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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이스 승자는 누구인가?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메타버스 전쟁➁ 하드웨어의 승자가 OS와 생태계 장악
애플, 구글, MS, 메타, 삼성의 AR 글라스와 VR해드셋 개발경쟁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가 페이스북의 새로운 이름 '메타'를 소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오늘날 모바일 혁명의 시작은 누가 뭐래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들면서 시작됐다.사실 스마트폰은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이미 노키아나 에릭슨, 삼성, 엘지, 그리고 블랙베리가 이메일 정도만 되는 원시적인 수준의 스마트폰을 만들어 놓고 눈치를 보면서 시장이 성장하기를 기다렸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전화기라고는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애플이 아이팟(MP3)의 기능을 탑재하고, 터치스크린 기능을 혁신적으로 향상해 모든 단추를 없애면서도, 무선 인터넷 브라우징 기능이 컴퓨터 수준으로 향상된 손 안의 컴퓨터 개념으로 스마트폰을 도입하면서 세상을 바꾸었다. 놀라운 변화는 단순히 기기로써 스마트폰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오픈 API를 통한 모바일 앱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IOS(아이폰 운영체제)라는 그들만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데이터 플랫폼을 외부에 공개하고 누구나 아이폰 안에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오픈 API라는 개념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해 이른바 플랫폼의 시대를 열고 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구글에 의해 개발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빛의 속도로 아이폰을 뒤따라간 삼성의 갤럭시 디바이스에 탑재되며 하드웨어는 애플과 삼성, 운영체제는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로 굳어졌다. 데스크톱 OS의 강자 MS가 뒤늦게 노키아와 협력해 윈도폰과 OS를 만들었지만 완전히 실패하고 노키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새로운 무림에서 패권을 빼앗긴 블랙베리 역시 운명을 달리했고, 에릭슨, LG 등 당대 1, 2위를 다투던 강자들은 형체도 알 수 없이 사라져 갔다.
 
이렇듯 모바일 시장에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가 들어오면서 인터넷 세상의 질서가 다시 재편되었던 것을 경험하면서, 강자들은 넥스트 인터넷으로 평가 받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무림에서도 디바이스를 장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가 도래하면서 IT 공룡들이 디바이스 개발에 사활을 건 기술 경쟁에 돌입 하는 이유다.
 

메타-프로젝트 ‘켐브리아’와 ‘나자레’의 승부수

이 시장의 미래를 보고 제일 먼저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은 ‘메타’다. 일찌감치 증강현실 시장의 미래를 내다보고 ‘오큘러스’라는 VR 헤드셋 기업을 인수 해 지속해서 기술을 개발해 왔다. 지금도 VR기기 시장에서는 1천만 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오큘러스의 ‘퀘스트2’ 라는 제품이 가장 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제품의 후속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프로젝트 켐브리아’ 라고 불리는 새로운 VR 헤드셋이다. 지난 5월 초 CEO인 저커버그가 직접 시연한 시제품 디바이스는 VR기기를 쓰고도 주변의 환경을 색채감 있게 볼 수 있고 현실 모습 위에 가상현실을 덧입힐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우리 돈 100만원(80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8~9월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인, 이 제품 말고도 메타는 AR 글래스인 프로젝트‘나자레(Nazare)’를 24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기기의 특징은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 연동하지 않아도 자체적인 운영체계와 기능으로 작동되는 AR기반의 스마트폰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져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애플과 삼성의 하드웨어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는 모바일 시대에 IOS와 안드로이드의 그늘에서 늘 프로그램 제공자에 그친 그들의 숙명을 메타버스를 계기로 강점인 플랫폼은 물론 하드웨어시장까지 장악하며 OS도 주도하는 거대 제국의 건설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구글-최초의 AR글라스 상용화, 스타라인으로 차별화

미국의 구글 건물 외관 모습. [사진 AFP=연합뉴스]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Sudar Pichai)는 메타 버스를 ‘증강현실(AR)과 함께 몰입형 방식으로 진화하는 컴퓨팅’으로 정의하고 디바이스 개발에 몰입 중이다. 사실 구글은 AR글래스를 세계최초로 상용화시킨 장본인이다. 사실상 실패했지만, 모바일과 연동한 최초의 AR글래스 ‘구글 글라스’를 이미 2012년에 선보인 바 있다.  
 
구글은 이 제품의 실패를 거울삼아 2020년 캐나다 스마트 안경업체인 ‘노스’를 인수해 ‘프로젝트 아이리스’라는 코드명으로 AR 헤드셋 개발을 진행하며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더버지’라는 IT 전문 채널의 보도에 따르면 2024에 출시예정인 이 제품은 카메라를 이용해 컴퓨터그래픽과 현실 세계의 동영상을 융합해 기존 AR 헤드셋보다 몰입감 높은 복합현실 체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한다.  
 
구글은 단순히 스마트폰과의 연동이 전부라고 본 것이 2012년의 실패 원인 중 하나였다고 보고, 헤드셋 전용의 OS개발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2년 5월 구글 개발자 연례 회의에서 상대방의 언어를 안경의 스크린에 자막처럼 실시간 자동 번역해 주는 AR 글라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아직 정식 출시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구글은 그들이 꿈꾸는 메타버스 디바이스 기능의 일부분을 이미 완성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구글이 2021년 소개한 ‘스타라인’ 프로젝트도 흥미진진하다. 헤드셋 디바이스가 없어도 육안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과 마치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라이트필드 디스플레이’(안경이나 해드셋 없이도 실물같이 사실감을 전달하는 혁신기술)에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공간감 오디오, 실시간 압축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누군가가 바로 옆에 앉아 얘기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애플-AR생태계 선점, 오늘의 메타버스시대 주도  

애플은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AR의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꾸준히 준비해 왔다. 애플이 VR보다 AR에 집착하는 이유는 VR 기술은 세상과 인간을 단절시키는 기술인 반면, AR는 현실을 개선하는 기술인 만큼 훨씬 일상적이고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VR은 게임이나 기업 등 제한된 분야에서, 제한된 기회에서만 활용될 것이지만 AR는 그 범용성이 훨씬 커 보이고 기존의 IOS 세계의 웨어러블 기기들인 애플워치, 에어팟, 과의 연동이 자유로워 보인다. 애플이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극도로 꺼리고, AR 기술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이유다.  
 
보안에 신경질적일 정도로 예민한 애플의 AR 글라스에 관해서는 추측만 난무할 뿐 분명하게 공개된 것은 없다. 애플의 AR 헤드셋이라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은 애플 팬이나 전문매체들이 예측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사진이다. 22년 말 혹은 23년에 출시예정이라는 애플 글라스의 사양을 일부 유출된 정보를 종합해 보면 어마어마하다. 컴퓨팅의 심장인 프로세서를 2개를 장착해 기존 애플 디바이스와 연동도 되지만 자체구동도 가능한 독립된 기기가 될 전망이다.  
 
또한 10개~12개의 카메라 모듈을 통해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정보를 구현할 것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라이다(레이저를 이용한 주변 환경 감지 센서로 자율주행에 사용) 등 각종 환경 인식 센서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2017년 아이폰에서 개발자들이 손쉽게 AR 앱을 만드는 도구인 AR키트를 공개해 지금 까지 앱스토어에는 1만4천 개의 앱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은 AR를 통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이미 조성해 놓고 있으며 애플 글라스가 출시되면 어떤 IT 기업보다 빠르게 생태계를 구축하고, 선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메타’가 내일의 메타버스를 준비한다면, 애플은 오늘의 메타버스를 준비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 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IT 제조 업체이자 스마트폰 디바이스의 강자인 한국의 삼성도 애플만큼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올해 들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주총회와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WMC)에서 메타버스에 대해 언급한 것을 통해 상당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뿐이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로봇산업과 더불어 메타버스를 꼽고,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혁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얼마 전 AR 기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기업 가운데 선두주자인 ‘디지 렌즈’라는 기업에 투자하고 공동으로 디바이스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아바타’와 같은 세상의 열쇠는 메타버스 디바이스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사진 20세기 폭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그것을 가상의 세계라고 불렀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가상세계와 메타버스의 가상세계는 그 차원이 다르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의 중심에는 AR(증강현실), 혹은 VR(가상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디바이스에 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열광했던, 혹은 마케팅 용어라는 말로 평가 절하되기도 했던 메타버스가 진정으로 인류의 일상생활을 영화 ‘메트릭스’, 혹은 영화 ‘아바타’와 같은 혁명적 변화가 되기 위해서는 AR 글라스라는 증강현실용 안경과 VR용 헤드셋의 대중화가 핵심적인 열쇠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삼성을 포함한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은 사활을 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에서 디바이스의 승자는 OS(운영체제)의 선점을 통한 생태계 전반을 장악할 것이고 패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스마트폰의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애플이 이 시장에 뛰어들 때만이 메타버스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애플이 개발 중인 AR 글라스가 범용모델로 시중에 출시되는 시점에 메타버스 시장은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말이다. AR 생태계를 아이폰에 존재 하는 1만 4000개의 앱을 통해 이미 선점했다고 주장하는 애플은 메타버스가 AR기술의 다른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구글, 메타, MS 그리고 삼성은 저마다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모바일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메타버스 라는 새로운 무림을 놓고 경쟁하는 글로벌 IT업계 초강자들이 인류의 가까운 미래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흥미롭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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