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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숙원 ‘해외 공략’ 달성한 뉴아이디의 특별한 전략 [이색 OTT가 뜬다①]

[인터뷰] 뉴아이디 박준경 대표, 김조한 이사
콘텐트·플랫폼 전문가 의기투합해 사내벤처로 창업
글로벌 FAST 시장 성장성 확인하고 K콘텐트 채널로 도전
지난해 글로벌 MAU 400만명 달성…올해는 500만명 목표

 
 
뉴아이디는 NEW의 첫 사내벤처 기업이다. 박준경 대표(왼쪽)와 김조한 이사가 의기투합해 창업했다.신인섭 기자
글로벌 OTT 시장은 전쟁터다. 세계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매달 지갑을 열어주는 시청자를 확보하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이 시장엔 뉴아이디(NEW ID)라는 낯선 이름의 한국기업도 있다. 이름만 낯선 게 아니라 사업방식도 생소하다. 구독형 모델이 판치는 이 시장에서 FAST란 이름의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FAST는 쉽게 말해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다. 광고를 봐야 하는 대신 편성표가 미리 짜인 다양한 채널을 공짜로 누릴 수 있다.  
 
뉴아이디는 한국 기업이 기를 펴기 어려운 북미,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 삼성TV플러스, LG채널, TCL 등 글로벌 TV 제조사뿐만 아니라 로쿠 채널, 플루토TV, 아마존 프리비 등 글로벌 FAST 플랫폼에 K콘텐트 전문 채널을 공급하고 있다.
 
뉴아이디는 최근 찬 바람이 부는 VC업계에서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약 57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2019년 설립해 3년 만에 거둔 성과다. 뉴아이디가 영화 투자배급사로 유명한 ‘NEW’의 사내벤처 기업이란 점도 눈에 띈다. 연평균 네 자릿수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고공행진 중인 뉴아이디를 창업한 건 박준경 대표, 김조한 이사다. [이코노미스트]가 뉴아이디 본사에서 두 경영진을 만났다.  
 
한국에선 OTT는 다 월 구독료를 내고 콘텐트를 무제한 보는 서비스를 떠올린다. 뉴아이디의 방식은 다른데, 자세히 설명해 달라.  
김조한 이사 : 업계에선 우리가 하는 일을 두고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라고 부른다. 광고(AD)를 보는 대신 무료로 볼 수 있는 스트리밍 TV란 뜻이다.  
박준경 대표 : 쉽게 말해 TV로 보는 라이브 방송이다. TV에서 방송이 나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되묻겠지만, 사실 우린 그냥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IPTV 서비스에 가입해 셋톱박스를 설치하거나, 케이블 방송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FAST는 그냥 인터넷이 연결된 TV만 있으면 된다. 수십 수백 개의 채널을 볼 수 있다.  
 
뉴아이디의 플랫폼이 전 세계 TV에 깔린다는 건가.  
박준경 대표 : 엄밀하겐 아니다. 우리는 넷플릭스 같은 앱 형식의 플랫폼이 없다. TV란 플랫폼에 뉴아이디가 제작한 채널이 들어간다고 이해하면 더 쉽다. 우린 TV 사업자나 FAST 플랫폼 사업자에 다양한 채널을 공급한다. K팝부터 영화, 드라마, 예능, 키즈까지 여러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라이브로 볼 수 있는 채널 8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김조한 이사 : 북미나 유럽에선 이런 방식의 OTT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케이블방송·위성방송 등 전통 유료 방송을 끊는 ‘코드커팅’이 한창이었는데, FAST 시장이 수혜를 누렸다. 유료방송 서비스는 이용료 부담이 크고, OTT마저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고객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제격이다. 거실 소파에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다. 뭘 봐야 할지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설명이 어렵다. 고객 입장에선 어떻게 뉴아이디의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건가.
박준경 대표 :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만든 스마트TV가 거실에 놓여있다고 가정하자. 이 TV를 작동하면, TV 운영체제에 각각 ‘삼성TV플러스’ 혹은 ‘LG채널’이란 앱이 있을 거다. 앱을 구동하면 다양한 라이브 채널과 프로그램이 나온다. 이중 일부를 뉴아이디가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방송과 다른 점은 별도의 IPTV 셋톱박스나 디바이스 없이도, 특정 방송 서비스에 유료로 가입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방영되는 콘텐트는 뉴아이디가 직접 제작하는 건가.  
김조한 이사 : 아니다. 우리도 다른 OTT처럼 계약을 맺고 다른 제작사의 콘텐트를 제공받는다. 모회사 NEW의 콘텐트도 있지만 그것만으론 30여개 채널을 다채롭게 채울 수 없다. 
 
정리하면 스마트TV에 채널을 공급하고 있다는 건데, 특별한 사업처럼 보이진 않는다. 지금 방송사업자와 하는 일이 유사한 것 아닌가. 방영 장소가 해외라면 자막을 붙이면 될 일이다.  
박준경 대표 : 우리도 처음엔 해외 진출이 순탄할 거라고 생각했다. 2019년 사업을 구상할 당시에도 K팝의 인기는 상당했고, 한국에서 제작한 영화가 유명했으니까. 관련 콘텐트를 잘 버무려 편성하면 끝 아닌가 했다.  
김조한 이사 : 그런데 하나하나가 난관이었다. 한국 콘텐트를 해외에 라이브로 방송하는 것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았다. 현지 광고 에이전시와는 미팅 자리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더라. 앞서 해본 기업이 없다 보니 참고하거나 상담할 곳도 없었다. 
 
뉴아이디는 2019년 10월 영화제작사 NEW의 사내 벤처로 출범했다. 글로벌 FAST 시장의 가파른 성장성과 이 시장에 아시아 사업자가 없다는 걸 파악하고 ‘블루오션’임을 직감했다. 뉴아이디는 글로벌 미디어·통신 대기업 컴캐스트의 OTT 자회사인 쥬모(Xumo)와 K팝 채널 계약을 맺었고, 창업 이듬해부터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관건은 한국 콘텐트의 현지화였다. 국가나 지역마다 저작권을 다루는 법과 규정이 제각각이었고, 한국 드라마나 예능에 PPL로 등장하는 제품의 로고를 노출하는 것도 민감한 문제였다. 영어 자막을 보유한 한국 콘텐트도 생각보다 적었다.  
박준경 대표는 “글로벌 시청자가 뉴아이디를 통해 K콘텐트를 더 편하게 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신인섭 기자
 
박준경 대표가 말했다.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이었다. 채널 하나에 콘텐트를 채우는 데 8개월이나 걸렸다. 처음엔 우리 개발자가 한땀 한땀 손으로 편집했다. 워낙 정성을 들인 탓인지 채널에 애정이 생기더라. 편성이나 콘텐트 피드백을 두고 쥬모 측과 거의 매일 통화했다. 그 담당자도 황당했을 거다. 쥬모엔 여러 회사가 공급하는 채널이 100개가 넘는데, 고작 하나의 채널을 공급하는 외국회사가 시도 때도 없이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귀찮게 했으니 말이다.”
 
지금 뉴아이디는 자체 개발한 FAST CMS(콘텐트 매니지먼트 시스템)를 통해 이런 번거로운 수작업을 대폭 줄였다. FAST 플랫폼이 원하는 콘텐트의 포맷은 제각각인데, 이를 플랫폼이 원하는 규격에 알맞게 송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뉴아이디의 특화한 기술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인공지능(AI)기반 포스트 프로덕션(AIPP)’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던 AI기반 미디어 요소 기술을 뉴아이디의 콘텐트 편집 역량과 결합했다.  
 
이 기술은 AI를 활용해 콘텐트 속 한글 자막 및 방송사 로고, PPL 이미지를 제거하고, 저작권 문제 소지가 있는 배경음악을 걸러낸다.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변환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쉽게 말해, 한국 콘텐트를 외국에서 방영해도 문제가 없게끔 손봐준다는 얘기다.  
 
김조한 이사는 “FAST CMS와 AIPP 기술은 뉴아이디의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다. FAST 사업을 통한 광고 비즈니스가 첫 번째라면, 이 기술을 솔루션화해 여러 회사의 콘텐트를 세계에 나가게 돕는 게 우리의 두번째 목표다.”
  
난관은 또 있었다. 뉴아이디가 한국에서 온 회사였다는 점이다. NEW가 국내에선 유명한 영화사지만, 글로벌에선 사정이 달랐다. 아시아 변방에서 온 작고 낯선 회사로 보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특히 콘텐트에 광고를 넣기 위해 지역의 광고 에이전시와 소통하는 건 두 경영진을 곤경에 빠뜨리는 일이었다. 이들 기업이 내미는 계약서를 볼 때마다 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이었다. 낯선 사업 분야인데마다 국가마다 관례와 문화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김조한 이사는 “BTS도 젊은 세대 사이에선 유명하지만, 기업 담당자는 몰랐다”면서 “한국기업과 처음 미팅해본다는 사업자도 숱했다”고 회상했다. 한류가 아무리 날고 긴다지만 세계 대중문화 시장에선 주류의 문화라고 보긴 어렵다. 뉴아이디의 한류 채널이 시청자를 어떻게 홀릴 수 있을지를 설득하는 건 난제였다.  
 
다만 호기는 있었다. 글로벌 TV 시장을 장악한 사업자가 바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였다는 점이다. 뉴아이디는 삼성TV플러스, LG채널과 채널 공급 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뉴아이디는 금세 FAST 시장에서 입소문을 탔다. 김조한 이사는 “미국 유명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에서 FAST 사업을 알고 싶다면 알고 있어야 하는 50개의 회사를 선정하는 백서를 만들었다”면서 “그 50개 기업 중 아시아 회사는 삼성TV플러스와 뉴아이디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금 뉴아이디의 시장 위상은 남다르다. 전 세계 젊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한류 채널과 콘텐트를 다수 공급하는 유일한 사업자다.  TCL 등 글로벌 TV 제조사뿐만 아니라 로쿠 채널, 플루토TV, 아마존 프리비 등 글로벌 FAST 플랫폼에 콘텐트·채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뉴아이디의 채널이 송출되는 지역도 북미와 유럽, 일본과 한국 등 다양하다. 뉴아이디의 채널 포트폴리오엔 아기상어 채널도 있는데, 몇몇 플랫폼에선 키즈분야 시청시간 1등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뉴아이디는 글로벌 평균 월간활성사용자수(MAU) 400만명을 기록했다. 웬만한 한국 대형 OTT 플랫폼의 MAU와 비슷한 수준이다. 뉴아이디의 올해 MAU 목표는 500만명이다.
  
김조한 이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FAST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다.신인섭 기자
그래도 OTT 시장을 열어젖힌 건 넷플릭스다. 구독경제 모델을 검토한 적은 없었나.
김조한 이사 : 처음부터 타깃이 글로벌 시장이었고, 우리가 사업을 구상할 땐 북미 OTT 시장은 성숙기를 지나고 있었다. 경쟁이 한껏 달아올랐고, 투자금도 적잖게 필요해 보였다. ‘남들이 다 하는 것 말고 안 하는 일 해봐야지”란 도전 정신도 있었다.
박준경 대표 : 한국만 봐도 구독형 OTT 시장은 살벌하다. 가입자를 뺏고 더 돋보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콘텐트도 독점으로 내세운다. 그런 점에서 FAST 시장은 재미있다. 여긴 독점하지 않는다. 경쟁하기보단, 어떻게든 손잡고 협력하려고 한다. 어떤 콘텐트를 독점으로 확보했느냐를 뽐내지도 않는다. 그보단 내 채널이 얼마나 많은 플랫폼에 편성됐느냐가 업체의 실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다.  
 
넷플릭스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새 사업자가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거 보면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급변하는 것 같다.  
김조한 이사 : 시간이 갈수록 더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다. 선두주자 넷플릭스만 해도 광고를 결합한 저가 요금제 출시를 공식화했고, 프랑스에선 방송국 형태의 라이브 스트리밍 사업을 실험하고 있다. 우리가 AI를 활용해 콘텐트 가공 시간을 줄였듯, 새로운 방식으로 첨단기술을 무기로 내세우는 미디어테크 기업도 속속 등장할 거다.  
박준경 대표 : 그중에서도 지갑 열 부담 없는 FAST 플랫폼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산업이 어떻게 변하든지 가정마다 TV 한 대씩은 두지 않나. 전 세계에 놓인 TV를 인프라로 삼고 있는 점이 참 매력적인 시장이다.  
 
IPTV와 구독형 OTT가 득세 중인 탓일까. 한국시장에선 FAST 플랫폼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박준경 대표 : 그간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정작 한국시장엔 신경을 못 썼다. 앞으론 다양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우리 국민들에도 콘텐트를 누리는 방식에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싶다. OTT 아니면 IPTV, 케이블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콘텐트를 볼 수 있게 말이다. 고객의 시선에선 구독형 OTT든 FAST든 가는 방향은 똑같다. 새로운 시청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거다. 시작하는 모양만 다를 뿐이다.  
 
창업 3년 만에 글로벌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장기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김조한 이사 : 지금은 사업적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지만, 비전은 있다. 한국에 있는 전체 콘텐트, 미디어 산업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 큰 회사만 득세하는 산업이 아니라, 작은 업체의 콘텐트도 국경을 넘어 새로운 시장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박준경 대표 : 평생 콘텐트를 제작하고 배급·유통하는 일을 했다. 진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힘들게 만든 콘텐트가 국내에서 짧게 소비되고 만다는 점이었다. 해외에 나가면 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는데, 그런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콘텐트 업체가 많다. 뉴아이디가 해외 시장을 쉽게 두드릴 수 있는 관문이 되길 바란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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