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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 상장기업 주가, 코스닥보다 더 떨어졌다[흔들리는 특례 상장기업①]

지난해 상장 31개 중 16개 기업 주가 40% 넘게 하락
업종 불문하고 코스닥보다 하락률 두드러져

 
 
지난해 증시에 데뷔한 31개의 기술상장 기업 중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연합뉴스]

지난해 증시에 데뷔한 31개의 기술상장 기업 중 주가가 상승한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다.[연합뉴스]

지난해 기술평가특례와 성장성추천 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의 숫자는 31개다. 2020년엔 25개 기업이 통과했는데, 2021년엔 부쩍 늘었다. 2005년 국내 증시에 특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연간 30개가 넘는 기업이 상장했다.  
 
이 제도는 영업 실적이 미미하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에 상장 문턱을 낮춰주고 있다. 원래 적자 기업은 코스닥 상장이 불가하지만, 기술평가기관이나 상장주관사로부터 성장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신청을 가능하게 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 자금난으로 무너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증시에 입성한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기업가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주가가 상승한 기술상장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오히려 다들 큰 폭으로 꺾였다. 이들 31개 기업의 올해 주가 수익률 평균은 -39.56%다.  
 

2021년 기술특례 상장 관심 뜨거운 해로 기록 

“올해 전 세계 증시가 전쟁, 고물가, 긴축이라는 세 가지 위협에 시달리는 가운데 성장주 하락은 불가피한 일”이라는 항변도 설득력을 잃는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의 25.54%의 하락률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장이 나빴던 영향도 있지만 이 기업들이 제대로 성장성을 증명하지 못한 탓도 큰 것이다.   
 
특히 지난해 데뷔한 이들의 주가 흐름이 더 나빴다. 같은 기간 코스닥 기술성장기업부는 -36.37%의 등락률을 기록했다.  
 
개별기업으로 따져 봐도 31개 기업 중 23개 기업이 코스닥 등락률에 미치지 못했다. 하락률이 한자리에 그친 기업은 제노코(-9.25%)뿐이다. 나머지 30개 기업은 올해 들어 주가가 두 자릿수 넘게 꺾였다는 얘기다.  
 
특례 상장을 바이오기업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차갑게 식은 바이오 업황 탓을 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비(非) 바이오기업의 특례 상장건수가 22건으로 바이오기업의 9건을 크게 앞질렀기 때문이다. 비 바이오기업이 바이오기업의 상장 건수를 앞지른 것 역시 특례 제도가 도입된 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례 상장은 한때 ‘바이오 상장’으로 불릴 만큼 바이오 기업들의 주된 IPO 통로로 기능했지만 지난해엔 인공지능(AI),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선전했다.
 
문제는 비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비 바이오 기업 22곳의 주가 수익률(-42.18%)은 평균(-39.56%) 보다 더 나빴다. 오히려 바이오기업의 하락률(-33.14%) 보다 조정 폭이 더 컸다는 얘기다. 여러 업종의 기업이 증시에 데뷔해 특례 제도의 저변을 넓혔다는 한국거래소의 자평이 무색해졌다. 
 
면역항암제 전문 기업 네오이뮨텍은 올해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연합뉴스]

면역항암제 전문 기업 네오이뮨텍은 올해 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연합뉴스]

하락률이 가장 두드러지는 종목은 메타버스 테마주로 주목받았던 자이언트스텝이다. 올해 초 7만원에 장을 출발한 이 회사의 주가는 6월 20일엔 2만450원에 장을 마쳤다. 무려 70.79%(4만9550원)나 하락했다.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했음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지금은 시초가(2만2000원)를 밑돌고 있다.  
 
나노씨엠에스 주가도 만만치 않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7만6200원에서 2만2700원으로 70.21%(5만3500원)나 하락했다. 이 회사는 나노 소재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부장 패스트트랙’을 통해 증시에 진출했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할 수 있는 램프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지난해 급등했다가, 다시 공모가(2만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면역항암제 전문 기업 네오이뮨텍도 마찬가지다. 상장 당시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공모가 희망 밴드를 넘어선 공모가를 확정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했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61.79%나 꺾이면서 체면을 구겼다.  
 

주가 반토막 난 기업 ‘수두룩’…시초가보다 떨어진 곳도 있어

이밖에도 와이더플래닛(-59.46%), 뷰노(-58.20%), 딥노이드(-56.56%),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56.15%), 씨이랩(-55.99%), 지오엘리먼트(-52.70%), 마인즈랩(-50.24%) 등 종목의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40%가 넘는 하락률을 보인 기업도 6개나 됐다. 삼영에스앤씨(-47.60%), 에이비온(45.82%), 엔비티(-44.99%), 라이프시맨틱스(-44.47%), 원티드랩(-42.30%), 맥스트(-42.21%) 등이다.
 
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기업의 주가 낙폭이 크게 두드러지면서 이들 기업에 베팅한 투자자의 선택은 적중하지 못했다. 투자자 기대치를 충족한 기업이 많지 않은 탓에 상장 문턱이 너무 낮은 게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국거래소의 심사기조가 깐깐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기술평가특례와 성장성추천 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의 숫자는 10개뿐이다. 지난해 상장 건수(31개)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는 기술특례 상장 심사 과정의 핵심인 기술성 평가 모델을 업종별 특성을 꼼꼼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해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특례 상장을 검토 중인 성장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벤처투자업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상장은 사업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인데, 입성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사업 확장의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평가특례를 활용해 코스닥 입성을 준비 중인 한 IT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지만, 먼저 입성한 기업들의 수익률이 낮다 보니 투자자의 관심이 차갑게 식은 상황”이라면서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제대로 입증하는 사례가 나와야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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