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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정부‧기초 지형’, 힘실린 오세훈의 부동산 새판 짜기

여당, 서울시-서울시의회-자치구 정책 라인업 구축
재개발·재건축 등 기존 오 시장 정책 탄력 예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한 후 환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취임에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6·1 지방선거에서 4선에 성공하면서, ‘오세훈표 부동산’ 새판 짜기가 본격적인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 시장의 당선과 함께 서울시 의회, 그리고 4년간 시정 운영을 함께할 구청장 선거에서도 여당이 압승을 거둬서다. 예산안과 행정 감사, 조례 제정을 하는 시의회는 국민의힘이 112석 중 76석을 차지하며 과반 이상을 확보했다.  
 
구청장 역시 국민의힘이 25곳 가운데 17곳에서 승리했다. 4년 전엔 25곳 중 단 1곳만 가지고 있었으니 부동산 표심이 색깔을 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써 여당은 서울시-서울시의회-자치구로 이어지는 정책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오 시장의 시정 운영이 순항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민심을 등에 업은 오 시장의 첫 과제로 ‘주택공급 확대’가 주목된다. 오 시장은  “서울 안에는 더는 개발할 땅이 없다”며 재개발·재건축 확대를 주장해왔다. 기존에 추진하던 정비사업들이 더울 활성화되면 임기 내 250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윤 정부의 국정과제와도 보폭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표심 국민의힘 향해…재개발·재건축 탄력 예상  

우선 지난 3선 임기 동안 추진해온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모아주택·모아타운, 상생주택 등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함께 계획안을 짜 빠른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제도다.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구역지정 기간을 2년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어 압구정, 여의도, 강남 등 정비사업지 53개 구역에서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신통기획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 심의를 통과한 재개발 사업의 첫 사례(강동구 천호동 천호3-2구역)도 나왔다.  
 
한강변 스카이라인도 다채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한강변 '35층룰 폐지'와 용적률 규제 완화가 명시됨에 따라 신통기획을 추진하는 한강변 아파트 단지가 빠르게 초고층 아파트로 재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통기획 대상지인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경우 최고 60층 높이의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주택을 하나로 묶어 공동개발하는 모아주택·모아타운과 같은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 6일 ‘모아주택·모아타운 심의기준'을 개선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편된 심의 기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모아타운' 내에 모아주택을 건립할 경우 현재 15층인 층수 제한이 사라진다. 또 서울 내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제한이 있는 지역(2종·7층 지역)에서 모아주택을 건립할 경우 공공기여 없이도 최고 15층까지 지을 수 있게 된다.  
 
상생주택은 민간이 소유한 토지 위에 공공주택을 지어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는 공공주택이다. 서울시는 상생주택 공모 절차를 완료하고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는 등 후속 절차에 들어간다.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도 도입된다. 오 시장은 주거 면적을 1.5배로 넓히고 3~4인 가구를 위한 전용면적 60㎡ 이상 중형 주택 공급을 늘리고 민간 분양 아파트 못지않게 고급 자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한강르네상스 시즌2’ 본격화…집값 안정 과제도 풀어야  

오세훈 표 '한강르네상스 시즌 2'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강변 공간구상' 용역에 대한 입찰공고를 실시하고, 이달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수변 중심 도시공간구조 개편을 통해 수변 공간을 새로운 활력 거점으로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서도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6대 공간정책의 하나로 '수변 중심공간 재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강변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몰린 지역의 부동산 표심이 이를 반영한 듯했다. 한강을 접하고 있는 마포·용산·성동·광진·강서·영등포·동작·서초·강남·송파·강동 등 ‘한강벨트’ 11개 자치구 중에서는 성동을 제외한 10개 자치구가 모두 국민의힘 품에 안겼기 때문이다.  
 
다만 속도감 있는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면서도 집값 안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등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오 시장 역시 선거 기간 속도조절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출마선언문에서 “정부 출범 후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으로 부동산이 불안정하게 될 것을 우려해 지금은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자주 소통하면서 '지금 국면은 신중해야 할 타이밍'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밖에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공사비 증액 등의 문제로 인해 공사 중단 사태를 겪고 있는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에 관한 해법 등도 요구된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해 사업이 지연되면 단기적으로 서울시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선거결과로 지금까지 서울시가 추진하던 정책들이 지속성을 띨 것으로 판단된다”며 “신통기획과 모아타운 등은 향후 4년간의 정책 지속성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신통기획 등 행정지원을 통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빠르게 지원되다 보면 단기적으로 빌라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그래도 장기적으로 속도 조절을 잘해서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업 계획을 잘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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