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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제로금리 시대' 끝났다…자산시장 곳곳 '유동성 잔치' 종막

한은 기준금리 0.75%→1.00%로 인상…내년 초 추가 인상 예고
공급망 교란+수요 증가로 美 인플레↑…'테이퍼링' 가속 가능성

 
'영끌' '빚투' ‘갭투자’ 등으로 얼룩진 집값 폭등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년 가까이 지속돼 온 '유동성 잔치'가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2년 가까이 유지돼온 초유의 '제로금리 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고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금리 정상화 스텝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달부터 본격적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돌입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역대급 유동성 환경 및 물가급등에 따른 금리 정상화 압박에 노출돼 있어 정책 선회에 따른 산발적 시장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내년 초 기준금리 추가인상 시사…美도 인플레 압력 노출  

25일 기준금리를 연 0.7%에서 1.00%로 인상한 한국은행은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1.00%로 인상한 기준금리 인상은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내년 경기 성장이나 물가 전망을 고려하면 현 기준금리는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고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특히 실질기준금리가 마이너스여서 중립금리보다 낮고, 광의통화량(M2) 지표가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 등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해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은 뿐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를 이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11월 돌입한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연준 내부에서조차 금리 정상화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연준이 24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상당수 참석자들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테이퍼링 속도는 물론 기준금리도 올릴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연준은 이날 정례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정도에 따른 테이퍼링 수정 계획도 마련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FOMC 위원들은 '인내심 있는 접근'을 강조하면서도 "장기적 물가 안정과 고용 목표에 해가 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FOMC 위원들이 언급한 '인내심'의 범위를 벗어날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최근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작년 동월보다 5.0% 올라 지난 1990년 11월 이후 31년 만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연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자, 전월 상승률(4.4%)보다 크게 높아져 물가 상승세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달리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의 또다른 핵심 축인 '고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11월(14∼2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9만9000건으로 전주보다 7만1000 건 급감했다. 이는 1969년 11월 둘째 주 이후 52년 만의 최저치로,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역사적인 경제적 진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파월 의장으로서는 통화정책 변경과 관련해 운신의 폭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연준의 판단은 아직 '유보적'인 편이다. 참석자들은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오랜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내년 중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일부 해소되면서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美 유동성 완화 정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중 갈등에 기인한 '공급망 교란'이 주된 원인인 만큼 '일시적'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현재는 '위드 코로나'로 인한 수요 회복 요인까지 겹치면서 기존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상황이다.
 
여기에 각국의 재정확대 정책으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 시장 등으로 흘러들어 금융 불균형을 키우고 있는 만큼, 지금의 자산가격 과잉을 방치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금융환경지수
 
실제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유동성 완화 정도를 나타내는 금융환경지수는 최근 4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코로나19 이후 역사적 저점에 위치했다. 미국 시카고 연은이 산출하는 금융환경지수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저점 부근에 위치해 있다.
 
이처럼 금융환경지수가 역사적 저점까지 하락한 이유는 미국 기준금리(0.00~0.25%)가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인데, 특히 실질금리 대용치인 미국 TIPS 금리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 시기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환경은 테이퍼링을 시작으로 연준의 정책변화와 함께 실질금리 반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금융환경 정상화의 보폭과 속도인데, 전문가들은 연준이 향후 정책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테이퍼링 '속도전'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 테이퍼링 실시 발표와 이후 실행 시기에 TIPS 금리 반등이 나타났고, 금리 인상이 단행될 때도 반등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속에 TIPS 금리도 최근과 같은 역사적 저점 수준에 위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연준이 내년 최소 한 차례 이상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도 금융환경 변화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 연구원은 다만 현재 자산시장의 경우 연준의 정책변화 초입인 '긴축 초기'에 위치한 만큼 당분간 시장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내다봤다. 그는 "과거 첫 금리인상과 테이퍼링 시기를 살펴보면 증시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며 "위험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낮춰야겠지만, 위험자산 선호를 유지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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