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적분할…세아베스틸 지주회사 전환
경영 효율‧기업 가치 재평가 명분에도 주가 폭락
추가 상장 고려 없다지만…“정관 명시 안 해”
세아베스틸이 물적분할(분할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모회사가 소유하는 분할 방식)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투자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세아베스틸지주 산하에 특수강 제조 등을 영위하는 세아베스틸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세아베스틸 측은 지주회사 전환 배경에 대해 경영 효율성 제고, 기업 가치 재평가 등을 언급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다. 이날 세아베스틸 주가는 13% 이상 폭락했다.
세아베스틸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배경으로 각 사업별 전문성 강화 등 경영 효율성 제고를 비롯해 신성장 동력 발굴, 이사회 중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등을 꼽았다. 기존 세아베스틸 산하에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 등 10개의 자‧손자회사가 있었는데, 지주회사 출범을 통해 이들 자‧손자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구조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세아베스틸지주 산하에 분할 신설 법인을 포함해 11개의 자회사를 두고, 이를 통해 각 사업별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주회사가 신성장 동력인 전기자동차 부품 산업, 수소 생태계, 항공우주 산업 등에 활용되는 소재 개발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분할 신설 법인인 세아베스틸은 전기차 차체나 구동계 부품 등에 적용되는 고강도 경량화 특수강 소재를, 세아창원특수강은 수소 생태계 구축 등에 필요한 내압성, 내열성이 우수한 스테인리스 소재를 각각 개발한다. 또 세아항공방산소재는 내구성, 내열성, 경량화 특징을 지닌 알루미늄 소재 개발을 통해 항공우주 산업 수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자회사 상장 고려하지 않는다는데...
세아베스틸 측은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주력 자회사에 대한 추가 상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물적분할 이후 주력 자회사의 상장으로 인한 기존 주주 가치 희석 사례 등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자회사 상장을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지는 않았다. 오히려 포스코처럼 자회사 비상장을 유지하기 위한 정관 변경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철강회사 물적분할을 추진 중인 포스코는 분할 신설 법인 정관에 상장 관련 조항을 담지 않기로 했다. 또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해야만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결의는 주총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두고 철강업계에선 “세아베스틸지주가 자회사 가운데 미래 성장성이 높은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평가가 많다. 더욱이 세아베스틸이 신성장 동력과 관련해 신소재 개발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아베스틸이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자회사를 상장해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밝힌 소재 개발 계획만 놓고 보면, 대규모 자금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포스코가 만약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수소나 리튬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상장한다면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하겠지만, 세아베스틸의 자회사 상장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재계와 철강업계 안팎에선 “세아베스틸의 지주회사 전환 추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세아그룹은 이른바 양대 지주회사 체제를 통한 사촌 경영을 이어오면서 지배 구조나 승계 문제에 관한 잡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수강 중심의 지주회사 세아홀딩스와 강관 중심의 지주회사 세아제강지주 등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오너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이 사실상 세아그룹 전반을 이끌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 세아홀딩스 자회사인 세아베스틸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온 세아그룹 계열 분리가 임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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