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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 명가' 쿠쿠 직원 자살…'팀내 괴롭힘' 논란 일파만파

쿠쿠 직원, 경기도 시흥시 사택서 목숨 끊어
쿠쿠 측 “진상조사위원회 열고 사실 확인 중”

 
 
가전제품 기업 쿠쿠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은 쿠쿠 해운대점 전경. [사진 쿠쿠전자]
 
가전제품 기업 쿠쿠가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일 쿠쿠홈시스(옛 쿠쿠전자) 중앙기술연구소에 근무하는 직원이 경기도 시흥시 사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동료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쿠쿠 제보합니다. 고인이 된 동료직원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측을 비난하는 댓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8일 [이코노미스트]와 통화한 쿠쿠홈시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사내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 A씨는 “고인은 8년 간 함께 근무한 동료였다”며 “평소 상사로부터 모멸감을 느끼는 언행을 겪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고인은 타 팀원 대비 과도한 업무 지적은 기본이고 말투까지 지적 받으면서 면박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또 “특히 상사는 여러 팀원들이 있는 곳에서 큰 소리로 지적했다”며 “고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고인을 괴롭히던 직원들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출근하고 근무하는 모습을 보며 제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 B씨는 “고인은 온화한 성품으로 평소 후배들이 많이 따르던 선배였다”며 “개성공단 운영 당시에 자진해서 개성공단 근무를 수년간 할 정도로 희생정신이 있으셨던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B씨는 또 “영업지원팀, 해외영업팀, 상품개발팀 등 쿠쿠의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신 분인데 최근에는 상사로부터 인신공격을 지속해서 심하게 당하면서 불면증을 비롯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쿠쿠 직원이 사택에서 숨진 사건에 대해 비난의 글을 올린 블라인드 쿠쿠 회사 라운지 화면. [사진 제보자 제공]

“사측이 알고도 방관”…중대재해처벌법에도 적용되는 ‘산재’

고인이 마지막으로 근무하던 상품개발팀 내에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글은 이미 2년 전부터 올라왔다. [사진 제보자 제공]
 
제보자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부분은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지만 사측에서 방관했다’는 것이다. 고인의 마지막 근무 팀의 괴롭힘은 지난 2020년부터 내부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팀이다. 제보자는 블라인드에서 쿠쿠 임직원만 볼 수 있는 회사라운지 글을 공개했다. 2년 전부터 ‘0000팀의 사람들이 불쌍하다’ ‘0000팀 사람들이 계속해서 우르르 나가는데 그 이유를 사장만 모른다’는 등 비난의 글이 여럿 올라왔다.  
 
제보자 B씨는 “중학생 자녀가 있는 고인은 마지막까지 괴로워하며 근무했지만 회사에서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지금도 회사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서로 감추려고만 하고 있어서 더욱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쿠쿠전자의 이 사건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될 지 주목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직장 내 괴롭힘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범죄다.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일어난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업재해로 인정받는다.  
 
고용노동부 해설서에 따르면 ‘우울증과 직장 내 괴롭힘이 업무에 관계되는 유해, 위험요인이거나 작업이나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경우라면 산재가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쿠쿠 측 “재발 방지방안 수립해 나갈 것”…직원소통 채널 확대 방침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날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내건 글귀. [중앙포토]
 
쿠쿠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재발 방지방안을 함께 수립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질적인 직원 소통 채널을 신설 및 확대하고 외부 노사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쿠쿠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 통화에서 “고인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있는 걸 알고 있다”며 “지난 7일부터 내부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황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여기고 있고, 정확한 파악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 내부 인력뿐 아니라 외부 전문인력까지 투입한 상황”이라며 “긴급회의를 거쳐 최대한 고인의 억울한 부분을 풀 것”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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