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김기론 기자]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 7곳에서 정책 발표 이후 인구가 일제히 증가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생·고령화로 농촌 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현금성 복지 정책이 단기간 인구 유입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 7개 군 주민들은 향후 2년간 매달 15만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받는다. 지급 방식은 지역사랑상품권이며 연령·소득 제한이 없이 4인 가구 기준 매달 60만원이 제공된다. 정부는 약 8,90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시범사업을 거쳐 전국 확대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정책 발표 이후 주민 전입이 급격히 증가한 대표적 사례는 남해군이다. 남해군에 따르면 지난 9월 272명에 그쳤던 전입자는 시범사업 대상지로 확정된 10월 629명으로 급증했다. 한 달 새 357명, 약 131% 늘어난 수치로 2007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매달 20~130명씩 감소세를 보이던 인구 흐름이 두 달 연속 반등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유입 인구는 부산·경남권 거주자 비중이 컸으며 부산 130명, 진주 68명 등이 주요 전입 지역으로 나타났다.

충남 청양군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12일 기준 인구는 2만9,482명으로, 한 달 반 만에 404명 늘었다. 전출과 자연 감소를 고려하면 실제 입주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군청에는 기본소득 지급 요건을 묻는 문의가 하루 5∼6건씩 이어졌고, 귀농귀촌 상담도 예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양군은 7년 연속 이어진 인구 감소세가 올해 처음 반등했다.

기본소득 대상 지역 대부분에서 인구 증가 흐름이 감지된다. 연천·정선·순창·신안·영양 등은 7∼8월까지 감소세였으나, 9월 이후 일제히 증가세로 전환됐다. 증가폭은 신안 1,020명, 정선 343명, 순창 337명 등으로 집계됐다. 농촌 인구 감소가 오랜 기간 구조적으로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이번 증가는 기본소득 정책 기대감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급격한 전입 증가가 장기 정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책 발표 직후 전입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위장 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본소득 지급 개시 이후 실제 거주 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행정 점검 필요성도 언급된다. 또 재정 자립도가 낮은 농촌 지역 특성상 향후 전국 확대 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후속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주 여건 개선, 주거·교육·의료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남해군 관계자는 “최근 인구 증가는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기대심리가 인접 지역 실거주민의 전입으로 이어진 결과”라며 “전입자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인구·고용·지역경제 변화 등을 분석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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