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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같은 특정테마 종목 투자해야 [이종우 증시 맥짚기]

美 증시 하락은 테슬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주도
국내 시장은 빅테크 종목 없어, 미국과 주가 움직임 달라

 
 
앞으로 국제적인 이슈가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긴축, 인플레이션 등이 너무 오래 시장에 노출돼 재료로서 신선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중앙포토]
국내 주식시장은 특징적인 형태 하나를 가지고 있다. 주가가 고점을 치고 내려올 때 하락률이 20%대에서 마무리되든, 아니면 40%대까지 크게 떨어지든 둘 중 하나였지 중간은 없었다.  
 
지난 1990년 이후 주식시장에서는 15번의 하락 조정이 있었다. 그중 20% 내외에서 하락이 마무리된 경우가 9번, 40% 넘게 떨어진 경우가 6번이었다. 주가가 가장 크게 떨어진 건 외환위기 때다. 고점에서 66.8% 하락했다. 두 번째는 2000년 IT버블 붕괴 때로 55.7% 떨어졌고,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미국 911테러와 코로나19 발생 직후에도 주가가 40% 넘게 떨어졌다. 모두 위기가 발생했거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경우다.  
 
1992년만 예외다. 위기도, 심각한 외부충격도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45% 넘게 떨어졌다. 당시 하락은 주가가 너무 오른 게 원인이었다. 3저(저달러·저금리·저유가) 호황으로 코스피가 1985년 하반기부터 1989년 초까지 여섯 배 올랐는데, 1990년이 큰 상승이 마무리되는 때여서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9번은 순환적인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일반적인 조정이었다. 평균 하락률이 22%로 앞서 얘기한 경우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금융위기 이후 네 번의 조정도 이에 해당했는데 2018년을 제외하고 세 번 모두 20%에 미치지 못하는 하락으로 끝났다. 2018년은 기업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미국 경기 둔화 우려로 시장 변동성 커져 

 
지난해 7월 이후 코스피가 23% 떨어졌다. 이미 주가가 과거 하락기 평균만큼 내려왔기 때문에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거로 보인다. 물론 위기나 강한 외부 충격이 발생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과거 하락률은 특정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이 평균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코스피가 과거 평균 수준만큼 떨어졌다는 건 투자자들의 반응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 
 
문제는 미국시장이다. 우리 시장이 충분히 하락해도 미국시장이 계속 떨어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5월 주식시장이 그런 형태였다. 코스피가 바닥을 만드는 와중에 미국증시가 하루에 2~3%씩 떨어지자 우리 시장도 힘을 쓰지 못했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착륙을 자신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를 믿지 않는다. 경기가 예상보다 심하게 둔화될 조짐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소매업체인 월마트와 타겟이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연준이 미래 소비 축소를 통해 인플레를 잡으려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긴축은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다. 금리를 올리면 소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난다. 시중 유동성을 줄이면 소비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 힘들어진다. 그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면서 경제 전체가 위축된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강한 나라다. 경제의 70% 이상이 소비 때문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비가 둔화되면 경제가 위축되게 된다.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 위축이 시작됐다. 5월에 미국 소비자가 느끼는 경기 전망이 10년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작은 높은 물가였지만 지금은 물가에서 경기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소비 심리 악화 이후 경기가 둔화됐던 예가 많은 만큼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가 시장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어도 소득이 늘어나기 힘들다. 가계 소득의 핵심은 임금이다. 현재 연준은 임금이 오르면 높은 물가가 굳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임금 상승률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산가격이라도 좋으면 임금소득 억제를 보완할 수 있을 텐데 사정이 만만치 않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 선행지표가 4개월째 하락했다. 주가는 이미 고점에서 25% 넘게 떨어졌다. 한때 0.6%였던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지금은 2.9%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과 채권 가격이 이미 크게 떨어졌고, 부동산은 전환점을 통과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자산 소득은 소비를 늘리는 역할보다 줄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과 다른 형태다. 경기 둔화와 연준의 긴축 강화를 감안할 때 당분간 미국 주식시장은 불안정한 흐름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 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테마주 중심의 빠른 순환매 활발히 진행

 
한국과 미국 시장의 동조화가 가장 강했던 시기는 2000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 시장 움직임에 처음 눈을 떴고, IT가 주목받던 시기여서 미국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때조차도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의 동조화는 중간에 끝났다. 나스닥이 5050에서 3200으로 떨어지는 동안에는 코스피가 같이 하락했지만, 이후에는 서로 다른 길을 갔다. 나스닥은 1년간 추가로 50%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480을 저점으로 박스권을 만들었다. 미국시장 움직임에 관심이 가장 컸던 때조차 일정 시점이 지나면 동조화가 약해졌다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는 미국시장이 하락해도 우리 시장이 받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다.  
 
우리와 미국은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이 다르다. 최근 미국시장 하락은 테슬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이 하루에 4~5%, 크면 10% 이상 떨어지다 보니 그 충격이 주식시장 전체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시장에는 미국에서 빅테크 같은 역할을 하는 종목이 없다. 시장을 구성하는 종목이 다른 만큼 주가 움직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미국의 빅테크 기업은 둘로 나눠질 가능성이 높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모든 검증이 끝난 종목들이다. 당분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거란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 반면 테슬라, 아마존은 성장단계에 있거나 주가가 너무 높다. 테슬라는 성장성이 최고 상승 동력이지만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주가를 끌고 갈 재료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아마존은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00배에 달할 정도로 주가가 높다. 이 때문에 애플과 테슬라 주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데, 한쪽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다른 쪽이 지켜나가면 둘이 동시에 떨어질 때보다 빅테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게 된다. 
 
앞으로 국제적인 이슈가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은 줄어들 것이다. 긴축, 인플레이션 등이 너무 오래 시장에 노출돼 재료로서 신선함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신 종목별 재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테마주 중심의 빠른 순환매가 활발히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2차전지 관련주가 상승했다. 시장이 다시 특정 테마에 주목하기 시작한 건데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시장이 정체되어도 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욕구는 쉬지 않는 만큼 종목 찾기가 활발히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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