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자장면값, 기억하나요”…2000 vs 2022 물가 비교해보니
[물가 쇼크②] 22년 전 가격과 비교해 보니 물가는 몇 곱절
자장면 2742→5769원, 설렁탕은 4217→9000원
지역마다 인상폭 달라 가격 차이 두드러지는 것 눈길
물가 상승세가 매섭다. 연초부터 ‘가격이 올랐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로 지난해 동기 대비 3.6% 올랐다.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인데, 이는 201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10년 만에 가장 긴 물가 상승인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단순 숫자가 아닌, 생활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는 냉혹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생활 속 물가 상승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서 한국물가정보와 함께 주요 외식품목, 교통비, 공공요금 등에 대해 2000년도 평균 가격과 2022년도 현재 가격을 알아봤다.
2000년엔…자장면 2742원, 시내버스 500원
대표 주류 상품인 소주와 맥주도 오름세가 뚜렷했다. 2000년에는 소주를 1000원 이하로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1280원이 필요하다. 병맥주는 2000년 1270원에서 현재 1410원 정도로 소폭 올랐다.
교통비는 전철, 시내버스, 택시 등 모든 비용이 2배 이상 넘게 올랐다. 택시비는 2000년 1300원에서 올해는 3800원 수준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전철은 500원에서 현재는 1250원으로 뛰었고, 시내버스 역시 500원에서 1282원으로 올랐다.
공공요금인 전기요금도 주택용 100㎾h 이하 사용 기준으로 2000년 390원에서 2020년에 910원으로 껑충 올랐다. 전기요금은 2000년대부터 2015년까지 20원가량 오르는 등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지만, 2020년대 들어와 900원대로 2배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매해 지속해서 물가가 올랐지만 2020년을 기점으로 전체 생활물가 상승폭이 커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물류대란이 발생했고,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 대응의 일환으로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낮추어 1년 넘게 유지한 것도 물가 인상을 부추겼다.
지난해 8월부터는 기준금리를 연 0.75%로 상승하고 올해 1월 1.25%까지 올렸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4일에 올해 기준금리 연 1.25%로 동결할 것을 알렸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과)는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예금, 적금에 넣는 비용이 적어지고 반면 시중에 도는 현금이 많아지면서 물가가 오르게 된다”며 “코로나19가 초래한 물류 문제, 금리 저하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합쳐져 물가 상승이 더욱 가파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빔밥 비싼 전북·삼겹살 최고가 제주…지역마다 달라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물가 상승세는 같지만 지역마다 인상폭이 달라 가격 차별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서비스가격정보를 통해 지역별 외식비 가격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비빔밥 경우엔 전라북도가 9350원으로 가장 비쌌다. 가장 가격이 낮은 경상남도 7577원보다 2000원 가까이 비쌌다.
삼겹살이 가장 비싼 곳은 제주였다. 삼겹살 100~250g 정도에 제주는 1만525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울산은 같은 기준으로 가격이 8800원으로 7000원가량 더 저렴했다. 비빔밥이 전주의 대표 음식으로 꼽히고, 흑돼지구이가 제주의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등 각 지역에서 수요가 많은 외식품목이 가격이 비교적 높았다.
공공요금 중 택시비 기본요금은 경상남도가 3906원으로 가장 높고, 대부분의 지역이 3000원대였다. 단 세종시만 유일하게 기본요금이 2000원대(2800원)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지역마다 원자재 조달 환경이 다르고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가격 차별’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영화관 아침 시간에 조조할인이 있고 놀이공원에 어린이 할인이 있는 것처럼 연령, 시간 등 조건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 러시아 침공…물가에 영향
물가 상승세는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더불어 지난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면서,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주요 석유 수출국으로, 러시아 침공 후 유가 배럴 가격이 급등해 석유 70%가량을 수입해야 하는 국내 사업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곡물, 자재, 원유 등 다방면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 국제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과 작업량 감소로 인해 고물가 상황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정부도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전기,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동결 검토부터 외식가격 공표제 시행까지 각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결과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후 정책 방향에 따라 다시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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