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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 경제학②] ‘헌 명품’ 줄게, ‘신상 백’ 다오…명품 뜯어 리폼 열풍, 왜?

오래된 명품 가방 살리기…리폼 수요 폭발 증가
리폼 전문업체 성행…평균 비용 30만~50만원
MZ세대 주고객…독특함‧가치소비‧친환경 반영

 
 
오래된 프라다 빅백이 트렌디한 백으로 재탄생됐다. 리폼 전문업체 레더몬스터 직원이 의뢰 가방과 완성된 가방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설아 기자]

오래된 프라다 빅백이 트렌디한 백으로 재탄생됐다. 리폼 전문업체 레더몬스터 직원이 의뢰 가방과 완성된 가방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설아 기자]

 
명품 가방이라면 ‘따끈한 신상이 제맛’이라고 여기던 때가 있었다. 몇 년 후면 싫증을 느끼고, 가방 기능을 상실한 채 전시품으로 전락할 걸 알면서도 수백만원대 ‘고가의 가방’을 고집하던 시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랬다.  
 
반면 요즘은 정반대다. 명품을 통한 과시가 소비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낡은 명품도, 모조품이어도 상관없다. 디자인이 트렌디하고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면, 여기에 ‘착한 소비’라는 가치까지 더해진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가 절로 나온다.  
 
그동안 옷장 깊숙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명품 가방들. 지금 들자니 애매하고 중고시장에 10분의 1 가격에 내놔도 안 팔리는 애물단지 명품을 리폼해 새 가방으로 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어디까지 리폼해봤니? 명품백 해체 열풍   

리폼 전문업체 레더몬스터에 입고된 의뢰 가방들. [김설아 기자]

리폼 전문업체 레더몬스터에 입고된 의뢰 가방들. [김설아 기자]

 
업계에 따르면 명품과 함께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명품 가방 리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등 자신이 소유한 명품 가방을 해체해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 혹은 원하는 스타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낡고 색이 바랜 가방은 전문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트렌디한 ‘버킷백’이 되고, 버려진 원단은 멋진 ‘카드지갑’과 ‘키링’으로 변신한다. 리폼러들은 쓸모 없던 명품이 쓸모 있는 짝퉁이 되고, 재활용에 가치를 더한 새활용으로 거듭나는 것을 리폼의 묘미로 꼽는다.  
 
국내 명품 리폼 역사는 비교적 짧다. 과거에도 몇몇 곳에서 리폼이 이뤄지긴 했지만, 명품 수선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서 단골의 요청으로 간간이 리폼을 시도했던 정도다.  
 
리폼시장이 전문 영역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 전. 신상품 못지않게 근사한 리폼 제품이 하나둘 나오면서 명품 리폼을 하나의 독자적인 상품군으로 보는 인식이 생겨나면서다. 친환경 트렌드와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핸드백 디자이너이면서 2년 전 명품 리폼 전문업체를 차린 이일호 레더몬스터 대표는 “버리지도 못하고 쓸 수도 없는 오래된 명품을 재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면서 “코로나 장기화로 명품시장이 성장하고 매출이 커지면서 명품 리폼 시장도 전문영역으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레더몬스터에서 작업 중인 의뢰 가방들. [김설아 기자]

레더몬스터에서 작업 중인 의뢰 가방들. [김설아 기자]

 
레더몬스터에 따르면 최근 리폼 의뢰 건수는 지난해보다 20~30% 정도 증가했다. 리폼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리폼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기존에 수선만 전문으로 하던 업체들도 하나둘 리폼으로 전향하는 추세다.  
 
시장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리폼 전문업체가 지난해 대비 3~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공방에서 1대1로 주문을 받는 이들이나, 가족 공예기술을 가지고 투잡을 하는 이들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되살리는 명품의 의미…디자인도 취향대로  

리폼 좀 해봤다는 고객들이 말하는 리폼의 핵심은 자신의 취향대로 오래된 가방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백이나 결혼할 때 혹은 첫 취업 때 큰맘 먹고 구매한 명품의 가치를 되살린다는 의미가 크다.  
 
방식도 복잡하지 않다. 디자인 상담이나 견적은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전화나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이뤄진다. 전문디자이너와 상담을 통해 자유롭게 원하는 디자인 협의가 가능하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디자인은 구찌 버킷백이나 루이비통 부아뜨사포, 프라다 파니에 등이다. 이 디자인을 일차적으로 고른 뒤 다양한 자수와 트리밍, 컬러 등을 원하는 대로 추가할 수 있다.  
 
한 직원이 입고된 의뢰 가방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설아 기자]

한 직원이 입고된 의뢰 가방을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설아 기자]

 
다만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만큼 가격은 싸지 않다. 작은 클러치는 25만원대, 비교적 저렴한 소품은 3만원대다. 통상적인 리폼 비용은 30만~50만원 선에서 이뤄진다. 제작 기간도 10일에서 길면 두달 정도 소요된다.  
 
리폼 서비스는 단연 MZ세대에게 인기다.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취향 반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 리폼을 통해 새 상품 구매 효과를 누리겠다는 게 두 번째다. 오래된 제품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착한 소비를 지향한다는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리폼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명품을 손대 ‘짝퉁’(모조품)을 만든다는 인식 탓이다. 이들에게 리폼은 수백만원을 주고 산 명품 가방에 다시 수십만원을 지불하고 짝퉁을 양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리폼된 가방은 백화점 AS도 불가하다. 실제 이런 이유로 과거 리폼 시장은 성장하지 못하고 발목을 잡혀 왔다. 리폼보단 리페어(수선)를 선호하는 경향이 만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품 vs 짝퉁…업그레이드된 독창적 가치  

다만 많은 리폼러들은 리폼의 개념을 진품의 가치를 버리는 것이 아닌 제품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두 개의 가방 리폼에 성공했다는 직장인 김지선씨는 “리폼하면서 진품일까 아닐까를 판단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다른 디자인이 되어버리면 정품 여부보다는 그냥 리폼백인 거고 독창적인 가치가 더해져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각의 원단마다 고객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김설아 기자]

각각의 원단마다 고객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김설아 기자]

 
또 다른 리폼러 박혜미씨도 “40만원을 투자해 200만원도 넘는 새 가방을 얻은 느낌이라 주변에도 리폼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새 가방을 사느니 있는 가방을 적절하게 리폼해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리폼러들의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 시장이 커질수록 리폼과 같은 관련된 파생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명품 리폼업체 관계자는 “국내에 명품 가방 브랜드가 자리 잡기 시작한 지 20년을 넘기면서 낡고 철 지나고 촌스러운 명품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고거래 시장이나 명품 수선, 리폼 등 관련 서비스는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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