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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 인가에 K-스타트업 관심…’모험자본 투자’ 누가 적극 나설까

증권 일반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지정 속도가 빨라지면서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IMA 사업자로 지정이 되면 2028년까지 IMA 조달액의 25%를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모태펀드가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했다면 IMA 지정으로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 투자가 확대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도 모험자본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17개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자리에서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을 돌파하는 등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진 만큼 금융투자업계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모험자본 25% 룰’…스타트업 생태계에 수십조원 투자 가능지난해 9월 기준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 비율은 총자산 대비 2.23%에 불과하다. 하지만IMA와 발행어음(일정한 수익률을 약속하고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상품) 업무 인가 자격 요건을 갖춘 증권사들이 모두 승인을 받게 되면 50조원 이상의 자금이 공급될 수 있다. IMA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자본은 자기자본의 300%까지다. 모험자본 투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증권사가 직접 나서서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펀드나 CVC·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등을 통해 투자하는 간접 투자 방식이 있다. IMA 인가 후보인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의 스타트업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IMA 인가 후 모험자본 투자 행보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각 증권사의 투자 성향과 성과에 따라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 증권사의 금융지주는 자체적으로 벤처캐피털(VC)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라는 유명 VC를 가지고 있다. 1986년 설립된 VC로 지금까지 300여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최근 3년 동안 18개의 스타트업이 상장에 성공했고, 또 다른 9개의 스타트업은 인수합병(M&A)를 통해 엑시트에 성공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도 미래에셋벤처투자라는 VC를 가지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1999년 설립됐고 지금까지 200여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엑시트(투자금 회수) 성과도 좋다. 최근 3년 동안 8개의 스타트업이 상장했고 또 다른 6개의 스타트업이 M&A에 성공했다. 커머스 분야와 헬스케어·바이오, 딥테크 분야의 스타트업 투자를 잘하는 투자사로 알려져 있다. NH투자증권도 NH농협금융지주 산하에 있는 NH벤처투자를 통해 언제든지 간접투자를 할 수 있다. NH벤처투자는 후발 VC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11월 설립됐고 지금까지 23건(총 투자금액은 58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업력이 짧은 탓에 엑시트(투자금 회수) 실적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투자증권 ‘직접 투자’도 공격적이들 증권사는 지주사 산하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를 통한 투자 외에도 직간접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스타트업 성장분석 플랫폼 ‘혁신의숲’과 한국 스타트업 투자 DB 플랫폼인 ‘더브이씨’(THE VC)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타법인출자 현황 공시 자료를 보면 직접 투자도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케어 기업 뉴아인, 바이오기업 디네이쳐, 신상마켓으로 유명한 딜리셔스, 스마트팩토리 스타트업 러셀로보틱스,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 프롭테크 기업 루센트블록, 바이오기업 무진메디,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 등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혁신의숲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직간접 투자 형식으로 94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이중 10개의 스타트업이 최근 3년 동안 상장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투자 성과를 보여주는 후속 투자 성적도 좋았다. 한국투자증권 포트폴리오 중 61%가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투자 선구안이 업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직접 투자한 포트폴리오도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이 많았다. 2018~2019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인지 분자진단 기업인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와 바이오 기업 이뮨메드, 헬스케어 스타트업 이앤에스헬스케어 등의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이후 교육 콘텐츠 기업 데이원컴퍼니, 패션플랫폼 무신사, 여행 예약 플랫폼 마이리얼트립,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 공유 모빌리티 기업 지바이크, 공기정화 분야 기업 에이올코리아, 푸드테크 기업 고피자, 보안솔루션 기업 엔피코어, 오늘의집으로 유명한 버킷플레이스, 간편식 전문 플랫폼 윙잇, 스크린 골프 기업 카카오VX 등을 포트폴리오로 가지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성장 기업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혁신의숲 데이터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은 직간접적으로 33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고, 이중 54%가 후속투자에 성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동안 미래에셋증권이 투자한 기업 중에서 6곳이 상장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은 벤처투자 펀드나 조합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방식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분석하면 지분율 20% 이상을 투자한 벤처투자 조합으로는 ‘스타셋-디에이밸류 헬스케어 투자조합 2호’(상반기말 기준 지분율 32.1%) ‘엔에이치-아주디지털혁신펀드’(20%) ‘MK Ventures-K Clavis 그로스캐피탈 벤처펀드 1호’(26.7%) ‘엔에이치-수인베스트먼트 혁신성장 M&A 투자조합’(30%) ‘스마트 4차산업 스퀘어 투자조합 2호’(20%) 등 다양한 펀드에 참여하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케이뱅크·무신사·아이쿠카 등의 스타트업 투자 이력도 나오지만 일부에 그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에이아이에 55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혁신의숲 데이터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포트폴리오는 87개나 되지만 대부분 조합이나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인 것으로 볼 수 있다.

2025.11.10 08:00

4분 소요
공룡들의 대결...한투·미래에셋·NH, ‘1호’ 향한 정면승부

증권 일반

종합투자계좌(IMA) 1호 사업자 타이틀을 둘러싸고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이 사실상 ‘IB 결전’에 돌입했다. 초대형 IB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 아래 태어난 IMA 제도가 실제 운용 단계로 진입하는 만큼, 첫 승자는 향후 시장 주도권과 상징성을 동시에 거머쥘 전망이다. 특히 이번 인가를 통해 각사는 발행어음 이후 2라운드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발행어음이 단기조달·기업금융 자금 지원 구조였다면, IMA는 이를 확장한 ‘투자 일임형 IB모델’이다. 고객 자금을 통합 운용해 기업대출·회사채 투자·혁신기업 지원을 수행하는 만큼, 자본력과 리스크통제, 모험자본 운용 DNA가 총체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금융위원회는 올 4월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IMA 추진을 공식화한 뒤, 3분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신청과 함께 인가 접수를 받았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한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렸고,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 증자 이후에야 뒤늦게 합류했다.3사는 모두 발행어음을 기반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자본구조·운용철학·그룹 전략은 미묘하게 다르다. “누가 진짜 한국형 IB 모델이냐”를 놓고 자존심 대결이 불붙은 배경이다. 한투 “발행어음 성과 증명…IMA 조직까지 선제 구축”먼저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운용 성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올 상반기 운용부문 수익 2조4200억원, 영업이익 1조원 돌파는 시장 환경 변동 속에서도 수익 기반을 확실히 구축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발행어음 자금을 기업금융·대체투자·크레딧 투자로 폭넓게 배분해온 경험도 강점이다. 특히 IMA 신청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담 조직을 사전에 구성해 운용 체계와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준비했다. 인가 직후 곧바로 운용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초기 실행력’ 측면의 우위가 부각된다.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한국투자증권의 장기 외화표시 채권 등급을 Baa3(투자적격 최하단)으로 낮춘 점이다. 회사 차원의 재무 안정성보다는 금융지주 비보유 구조와 글로벌 조달 환경 변화가 반영된 조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IMA가 ‘신뢰·리스크 관리 체계’를 기반으로 출발하는 제도인 만큼, 등급 조정 이슈는 심사 과정에서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등급 전망이 안정적(Stable)이라는 점, 국내 조달 기반이 견조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미래에셋 “자본력과 모험자본 DNA 강점”미래에셋증권은 박현주 회장의 모험자본 철학을 IMA에 그대로 투영한다. 2018년 종투사 요건을 충족한 이후 자본 확충과 글로벌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며 자기자본 14조원대, 업계 1위 체제를 유지해왔다. 현재 전체 자본의 약 20%를 모험자본에 배정하고 있는 만큼,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위험 감내형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VC 네트워크, 대체투자 경험과 구조화 역량을 통해 미국·유럽·동남아 등 해외 투자 파이프라인도 갖췄다.IMA 신청은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발행어음 잔여 한도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청에 나선 것은, 규제환경 변화 속에서도 장기자본 운용모델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여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단순 조달 여력이 아닌, 자본의 성격과 투자 철학 전환에 대한 신호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수익구조에서도 차별점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증권사 및 운용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PE·VC·대체투자·프라이빗 크레딧 영역을 결합하는 구조적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다만 글로벌 자산 가격 변동과 대체투자 회수 환경이 변수로 꼽힌다. 대형 프로젝트와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자산가격 조정기에서의 회수·유동화 능력이 인가 이후 지속적인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NH투자 “지주 신뢰·안정성…BIS 부담은 숙제”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 소속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금융지주 지원·브랜드 신뢰도를 고려하면, 자본시장 내에서 가장 ‘보수적 안정성’에 강한 플레이어다. 은행·보험·농협 네트워크 기반의 고객 접근성도 강점이다.다만 지주계열 특유의 그룹 건전성(BIS) 규제 부담은 여전하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지표로, 위험자산이 늘수록 비율이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에 대해 BIS 비율 13%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어, NH투자증권은 모험자본 확대 시 그룹 차원의 건전성 규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실제 상반기 기준 NH투자증권의 모험자본 운용 규모는 1조원대 초반으로, 이미 2조원 이상을 집행한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대비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증권업계가 주목하는 ‘1호 IMA 사업자’ 타이틀 경쟁의 본질은 결국 운용사의 모험자본 투자역량으로 귀결된다. 제도 설계 단계부터 금융당국이 명확히 제시한 바와 같이, 이 계좌는 단순히 고객 예탁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 아니라, 증권사가 혁신기업·중견기업에 자금을 장기 투입하고 회수까지 감내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이처럼 제도 설계 상 운용사가 단기 차익이나 단순 상품 판매로 이익을 취하는 구조가 아니라, 중·장기 투자 및 리스크 통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는 “모험자본 운용 역량이 IMA 심사의 핵심이다”라는 문장의 근거가 된다. 즉, 단기 조달 능력보다 혁신기업에 자본을 투입하고 성장·회수 과정 전체를 견디는 운용 역량이 IMA 심사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증권사는 모험자본 운용 철학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PF·대체투자 노출이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혁신투자 특성상 회수기간이 길고, 변동성이 큰 만큼 시장 사이클을 견딜 체력도 요구된다. “IMA는 단기전이 아니라 버티는 싸움”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가는 단순한 사업자 지정이 아니라 자본시장의 방향성을 정하는 이벤트”라며 “초대 IMA 운용사가 어디냐에 따라 향후 10년 한국 IB 생태계의 기준과 질서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11.10 07:00

4분 소요
8년 만에 무르익은 IMA 제도…연내 인가 ‘총력전’

증권 일반

초대형 투자은행(IB) 체제로 가는 관문인 종합금융투자계좌(IMA)가 첫 발을 떼기 직전이다. 금융당국이 이르면 이달 중 IMA 사업자를 처음으로 지정하면서, 2017년 제도 도입 이후 8년 가까이 멈춰 있었던 ‘IB 자율운용 모델’이 현실화된다. 단순히 새로운 투자 상품이 출현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이 은행 의존 구조를 탈피해 ‘시장 중심’으로 이동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란 평가가 나온다.IMA는 증권사가 고객 원금을 보장하면서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로, 사실상 은행처럼 안정적인 예적금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IB 특유의 공격적 운용이 가능하다. 초대형 IB가 산업 자금조달의 핵심축으로 자리잡을 ‘한국형 풀뱅킹(full-banking)’ 구조의 시발점이라는 의미다. 글로벌 자금흐름이 빠르게 재편되고, 국내 기업의 투자·M&A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시점에서 IMA 출범은 금리·자금시장 구도 변화,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 기조, 투자수요 재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정책과 시장 흐름이 맞아떨어진 시기적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대상으로 한 IMA 사업자 심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두 회사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한 가운데 ▲대체투자 ▲구조화 금융 ▲인수금융 등 기업금융 역량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첫 IMA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NH투자증권은 지난 9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8조원을 맞춘 뒤 IMA를 신청했다. 다만 제출 시점이 늦은 데다 최근 고위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며 심사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외부평가위원회 절차 없이 금감원 심사 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르면 연내 결과를 확정할 계획이다.IMA 핵심은 고객 자산의 70%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원금을 보장하면서 기업대출·회사채·메자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 기업 자금조달 경로가 다변화될 전망이다. 특히 고금리 환경 이후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은행 위주의 대출시장 구조를 보완하는 역할이 기대된다.시장에서는 IMA가 초대형 IB의 경쟁력 확보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MA는 고객 기반·자본력·신용 리스크 관리 시스템 모두 갖춘 회사만 운영할 수 있는 구조”라며 “초대형 IB 중심으로 산업 경쟁 판도가 재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가 대상인 발행어음 인가 절차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외부평가위원회 심사와 현장 실지조사를 모두 마쳤고, 신한투자증권 역시 외평위 심사를 통과한 상태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내부 전략을 최종 조율하며 신청 시점과 사업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대출 ▲부동산금융 ▲대체투자 등에 투입할 수 있는 핵심 자금수단이다. 과거 일부 증권사의 운용 부실 사례 이후 감독 기준이 대폭 강화된 만큼, 이번 인가 절차는 엄격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전제로 자본시장 기반 자금중개 기능을 재정비하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가가 시장 안정성과 성장성을 균형 있게 확보하기 위한 ‘두번째 제도 정착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IB·대체투자로 자본시장 기반 사업 강화IMA 도입과 발행어음 인가 확대는 국내 금융지형 변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은행이 예대금리 기반 수익모델을 유지하는 가운데, 증권사는 레버리지와 IB·대체투자 비즈니스를 통해 자본시장 기반 사업을 강화하고, 빅테크 기업들은 투자·결제·대출 영역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이 가운데 IMA는 초대형 IB의 유동성·자본력·상품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 카드로 꼽힌다. 금리 정상화 국면과 함께 IPO·M&A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경우, 초기 IMA 사업자는 시장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투자자 입장에서도 IMA는 원금보장형 구조를 갖춰 예금과 투자 상품의 중간 지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액자산가와 법인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고객 락인(Lock-in) 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한 은행 대체재는 아니지만, 자본시장 기반 자금 운용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초기 사업자가 레퍼런스를 확보하면 시장 구조가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다만 금융당국은 발행어음 운용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 리스크 관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과거 일부 증권사의 부실 투자 사례로 신뢰 문제가 제기됐던 만큼, 시장질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 장치가 강화된다.전문가들은 이번 IMA 도입이 단순 제도 시행을 넘어 국내 금융산업 구조 전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 진출 ▲은행의 비이자부문 확대 경쟁 ▲증권사의 IB육성 전략이 맞물리며 금융산업이 다양해지면서 IMA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이번 인가는 특정 회사에 대한 허가가 아니라 한국 금융의 방향성을 정하는 결정”이라며 “초기 사업자 지위는 고객 신뢰, 레퍼런스, 정책 파트너십 측면에서 막대한 선점 효과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누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증명하느냐에 따라 한국형 IB 시장의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11.10 06:02

4분 소요
삼성, 바이오 ‘플랫폼 전환’ 본격화… 김경아 대표 전면에

바이오

삼성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중심의 사업 단계를 넘어 차세대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 나섰다. 지난 11월 1일 출범한 바이오 투자 지주사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초대 대표에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선임되면서다. 김 사장이 지주회사와 자회사를 함께 총괄하는 단일 리더십 체계가 구축되며, 삼성 바이오 사업은 새로운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10년, 글로벌 경쟁력 입증김 대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한 2015년부터 10년간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공정·품질·인허가 등 사업 전반에 걸쳐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난해에는 바이오 분야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로서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에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바이오 전문 투자 지주회사로서 출범한 뒤 운영 방향성을 수립하고 경영을 안정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김경아 대표는 “지주회사 출범을 통한 신속하고 전문적인 경영, 그리고 적극적인 미래 사업 투자를 통해 새로운 바이오 시장의 지평을 열어갈 준비를 마쳤다”며 “지속적인 혁신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고 질병 치료에 기여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출범은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가 ‘복제약 중심에서 기술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상업화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둔 채 별도 자회사를 설립해 바이오 기술 플랫폼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별 최적의 사업 전략을 수립해 적극적인 연구개발(R&D) 및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다.우선 지난 13년간 고도로 축적해 온 바이오시밀러 사업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고령화 및 만성 질환자 증가 등 전 세계적 추세와 더불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바이오시밀러 산업에서 20개 이상의 경쟁력 있는 제품 및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신약의 특허 만료와 임상 요건 간소화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에 힘입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된 이후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 11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성공적으로 개발·출시했다. ▲자가면역질환 ▲종양질환 ▲안과질환 ▲혈액질환 ▲신장질환 ▲내분비질환 등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창사 후 최대 실적인 매출액 1조5377억원, 영업이익 4354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미래 성장을 위해 신설 자회사 설립을 통해 차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유망 신사업도 적극 발굴할 방침이다. 신설 자회사는 다양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를 대상으로 한 차세대 바이오 기술 플랫폼 개발 사업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업 이후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혁신을 추진한다.신설 자회사는 항체·약물 접합체(ADC·Antibody Drug Conjugates)에 사용되는 구조 설계 플랫폼 개발, 펩타이드 관련 요소기술 플랫폼 개발 등을 통해 미래 기술 투자와 신사업 육성에 전념할 계획이다. ADC는 항체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 약물을 전달하는 차세대 항암제 기술로,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는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삼성은 여기에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접목해, 약물의 표적 정확도와 효능을 높이는 독자 기술을 개발 중이다. 펩타이드 플랫폼은 단백질의 일종인 아미노산 결합체를 기반으로 신약 효능을 향상하는 핵심 기술로, 희귀질환 및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플랫폼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신설 자회사는 바이오텍(Biotech)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확장성이 높은 요소기술을 플랫폼화하고,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License Out·라이선스 아웃) 또는 공동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즉,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바이오시밀러 생산기업’에서 ‘혁신 기술 공급자’로 진화하는 셈이다.삼성에피스홀딩스는 향후 신설 법인으로서 법적 절차 등을 거친 후 신설 자회사를 설립하고 11월 24일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될 예정이다.이번 지주사 출범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가 이룩한 1단계 성과(바이오시밀러 상업화, 생산 규모 확대)를 기반으로, ‘삼성 바이오 2.0’ 시대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위탁생산(CMO) 사업의 허브라면, 삼성에피스홀딩스는 혁신기술 발굴과 미래 파이프라인 확보의 전초기지 역할을 맡는다. 그룹 차원에서도 바이오가 반도체, 배터리와 함께 삼성의 ‘차세대 3대 성장축’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조직 개편의 상징성은 크다.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플랫폼 기술 사업은 개발 기간이 길고, 임상 데이터 확보가 성패를 가른다.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업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상업화 속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 결국 자본력·파트너십·임상 운영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업계에서도 이번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삼성의 생산·품질 역량은 이미 글로벌 톱 수준”이라며 “이제 관건은 플랫폼 기술을 임상에서 얼마나 빠르고 명확하게 증명해 낼 수 있는지”라고 말했다.

2025.11.09 16:00

4분 소요
봉화, 자연의 시간에서 도시의 다른 가능성을 보다[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전문가 칼럼

서울은 너무 완벽하다. 거대한 시스템이 매일 같은 속도로 회전하고, 정책의 나침반도, 언론의 헤드라인도 언제나 그곳을 향한다. 모든 데이터와 인덱스, 정부의 평가 기준조차 서울을 표준(Standard)으로 삼는다. R&D 투자, 고급 일자리, GTX와 같은 거대 교통 인프라는 오직 서울의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되며,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중력이 된다.도시는 효율적으로 진화했지만, 그 속도는 인간의 숨결보다 빠르다. 거리에선 경쟁이 일상이 되고, 집은 자산이 됐으며, 시간은 통화처럼 거래된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평생 서울 중심의 도시정책과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고 자문해왔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일조했던 것이다. 아니 많은 전문가들이 나와같은 일들을 해왔다. 우리가 해오던 '효율적인' 주택 공급 정책과 '빠른' 도시계획이, 결국 천정부지로 솟은 서울의 집값과 그 눈부신 성장의 그림자 뒤로 텅 비어가는 지방의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이 '완벽한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답이 서울에 있다는 그 믿음이 오히려 수도권 집중 심화, 일극화, 지방소멸을 가속시키고 있었다. 나는 다른 답을 찾기위해 요즘 지방 도시들을 직접 방문하고 있다. 자료나 통계가 아닌 도시가 어떻게 작동하고 멈추는지를 그리고 한 도시의 속도를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서다. 103개의 정자, 봉화의 시간첫번째 소개할 도시는 경북 봉화군이다. 이쯤이면 송이버섯 축제를 떠올릴 이곳 봉화에서 나는 엄청난 도시의 기록과 시간을 경험했다. 이 도시는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도로는 한산했고,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정말 조용했다. 상가는 이른 저녁이면 문을 닫고 북적이는 인파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서울과는 다른 밀도를 느꼈다. 서울의 시간이 '거래'와 '소비', '경쟁'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면, 봉화의 시간은 '자연의 순환'과 '사계의 흐름'으로 채워져 있었다. 봉화의 ‘정자문화생활관’은 이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장소였다. 현지인에게 들으니 전국의 정자가 약 600여 개인데, 그 중 103개의 누정(樓亭)이 봉화에 있다고 했다. 하나의 군 단위 지역에 이 정도의 밀도라면, 단순히 유적의 숫자가 아니라 삶의 태도가 공간에 새겨진 결과다. 생활관 마당에는 다섯 채의 정자가 복원돼 있었다. ‘정자’란 단순히 풍류를 즐기던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학문이 논의되고, 풍경이 철학이 되던 자리였다. 나는 문득 서울의 공간들을 떠올렸다. 서울의 카페가 '네트워킹'과 '정보 교환'을 위한 공간이고, 고층 빌딩의 회의실이 '성과'와 '결과'를 내기 위한 공간이라면, 봉화의 정자는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머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시간은 효율로 측정되지 않고, 그저 존재함으로 완성되는 것 같았다. 문뜩 이 너른 마당에서 요가나 명상 같은 프로그램이 열린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다. 그건 단지 체험행사가 아니라 ‘머무름’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는 일이 될 것이다.봉화가 품은 시간의 결은 단순히 자연 속에 '머무름'에만 있지 않았다. 나는 닭실마을의 충효당(忠孝堂)과 그 앞에 선 낯선 이국의 동상을 마주했다. 이 동상은 놀랍게도 베트남 리 왕조의 시조인 '리 태조(Lý Thái Tổ)'였다. 800여 년 전, 왕조의 멸망을 피해 바다를 건넌 그의 후손(화산 이씨)이 머나먼 이곳 봉화에 정착했다. 그리고 이들은 망국의 후손으로 숨어 지낸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역사가 되었다. 충효당의 기둥에서 나는 7대손 이장발(李長發) 장군이 임진왜란을 맞아 남긴 시를 보았다. 스무 살의 청년은 충주 탄금대에서 자신들의 새 조국(朝鮮)을 위해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모든 것을 효율과 개발의 논리로 덮어버리고 과거를 쉽게 지우는 서울의 시간 속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백 년을 이어온 '기억'과 '연대', '충효'의 시간이 이 조용한 고을의 또 다른 밀도를 증명하고 있었다.'낙후'라는 편견, '느림'이라는 자산봉화의 면적은 약 1,202㎢로 서울(약 605㎢)의 두 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2만8000여명(2024년 기준) 남짓이다. 서울의 한 개 동(洞) 인구와 비슷하다. 그나마 83%가 임야이다. 효율의 기준으로는 낙후지만, 삶의 밀도로 보면 가장 인간적인 도시였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낙후', '쇠퇴', '소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 단어들은 '서울 중심의 효율성'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로 지방을 재단하는 편견의 언어다. 봉화의 '느림(Slowness)'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서울과 같은 거대 도시가 잃어버린 가장 중요한 '자원(Resource)'이다. 봉화에 닿기 전, 영주와 안동을 거쳤다. 영주는 한때 중앙선과 영동선이 교차하며 사람과 물자가 들끓던 '철의 도시'였다. 안동은 경북 북부의 행정과 문화를 아우르던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도시들에서 본 것은 '단절'과 '고립'의 흔적이었다. 수도권이 거미줄 같은 교통망(GTX 등)과 자본으로 서로 '연결'되며 거대한 시너지를 내는 동안, 지방은 서울로 향하는 '빨대(KTX, SRT)'만 꽂힌 채 지역 간의 수평적 연결은 쇠퇴했다. KTX가 서울-안동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동안, 이 도시들 사이를 잇던 모세혈관 같은 지역 내 연결망은 오히려 끊어지고 말았다. 이 '연결의 상실'이야말로 내가 목격한 지방 문제의 또 다른 본질이다. 나는 지방의 소멸을 애도하지 않는다. 대신 그 다른 시간을 기록하려고 한다. 이번 ‘지방의 시간을 기록한다’ 첫 번째 여정은 봉화의 '정자'에서 '머무름의 철학'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서 스쳐 지나간 영주와 안동의 풍경에서 보았듯, 지방의 문제는 단순히 '느림'의 찬미로 끝나지 않는다. 수도권이 거대한 '연결'의 힘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동안, 지방은 왜 '단절'되고 '고립'되었는가? 이 연결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이어가고자 한다.(다음편에 계속)

2025.11.09 15:00

4분 소요
해킹 피해에 수장까지 바뀐 SKT, 향후 전망은?

IT 일반

지난 4월 해킹 사태로 2300만명의 가입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이 수장까지 바꾸며 절치부심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해킹 여파로 인해 지난 3분기 25년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상황속에서 실적 개선에 성공하기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지난 3분기 SKT 영업이익은 대규모 해킹 사태 여파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SKT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8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0.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최근 밝혔다. 매출은 3조978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다. 순손실은 1667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번 적자 전환은 SKT가 금융감독원에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00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2000년 이후 이어온 102분기 연속 흑자 기록이 깨졌다.SKT는 지난 4월 드러난 대규모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여파로 지난 7월 위약금 면제 조치를 시행하며 가입자 이탈이 늘었고, 8월에는 통신 요금 50% 감면과 각종 보상 프로그램 시행으로 이동전화 매출이 급감했다.25년만에 첫 분기 적자 기록한 SKTSKT는 ‘고객 감사 패키지’를 통해 통신 요금 감면, 데이터 추가 제공, T멤버십 제휴사 할인 등 총 5000억원 규모의 혜택을 8월부터 순차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1348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점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다만 SKT는 3분기 실적 발표와 관련해 유무선 통신 사업에서 해킹 사태가 막 터진 지난 2분기 대비 회복세를 보이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3분기 5G 가입자는 1726만명으로 2분기 대비 약 24만 명 증가했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도 순증으로 전환됐다. SKT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35.7% 성장했다고 밝혔다.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판교 데이터센터 인수 효과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임차 지원 사업 수주로 매출 1498억원을 기록했고 인공지능 전환(AIX) 관련 매출은 557억 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SKT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기공하는 데 이어 오픈AI와 서남권 전용 AI 데이터센터 구축 업무협약을 맺었다. 김양섭 S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K텔레콤은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AI 사업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다만 실적 부진으로 인해 SKT는 3분기 배당은 실시하지 않는다고 공시했다. 김 CFO는 "전례 없는 재무실적 악화로 3분기 배당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사고의 재무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지만 향후 배당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4분기 이후 배당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김 CFO는 "4분기 배당은 연간 실적과 현금흐름이 집계되는 시점에 성장 투자여력과 재무구조 등 전체적인 자본분배 균형을 감안해 이사회의 논의를 거친 뒤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이런 상황속에서 SKT는 수장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SKT는 지난 10월 30일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정재헌 신임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T에 합류했다. 2021년 SK스퀘어 설립 시 창립 멤버로서 투자지원센터장을 담당하며 전략, 법무, 재무 등 회사의 주요 부서를 총괄했다.2024년부터는 SKT 대외협력 사장으로 ESG·CR·PR 기능을 총괄하는 한편,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UPEX추구협의회의 거버넌스위원장을 맡아 그룹 전반의 경영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AI에 사활 건 SKT… “국가대표 AI 사업자로 성장”SKT 관계자는 “정 CEO는 AI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AI 추구가치와 행동규범을 구체화한 ‘AI 거버넌스’를 SKT에 정착시켰다”며 “아울러 사이버 침해사고 관련 고객 신뢰 회복과 정보보호 시스템 강화를 주도하면서 SKT의 AI와 통신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았다”고 밝혔다.정 CEO는 오랜 공직경험과 SUPEX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 SKT 대외협력 사장 등 그룹 내 주요 요직을 거친 법률가 출신 전문경영인인 만큼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조직 내실을 단단히 다지고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AI 인프라·서비스·데이터 거버넌스의 연결을 통해 글로벌 AI 컴퍼니로 체계적 도약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도 안정적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킹 사건으로 인해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당장의 실적 개선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는 최근 진행된 제59차 전체회의에서 SKT 가입자 3998명이 낸 분쟁조정 신청을 심의한 결과, SKT가 신청인당 30만 원씩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조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이번 결정은 지난 4월 SKT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이용자 3,998명이 제기한 분쟁조정 신청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정안은 권고사항으로 신청인과 SKT 중 어느 한쪽이라도 통지 후 15일 이내에 수락하지 않으면 무효다. 이후에는 민사 소송으로 배상 여부를 다퉈야 한다. 양측 모두 수락한다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고, 추가 조정 신청도 가능하다. 다만 조정 신청은 전체 가입자의 0.02%에 그쳐, 피해자 모두(약 2300만명)가 신청할 경우 배상액 규모는 최대 약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런 상황속에서 SKT는 우선 AI에 집중하겠단 포부다. 정재헌 신임 CEO는 지난 10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자본과 기술을 유치해 대한민국이 AI 인프라의 허브로 도약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 대전환의 한가운데서 국가를 대표하는 AI 기업의 CEO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AI 강국 도약에 기여하는 국가대표 AI 사업자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2025.11.09 14:00

4분 소요
인수 후보자 나왔는데...기대감 없는 홈플러스 M&A

유통

홈플러스를 인수할 의향이 있다는 기업이 두 곳이나 등장했지만, 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기업 모두 유통업종과 연관성이 없어서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이 자금력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경영 역량과 자본력을 갖춘 실질적인 인수 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인수 후보자 등장에도 커지는 의구심홈플러스가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10월 31일 마감된 공개입찰 LOI 접수에 복수의 기업이 참여하면서다. 현재 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인공지능(AI) 벤처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다. 이들은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과 비밀준수협약(NDA)을 체결하고 오는 11월 21일까지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NDA를 체결한 기업은 홈플러스 실사를 진행한 뒤 오는 11월 26일까지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홈플러스 인수 후보자가 등장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이는 지난 3월 회생 개시 이후 약 7개월 만, 서울회생법원의 회생 인가 전 M&A 승인(6월) 이후로는 약 5개월 만이다. 다만 인수 후보자 등장에도 홈플러스 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다. 인수 후보자인 두 기업 모두 유통산업과는 거리가 멀고 자금력도 입증되지 않아서다.하렉스인포텍은 지난 2000년 설립된 핀테크 기업으로, 모바일 금융결제 서비스인 유비페이를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홈플러스 인수자금을 미국 투자사로부터 유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마드는 부동산 개발·임대사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지난 2007년 명선개발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16억원·영업이익 25억원·당기순손실 73억원을 기록했다. 자산 총계는 1597억원 수준이다.업계 관계자는 “보통 규모가 작은 기업이 더 큰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 때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표현하는데, 지금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두 곳은 새우 사이즈보다 더 작다”며 “이 두 곳의 자금력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졸속 인가 절대 안돼...이대론 M&A 불발정치권에서는 인수 후보자 두 곳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와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는 지난 5일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OI 제출 기업 두 곳은 부동산 투자회사와 차입형 인수 구조 기업으로 유통업 경험이 전무하다”며 “모두 산업적 비전과 경영 역량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그러면서 “이런 기업에 홈플러스를 맡길 경우 부동산 매각 및 단기 수익 회수에만 몰두했던 ‘MBK 사태’가 되풀이될 위험이 크다. 법원은 졸속으로 인가를 하려고 하면 안된다. 인수자 공개 모집 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TF는 홈플러스 사태 종결을 위한 정부의 개입 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TF는 “공개입찰에서 더 이상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회생 과정에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구조조정 전문기관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구조조정 기관의 역할을 지원하고 입점업체 보호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홈플러스 내부에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산 위기를 극복하려면 M&A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최대주주인 MBK의 추가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김병주 MBK 회장은 지난달 14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며 홈플러스 추가 지원 가능성을 일축했다. MBK에 따르면 홈플러스 지원을 위해 대출 보증과 현금 증여 등으로 약속한 자금 규모가 이미 5000억원에 달한다.홈플러스가 현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시나리오는 본입찰에서의 반전이다. 11월 26일 예정된 본입찰에서 새로운 인수 후보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본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은 추가 실사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학계에서도 홈플러스 인수 후보자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찾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론되는 기업 두 곳은 모두 매출과 규모가 작고, 업종·업태 관련 연관성도 없다”며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홈플러스의 손실만 늘어날 것이다. 적절한 인수자를 찾으려면 결국 구매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이 나와야 한다. 부실점포를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점포만으로 시장에 나서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2025.11.09 13:00

3분 소요
APEC과 한중 정상회담, 그리고 카톡·한한령 [특파원 리포트]

차이나 포커스

얼마 전 중국 한인사회에서는 카카오톡 접속이 재개됐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중국에서는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같은 일부 한국 앱 접속이 제한된다. 그런데 최근 마무리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이후 접속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한국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에서 K-팝 공연을 알아보라는 취지를 즉각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다. 카카오톡 재개와 한한령 해제 모두 한국에서 열린 APEC의 성과를 내세운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APEC 이후 성급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VPN 없이 카톡 된다는데, 네이버는 ‘잠잠’ 최근 중국 생활을 공유하는 온라인 소셜미디어에서 ‘카카오톡 해제’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얼마 전부터 가상사설망(VPN)을 켜지 않고도 카카오톡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다른 사용자들도 정말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있다고 인증하면서 중국 내 카카오톡 접근 제한이 끝났단 이야기가 오갔다. 마침 시기가 APEC 기간 한중 정상회담 직후인 만큼 영향이 있었다는 해석도 나왔다.중국은 2014년부터 카카오톡과 라인이 테러 정보의 유통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차단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엔 네이버, 2019년 다음이 차례대로 접근이 제한됐다. 이에 중국 현지 교민, 주재원은 물론 여행객들도 사실상 VPN 없이는 사용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이용료를 내야 하는 것도 부담이지만 중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VPN을 사용하는 게 큰 부담이었다. 작년에는 국가정보원이 나서서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VPN을 이용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다만 현지 바람대로 카카오톡 접근이 재개된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현지 사정에 따라 카카오톡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곳도 있고 ▲송금 ▲선물하기 ▲숏폼 시청 등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은 이전에도 VPN을 사용하지 않고도 제한적인 메시지 전송이 이뤄지긴 했다. 그리고 현재 네이버 등 다른 한국 앱은 물론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같은 해외 앱도 VPN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카카오톡 접속 여부와 관련해 중국 정부 측으로부터 별개로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중국 내 인터넷 사용 여부와 관련한 논의는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중국이 자체적으로 카카오톡에 대한 접근을 해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긍정적인 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라면 이렇게 조용하고 제한적으로 시행할 이유는 없다는 게 현지 관측이다. “한한령 해제? 완벽하게 조율된 사안 아냐”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난 것도 관심을 모았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 1일 페이스북에 한중 정상회담 만찬 사진을 올리면서 “이재명 대통령·시 주석·박 위원장이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시 주석이 북경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자는 제안에 호응한 후 왕이 외교부장을 불러 지시했다”고 밝혔다.중국에서는 지난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터진 이후 사실상 한국 콘텐츠 수출이 중단된 상태다. 그런데 시 주석이 방한 자리에서 즉각 K-팝 공연에 호응했다고 전한 것이다.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은 그간 수차례 불거졌다. 지금도 클래식, 재즈 등의 분야에서는 한국인 공연이 열리고 한국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드라마·연극·뮤지컬도 열리고 있다. 하지만 K-팝 공연과 한국 영화·드라마 상영·방영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언제쯤 허용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는 일단 한한령 해제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1월 1일 브리핑에서 “문화를 교류하고 협력하자는 공감대가 있지만 법적인 한계가 있어 완벽하게 조율은 안 됐다”고 전했고 대중문화교류위도 보도자료를 통해 “시 주석과 박 위원장의 대화는 공식 외교 행사에서 원론적 수준의 덕담이었다”며 과도한 해석을 우려했다. 특히 한한령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조치다. 그만큼 우리 정부에 “한한령을 풀겠다”고 밝힐 수도 없는 문제다. 시 주석이 직접 K-팝 공연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또 시 주석 지시를 받았다는 왕 부장은 중국의 외교 수장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최휘영 문체부 장관 소관 업무를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한 셈이다.교류 확대 속 실질적 조치 위해 노력해야한중 관계는 몇 년간 소원한 상태를 이어오면서 유·무형의 피해가 점점 누적되고 있다. 한국 문화 콘텐츠 유입이 막히면서 중국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졌다. 대신 중국 내에서는 불법 유통이 판을 치면서 사실상 막대한 우리 지적재산권(IP)이 침해받고 있다.카카오톡·넷플릭스처럼 한국에서는 무리 없이 쓰는 인터넷 서비스가 막혀 불편이 컸다. 중국에서 반간천법 범위가 확대되면서 우리 국민은 마치 범법자처럼 몰래 VPN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중국 내에서 약간의 변화만 있어도 전향적인 조치가 나오는 것처럼 큰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주목할 만한 개방 정책이 나오고 있진 않다. 시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한·중 관계가 개선의 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새로운 교류 방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현지 외교 소식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다소 섣부른 언론 보도나 기대가 중국 정부를 더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우리가 자꾸 한한령이라고 이야기하면 중국의 입지는 자꾸 좁아지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정치적으로 구호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실용적, 실질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중국에서 (유통될) 방안을 치열하게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11.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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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제약, 자사주 대상 EB 발행 철회…공시 신뢰·지배구조 논란 확산

바이오

광동제약이 자사주를 담보로 한 교환사채(EB) 발행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금융감독원이 해당 공시를 사실상 ‘허위기재’로 판단하며 정정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자사주 활용 EB 발행이 기업가치 훼손 및 지배구조 왜곡 논란을 낳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첫 제재 사례로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광동제약은 지난 10월 20일 2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대상 EB 발행을 결정하고, 발행주선기관으로 대신증권을 선정해 전액 인수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공시했다. 당시 회사 측은 “재매각 계획이 없으며, 자금조달은 신규 투자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강화된 ‘자사주 EB 공시’ 첫 제재하지만 금감원은 해당 공시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매각 계획이 없다’는 문구와 달리 실제로는 주선기관을 통한 재매각 가능성이 존재했다고 보고, 광동제약에 ‘자기주식처분결정 및 교환사채발행결정’ 등 두 건의 주요사항보고서에 대해 10월 23일 정정 명령을 부과했다. 이에 광동제약은 10월 28일 자사주 처분 및 EB 발행 결정을 전면 철회했다. 회사는 정정신고서에서 “주선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교환사채 발행에 대해 취소 결정을 했다”며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통해 계열사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조치는 금감원이 지난달부터 시행한 자사주 EB 관련 공시 기준 강화 이후 첫 사례다. 금감원은 지난 10월 20일부터 상장사가 EB를 발행할 경우 ▲발행 목적 ▲자금 사용 계획 ▲지배구조 영향 ▲주선기관명 및 재매각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EB 발행을 통해 자사주를 처분할 경우 의결권이 부활하고, 이는 주주에게 중요한 투자 정보”라며 “공시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면 시장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자사주 EB 남용’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한 EB 발행은 올해 들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EB 발행 결정 규모는 올해 3분기에만 50건으로 전년 동기 수치(28건)를 상회했다.특히 9월 건수가 3분기의 약 80%를 차지하는 등 급증 추세였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36건의 발행 결정이 있었으나 10월엔 총 12건에 그치며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자사주 EB 발행에 몰린 이유로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을 꼽는다. 여야가 모두 추진 중인 ‘상법 3차 개정안’에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업들이 법안 통과 전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구조를 유지하거나 현금화하려는 ‘막차 전략’을 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종근당, 대원제약 등 제약 업계에서도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잇따랐다. ▲종근당은 611억원 ▲종근당홀딩스는 141억원 ▲대원제약은 159억원 ▲삼천당제약은 295억원 규모를 각각 공시했다. 투자자 보호와 공시 투명성 시험대EB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나 타사주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일정 조건에서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는다. 신주를 발행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금 희석 없이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는 표면상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실제로는 지배력 유지나 우호세력 확보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EB를 통해 교환 대상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의결권이 부활하고, 발행 이후 특정 세력에 매각될 경우 최대주주 측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은 지분 희석과 오버행(대량 매도물량 부담)에 직면하게 된다. 광동제약 사례로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발행 목적과 사용처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광동제약의 철회 결정은 향후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을 검토할 때 사전 검증 절차를 한층 강화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EB 발행은 단기적으로는 재무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지만, 주주가치 훼손과 지배구조 불투명성이라는 리스크를 동반한다”며 “감독당국의 강화된 공시 기준이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조치 이후 업계 전반에 자사주 기반 EB 발행 기피 현상이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자금 부담이 큰 중견·중소 제약사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제약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매년 막대한 R&D 비용이 필요해 그동안은 자사주를 담보로 EB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EB 발행 자체가 불투명한 목적의 자금조달로 오용되는 건 경계해야 하지만, 제약산업처럼 대규모 R&D 투자가 필요한 업종은 자사주 활용을 완전히 막기보다 투명한 조건 아래 유연하게 허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제약사들이 향후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처럼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향후 주가 상승에 따라 주식 전환이 가능한 간접 조달 수단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또한 의결권을 부활시킬 수 있는 ‘자사주 맞교환’이나 회계상 부채 없이 자금을 확보하는 ‘주가수익스와프(PRS)’ 등이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기업은 외부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PEF)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연구개발 자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EB 발행이 사실상 제약된 만큼, 향후 기업들은 신용등급 유지와 주주가치 보호 사이에서 보다 정교한 자금조달 전략이 요구된다”며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한 투명한 공시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5.11.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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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타에서 하리오까지…핸드드립 커피의 역사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전문가 칼럼

1908년 독일 드레스덴. 평범한 가정주부 멜리타 벤츠는 탁하고 쓴맛이 강한 커피에 늘 불만을 느꼈다. 당시 유럽에서 쓰이던 금속망이나 천 필터는 미세한 가루를 걸러내지 못했고, 잔 바닥에는 늘 불쾌한 찌꺼기가 남았다. 멜리타는 아들의 공책에서 흡수성이 좋은 종이를 뜯어내 구멍을 뚫은 주석컵에 깔고 커피를 내려 봤다. 놀랍게도 맑고 깨끗한 커피가 잔에 담겼다. 인류 최초의 브루잉 커피인 ‘핸드드립 커피’가 시작된 순간이었다.그는 곧바로 특허를 내고 ‘멜리타’(Melitta)라는 회사를 세웠다. 최초의 커피 장비 회사로 출발한 멜리타는 꾸준히 제품을 개발하며 성장했고, 21세기 들어 연 매출 3조원 규모의 다국적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전까지 커피가 끓여 마시는 음료였다면, 멜리타 드리퍼의 등장으로 커피는 내려 마시는 음료, 곧 브루잉 커피로 바뀌었다. 멜리타 이후 가정에서도 커피를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100년 넘게 이어진 커피 소비 확대의 토대가 됐다.칼리타와 핸드드립 커피의 정착브루잉 커피 문화는 곧 일본으로 전해졌다. 전후 경제가 살아나던 1950년대 일본에서 커피는 서양적 낭만과 일상의 여유를 동시에 상징했다. 전국에 기사텐(喫茶店·끽다점)이 생겨나며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생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음악을 듣고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일은 곧 서구 문화를 경험하는 방식이었다.1958년 요코하마에서 출발한 칼리타는 멜리타의 단점을 보완한 드리퍼를 내놓았다. 멜리타가 단일 구멍 구조여서 물줄기에 따라 맛이 달라졌다면, 칼리타는 바닥이 평평하고 세 개의 배수 구멍을 둬 보다 균일한 맛을 보장했다. 일본의 기사텐 마스터들은 이 도구를 활용해 커피를 배우고 가르치며 도제식 학습 문화를 만들었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단순한 손재주가 아니라 장인의 수련 과정으로 여겨졌고, 한 잔의 커피에는 기술과 정성이 담겼다.쇼와 시대의 성장과 함께 일본 핸드드립 문화는 꾸준히 확산했다. 물줄기를 세심히 조절하고 시간을 기록하며 온도를 맞추는 과정은 단순한 조리가 아니라 하나의 의식 같은 행위로 자리매김했다. 칼리타 드리퍼는 한국의 ‘1서3박’ 세대 같은 초기 커피 마스터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한국과 일본의 다방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아시아 전역으로 퍼졌고, 나아가 20세기 말 미국과 유럽에서 태동한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도 자극을 줬다. 하리오 V60과 스페셜티 커피의 시대칼리타가 안정성과 장인의 미학을 제공했다면, 2004년 등장한 하리오 V60는 개성과 과학을 결합한 도구였다. 일본의 유리 전문 기업 하리오는 60도 원뿔형 구조와 나선형 리브, 단일 배수구멍을 결합한 V60 드리퍼를 출시했다. 종이 필터가 드리퍼 벽에 달라붙지 않도록 한 설계는 공기 통로를 만들었고, 넓은 배수 구멍은 추출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21세기 초 스페셜티 커피 붐이 일던 미국과 유럽의 젊은 바리스타는 기존 드리퍼의 높은 난이도에 부담을 느꼈다. 하리오 V60는 저울과 온도계를 활용해 변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고, 숙련자에게는 창의적 해석의 자유를 줬다. V60는 빠르게 세계 무대에 올랐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월드 브루어스 컵(WBrC) 대회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도구가 됐고, ‘핸드드립’이라는 표현은 점차 국제 표준어인 ‘푸어오버’(Pour Over) 혹은 ‘브루잉’(Brewing)으로 바뀌었다. 칼리타 웨이브, 에어로프레스 같은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며 브루잉 커피의 세계는 더욱 다양해졌다.지난 8월 30일, 서울 성수동에서는 하리오 V60 출시 20주년을 기념하는 브루어스 컵 한국 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우승자는 유대연 바리스타였다. 그는 도쿄 스페셜티 커피 전시회(SCAJ) 2025 무대에서 각국 대표와 맞붙게 된다. 이 대회는 브루잉 커피 역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세계인의 일상이 된 핸드드립 커피독일에서 시작하고 일본에서 발전한 핸드드립 커피 문화는 한국과 아시아를 거쳐 서구 스페셜티 커피 산업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전 세계인의 일상이 됐다. 최근에는 ▲지속가능성 ▲윤리적 소비 ▲로컬 로스터리의 부상 등 새로운 흐름과 결합하며 커피 문화가 또 한 번 변화를 겪고 있다. 스타벅스가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에스프레소 문화가 프랜차이즈 커피를 키웠다면, 브루잉 커피 덕에 전 세계 가정에서 누구나 쉽게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오늘날 커피 시장은 양극화 속에 놓여 있다. 기후 변화와 자본의 영향으로 국제 커피 지수는 급등하고, 저가 커피 브랜드는 비용 압박에 흔들린다. 품질과 개성을 내세운 스페셜티 커피는 여전히 성장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멜리타 벤츠가 우연히 시작한 드리퍼는 일본의 칼리타와 하리오를 거치며 발전했고, 브루잉 커피의 역사는 전세계 커피 애호가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인류 최고의 음악가 베토벤은 매일 아침 60알의 원두를 세어가며 일관된 커피를 내려 마셨다. 청각을 잃어가는 절망 속에서도 커피 한 잔의 여유가 그의 마지막 작품을 지탱했듯이 2025년 분열과 혼란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커피 한 잔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2025.11.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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