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할 땐 마이너스 종목부터 팔아라 [이상건 투자마인드 리셋]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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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할 땐 마이너스 종목부터 팔아라 [이상건 투자마인드 리셋]

본인이 정한 손실 구간에선 실패 인정하고 종목 교체 필요
개별 종목 수익률 보단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 초점 맞춰야

 
 
펀드에 편입된 종목이 일정 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무조건 팔아야 한다. [중앙포토]

펀드에 편입된 종목이 일정 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무조건 팔아야 한다. [중앙포토]

당신은 지금 1000만원의 급전이 필요해 주식을 팔아야 한다. 주식 계좌에는 A, B, C, D 4개의 종목이 있다. 초기 투자 금액은 4개 주식 각각 500만원으로 같다. 수익률은 A가 50%, B가 30%, C가 –10%, D는 –30%이다. 어떤 주식을 팔아서 급전을 마련하겠는가.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이외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은 A나 B 주식을 매도해서 필요한 돈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과연 이런 결정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낳을까. 
 
국내에는 성공한 주식과 실패한 주식의 매도 행위에 대한 연구가 없지만, 미국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개 성공한 주식, 즉 플러스 수익률이 난 주식을 매도하고, 마이너스가 난 종목을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 국내 투자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성과는 정반대다. 플러스 종목을 계속 보유하고, 손실이 난 종목을 매도하는 게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왜 투자자들은 실패한 종목을 보유하는 것일까. 이런 행태에 대한 설득력 있는 개념이 바로 ‘손실 회피 성향(편향)’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같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수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행동재무학자들은 손실에 대한 감정이 2배 정도 강하다고 한다. 1000만원 수익에 대한 기쁨보다 1000만원 손실에 대해 더 아파하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손실 회피 비율이 2:1인 셈이다. 손실을 꺼리는 인간의 본성상 수익이 난 종목은 팔고, 손실이 난 종목은 지나치게 오래 보유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포트폴리오 변경할 땐 성과 기여도로 따져야

사실 투자에서 손실은 불가피하게 경험하는 것이다. 세상의 어떤 투자자도 손실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개인투자자들도 수익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손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질문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관투자가들은 로스 컷(loss cut) 규정이라는 게 있다. 
 
펀드에 편입된 종목이 일정 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무조건 팔아야 한다. 일부 개인투자자들도 기관투자가들처럼 나름의 손절매 기준을 가지고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손절매에 대한 가치 판단은 투자자마다 상이하다. 손절매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이들도 있다. 개인차가 분명하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손절매 여부가 아니라 손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룰 것인가의 문제이다. 먼저 자신에게 손실 회피 성향이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이 지닌 하나의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손실을 받아들이는 심성을 길러야 한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손실이 난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손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인데, 이는 결코 쉬운 감정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트레이더인 리처드 L. 피터슨은 “무엇보다도 우리 대부분이 스스로 손실을 인정을 못 한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손실 회피 편향을 인정하고 손실을 받아들인 후에는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수익률 여부를 떠나 ‘지금 다시 주식을 산다면 이 주식을 살 것인가?’라는 자기 질문을 해야 한다. 일류 투자자들이 주기적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에서는 처음의 투자 판단이나 아이디어와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로는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종목을 발견할 수도 있다. 투자 자금이 많다면야 추가로 사들이면 되지만 그렇지 못한 때가 더 많다. 이럴 때는 종목 교체를 해야만 한다. 주기적으로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는 것은 손실 회피 성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법 중 하나다. 
 
또 하나는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손실과 수익을 바라보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다니엘 커너먼은 이를 두고 ‘글로벌(Global)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따로 말고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인간의 심적 구조는 개별 종목을 하나씩 별도의 마음의 계좌에 두고 계산한다. 
 
카너먼의 조언은 개별 계좌를 통합 계좌로 바꾸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바라보면, 포트폴리오의 성과에 기여도가 높은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게 된다.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때도 단순히 수익률 기준이 아니라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판단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렇게 접근하면 앞으로 포트폴리오의 성과에 기여할 종목을 남겨 두고 나머지를 정리하거나, 아니면 모두 같은 비율로 매도하게 된다. 다시 말해 단순히 수익률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투자자의 확신(conviction) 정도다. 수익 여부를 떠나 그 종목에 대한 자기 확신의 정도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수익이 난 종목인데도 향후 미래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면 매도해야 한다. 반대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도 시장의 일시적 오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것이라면 더 싸게 살 기회로 삼아야 한다. 
 
확신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정해진 기준이라는 것도 없다. 투자자의 개인적 경험과 분석 능력 그리고 자금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대표적으로 집중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하락하면 더 추가로 매수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물론 첫 매수 시 투자 아이디어와 기업의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그렇다.
 

자신의 매도 규칙 갖는 게 중요

앞서 얘기했듯이 손실 회피 감정은 사람마다 편차는 있지만, 인간에게 내재된 편향이다. 그럼 손실 회피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리처드 L. 피터슨은 [투자자의 뇌]에서 다음의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첫 번째는 보유한 투자 포지션(또는 종목)을 재평가할 때는 승리한 포지션이 아니라 패배한 포지션의 매도를 먼저 고려하라. 스스로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오늘 이 포지션에 지입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다음엔 패배한 포지션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 합리화나 변명을 둘러대고 있는지 살펴보자. 자신을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천성적으로 최근에 손해를 보거나 과거 거액의 손실을 보고 나면 손실 회피 편향에 빠지기 쉽다. 살아오면서 경험한 손해와 상실감을 기억해내고 이런 감정들이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 두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자신의 매도 규칙을 가진 것도 중요하다. 매수 규칙을 가진 이들에 비해 의외로 매도 규칙을 가진 사람들은 적은 듯하다. 자신만의 매수 규칙 못지않게 매도 규칙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일류 투자가들은 대부분 스스로 정립한 매도 규칙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상건 경제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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