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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가지 않은 길’ 택한 최정우…포스코, 지주사 전환 추진

역대 최대 실적 등에 업고 지배구조 개편 ‘속도전’
“주주가치 제고 위해”…탄소중립 위한 자금 조달 차원일 듯
일부선 “실현 가능성 좀 더 지켜봐야” 신중론도

 
 
최정우 포스코 회장. [사진 포스코]
 
자산 순위 국내 6위 대기업집단인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인 이른바 ‘정부가 주인인 회사’가 국내 오너 대기업집단처럼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꾀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지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이 회사 역사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게 된다. 물론 일부에선 “지주회사 전환이 실제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최정우 회장의 ‘이유 있는’ 속도전  

1일 재계와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가 이르면 이달 안에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내년 초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지주회사 전환을 확정할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포스코는 최근 사외이사들과 주요 주주들에게 지주회사 전환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저탄소‧친환경 시대로의 대전환, 기술 혁신 가속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미래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성장 전략, 경영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측은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개별 회사 건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에선 “철강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를 인적 분할해, 투자 전문의 지주회사 아래 사업회사와 다른 계열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많다. 통상 국내 오너 회사들이 지분율 희석 등을 우려해 분할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물적 분할을 택하는 것과 달리, 기존 주주 구성을 유지하는 인적 분할을 추진할 것이란 얘기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하락을 무릅쓰고 물적 분할을 감행하는 것보다는 주요 주주의 지분가치를 보장하는 인적 분할을 택하는 것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포스코의 주요 주주 지분율은 국민연금 9.75%, 미국 시티뱅크 7.30% 등이다.
 
재계와 철강업계 안팎에선 포스코가 속도감 있게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한 의문점이 많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통상 지주회사 전환처럼 파급력 있는 사안은 발표 전 얘기가 돌기 마련인데, 이번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이달 이사회, 내년 초 임시 주총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소수의 포스코 최고위급 경영진 신속하게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선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 추진은 지난 3월에 연임을 확정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고 있는 최정우 회장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증권업계 등에선 포스코가 올해 연결기준으로 9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으로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 분기 최대 영업이익 역사를 새로 썼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 추진의 표면적인 이유로는 주주가치 제고가 거론된다. 지주회사 전환을 꾀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함이란 얘기다. 실제 포스코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10일 40만7000원까지 올라섰으나 이후 지속 하락해 지난달 30일엔 26만1000원으로 주저앉았다. 지주회사 전환 추진이 알려진 이날 포스코 종가는 전일보다 6.13% 오른 27만7000원을 기록했다. 재무통으로 알려진 최정우 회장이 실적과 동떨어진 주가 흐름에 대한 고심이 많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 추진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자금 조달이 꼽힌다.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사업회사를 분리하면, 분할 신설법인의 상장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 특히 수소 등 미래 사업을 떼어 내 상장하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세계 철강업계에서 수소환원제철(수소 100%를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로 사용하는 기술) 상용화를 주도하는 등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달성을 위한 중책을 맡고 있다”며 “포스코가 올해 철강업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이 실적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중앙포토]

일부선 지주회사 할인율 우려도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비(非)철강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운동본부장)는 “탄소중립 과제 등을 안고 있는 포스코가 철강과 비철강 사업을 분리시켜 비철강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체제에선 하나의 철강회사 내에 철강과 비철강 사업 등이 공존하고 있어 철강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주회사 전환으로 비철강 사업을 떼어 내면 철강회사 이미지를 탈피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계와 철강업계 안팎에선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긍정 평가가 많지만, 일부에선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할인율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주회사 전환 추진 소식에 당장 포스코 주가가 뛰고 있지만, 지주회사 전환 이후엔 지주회사 할인율 적용으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가 주인인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면, 이 건에 대해 어느 정도는 정부와 교감했을 것”이라면서도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처럼 보여, 실제 전환이 이뤄질지는 좀 더 두고봐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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