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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재계 시계 어디로

[윤석열 정부 출범, 재계에 미칠 영향과 관전 포인트는?] ①
친기업 행보에도 엇갈린 시선…“기대감” vs “회의감”
삼성 겨눈 검찰 수사에 일부선 “기업 수사 신호탄”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윤석열 정부는 규제 개혁 등을 꾀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까, 아니면 문재인 정부처럼 기업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국가 운영에 나선다. 재계에선 윤석열 정부 때 규제 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질 수 있을지 관심이 많다. 윤 대통령이 당선 이후 포스코, SK,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 현장을 방문해 규제 개혁 등을 언급한 만큼, 재계 안팎에선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일부에선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검찰이 삼성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해 고강도 수사에 나선 것을 두고 “기업에 대한 수사 압박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기업인들이 참석해 있다.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5대 그룹 총수 만난 尹

재계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5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주요 경제 단체장들로 함께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오후 진행된 대통령 취임 만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국내 5대 그룹 총수와 만났다. 역대 정부 가운데 대통령이 출범 만찬에서 그룹 총수를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계에서 “윤 대통령이 친기업 행보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기업 현장을 방문하는 등 친기업 행보에 나섰다. 지난 3월 2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방문해 김영록 전남도지사,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과 만났으며, 4월 25에는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를 찾아 최태원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기업하는 분들이 규제가 사업과 국가 경쟁력 확보에 지장이 많아 풀어달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친기업 기대감 속 회의론도  

국내 주요 경제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경련은 10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으로서 열린 마음으로 민심과 소통하고 공정한 기회와 자유를 통해 보다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 정부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 혁파 등 경제 활성화 정책에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며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투자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9일 논평에서 “새 정부는 물가·환율·공급망 차질 등 단기적인 위기 요인을 극복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국가·사회 발전과 경제 재도약을 이뤄주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구조적 저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규제·노동·공공·교육 등 각종 개혁 과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경총 역시 9일 논평을 통해 “새 정부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출발하는 만큼, 조화롭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도약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과감한 규제 개혁과 노사 관계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앞장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 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진력(盡力)해주길 당부한다”고 제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 행보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많지만, 한편에선 “기대만큼 규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와 비교해 친기업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대폭 개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경련이 여론 조사 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500개 기업(대기업 250개사, 중소기업 250개사)을 대상으로 2022년 규제 개혁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에 대해 ‘기대한다’고 답변한 기업은 전체의 24.6%에 그쳤다. 이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 비율(24.0%)보다 소폭 높은 수준으로, 윤석열 정부의 규제 개혁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통상 정권 초에는 규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도 정권 말로 갈수록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규제 개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정부가 출범하면 일회성 규제 개혁보다는 시스템적 개선을 통한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檢, 삼성그룹 고강도 수사…기업들 ‘움찔’

일부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기업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진두지휘한 전력(前歷)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검찰이 삼성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삼성그룹 수사를 신호탄으로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 지난 3월 말에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와 성남시 삼성웰스토리 본사 등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지 약 일주일 만에 영장을 다시 청구해 강제 수사에 나선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6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 4곳과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 등을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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