우혁신] 김동호 KCD 대표 ‘골목 비명에 귀 기울여 유니콘 만든 창업가’

[Interview] 김동호 KCD 대표
자영업 매출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로 시장 절반 장악
자영업자 100만 고객 확보, 예비 유니콘으로 착실히 성장 중

김동호 KCD 대표(왼쪽)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김현동 기자]

김동호 KCD 대표(왼쪽)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김현동 기자]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 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이코노미스트]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와 현직 기자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두 번째 시간,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
 
“어떻습니까. 홀리듯 얘길 듣게 되지 않습니까. 돈다발을 쥐고 있다면 어떻게든 투자하고 싶게 만드는 게 김동호 대표의 매력입니다.” 김동호 KCD 대표의 설명을 경청하던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그만큼 김 대표는 확고한 논리와 정연한 입담으로 KCD의 비전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2016년 4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KCD는 김동호 대표의 두 번째 창업의 결과물이다. 김 대표는 2011년의 12월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를 시장에 안정적으로 앉힌 뒤 후속 창업에 나섰다. 창업 이듬해 KCD는 중소사업자를 위한 매출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내놓았다.  
 
캐시노트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회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골목상권 사장님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단순히 매출만 관리한 게 아니라 해당 가게의 카드 결제 정보를 분석해 다양한 데이터와 시사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기간별 매출 추이, 재방문 고객 분석 등의 대기업이나 다룰 듯한 자료를 그래프로 간편하게 확인해 줬다.
 
덕분에 KCD는 산업은행으로부터 국내 최초 데이터 담보 대출 기업으로 선정됐고,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는 예비유니콘으로 지정됐다. 현재 국내 자영업자 80만명이 캐시노트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 김동호 KCD 대표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 (이하 김홍일): 한국신용데이터, 이름만 들어선 스타트업보단 정부 기관 느낌입니다. 창업 6년 차에 고객 수가 80만명이라고요?
김동호 KCD 대표(이하 김동호) : 주력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사용하는 고객 수가 80만명입니다. 얼마 전엔 비즈봇이란 사업자 대상 정부 지원 사업 안내 서비스를 인수했는데, 이 서비스의 이용자가 20만명입니다. 합이 100만명이네요.  
김홍일 : 많아 보이기도 하고, 적어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골목상권에 놓인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데, 시장 점유율로 따져보면요.
김동호 : 전국에 카드매출이 발생하는 가맹점이 176만개쯤 됩니다. 여기에 자영업 창업을 준비 중인 숱한 예비 사장님들까지 포함하면, 시장의 절반을 확보한 셈이죠.  
김홍일 : 창업 5년 만에 시장의 절반을 삼켰습니다. 어마어마한 일을 해냈는데, 시장을 흔든 비결이 무엇입니까. 캐시노트가 대체 뭐길래요.  
김동호 : “사업의 모든 측면에서 잘 할 수 있게끔 도와드리자” KCD와 캐시노트의 비전은 이렇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가게를 낼지, 어떤 메뉴를 고안할지, 식당 규모는 몇 평으로 할지, 그리고 사업을 하다 접을 땐 어떻게 해야 할지…. 가게를 경영하는 사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고민의 시간을 줄여주는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김홍일 대표는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KCD의 혁신이 골목상권 사장님의 시름을 덜어줬다”고 강조했다.[김현동 기자]

김홍일 대표는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KCD의 혁신이 골목상권 사장님의 시름을 덜어줬다”고 강조했다.[김현동 기자]

김홍일 : 자영업자와 빅데이터, 쉽게 연결 짓기 어렵습니다. 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까.
김동호 : 오픈서베이를 창업하면서 데이터 분석 시장을 찬찬히 살펴봤습니다. 대기업은 곧잘 하더라고요. 저희 같은 스타트업에 맡기든, 자체 팀을 구축하든 어떻게든 데이터를 똘똘히 활용합니다. 그런데 작은 기업, 특히 자영업자는 그런 걸 할 여력이 없더라고요. 도와주는 기업도 드물었습니다. 쉬운 접근법이었습니다. 그걸 우리가 대신해주면 되겠다.  
김홍일 : 기회가 될 거라고 봤군요.  
김동호 : 기회도 기회지만, 비즈니스 자체에 의미도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골목상권은 우리 경제의 실핏줄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도 매년 위기론을 겪잖아요. 데이터를 통한 스마트 경영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거란 판단이었습니다.
김홍일 : 사실 자영업자와 데이터를 접목하는 시도가 드물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죠.  
김동호 : 물론 대기업과 데이터 분석 계약을 맺으면 건당 액수가 어마어마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작은 기업을 타깃으로 했기에 100만명의 고객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얻는 인사이트가 상당합니다.  
김홍일 : 예를 들어 보자면요.
김동호 :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많은 식당과 자영업자가 고통받지 않았습니까.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미디어에서도 난리법석이었죠. 그런데 캐시노트에서 따져보면 이들의 총 매출은 전년도와 견줘 2~3% 수준만 감소했습니다. 못해도 두 자릿수 매출 감소율이 점쳐졌었는데, 의외의 결과죠. 대신 그 속에서 큰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오피스 상권에서의 매출은 확실히 크게 감소했습니다. 대신 베드타운 주변의 상권 매출이 되레 늘었습니다.  
김홍일 : 재택근무를 한다고 밥을 안 먹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겠죠. 집 근처에서라도 먹었을 테니….
김동호 : 이 밖에도 거의 모든 가게에서 배달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물론 충분히 예상하고 점칠 수 있는 변화지만, 숫자로 확인하는 건 또 감상이 다릅니다. 얼마나 늘고, 얼마나 줄었는지가 그 폭이 보이니까요.  
김홍일 : 어렵고 복잡한 기술 없이도 골목상권의 혁신을 꾀한 것처럼 보입니다.  
김동호 : 파격적이고 과감한 시도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안하던 일을 억지로 하게 시키고 싶진 않았습니다. 기존에 하던 걸 더 쉽게 하게 하는 일에 초점을 맞췄죠.  
김홍일 : 매출 관리나 정부 지원 정책을 알아보는 건 확실히 기존 가게 사장님이 하던 일입니다.  
김동호 : KCD의 요긴함을 강조하는 사례가 또 있습니다.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300개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사장님 입장에선 이걸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데, 우리는 이렇게 추천하고 있죠. “매출, 지역, 종업원 수를 따져봤을 때 지원요건에 맞는 제도는 300개 중 몇 개입니다. 이것만 보시면 됩니다.”
김홍일 : 300개의 지원책을 일일이 훑는 데 일주일쯤 걸리겠네요. 100만명의 일주일을 아껴준다고 하면….  
김동호 : 계산해보면 총 1만9000년, 대략 2만년의 시간 낭비를 줄이는 셈입니다.  
김동호 KCD 대표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점점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김현동 기자]

김동호 KCD 대표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점점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김현동 기자]

 
테두리를 벗어나는 생각은 어렵다. 그럼에도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느끼지 않고 질문해야 혁신의 실마리가 고개를 내민다. 김동호 대표는 “자영업자는 영세하고 바쁘기 때문에 매출 관리에 신경 쓸 시간이나 방법이 없다”는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일에 “왜 꼭 그래야 하지”라고 맞섰다. 눈에 보이는 걸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보이는 것을 재해석한 혁신 창업의 좋은 사례다. 김홍일 대표가 김동호 KCD 대표의 내밀한 경영 스타일을 파고들었다.  
 
김홍일 : 오픈서베이와 KCD, 모두 공동창업입니다. 그것도 같은 사람과 했는데요. 우리 같은 옛날 세대 사람에겐 “친구와 동업은 절대 하지마라”는 말이 율법처럼 통합니다. 두 번이나 공동창업을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김동호 : 경험이 부족한 청년 창업가에겐 공동창업이 어떤 식으로든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기업가라도 분명 어느 지점에는 약점을 보일 텐데, 공동창업자가 이를 보완할 수 있으니까요.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 대부분이 공동창업 아닙니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이요.  
김홍일 : 한 사람의 역량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 대표는 KCD에서도 무소불위의 CEO는 아니겠군요.  
김동호 : 미디어에 비치는 우수한 기업가의 모습은 대체로 이렇죠. 기업의 명운이 달린 결정을 고뇌에 찬 표정으로 밤새 고민하다가, 결국 그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놀라운 솔루션을 내놓는 CEO.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예고편 같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다큐멘터리거든요.
김홍일 : 다큐멘터리요?  
김동호 : 그냥 매일매일 꾸준하게 업을 쌓아나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빈번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고요. 하나의 결정이 기업을 흔들 정도로 위태롭게 만들지도 않을 겁니다. KCD의 경우, 최선일 순 없더라도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여러 경영진이 머리를 맞댑니다. 결정을 내리고 나서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죠.  
 
끝으로 김홍일 대표는 데이터 기업을 창업한 김동호 대표에게 “데이터가 갖는 진짜 의미가 무엇인가”를 물었다. 김동호 대표는 “사람과 기술, 그리고 아이디어가 뛰놀 수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기본 작동원리는 연공서열이고, 연공서열의 근간은 경험과 노하우입니다. 데이터를 잘만 활용하면 이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경험을 축적하지 않고도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캐시노트엔 자영업 관련 다양한 데이터가 쌓여있는데, 이를 이해하고 창업하는 것과 그냥 창업하는 것엔 결과물의 간극이 클 겁니다.”
 

기자가 본 김동호 대표 

“김동호 대표를 국회로.” 인터뷰를 마친 감상을 입 밖으로 꺼냈다. 김홍일 대표는 “천재인데도 겸손하고 열정 넘치는 혁신가”라며 맞장구를 쳤다.  
 
지난해 말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때, 국회로부터 캐시노트의 결제 데이터를 받아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그간 국내에 자영업자 관련 통계가 신통치 않았는데, KCD 덕분에 수월하게 마감했다. 유행시기와 맞물린 업종별 매출 현황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근거가 분명한 숫자가 있으니 그만큼 독자를 설득하기가 쉬웠다. 사업의 동기이자 원천인 자영업자가 잘 되길 바라는 김동호 대표의 모습에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소셜벤처의 내음이 났다.  
 
물론 KCD의 ‘자영업 경영 관리 서비스’는 얼핏 심심하고 사소해 보인다. 세상을 놀라게 할 새 기술, 서비스, 제품 개발에만 몰두하는 치열한 스타트업 경쟁 대열에선 한 걸음 물러난 모습이다. 하지만 퇴근길에 들른 커피숍 사장은 “캐시노트 덕분에 손을 덜 쓰게 됐다”고 말했다. KCD의 혁신은 사소한 발견과 통찰에서 출발했을 뿐, 결코 사소하지 않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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