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탓에 그룹 해체까지…과거 사례로 본 HDC현산 처벌 수위는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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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탓에 그룹 해체까지…과거 사례로 본 HDC현산 처벌 수위는

[HDC현산 앞날은②] 건산법 상 6개월 영업정지 가능성
최악의 ‘오너 수감’은 피하지만, 브랜드 훼손 뼈아파
‘괘씸죄’ 피하려면 진정성 있는 보상책 나와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현재 운영하는 모든 법규, 규정 상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광주 주상복합 아파트(화정 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20일 현재 건설업계에선 2021년 시공능력평가 9위, 임직원 1000여명에 달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등록 말소를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룹 해체 수순을 밟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동아건설산업 시공),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삼풍건설산업 시공) 수준과 비견되는 처벌수위로 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1군 건설사가 존폐 위기에 처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비교 힘들어…처벌 ‘딜레마’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모습 [중앙포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 모습 [중앙포토]

일반적으로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1990년대 2건의 붕괴사고(삼풍백화점·성수대교)를 이번 광주 사고와 비교할 수 없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인명피해 규모나 과실 정도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사고는 이준 삼풍그룹 회장이 징역 7년 6개월 형을 받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백화점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고객까지 총 502명이 사망 한데다 붕괴 전 건물 내 싱크홀(Sinkhole·땅꺼짐 현상)이 발생하는 등 전조현상이 있었음에도 영업을 강행했다는 점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 회장은 붕괴 직전 일부 회사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계속 영업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피할 수 없었다.  
 
대법원 판례와 현행법(형법 제268조 등) 상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당시 사고와 부실시공에 대해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으로선 최악의 사태인 ‘총수 수감’을 면할 수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당시 시공사인 동아건설이 전문건설업 면허를 취소당했던 사례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에 따르면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하여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公衆)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건설업등록 말소 및 1년 이하의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해당 조항에선 ‘공중의 위험’을 발생시켰는지가 관건인데,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사상자 49명이 다리를 건너던 민간인이었다. 동아건설은 건설교통부의 면허 취소조치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으나 결국 2003년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이 “면허취소는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광주사고는 ‘공중의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애매한 상황이다. 성수대교 붕괴 당시와 달리 광주 아이파크 사상자들은 현장에서 공사하던 근로자에 국한된다. 건설산업기본법상만 놓고 본다면 건설업등록 말소와 1년 이하의 영업정지가 내려지기 힘들다.
 
이 외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미 수주했거나 공사 중인 현장의 시공이 진행돼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건설업등록 말소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본보기’될 위험 커, 손실 크더라도 진정성 있는 조치 필요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중앙포토]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중앙포토]

 
그럼에도 정부 입장에서 통상적인 제재에 그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같은 지역 내에서 연달아 두 번째 인사(人死) 사고를 냈다. 게다가 그동안 유사한 사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는 여론이 더해져 HDC현대산업개발이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안전·중대재해에 대한 사회인식 또한 1990년대와 크게 달라졌다.  
 
이에 따라 사고와 직접 관련 있는 화정 아이파크 현장소장 또는 현장 관계자들이 대거 금고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입증되면 형법 제26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내에서 형량이 정해진다. 업무상 과실치사는 일반적인 과실치사(2년 이하의 금고, 700만원 이하 벌금)에 비해 형량이 무겁다. 여기에 불법 하도급 등 추가 혐의가 있으면 형량이 늘 수 있다.    
 
이밖에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등 관련 법조항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택시공 도급사업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HDC현대산업개발에게 브랜드 가치 훼손이라는 결과는 뼈아프다. 오희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최대 영업정지 1년까지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여론이 악화한 상태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영업행위를 할 수 있겠나”라면서 “당분간 주택사업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이 진정성 있는 보상조치 등 적극적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풍그룹은 삼풍백화점 피해자들에게 총 3300억원 가량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으로 준비한 자금이 있는 만큼 수천억원 손실이 난다고 해서 현대산업개발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피해자 보상 및 분양 환불 등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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