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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관전 포인트 4가지 [한세희 테크&라이프]

소셜미디어 기업 인수합병 최대 규모 440억 달러에 트위터 인수
가짜 뉴스, 혐오 표현 넘쳐날 것이라는 우려…‘디지털 공론장’의 사유화 의심 번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 [AP=연합뉴스]
 
결국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를 인수한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기업 인수합병으로는최대 규모인 440억 달러 (약 55조 원)에 트위터를 인수하고,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자면 트위터가 매력적인 기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440억 달러라는 가격표는 결국 세계인들의 의견과 주장, 정보가 공개적으로 쉴 새 없이 오가는 초대형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소유하는 값이다.
 
머스크 역시 트위터 인수가 “경제적 이유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가 밝히는 트위터 인수의이유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디지털 공론장’을 지켜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트위터를 잘 활용하고, 트위터를 통해 큰 가치를 만들어온 머스크는 그만큼 트위터에 불만도 많았다. 그리고 이제 직접 나서 트위터를 뜻대로 바꿔보려 하고 있다. 머스크의 트위터, 어떻게 봐야 할까?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 보았다.
 

1. 머스크식 표현의 자유는?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트위터 인수에 나서자 즉각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플랫폼 관리를 완화해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이 넘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반면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열을 해 왔다고 생각하는 보수 세력으로서는 이런 변화가 반가울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류 언론의 집중적 견제를 뚫고 트위터를 통한 과감한(?) 발언을 앞세워 당선된 후, 미국 민주당과 진보 계열은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 사이버 괴롭힘 등을 걸러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러한 영향으로 플랫폼 기업의 ‘콘텐츠 관리(contents moderation)’는 계속 강화됐다.
 
소셜미디어는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혐오 발언을 확대하는 역기능이 있고, 이는 인도와 미얀마 같은 곳에서는 실제 인종 대립과 탄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 얼마나 해로운 발언인지 판단하는 프레임 자체가 좋은 직장과 학벌을 지닌 고소득 엘리트들의 관점 위주로 짜인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소셜미디어에 대한 불만은 좌우 모두 갖고 있지만 큰 틀에서 엄격한 콘텐츠 관리는 진보 세력, 표현의 자유 확대는 보수 세력의 이해에 일치한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를 자처한다. 최근 수년 간 좌파들이 정도를 지나쳐 극단적으로 나가버렸다는 의견을 트위터에 밝히기도 했다. 또 트럼프가 독자적인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만든 것은 “트위터가 자유로운 표현을 검열했기 때문”이고, “트위터가 공적인 신뢰를 얻으려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이는 극좌와 극우를 모두 기분 나쁘게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언행을 봤을 때 머스크는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고 개인의 선택을 중요시하는 리버타리안 성향이 강해 보인다. 이는 트럼프식 보수와도 거리가 있지만, 일반적인 진보와도 다르다.
 
그가 추진할 ‘표현의 자유’ 정책이 가져올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콘텐츠 관리는 밖에서 보는 바와는 달리 지극히 까다로운 일임을 생각할 때, 그의 의지와는 별개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2. 알고리즘, 오픈소스로 공개

일론 머스크는 440억 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고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머스크가 트위터의 표현의 자유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는 것 중 하나가 알고리즘의 오픈소스 공개이다. 추천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열어 누구나 보고 활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떤 게시물이 편향적으로 추천 혹은 검열을 받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공개된다 해서 어떤 트윗이 왜 많이 또는 적게 노출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변수와 조건도 따져야 하고, 그에 앞서 어떤 데이터가 알고리즘 학습에 쓰이는 지도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 스팸이나 가짜정보 확산과 같이 나쁜 목적으로 트위터를 활용하려는 사람이 가장 열심히 알고리즘을 연구할 것이다. 어뷰징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공개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고, 여러 알고리즘 중 사용자가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쓰는 실험은 가능할 수도 있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역시 CEO 재직 중 ‘블루스카이’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돌리기도 했다.
 
트위터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실험이 이뤄지면 포털의 뉴스 편집이나 배달 앱, 택시 앱의 배차 알고리즘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우리에게도 참고할 내용들이 생길 전망이다.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공개는 예상되는 부작용도 크기 때문에 실제로 실현될 지 주목된다.
 

3. 그래도 비즈니스를 생각 안 할 수 없지?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 85억 달러(약 10조 원)를 매각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적잖은 부담을 지고 있다. 트위터 인수 이유가 실제 그의 설명대로 ‘경제적 이유 없이’ ‘민주주의에 기여하기 위해서’일 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비즈니스로도 성공하는 편이 그에게나, 트위터에게나 좋을 것이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통해 테슬라에서 개발 중인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그림을 제시하는 사람도 있다.
 
굳이 이렇게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더라도 그가 말한대로 트위터 기능을 개선하고, 사용자 인증과 알고리즘 공개로 신뢰를 높이며, 스팸 봇을 없앨 수 있다면 플랫폼의 비즈니스적 가치가 좋아질 것이다.
 
외부 공격에 취약한 지분 구조를 가진 트위터가 상장 폐지를 통해 복잡한 이해관계자의 간섭에서 벗어나 머스크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운영되는 것 자체가 회사로서의 트위터를 더 낫게 만들 수도 있다. 도시 전 CEO가 “머스크가 트위터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낸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4. 머스크만을 위한 표현의 자유  

사실 머스크는 제약 없이 트위터에서 자유롭게 발언하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경제적 효과를 얻는다. 그의 트위터 활동은 이미 그 어떤 광고홍보나 프로모션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테슬라는 홍보 조직마저 없애 버렸을 정도다. 그가 트위터의 주인이 된다면, 이런 효과는 더욱 강력해진다.
 
문제는 트위터가 머스크가 말한 표현의 자유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머스크만의 표현의 자유’만 보장하게 되는 경우다. 머스크는 테슬라 제품을 비판하는 소비자를 공개적으로 조리돌림하는 등의 행태를 보인 바 있고, 인수가 결정된 후에도 트위터의 콘텐츠 정책 담당자 등에 대한 공격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미 세계 최대의 초고출력 스피커를 가진 세계 최고 부자를 위해 소중한 ‘디지털 공론장’이 사유화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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