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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 1년①] 미래 모빌리티로 ‘풀 악셀’ 밟고 수소경제 선봉에 서다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선언, 로봇·UAM·자율주행 등 투자 확대
올해 2분기 매출 30조원 달성…사상 최대 분기 실적으로 성과 증명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이하 현대차) 회장이 10월 14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현대차가 20년 만에 총수를 교체하며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지 1년.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를 이끌어온 총수들의 세대별 역할은 분명했다. 현대그룹을 일군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한국 산업 근대화를 이끌었다면, 2세대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경영’으로 현대차의 세계화를 주도했다. 2세대 경영이 한창이던 2010년 현대차가 미국 포드를 제치고 세계 완성차 판매 5위에 처음 올랐고 지금까지 글로벌 톱5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3세대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섰다. 정 회장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수소생태계 투자를 통해 그룹의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미래 사업 50%는 자동차, 30%는 도심항공교통(UAM),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이후 신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기틀을 다졌다. 정 회장은 취임 당시 미래 성장을 위해 현대차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적도 고공행진 했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판매는 전년 대비 10%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인 SUV와 고급차 판매 비중이 커졌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가 늘며 미래 차 브랜드 이미지도 확고해졌다. 그 결과 반도체 수급난으로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타격을 맞았던 올해 2분기 현대차는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고, 기아도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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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미래 성장 키워드는 로보틱스, UAM, 자율주행, 수소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로보틱스를 선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세계적 로봇 기업 보스톤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보틱스 분야의 핵심주자로 거듭났다. 
 
보스톤 다이내믹스는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운용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족 보행로봇 스팟, 연구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개발했다. 보스톤 다이내믹스는 내년 중 최대 23㎏의 박스를 시간당 800개 싣고 내리는 작업이 가능한 물류로봇 스트레치를 상용화하고 제조·물류·건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다. 현대차와의 협업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보스톤 다이내믹스로 로보틱스 기술을 수혈하는 데 이어 그룹 내 조직인 로보틱스랩에서 착용 로봇, AI 로봇, 로보틱 모빌리티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정 회장은 UAM을 통해 자동차의 이동공간을 하늘까지 확장했다. 현대차는 UAM 대중화를 위해 지난해 말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선보이고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를 공개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개발도 추진한다. 
 
UAM 이착륙장 관련 협업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의 업무협약을 비롯해 LA 등 미국 주요 도시, 싱가포르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UAM법인을 설립하고 항공우주 기술개발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UAM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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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자율주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앱티브와 설립한 합작사 ‘모셔널’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이 합작사에 20억 달러(약 2조2356억원)를 투자했다. 앱티브는 제너럴모터스(GM)의 계열사였던 세계적 차량 부품업체 델파이에서 2017년 12월 분사한 기업이다. 차량용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전문업체로 인수 당시 세계 3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앱티브와의 합작사 설립으로 글로벌 자율주행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셔널은 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와 협력해 2023년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활용한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다.
 
정 회장은 총수로 취임하기 전부터 스타트업 투자에 큰 관심을 보였다. 2017년 정 부회장 직속의 전략기술본부를 설립하고, 미래 차 및 신사업 분야의 다양한 영역으로 투자를 단행해왔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미국 오로라, 메타웨이브 등에 투자했고 인도 올라, 동남아시아 그랩, 호주 카넥스트도어 등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에도 대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 4월에는 이스라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토피아’에도 투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와 'CES 2020' 현대차 전시관에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연합뉴스]
 
미래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 시장에서는 선봉에 나섰다. 현대차는 수소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향해 달리고 있다.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2028년까지 버스, 트럭 등 모든 사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다. 승용차와 상용차 뿐 아니라 트램·기차·트레일러·선박·UAM 등 다양한 교통수단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해 모든 산업에 걸쳐 수소 경제를 확장한다. 이를 위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로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해외 첫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공장 ‘HTWO 광저우’를 착공했다. 현대차는 수소에너지 시장을 선점해 자동차를 넘어 수소경제 전반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현대차가 세계 수소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정 회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수소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 첫 공식행보로 국내 수소경제 컨트롤 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올해는 국내 기업들의 수소사업 간 협력을 촉진하고 수소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CEO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출범을 주도했다. 해외에서도 ‘수소위원회’ 공동회장 등을 맡아 수소의 글로벌 의제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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