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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반도체 전쟁 중…한국은 패권 유지할 수 있을까?

[2022 경제대예측 - 한국 경제 향방②] yes 7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을 방문해 반도체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2021년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과 ‘반도체 겨울’이 도래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뒤섞인 해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도체는 수출 ‘대들보’ 역할을 했다. 2021년 11월까지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1153억 달러로 집계됐다. 1년 새 28.5% 늘었고, 역대 최대 수출액인 2018년(1267억 달러)에 근접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관심과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반도체 공급망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별 패권전쟁이 본격화했고 기업들은 앞다퉈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2022년에도 ‘반도체 강국’ 타이틀을 이어갈 수 있을까.  
 
2022년 세계 경제가 회복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022년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 경제활동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경제가 회복하면 반도체·석유화학 등 제조업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사이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메타버스·자율주행 뜨면 반도체도 뜬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 서비스가 성장궤도에 오르면 반도체 수요처 역시 확대된다. 수요산업에 대한 전망이 좋아서, 반도체는 2022년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 전반으로 번진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2023년까지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수요는 많아지는데 생산기업들의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삼성전자, TSMC(대만 반도체 제조사) 등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가 앞다퉈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지만, 수요처가 다변화하고 반도체 주원료인 웨이퍼 품귀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품귀 현상은 2~3년 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반도체 품귀현상이 이어지면 ‘반도체 제조’의 키를 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공급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2021년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왕좌’를 탈환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2021년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6%로 인텔(13%)을 3%포인트 앞질렀다.
 
그레그 애봇(왼쪽) 미국 텍사스 주지사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1년 11월 23일(현지시간) 주지사 관저에서 반도체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사진 그레그 애봇 주지사 트위터]
 
메모리반도체로 1위를 탈환한 삼성전자는 2022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향해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확정하면서 한국(경기 용인·화성·평택)과 미국(텍사스주 오스틴·테일러)을 잇는 시스템 반도체 벨트를 구축했다. 20조원에 달하는 신규 파운드리 투자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경제안보’로 내세우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체제에서 삼성전자의 미국 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파운드리 공장은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양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키워 시장 1위인 TSMC 추격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1년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4%로 2위지만 1위 TSMC(58%)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양사의 파운드리가 모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TSMC 역시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파운드리 확대’로 시스템반도체 속도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등 고객사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최근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과 GM, 포드 등 완성차 기업들이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면서 이들의 생산을 맡을 파운드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 퀄컴 등 반도체 설계 분야 최강자들이 군림하고 있어 팹리스사들의 수주 역시 파운드리로 몰릴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미국 신규 공장에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미만 최첨단 파운드리 라인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의 3㎚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생산능력 확대와 초미세공정 기술력 우위를 선점해 TSMC를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역시 2021년 ‘폭풍 성장’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1년 3분기 점유율은 7%로 전 분기(6.2%) 대비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전년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48% 늘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시장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회사 측은 2021년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앞으로도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0월 17년 전 매각했던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키파운드리를 다시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8인치 파운드리는 반도체 주원료인 웨이퍼의 크기가 200㎜라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8인치’에 집중하는 이유는 차량용반도체 수급난으로 8인치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이 8인치 웨이퍼 기반 칩이다.  
 
하지만 경쟁력을 잃어가던 8인치 웨이퍼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응용수요처가 다양해지면서 수요처의 요구에 따른 다품종 소량생산은 파운드리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파운드리 시장은 이미 TSMC와 삼성전자라는 절대강자들이 양분하고 있다. 이 두 기업에 비해 파운드리 역량이 부족했던 SK하이닉스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8인치 집중’ 전략을 꺼낸 것이다.
 
두 기업의 캐시카우인 메모리반도체 가격 역시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2021년 10월 급격하게 하락했던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우려보다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격은 하락해도 수요 시장이 견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에는 타격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요 시장 회복이 빨라지자, 증권가에서는 정보기술(IT)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는 2022년 2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메모리와 메모리반도체는 스마트폰·서버·PC 등과 일반적으로 실적, 주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2021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이슈 및 세트 교체 수요 단기 종료 등의 영향으로 PC 및 모바일 판매가 부진하고, 서버업체의 보유 재고는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2분기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 내년 메모리반도체 수요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자립’ 위한 국가별 패권 전쟁 본격화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21세기 석유’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별 패권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차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2015년부터 자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생산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파격 지원을 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필수 요소인 반도체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장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가능해서다. 미국 하원 승인을 앞둔 ‘반도체생산촉진법(CHIPsforAmericaAct)’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투자액의 40%를 세액 공제로 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역시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경제안보’로 인식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반도체는 미·중 공급망 경쟁의 핵심이다. 중국은 칭화유니, SMIC, 화웨이 등을 통한 ‘반도체 굴기’를 꿈꾸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ASML,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 글로벌 최상위권 반도체 장비기업이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텔의 중국 공장 증설을 막기도 했다. 인텔이 반도체 공급 부족 심화에 따라 중국 청두 공장에서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생산을 늘리려 했으나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백악관은 아예 반도체 기업의 해외투자 심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 나섰다. 최근 10㎚ 이하 초미세공정을 이용한 반도체 공장을 유럽 내에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인텔, TSMC 등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의 생산기지를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과 세제혜택을 내걸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반도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약 6000억 엔(약 6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중 4000억 엔(약 4조원)은 TSMC의 구마모토현 신규 공장 건설에 지원하고 나머지 2000억 엔(약 2조원)은 마이크론과 키옥시아의 공장 증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반도체 시설투자가 ‘국가전’으로 번지면서 한국의 입장이 애매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추가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없으면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지고, 중국을 포기하면 가장 큰 시장을 잃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 수입된 반도체 장비 중 일본산 비중이 39.3%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산이 21.9%로 2위를 기록했다. 2020년 국내 반도체 소재 수입 국가는 일본(38.5%)이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중국(20.5%), 미국(11.3%) 순이었다.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2020년 기준 수입량의 93.8%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들인 국가는 중국이었다. 2020년 한국 반도체 수출액의 43.2%(약 412억 달러)는 중국이 차지했으며 홍콩은 18.3%(약 174억 달러)를 차지해 이들 중화권 국가가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61.5%에 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을 벗어난 반도체 공급망 ‘리밸런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중국과의 연계성이 매우 높아 미국의 대중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생산공정의 대중국 의존도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핵심기술의 보안 및 보호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공급망에 있어서 취약 분야는 미국·일본·유럽 등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여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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