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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니어링, 결국 '상장 연기'…"꼬여버린 계획"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 철회신고서 제출
그룹 지배 개편·신사업 계획 차질 불가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앞서 실시한 국내외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을 끌어내지 못해서다.
 
이에 따른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그룹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자체적으로 추진하려던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 분야 신사업 계획도 수정해야 한다.
 

수요예측 부진…증시·건설주 투심 악화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 등의 동의 하에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현대엔지니어링은 다음달 3~4일 일반청약을 받고 15일 코스피에 입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26일까지 이틀간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50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 경쟁률 2023대 1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모를 계속 진행했을 경우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예상 범위(밴드)인 5만7900~7만5700원의 하단인 5만7900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공모가가 하단으로 결정되면 공모 규모는 9264억원으로 상단 기준 1조2112억원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다. 상장 후 시가총액도 4조6293억원으로 상단(6조525억원)보다 2조원가량 낮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기업공개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LG에너지솔루션을 이을 대어로 꼽혔다. 상장 절차를 시작할 때부터 건설 대장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급락한 데다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여파 등으로 건설업종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발목을 잡혔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시중 자금을 대거 빨아들인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총 1600만주 가운데 75%가량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기존 주주가 처분하는 물량이다. IPO를 통해 유입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회사의 신사업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주들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상장이 기업가치 상승보다는 정의선 회장의 승계를 위한 실탄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지속해서 나왔다. 하지만 상장 철회로 이런 지배구조 개편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상장 통한 자금 없이 신사업 확대 가능할까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사업 확대 계획 차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예상한 금액은 3000억원 수준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 분야의 6가지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초소형원자로 ▷자체 전력 생산사업 ▷CO2 자원화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사업 등이다.

 
물론 현대엔지니어링은 현금 보유액이 1조 8000억원가량으로 충분하다. 이번 상장과는 별개로 신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 분야 신사업은 건설업 불확실성 해소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계획됐던 사업”이라며“이번 IPO 철회와는 상관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추후 상장 재추진도 검토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 전반에 대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회사의 적절한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시장 상황 추이를 보고 재추진 일정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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