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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 혁신우혁신] 아날로그 스타 강사 김미경이 딥테크 CEO가 된 이유

[Interview] 김미경 MKYU 대표
유튜브 대학 MKYU 설립,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전환
수입 ‘제로’에서 직원 100명 거느린 강소 스타트업으로 성장
“맞춤형 교육, 큐레이션 강화한 딥테크 기업으로 거듭날 것”

 
 
김미경 MKYU 대표(왼쪽)와 김홍일 대표가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김현동 기자]

김미경 MKYU 대표(왼쪽)와 김홍일 대표가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김현동 기자]



“몇 년 만에 연매출 수백억 신화”, “고졸이 대박집 사장이 되기까지”, “유명 대기업에 수백억 투자 받은 비결”, “스타트업,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 창업 관련 기사를 수놓는 미디어의 헤드라인이다. 가시밭길을 밟아온 창업가의 역경 드라마를 소개하고,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식이다. 스타트업의 숱한 곡절을 생생하게 목격한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전 디캠프 센터장)는 창업 시장이 일률적으로만 묘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창업가의 성공에 손뼉만 치고 끝낼 게 아니라, 그들의 혁신 비법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공유하자.” [이코노미스트]가 ‘김홍일의 혁신우혁신’을 연재하는 이유다. 창업 요람의 리더 역할을 하던 VC 대표와 현직 기자가 스타트업 CEO를 만나 진중한 질문부터 가볍고 짓궂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릴 새 성장 동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라서다. 다섯번째 시간은 국내 최초 유튜브 대학 플랫폼 MKYU의 김미경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
 
스타 강사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몇 안 된다. 그들 중에 ‘강사 김미경’은 30년간 대한민국 최고 인기 강사로 명성을 떨쳤고, 책을 쓰면 족족 베스트셀러가 됐다. 교육 관련 방송 콘텐트에선 항상 섭외 1순위로 꼽혔다.   
 
2013년 여러 논란으로 활동에 강력한 제동이 걸렸지만, 잠시뿐이었다. 의혹을 씻으면서 금세 전성기 때의 활동력을 드러냈다. 되레 강사 김미경의 브랜드는 더 탄탄해졌다. 쓴맛 단맛 겪으며 쌓인 인생의 노하우를 강단에서 풀어놓은 덕분이다.  
 
강사 김미경의 위기는 지난해가 더 혹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쉴 틈 없이 소화하던 오프라인 강의 일정을 ‘0’건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미경 대표와 그 직원들을 먹여 살리던 화려한 강사 이력은 적자만 내는 애물단지가 됐다. 인기 스타강사에서 순식간에 ‘코로나19 위험 직업군’으로 전락한 셈이다.  
 
김미경 대표는 ‘창업’을 선택했다. 지난해 초 국내 최초의 유튜브 대학이자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MKYU’를 론칭했다. MKYU엔 ‘김미경과 당신이 만들어가는 대학’이란 뜻을 담았다. 오프라인으로 하던 강연을 디지털 온라인으로 전환한 셈인데, 사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오프라인 강연에선 대중을 직접 바라보며 함께 호흡하고, 때로 돌발적이거나 즉흥적인 소통이 오가는 장점이 뚜렷하다. 반면 화면으로만 본다면 현장의 생동감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용히 숨죽여 감상만 하는 교육 콘텐트는 오프라인 강연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임이 분명하다.
 

국내 최초 유튜브 대학 만든 스타 강사

MKYU가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9만9000원의 연간 구독료를 내는 ‘열정 대학생(유료멤버십 회원)’만 6만명이 넘는다. MKYU는 교양필수 과목과 자율전공 과목으로 프로세스를 나눴는데, 교양필수 강연 콘텐트 수만 해도 300여 개에 달한다. 직원은 100여 명으로 늘어났고, C레벨 경영진도 3명이나 영입했다.  
 
온라인 강연 플랫폼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고, 수지 타산도 맞다는 얘기다. 김미경 MKYU 대표는 “원래 하는 일에 디지털 혁신을 꾀한 셈”이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김미경 대표의 오랜 지인인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트먼트 대표가 그 성공 비결을 물었다.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이하 김홍일 대표) : 낡은 관행을 깨고 디지털 플랫폼 스타트업의 대표가 됐습니다. 제 기억엔 그 누구보다 아날로그와 친숙했던 사람이었을 텐데요.
김미경 MKYU 대표(이하 김미경 대표) : 맞습니다. 디지털 기기와 거리를 꽤 두고 살았죠. 저는 말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김홍일 대표 : 그런데 어떻게 MKYU를 창업하게 됐나요.
김미경 대표 : 맨땅에 헤딩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4년 전, 유튜브 세계에 먼저 뛰어들었으니까요. 그때 제가 귀인을 만났거든요.
김홍일 대표 : 그게 누굽니까.  
김미경 대표 : 인기 유튜버 도티입니다. 학교 후배더라고요. 강연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됐는데, 도티가 대뜸 물었습니다. ‘강사님, 왜 유튜브 안 하세요?’
 
유튜버 도티의 권유에 김미경 대표는 콧방귀를 꼈다. “유튜브? 그건 공짜잖아. 내 강연을 무료로 보여주면 난 어떻게 먹고 살라고!” 도티가 손사래를 치면서 설명했다. “유튜버의 비즈니스 구조를 들어보면 솔깃할걸요.”  
 
이때 김미경 대표는 도티로부터 시청자와 동영상 수, 영상의 길이, ‘좋아요’ 숫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신통방통한 유튜브의 수익 구조에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도 쉬이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그때만 해도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는 강사 김미경의 퍼포먼스가 더 가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어딜 가든 대세로 꼽히는 유튜브의 세계가 김 대표의 호기심을 자극하긴 했다. 그때부터 유튜브 관련 서적을 읽고 주변의 조언을 얻어가면서 속내를 들여다봤다. 그러다 조악한 품질의 1분짜리 영상을 처음 올렸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피드백은 “유튜브로 넘어오길 한참을 기다렸는데, 왜 이제야 왔냐”는 거였다. 김 대표가 말했다. “사실 제 입장에서 보면 유튜브가 금광맥이었죠. 콘텐트를 다양한 길이와 형식으로 재가공해 개수 제한 없이 업로드하고, 실시간 스트리밍도 가능하니까요.”
 
김홍일 대표 : 그렇게 지금은 구독자 수 140만명을 넘어서는 인기 유튜버가 됐습니다. 이걸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로 전환한 건 코로나19 때문이었습니까.  
김미경 대표 : 사실 제가 속한 모티베이션(동기 부여) 강의 업계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쪽 강의가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왔는데, 그게 부쩍 줄었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인 문제였죠. 과거엔 대기업 공채 신입사원 강의가 꽤 많았는데, 기업이 점차 신입사원을 뽑지 않게 됐기 때문입니다.  
 
김미경 대표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 기술만 덧붙이는 건 디지털 혁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김현동 기자]

김미경 대표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고 기술만 덧붙이는 건 디지털 혁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김현동 기자]

 
김홍일 대표 : 사실 한국 대기업이 예전부터 눈에 띄게 채용을 줄이긴 했습니다. 경영환경이 신입사원 채용시장을 얼어붙게 했죠.  
김미경 대표 : 그때 무너진 강사가 적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에도 ‘강사 김미경’의 브랜드만큼은 살아남았었죠. 물론 이것도 코로나19 앞에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마지막 강의를 2020년 1월 22일에 했으니 무력감을 느낄 만 했죠. 회사 사정이 나쁘니 월급을 자진해서 줄이겠단 직원이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김홍일 대표 : 그런 위기면 그대로 다른 길을 찾는 사람도 많습니다.  
김미경 대표 : 자칫 그럴 뻔했어요. 저 역시 팬데믹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으니까요. ‘강의 계속 못 하면 어떡하지’만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지금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 게 맞나, 코로나가 없어져도 비슷한 게 또 오면 나는 또 무너지는 것 아닌가. 저는 늘 관객에게 미래를 얘기하던 사람이었는데, 정작 제가 미래를 보고 있지 않더라고요.
 

아날로그 스타 강사의 디지털 전환 도전기

김홍일 대표 : 거기서 본 미래가 디지털이었군요.  
김미경 대표 : 디지털 시대야말로 콘텐트를 갖춘 개인에겐 최고의 기회였습니다. 물리적인 위치와 무관하게 누구나 평등하게 엄청난 양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PC와 인터넷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상품과 서비스를 론칭하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죠.  
김홍일 대표 : ‘강사 김미경’은 최고의 콘텐트겠죠. 그래도 기업의 경영인, 그것도 100명이나 되는 직원을 거느리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 같은데요. 어떤가요, 수월하게 하고 있나요.
김미경 대표 : MKYU는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가르치는 내용 역시 제가 직접 나서는 건 얼마 안 돼요. 각계 전문가를 모셔놓고 플랫폼을 구축했죠. 경영도 정말 어렵더군요. 그래서 잘하는 분들을 모셔서 경영을 맡겼어요. 저는 전방위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고요.  
김홍일 대표 : 혁신의 사이클이 점차 짧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영욕에 머물러선 아무리 크고 대단한 브랜드도 쉽게 도태돼버리는데요. 온라인 강연 플랫폼 시장도 꽤 치열한데, MKYU의 성장 비결은 뭐였을까요.  
김미경 대표 : 방금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그 점이 MKYU에 학생들이 열광하는 이유입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아무도 그 흐름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볼까요. 올해 MKYU는 ‘디지털튜터’ 양성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디지털이 낯선 노년층에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바일 기기 활용법을 안내하는 새로운 직업입니다. 저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지식 가이드 역할을 새롭게 하는 셈입니다.  
김홍일 대표 : 말로만 디지털을 부르짖는 기업도 많습니다.
김미경 대표 : 그래서 저는 MKYU를 준비하면서 코딩이나 앱 개발을 직접 공부했습니다. 직접 앱을 만들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구조를 이해하고 싶었거든요. 그 결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은 채, 기술만 덧붙이는 혁신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김홍일 대표 : 음악을 전공하신 분인데 이젠 공학도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김미경 대표 : MKYU는 데이터 기업이기도 합니다. 30대부터 50대 사이의 여성이 저희 유료 학생의 80%가 넘습니다. 이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플랫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MKYU에선 새 시대의 전문가들이 성취한 것들을 전달하고 있는데, 3050 여성이 많은 메시지를 읽고 있습니다.  
김홍일 대표 : 고객군의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고민할 수도 있겠네요.  
김미경 대표 : 물론입니다. MKYU의 미래도 그런 맥락에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해서, 맞춤화한 교육 콘텐트를 제공하는 딥테크 기업이 되는 거죠. 가령 지금 있는 열정 대학생 6만명의 전공이 6만개로 제각각 달랐으면 좋겠어요.  
 
스타 강사의 삶을 살던 김미경 대표는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지만, 창업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김현동 기자]

스타 강사의 삶을 살던 김미경 대표는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지만, 창업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김현동 기자]

 
김홍일 대표 : 3050 여성세대가 디지털 지식을 쌓으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겠군요. 강사 땐 좌절된 꿈과 희망을 다시 일으키는 일을 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그때보다 더 무거운 미션을 지게 됐네요.  
김미경 대표 : 맞습니다. 저는 늘 김미경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사회에 더 크게 기여를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김홍일 대표 : MKYU가 기술로 사회에 공헌하는 사례가 될 수 있겠군요.
김미경 대표 : 지금은 MKYU가 풍요로울 수 있지만, 또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생이 재밌는 것 아닌가요. 도전이 있으니까요.
 

기자가 본 김미경 대표

기자는 사실 과거 ‘강사 김미경’의 언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가 교육 콘텐트 업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릴 땐, 취업에 실패한 20대 청년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방식에 균열을 내고,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라”는 식의 담론이 청년의 다양한 욕구와 삶을 다루지 못한다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CEO 김미경의 언어는 달랐다. 화려한 수사로 치장한 게 아닌 몸에 밴 성실함이 무기처럼 보였다. 논란도, 코로나19도 분명 엎친 데 덮친 격이었는데도 김미경 대표는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행복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본인이 더 새로운 길로 나갈 수 있었단 이유에서다.  
 
MKYU의 목표도 분명했다. 기술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는 만큼 기존 교육의 유효기간이 짧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니, 그 틈새를 채우겠다는 거다. 디지털 혁신은 깊은 학습과 빠른 타이밍이 절실한데, 강사 김미경은 그걸 CEO 김미경으로 바뀌면서 성공해냈다. VC 대표로서 IT 기술에 해박한 김홍일 대표를 상대하면서도 디지털 기술을 설명할 땐 단단하게 채워진 이론을 풀어냈다. 웬만한 기업의 CIO보다 디지털 혁신을 더 깊게 체득한 것처럼 보였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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