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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만들기, 패션쇼 참여…‘메타버스’ 탑승에 꽂힌 유통업계

[다시 뛰는 유통업계①]
편의점을 비롯해 커피·패션 브랜드도 잇달아 선봬
게임 기능 추가해 이용자의 적극적인 체험 유인
현실과 연계된 커머스 기능은 아직까지는 구현 못해

 
 
기자가 배스킨라빈스 메타버스 '배라 팩토리'를 방문했다. [사진 화면캡처]
 
# “아이스크림 케이크, 만들어 볼까?” 두꺼운 옷을 챙겨 입고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만들어지는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기기 앞에 서있는 점원에게 케이크 만들기를 시작한다고 알리자, 3분여 시간의 타이머가 시작된다. 시간 내에 아이스크림 케이크 재료를 찾아와야 하기 때문에 재료가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발견한 재료들을 제조기에 넣고 케이크를 완성한다. 게임을 하듯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실제 아이스크림 케이크 매장이 아닌, 베스킨라빈스가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으로 꾸민 ‘배라 팩토리’이다. 이곳을 찾은 캐릭터들은 가상세계 곳곳을 누비며 이벤트에 참여하고 사진 촬영을 하며 브랜드 메타버스 세계관을 경험한다.  
 
유통업계가 앞다퉈 메타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메타버스 ‘배라 팩토리’를 선보인 배스킨라빈스는 물론이고 편의점, 커피전문점, 패션 브랜드 등에서도 자사 브랜드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을 구축하고 있다. 
 
메타버스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는 CU가 꼽힌다. CU는 지난해 8월부터 일찌감치 가상세계 편의점 ‘CU제페토한강공원점’을 선보이고, 이어서 9월에는 ‘CU제페토교실매점’, 11월에는 ‘CU제페토지하철역점’을 연달아 여는 등 메타버스 세계관을 소개했다. 이에 질세라 편의점 GS25도 지난해 12월에 메타버스 매장 ‘GS25 맛있성 삼김이 왕자’를 내놨다.  
 
이디야커피와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등도 가상세계를 선보였다. 이디야커피코리아는 지난해 12월에 ‘이디야 포시즌카페점’을 오픈하고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메타버스 맵 ‘산타광장’을 통해 가상커피를 소개했다. 패션 브랜드로는 MCM이 ‘MCM 큐빅맵’이라는 가상세계를 만들었다.  
 
기자가 '이디야 포시즌카페'를 찾아 셀카를 찍은 모습. [사진 화면캡처]

게임 요소 더한 10대 소비자층의 놀이터  

기자가 MCM 디스코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 화면캡처]
 
바야흐로 ‘브랜드 메타버스’ 시대인 것이다. 브랜드들이 메타버스 세계를 출시하는 가장 큰 목적은 ‘10대 소비층’ 사로 잡기다. 메타버스를 통한 직접적인 매출 소득은 없지만, 메타버스 세계를 즐기는 10대들에게 친근한 브랜드로 다가갈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한다.  
 
10대들이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일명 ‘가상세계 놀이터’를 제공하는 셈이다. 실제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브랜드 메타버스 세계에는 게임적 요소가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초창기 메타버스는 단순 가상으로 꾸며진 매장 등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 등장한 메타버스에는 이용자가 아바타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와 챌린지 등을 제안한다.  
 
가령 MCM은 ‘MCM큐빅맵’에 가상 캐릭터가 점프를 하면서 계단을 오르는 점핑 규빅 게임존을 설치하고 GS25는 ‘GS25 맛있성 삼김이 왕자’에 천장까지 점프할 수 있는 대형 식빵을 놓고, 배스킨라빈드는 ‘배라 팩토리’에서 이용자가 정해진 시간 내에 식재료를 찾고 기기에 넣어 아스크림 케이크를 제조할 수 있는 게임적 상황을 추가했다.  
 
‘CU제페토교실매점’의 셀프계산대 모습. [사진 화면캡처]

현실과 단절, 커머스 기능 빠진 메타버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수준의 메타버스를 ‘빈 껍데기 뿐인 세계’라고 분석한다. 아직 커머스 기능이 구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아바타 패션 물품을 가상으로 살 순 있어도 현실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커머스 기능은 없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가상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실제 편의점 상품이 집으로 배달되는 등의 기능이 더해져야 한다”며 “현재 브랜드들이 진행하는 메타버스는 10대들의 소셜 만남 배경 외에는 아무런 기능이 없기 때문에 그저 브랜드 노출을 위한 마케팅 전략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현재의 브랜드 메타버스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욱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10대들을 제외한 타 연령층 소비자가 메타버스에 대한 니즈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재의 메타버스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자극이면 다른 소비자층도 찾을 텐데, 사실 세컨드라이프 등 수년 전부터 있었던 기술이라 대중에게 새로운 기술도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브랜드가 선보이는 메타버스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460억 달러 수준이었고, 2025년에는 2800억 달러로 껑충 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흐름에 유통업계는 메타버스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유통업계 메타버스에 커머스 기능까지 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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