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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코인 갑부가 4조원에 인수한다는 빗썸, 이번엔 진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빗썸 인수설
최근 코인 부실기업 구제금융 나서 가능성 ↑
비덴트 등 복잡한 관계사·정부 규제 등 발목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국내 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여러 차례 인수가 좌절된 빗썸이지만, 최근 위기를 맞은 암호화폐 기업들을 FTX가 자금지원 및 인수합병을 시행해 되살리고 있어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빗썸의 여전히 복잡한 지배구조, 국내 암호화폐 산업 규제 등이 변수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익명을 요구한 인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FTX가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사들이기 위해 사전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양사는 몇 달 동안 인수 문제를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FTX와 FTX의 미국 자회사 FTX US가 (빗썸 및 암호화폐 업체 인수 목적으로) 최근 신규 자본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FTX측에서 제시한 매각가는 4조원대로 김앤장 로펌을 통해 협상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FTX는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빗썸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시세 전광판이 설치된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코인 거래소 FTX와 ‘뽀글이’ 샘 뱅크먼프리드는 누구? 

바하마에 본사를 두고 있는 FTX의 시장가치는 320억 달러(약 42조원)로 추산된다. 코인마켓캡 25일 오후 2시 기준 FTX의 24시간 거래량은 76억8000만 달러(약 10조707억원)로 전 세계 거래소 중 2위다.
 
FTX를 창업한 샘 뱅크먼프리드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 졸업 후 금융업계에서 일하다가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를 창업해 코인업계 억만장자 대열에 들었다. 포브스 집계 기준 그의 순자산은 210억 달러(약 26조8816억원)로 전 세계 72위로 평가된다. 국내 코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유의 곱슬머리 때문에 ‘뽀글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뱅크먼프리드는 최근 테라·루나 대폭락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암호화폐 시장에 구제 금융을 지원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7월 초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에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이 회사를 2억4000만 달러(약 3150억원)에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계약까지 체결했다.
 
블룸버그는 “뱅크먼프리드는 암호화폐 시장 붕괴를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뱅크먼프리드의 빗썸 인수 추진도 FTX가 글로벌 영향력을 넓히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FTX는 암호화폐 산업뿐 아니라 증권 사업까지 발을 넓히려 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최대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의 지분을 7.6%(약 6억4800만 달러) 취득하며 인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빈후드 애플리케이션(앱). [AP=연합뉴스]

복잡한 지배구조·한국 정부 규제, 인수 걸림돌 될 듯

빗썸의 피인수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인수설이 불거졌음에도 복잡한 지배구조와 인수가격 협상 문제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10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은 빗썸의 지주회사인 빗썸홀딩스 지분을 4억 달러(약 5252억원)에 사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빗썸 인수 완료 후 투명하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기한 내 잔금을 치르지 못해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인수 계약 파기 후 김 회장은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정훈 빗썸홀딩스 전 의장과 법정공방을 현재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2019년 11월에는 김 회장이 잔금 납부에 실패하고 시장에 나온 빗썸홀딩스 주식 2324주를 방송장비 제조사 비덴트가 1150억3800만원에 양수한다고 했다. 당시 비덴트는 지분 비율 34.24%로 빗썸홀딩스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비덴트는 빗썸에 외국인 투자자 소득세 명목으로 세금 803억원이 부과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지분 인수 취소 소송을 진행했다. 비덴트 관계자는 “빗썸홀딩스가 불리한 조건으로 지분 인수 계약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우리에게 과세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런 취소 소송 과정에서 이정훈 전 의장은 당시 BTHMB홀딩스를 통해 10.7%, 싱가포르 법인 디에이에이 30%, 개인 지분 및 우호 지분 약 25% 등으로 빗썸홀딩스 지분 약 65.7%를 확보하고 있어 실질적인 최대 주주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국내 3대 게임사 넥슨의 지주사인 NXC, P2E(플레이하며 돈 버는) 게임 미르4의 개발사 위메이드 등이 빗썸 인수를 시도했다 무산됐다. 지난해 3월에는 JP모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비자, 네이버 등 국내외 금융·IT 기업도 빗썸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이번 FTX의 인수설도 규제가 강한 국내 시장의 특성 상 실제 인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FTX는 대표적 조세회피처인 바하마에 본사를 두고 있어 자본 통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게다가 FTX는 가상자산을 활용한 파생상품에 특화된 거래소다. 국내 금융당국은 2017년 이후 가상자산 파생상품 출시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이와 비슷한 인수 사례는 정부의 간섭으로 늘 실패했다”며 “한국 정부는 자본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그 예가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말했다. 이어 “(FTX가 빗썸을 인수할 경우) 가상자산을 통한 외국 자본 유입이 가능해져 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며 인수가 불발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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