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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 박스권에 갇혀도 오를 종목은? 2차전지‧친환경株 [이종우 증시 맥짚기]

유동성 줄고 기준금리 올라 주가 끌어올릴 동력 사라져
당분간 코스피 3000 넘기 어려울 듯…중소형 투자 필요

 
 
지난해 2차 전지 소재 부품주들의 주가가 하락한만큼 박스권 장세에서도 오를 수 있는 종목 중에 하나다. [중앙포토]
 
오는 3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동성 공급을 끝낸다. 3월에 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67%까지 올라갔고, 연준이 시장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내놓은 경우가 없다는 걸 감안하면 석 달 내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긴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미국의 2년물 금리가 0.87%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8월 해당 금리가 0.17%였으니까 6개월 사이에 5.1배가 된 것이다. 그 영향으로 장기금리인 10년물 금리도 전고점과 비슷한 1.7%가 됐다. 지난 5년간 미국 금리는 단기든 장기든 한쪽만 움직여왔다. 
 
지난해 초에는 장기금리가 오르는 동안 단기 금리는 조용했고, 하반기에는 반대로 단기금리가 오르는 동안 장기 금리가 하락했다. 금리가 이렇게 된 건 장단기 금리를 움직이는 요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의 정책에 따라 변하지만 장기 금리는 경제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 
 

美 기준금리 인상 가까워지면서 장·단기 채권 가격 상승 

지난해 초는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기 때문에 단기금리가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장기금리는 성장률이 높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어서 오를 수 있었다. 지금은 단기금리와 장기금리가 동시에 오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까워지면서 단기금리가 상승하자, 그 힘이 다시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린 것이다. 금리 인상이 수차례 이루어져 금리의 영향력이 약해질 때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5년 이후 6년간 미국의 기준금리가 0.5%일 때 국채 10년물 금리는 평균 1.82%였다. 2년물 금리는 0.82% 정도였다. 현재 미국의 시중금리는 연준이 금리를 한번 올리는 것까지 반영한 상태로 볼 수 있다. 기준금리가 1.0%와 2.0%일 때 10년물은 2.31%와 2.57%였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금리를 세 번 올려 1%로 만들고, 내년에는 2%까지 끌어올릴 거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여섯 번 이상 계속되기 때문에 시장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3월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고 난 뒤 국채 10년물 금리가 잠시 하락했다. 연말에 2%를 넘어갈 텐데, 주식시장은 금리가 전고점을 넘을 때 그리고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뀔 때 등 변곡점마다 요동칠 것이다.  
 
금리 인상이 끝이 아니다.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유동성 축소 방안을 논의했다. 시점을 처음 금리 인상에서 머지않은 때로 못 박았다. 이 언급대로라면 3월에 테이퍼링이 끝남과 동시에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고, 빠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에 유동성을 줄이는 작업이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연준은 금융위기 때 인하했던 금리를 2015년 12월에 처음 올렸다. 이후 2017년 3월 세 번째 금리 인상이 있고 난 뒤 유동성 축소 논의가 시작됐고, 2017년 9월 네 번째 금리인상 후 유동성 흡수가 공식화됐다. 처음 금리를 올리고 1년 9개월 후에 유동성 축소가 시작된 것이다. 이번은 예상대로라면 첫 번째 금리인상 이후 3~6개월 후에 유동성 축소가 시작된다. 긴축으로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다.  
 
시장은 연준이 상황이 좋을 때 아무 일도 안 하다가 벼랑 끝에 몰려서 정책을 급선회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계속 바뀌고 있다. 12월 FOMC회의에서 올해 3월에 테이퍼링을 끝내고 연간 3번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주식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책이 바뀌는 시점에 영향력이 가장 크게 나오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정책 변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란 돌발 변수에 가려진 영향이 있지만, 그보다는 오랜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져 외부 악재를 눌러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유동성 공급과 낮은 금리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계속되고 긴축 강화는 이 동력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주가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코스피 2900~3000에서 머물 가능성 커 

다행히 우리는 미국보다 사정이 양호하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두 번 올렸고, 그 영향으로 이미 3년물 금리가 2.0%, 10년물이 2.4%가 됐기 때문이다. 두 금리의 이전 고점이 2.1%와 2.5%였음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우리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두세 번 더 인상한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숫자다.  
 
국내 금리 상승보다 더 걱정되는 건 해외 시장이다. 미국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그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하락할 경우 코스피도 하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해에 이미 우리 시장은 한계를 드러냈다.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고점에서 10% 넘게 떨어졌는데, 우리 시장 내부의 악재가 많아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상태에서 주요국 시장이 떨어질 경우 우리 시장도 안전할 수 없다.  
 
코스피가 3000을 넘기 힘들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당장 2900 밑으로 내려가기도 힘드니까 당분간 주식시장은 100포인트 내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주가가 오랜 시간 이렇게 좁은 공간에 있을 순 없어 조만간 위든 아래든 박스권을 넓히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다. 현재로써는 아래쪽이 될 확률이 높다.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경제지표가 계속 나오는 상태에서 긴축이 강화되면 경제 지표가 더 나빠지게 된다. 주가라도 낮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지금은 국내외 모두 주가가 대단히 높은 상태다.  
 
가격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중순 주가가 크게 오르자 반도체 경기 확장에 대한 기대가 덩달아 높아졌다. 주가는 기대와 달리 2주 동안 5% 가까이 떨어졌다. 4분기에 삼성전자가 76조원의 매출과 13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같은 시간 LG화학, 포스코 등은 물적 분할 이슈로 떨어졌던 주식은 15% 넘게 올랐다. 주가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반도체는 이미 주가가 올랐지만, 2차 전지는 가격이 크게 떨어져 가격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스피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비슷한 패턴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 주식도 동일한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 2차 전지를 끝으로 대형주는 대부분 주가가 한 번씩 올랐다. 그 사이 다시 주가가 내려오기도 했지만, 다시 상승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소형주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 2차 전지 소재 부품주를 비롯해 친환경 관련주 등 기존에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테마가 다시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코스피를 움직이지 않을 때도 오를 수 있는 종목들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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