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전동맹’에 웃음 짓는 기업들…제3국 시장 점령하나
원전 협력 통해 SMR 개발과 전 세계 배치 전략
에너지 안보 이슈 부각 속 원전 주도권 회복 계산
SK·삼성·두산·GS, 기술력 보유 美 업체 협력 강화
한국과 미국이 원자력발전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간의 ‘원전 동맹’은 반도체, 배터리 등 경제 동맹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특히 두 원전 강국의 협력은 중국과 러시아에 빼앗겼던 세계 원전 건설 주도권을 되찾아 올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원전 사업을 강화해 온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기술력’ 보유 미국과 ‘시공력’ 보유 한국의 전략적 협력
양국은 ‘원전협력’에 관해 ▶미국 주도의 제3국 SMR 역량강화 프로그램(FIRST) 참여 ▶한미 원전기술 이전 및 수출 협력 관련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한 시장진출 등 협력 강화 ▶제3국 원전시장 진출 방안 구체화 ▶조속한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 개최 등에 합의했다.
한미 양국이 원전 협력을 공식화한 데는 원전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한국과 미국이 대내적 이유로 원전 건설에 소극적이었던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세계 원전 시장 점유율 1위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고, 중국은 신뢰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세계적 수준의 시공 능력을 갖춘 한국이 힘을 합쳐 글로벌 원전 시장을 이끌겠다는 것이 양국 정상의 계산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부상한 에너지 안보 문제로 원전 도입을 저울질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이를 선제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것이 양국의 전략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상무부는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 제3국으로의 공동수출을 목표로 협력을 심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에너지 수급을 염려하는 유럽 국가들도 향후 공략 시장으로 떠오른다.
양국의 원전 협력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SMR 기술 협력’이다. SMR은 출력은 300㎿ 안팎으로 기존 1000~1500㎿급 원전의 3분의 1 이하 수준이다.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이 높고 도서·산간 지역에도 건설할 수 있어 미래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수 년째 지분 투자해온 韓 기업…최근엔 MOU 체결
희소식은 이들 기업과 국내 기업들이 이미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SK㈜와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SK는 “테라파워와의 공동 기술개발 협력, 국·내외 진출 및 상용화 협력은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의 SMR 핵심 기술 확보와 차세대 원전 운영 등 관련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며 “원전 관련 신기술의 확보는 물론, 원전 산업 생태계 전반의 활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GS에너지와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와 손을 잡았다. 지난달 26일 뉴스케일파워와 전 세계에 SMR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한 것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9년부터 뉴스케일파워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1억380만 달러의 지분을 투자하며 수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뉴스케일파워로부터 SMR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받아 2021년 1월 완료했다. 현재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차세대 원전 기술인 SMR 시장 진출을 위해 뉴스케일파워에 지난해 2000만 달러, 올해 5000만 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통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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