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생보사 12곳 실손 판매 중단…남은 5곳 “포기 못한다” 왜?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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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생보사 12곳 실손 판매 중단…남은 5곳 “포기 못한다” 왜?

실손보험 판매 유지하는 생보사 5곳 “내년에도 일단 판매”
손보사 대비 낮은 판매건수, 가입기준 올리며 손해율 안정세
“대형사 브랜드력, 영업채널 요구 감안하면 실손 포기 어렵다”

 
 
병원 진료 서류 발급 창구. [연합뉴스]

병원 진료 서류 발급 창구. [연합뉴스]

최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보험사들이 적자에 시름하는 가운데, 내년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회사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미 최근 3~4년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가 속출한 가운데 향후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손해보험사에 비해 가입건수가 적은 생명보험사에서 실손보험 판매 중지가 나올지 업계에서는 주목한다. 생보사 중 여전히 실손보험 신규 가입자를 받고 있는 회사는 5곳(삼성·한화·교보·NH농협·흥국)으로 이들은 당국과 영업채널의 눈치 등 여러가지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를 놓지 못한 상황이다.  
 

실손 ‘판매 포기’ 보험사 속출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4세대 실손보험(올 7월 출시)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생보사 5곳과 손보사 10곳 등을 합쳐 총 15곳이다.
 
현재의 상품 구성과 유사한 실손보험은 90년대 후반 등장했다. 먼저 손보사들이 주력으로 실손보험을 집중 판매했고 가입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후 2003년 보험업법이 개정돼 생보사들도 실손보험 판매가 가능해지자 2000년대 중반부터 영업에 속도를 냈다.  
 
[자료 생명보험협회]

[자료 생명보험협회]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서며 실손보험 손해율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며 보험사도 점차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실손보험의 적정 손해율 수준은 80%다.
 
결국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이 속출했다. 주요 손보사들은 대부분 실손보험 판매를 유지했지만 외국계 중소 손보사(에이스·AIG·악사)들이 먼저 시장을 떠났다.  
 
이후 생보사들도 2011년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2012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 2013년 AIA생명, 2019년 DB생명, 2020년 신한생명(현 신한라이프), 2021년 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ABL생명 등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올해 판매를 중단한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ABL생명은 2018년 대비 2019년 손해율이 급등했다. 3곳의 2018년 실손보험 손해율은 각각 82.3%, 84.4%, 62.7%였지만 2019년 95.7%, 100.3%, 84.3%로 증가했다.  
 
내부적으로 치솟는 손해율을 두고 고민하던 중 결국 올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단, 이 회사들의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4세대 실손 전환은 가능하다.  
 

“실손 판매 못 놓는다” 이유는?

실손보험 신규 판매를 유지 중인 남은 생보사 5곳은 내년에도 판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들 생보사들의 브랜드력을 감안하면 실손보험 판매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한화, 교보 같은 대형사는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을 취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대형사들의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눈감아주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대형사들도 현재로서는 실손보험 중단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NH농협생명은 전국 농협지점에서 주로 중·고령층을 대상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주 고객층에 대한 금융서비스 차원에서 실손보험 판매를 놓기 어렵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실손보험 판매는 고객들에게 일종의 복지 차원인 부분이 있다”며 "위험율을 잘 관리하면서 상품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흥국생명 역시 실손보험 판매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취급하는 상품건수가 많지 않아 손해율 관리가 비교적 잘된 편”이라며 “영업채널에서 실손보험 판매를 원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5곳 생보사 모두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 아래를 유지 중이다. 대부분 손해율이 100%를 넘어선 손보사들에 비해 여유가 있다. 2019년 대비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삼성생명이 86.1→84.6%로, NH농협생명은 100.1%→94.2%로, 흥국생명은 86%→85.3%로 줄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손해율이 증가했지만 상승폭이 크지 않다. 2019년 대비 지난해 손해율은 한화생명이 84.4%→85.4%로, 교보생명은 90.7%→90.9%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생보사들이 가입 나이를 낮추고 가입 문턱을 다소 높이는 등 개선 절차를 시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현재 개인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3900만명 수준으로 이중 계약건 80%는 손보사 점유다.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유지 계약건수가 적어, 손보사보다 적자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설계사로 대표되는 대면 영업채널 때문에 실손보험 판매를 놓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실손보험은 영업 현장에서 미끼상품으로 많이 활용된다. 실손보험 문의가 많다보니 설계사들이 이를 활용해 다른 건강, 종신보험 판매를 권유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장 실손보험 판매를 놓으면 영업채널에서 강한 항의가 들어올 것”이라며 “실손보험 판매 자체의 수입은 크지 않지만 다른 이점이 있어 판매를 놓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업계는 최근 금융당국에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율을 평균 20% 올려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당국은 15% 수준으로 조정하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상률을 적용해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산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율은 15% 이하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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