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편인가 中편일까’ 尹 쿼드 가입 속도전에 反中 우려 시선
윤석열, 쿼드 4개국 정상과 통화 완료
외교부 “쿼드 국가와 협력 계속 모색”
중국, 윤석열의 쿼드·사드 발언에 주목
쿼드 가입 모색을 공약으로 언급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10일도 안 돼 쿼드(Quad) 4개국 정상 모두와 통화를 했다. 이에 차기 윤석열 정부의 쿼드 가입과 이를 둘러싼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는 우려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달 9일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당선된 뒤 해외 주요국가의 수장과의 통화로 ‘전화외교’에 나서고 있다. 윤 당선인이 해외 정상과 통화한 것은 이달 10일 미국(조 바이든 대통령), 11일 일본(기시다 후미오 총리), 14일 영국(보리스 존슨 총리), 16일 호주(스콧 모리슨 총리)에 이어 17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까지 다섯 번이다.
이들 5개국 가운데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은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를 구성하고 있다. 쿼드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협의체다.
쿼드 4개국은 지난해 9월 첫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기후변화 대응, 공급망, 기술 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공약에서 쿼드 가입 추진 의사 밝혔던 尹
외교부는 쿼드 참여 문제에 대해 “이미 쿼드 참여국들과 다양한 협력을 추진해 오고 있다”며 “향후 어떻게 더 협력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앞으로 계속 살펴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쿼드에 대해 외교부는 어떤 참여방식을 검토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 등의 원칙에 부합하고, 우리 국익과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어떠한 협의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쿼드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2020년 8월 31일 조직은 공식 국제기구로 만들고,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더해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의도를 내비치며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도 쿼드 국가들과 사안별 협력은 모색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쿼드 산하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워킹그룹에 본격 참여해 기능적 협력을 해나가면서 추후 정식 가입을 모색하는 점진적 접근을 추구할 것”이라며 현 정부보다 쿼드 가입에 적극적인 공약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최근 쿼드 4개국 정상과의 통화가 축하 인사의 성격이며, 쿼드 가입과 연결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쿼드 가입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해 가입의 여지를 남겼다.
中 언론인 “윤석열 정권이 중·한 관계를 뒤집는 것은 미친 일”
윤 당선인은 쿼드 외에도 안보 면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를 공약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밝힌 사드와 관련한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없음, 미국 MD·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사드는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다. 2016년 당시 박근혜 정부가 주한미군에 사드를 도입하자 중국은 한국과의 당국 간 대화 채널 축소와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제한과 같은 고강도 보복을 단행했다.
최근 수년 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양국은 한국을 자국 편으로 끌어드리려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균형을 모색한 것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미국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간 전략경쟁이 심화할수록 윤 당선인이 공약했던 한미동맹 강화와 한중관계 발전의 병행은 어려워진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차기 정부에서 쿼드에 가입하고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면, 한중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 측이 언급했던 한미동맹 강화 조치는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에 동참하는 행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윤 당선인의 쿼드·사드 관련 발언에 주목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달 10일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의 대중 정책이 주목된다”며 윤 당선인이 쿼드와 더 많이 협력하길 원한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윤 당선인이 사드 확대 배치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던 내용도 보도했다.
또한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10일 위챗 계정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한국 새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경색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인은 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후 전 편집장은 중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관변 언론인으로 알려졌다.
후 전 편집장은 이어 한국이 사드 추가 배치와 쿼드의 중국 견제 협력에는 매우 신중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중한 관계를 뒤집는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미친 일이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분석도 내놨다.
지난해 수출액 기준으로 대중 수출 비중이 25.2%, 미국이 14.8%였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최근 5년간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중국의 수입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2012~2016년 9.8%에서 2017~2021년 8.8%로 1.0%포인트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아세안 6개국과 대만의 점유율은 각각 2.5%p와 0.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한국이 2013~2019년까지 7년 연속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했지만, 중국의 대만산 반도체 수입 증가와 아세안 6개국의 약진, 중국의 부품·소재 자급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2020~2021년에는 점유율이 2위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기술과 장비 수출을 제한한 뒤 대만산 반도체 수입이 증가하며 중국 수입 시장에서 대만의 점유율이 늘어났다.
또한 전경련은 한국의 대중 수출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한국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2∼2016년 8.8%에서 2017∼2021년 6.8%로 2.0%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아세안 6개국의 점유율은 2.8%p 높아졌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을 앞세워 부품·소재 자급화 정책을 추진하며,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대중 부품·소재 수출 금액도 직전 5년에 비해 6.6%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부품·소재의 중국 수입 시장 점유율 역시 16.9%에서 11.9%로 5.0%p 감소했다.
이 밖에 의약품을 화장품·유아식료품·플라스틱 제품 등 중국의 10대 소비재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이들 시장에서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2012~2016년 5.4%에서 2017~2021년 4.2%로 1.2%p 낮아졌다.
한국은 대중 수입 의존도도 심화하고 있다. 전경련이 한국·미국·일본 3개국의 주요품목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비교한 결과, 2020년 기준 부품소재를 포함한 중간재 대중 수입의존도가 한국이 3국 중 가장 높았다.
여기에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생 후 2020년까지 한국의 대중 수입의존도도 3개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이 상승했다. 또한 미국이 공급망 재구축에 나선 4대 품목(반도체·배터리·항생물질·희토류)의 경우에도 2020년 기준 한국의 대중 수입의존도가 4개 품목 모두 3국 중 가장 높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대중 수출이 줄어들어 한국의 전체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 미국과의 연대 약화가 대미 수출 감소로 이어져 한국의 수출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 차기 정부의 수장이 될 윤 당선인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셈이다.
쿼드 가입, IPEF 등 미국주도 무역질서 참여에는 기회
이 같은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언급했던 쿼드 가입과 사드 추가 배치를 추진하면, 미국 중심의 무역질서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중갈등이 고조하는 상황에서 해외 주요 국가는 자국의 안보 정책에 따라 무역 질서도 재편하고 있는데, 한국은 쿼드 가입 등으로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가입으로 국제 사회에서 무역 저변을 확대해왔다. 올해 2월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참여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올 상반기를 목표로 준비 중인 것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RCEP과 CPTPP에는 미국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역내 경제협력 구상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미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IPEF는 지난해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처음 언급했으며, 사실상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IPEF를 통해 ▶무역 촉진 ▶디지털 경제와 기술의 표준 ▶공급망 회복력 ▶탈탄소화와 청정에너지 ▶인프라 ▶노동 표준 등의 분야에서 역내 동맹·파트너 국가와 국제 표준을 도출하고 합의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의 IPEF 참여를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부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달 15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 통상전문기관인 국제통상협회(WITA)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화상 간담회에 참석해 “우리는 IPEF를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여긴다”며 “우리는 미국 리더십이 역내로 복귀한 것을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IPEF는 아직 참여국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지만, 미국 주도의 무역협정 참여는 미국과 그 동맹국에 대한 무역활성화를 모색할 기회로 풀이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달 11일 펴낸 ‘한미 FTA 10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양국 간 상품무역은 FTA 발효 전인 2011년 1008억 달러(약 122조원)에서 2021년 1691억 달러(약 205조원)로 67.8%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한미 FTA 체결 첫해인 2012년 585억달러에서 959억달러로 61.1% 늘어났고, 수입은 433억달러에서 732억달러로 69.0% 증가했다. 대미 무역수지는 매년 흑자를 유지했으며, 그 규모는 2012년 152억달러에서 지난해 227억달러로 불어났다.
상위 10대 수출 품목 중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모든 품목의 수출이 10년 동안 증가한 가운데 반도체(246.6%), 컴퓨터(259%), 냉장고(130.9%), 합성수지(244.9%), 건전지 및 축전지(634.6%) 등은 증가율이 세자릿수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출입이 모두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 회복세 속에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양국간 교역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양국간 무역 규모는 1691억 달러로 지난해 1316억달러와 비교해 28.5%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수출은 959억 달러로 전년 대비 29.4% 늘었으며 수입은 732억 달러로 27.3% 증가했다. 수입의 경우 금액과 증가율 모두 FTA 발효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자동차(8.9%), 자동차부품(25.8%), 반도체(21.4%), 컴퓨터(25.8%) 등 주력 품목이 성장세를 보였다. 석유제품(104.1%)도 증가세가 컸다.
이에 한국 제품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3.4%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수입은 국제 유가 상승에 원유가 55.8% 증가했으며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른 설비 투자 확대로 반도체제조용장비도 48.4% 늘었다. 국내에서 테슬라 자동차가 인기를 끌며 자동차 수입도 43.7% 증가했다. 수입이 늘었지만 수출 증가폭이 더 커 지난해 무역수지는 22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한미 FTA 특혜관세 품목 수출이 413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43%를 차지해 FTA의 영향이 수출 증가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한미 FTA 발효 시점인 2012년과 비교해 220.4% 늘어난 규모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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