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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감소’ 경고하는 금융사…다시 뜨는 ESG경영, 결과물 낼까

올해 금융사들 ESG위원회 설치 및 관련 캠페인 강화
위원회 독립성 보장돼야 실질적 ESG경영 가능할 것이란 지적

 
 
5월 20일 세계 벌의 날 및 5월 22일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KB금융그룹 직원 가족들이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설치된 ‘K-Bee’ 도시 양봉장에서 벌 키우기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KB금융그룹]
최근 금융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에 다시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며 회사마다 수익성 강화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ESG 관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활동 역시 늘려야 해서다. 다만 기업들이 친환경적인 측면에만 매몰된 ESG경영이 아닌, 지배구조 안정화에도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시 뜨는 ESG경영…전략 마련 분주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 및 보험사, 금융 관련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사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환경 캠페인을 여는 등 올해 ESG경영을 보다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8월 ESG위원회를 신설했던 신한은행은 올 3월, 아예 이사회 산하 위원회를 만들었다.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가 신설된 것은 국내 시중은행 중 최초다. 
 
이사회 산하로 위원회를 신설하면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는 등 독립성이 보다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은행은 ESG위원회 신설과 함께 지난 3월 임직원이 참여하는 탄소저감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사진 신한은행]
 
KB금융그룹은 지난 24일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가 나무를 심으면 현실에서 참여자 이름으로 강원도 홍천 일대에 밀원수 5000그루를 대신 심어주는 ‘케이-비 존(K-Bee Zone)’을 오픈하며 친환경 캠페인을 진행했다. 특히 KB금융은 지난 22일 꿀벌의 개체 수 급감 문제를 분석한 ‘벌집군집붕괴현상(CCD), 꿀벌의 경고에 응답하라’ 보고서를 발간하며 꿀벌 실종 문제에 대한 관심과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환경오염의 새로운 요인이 된 마스크를 활용한 자원순환 캠페인 ‘희망 리본(Re-born)’을 실시했고 하나금융그룹은 ‘청년 친화형 기업 ESG지원’ 사업 프로그램인 ‘하나 소셜벤쳐 유니버시티’ 사업을 전국 규모로 확대했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중소기업중앙회와 ‘ESG 동반성장을 위한 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보험사 중에서는 신한라이프가 지난 3월 말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해 본격적인 ESG경영에 나섰고 NH농협손해보험은 지난 24일 ESG자문위원회를 열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까지 신종자본증권 발행자금의 108%에 해당하는 5091억원에 대한 ESG 투자를 집행했고 성공적인 매칭을 마쳤다. 교보생명은 앞으로도 해외 ESG 상장지수펀드(ETF) 및 펀드에도 투자를 확대하는 등 ESG 관련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20일 진행된 농협손해보험 ESG자문위원회에서 자문위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대웅 유엔환경계획 한국대표, 지현미 계명대 교수, 장지인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한국위원장,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조봉순 서강대 교수, 정광화 강원대 교수. [사진 농협손해보험]
 
빅테크사 중에서는 카카오페이가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지난 24일 카카오페이는 신원근 대표이사(CEO) 산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ESG 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고 밝히며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카카오페이 ESG 추진위원회는 내년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내 정식 기구로 설립될 예정이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지난 3월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한 바 있다.
 
이밖에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5개 금융협회는 지난 2월, 공동 ESG플램폼을 오픈하며 관련 전략 공유를 확대한 상황이다. 
 

ESG강화, 독립성 보장된 위원회 중요 

유럽에서는 신용평가를 할 때 ESG요소를 중시하고 있다. 환경 및 지배구조 요소가 미흡해 신용평가가 하향조정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사들의 신용평가에도 ESG가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다보니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관련 정책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특히 ESG리스크는 직·간접적으로 보험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보험사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온현상이 건강상태에 악영향을 미쳐 건강보험의 지급보험금을 증가시킬 수 있다거나 불안정한 지배구조로 임원의 부당행위가 발생해 주주나 제3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경우 임원배상책임보험의 지급보험금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ESG와 관련해 보험사는 사업부문의 지급보험금이 증가하거나 투자자산 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기후변화 측면에서 위험관리자로서의 보험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정 규모 이상 자산을 보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025년부터, 나머지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030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몸집이 큰 금융사들은 대부분 공시 의무가 주어지는 상황이라 위원회 신설 등 선제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향후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 신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0년 이후 ESG경영이 화두로 올라선 이후 금융사들은 ESG위원회 및 관련 부서를 내부 조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대표이사나 사내 경영진이 위원장을 맡아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에는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의 경우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게 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어디까지 줄 것이냐가 문제”라며 “경영진으로부터 자유로운 위원장을 둬 위원회가 설립 취지에 맡게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들의 횡령사고와 관련해 ESG경영의 한축인 지배구조 강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SG에는 엄연히 지배구조 이슈도 포함돼 있지만 기업들이 너무 친환경적인 측면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진정한 ESG경영은 안정적인 내부 지배구조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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