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트럼프 세일즈 후폭풍…美 FAA 인증 지연에 비즈니스석 서비스 차질
- ‘프레스티지 스위트 2.0’ 좌석 문 사용 못해
항공기 제작사 보잉 인증 절차 지연 탓
승객 안내 미흡…일부선 불만 나와
대한항공 "기다릴 수밖에"
신기재 도입 확대 앞두고 운용 리스크 커져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대한항공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도입한 신형 여객기 보잉 787-10 드림라이너의 비즈니스석 ‘프레스티지 스위트 2.0’ 좌석이 미국 연방항공청(FAA) 승인 문제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좌석에는 프라이버시(남에게 간섭받지 않을 권리) 확보를 위한 도어(문)가 설치돼 있지만, 안전 인증이 완료되지 않아 실제 비행 중에는 문을 연 채 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신기재 도입과 서비스 고급화 전략의 핵심 요소로 내세웠던 좌석의 경쟁력이 약화할 뿐 아니라 향후 기재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FAA '90초 탈출 규정'에 발목
본지 취재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 787-10을 처음 도입하면서 ‘프레스티지 스위트 2.0’을 새 비즈니스 클래스 브랜드로 공개했다. 기존 프레스티지석 대비 프라이버시와 공간 활용성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대한항공은 각 좌석에 미닫이문을 설치해 '반(半) 스위트' 형태의 독립적인 공간감을 제공하는 점을 핵심 가치로 강조해 왔다.
문제의 원인은 FAA의 안전 인증 지연에 있다. 항공기 좌석 문은 비상 상황에서 승객 이동 경로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엄격한 안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FAA는 항공기 승객 전원이 90초 이내 탈출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90초 규칙'(90-second rule)을 중심으로 비상 탈출 시뮬레이션 평가를 진행한다.
국토교통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제출한 문 관련 인증 자료 중 일부가 해당 요건에 대해 충분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종 승인이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대한항공 자체의 기술 문제가 아니라 좌석과 기체 설계 단계에서 제조사가 해결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상황이다.
이어 "FAA 인증은 제작사가 직접 받아야 하는 구조”라며 “대한항공은 도입 단계부터 제작사 권고에 따라 운용해 왔기 때문에 기술적 문제는 없지만, 승객 안내가 다소 미흡했던 점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부 승객들은 실물로 문이 설치돼 있음에도 승무원으로부터 별도의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사용이 제한된 사실을 비행 중에 알게 됐다는 후기를 남기고 있다. 프라이버시 강화를 기대하고 추가 비용을 지급했는데 실제로는 기능이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만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항공은 FAA의 승인이 날 때 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FAA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문을 활용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현재로선 FAA의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레스티지 스위트 2.0 좌석을 활용하는 고객들이 문의 사용 여부를 문의할 경우 승무원들이 별도의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이 닫히면 더욱 프라이빗한 공간을 누릴 수 있지만, 당장은 안전 승인이 완료될 때까지 문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에서 도어 사용 관련 FAA 인가를 진행 중이며, FAA 검토 일정에 따라 인증 완료 예상 시점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여객기는 정상 작동, 787-10만 제약
같은 ‘프레스티지 스위트 2.0’ 좌석이라도 보잉 777-300ER 기종에서는 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점도 대조적이다. 777-300ER 기종의 경우 기존 일등석 공간을 개조하는 ‘레트로핏’(성능 보강) 방식으로 좌석과 객실 구조 변경이 유연하게 이뤄졌다. 반면, 787-10은 기체 설계부터 배선, 객실 구성까지 통합된 플랫폼 형태로 출고되는 기체이기 때문에 구조 수정 시 기종 전체에 대해 재인증 절차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문 설계나 탈출 동선 개선을 위해 단순 좌석 교체나 기내 개조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문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향후 787-10 기종을 총 25대까지 차례대로 도입할 계획인데, 현재와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문을 닫을 수 없는 좌석이 장기적으로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서비스 품질 측면뿐 아니라 ▲항공사 브랜드 가치 ▲기재 경쟁력 ▲장거리 프리미엄 노선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좌석 기능 문제가 아닌 '시스템 리스크'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보잉과의 제조·설계 관련 책임 관계 ▲FAA와의 인증 절차 속도 ▲미국과 한국 간 항공산업 외교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대한항공이 즉각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필요하다면 대한항공이 787-10 추가 도입 일정을 조정하거나, 향후 설계 보완이 확정될 때까지 인도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항공기 세일즈(판매) 피해자”라며 “이 같은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대한항공의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보잉을 상대로 대한항공이 법적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데에는 미국과의 관계도 있을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들은 해외 순방 시 항공기를 ‘패키지 세일즈’ 형태로 수출하는 전통적 외교 관행, 이른바 ‘항공기 세일즈 외교’를 펼치는데 이러한 정치적 맥락 속에서 대한항공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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