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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틈바구니서 전문성을 무기로 승부하는 OTT들 [이색 OTT가 뜬다②]

한 우물 파면서 대기업 중심의 OTT 생태계에 다양성 선사
콘텐트 대박 노리는 대형 OTT와 차별화 전략이 눈길

 
 
뉴아이디가 세계 각국의 FAST 플랫폼에 제공 중인 채널들.[사진 뉴아이디]
 
지난 6월 스타트업 뉴아이디(NEW ID)는 1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유치를 완료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경기 침체의 여파 때문에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거둔 값진 성과였다. 뉴아이디는 글로벌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시장에서 활약 중인 한국기업이다.  
 
FAST는 OTT 산업에서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으로 꼽힌다. 주문형 비디오를 다루는 여느 OTT 플랫폼과 달리 기존 TV방송처럼 업체가 편성한 스케줄에 따라 영상을 보여주는데,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라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뉴아이디는 삼성TV플러스, LG채널, TCL, 로쿠 채널, 플루토TV, 아마존 프리비 등 글로벌 TV제조사와 FAST 플랫폼에 K콘텐트 전문 채널을 공급 중이다. 북미와 유럽,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의 시청자가 뉴아이디 채널을 경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글로벌 평균 월간활성사용자수(MAU) 400만명을 달성했다. 웬만한 한국 대형 OTT 플랫폼의 MAU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9년 창업해 3년 만에 거둔 쾌거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대기업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2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를 필두로 SK텔레콤·지상파 방송 3사가 힘을 합친 웨이브, 한국 콘텐트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로 꼽히는 CJ ENM이 만든 티빙이 상위권 업체로 꼽힌다. 이 밖에도 글로벌 콘텐트 명가 월트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애플TV플러스 역시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이들의 미래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맞은 산업의 전성기가 끝나가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콘텐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원씩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가입자 수 증가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글로벌 1위 사업자 넷플릭스가 성숙기에 접어든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어서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성장 꺾인 OTT 산업

최근 가파른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힘든 고객이 앞다퉈 지갑을 닫고 있는 점도 OTT 시장엔 악재다. 고객이 지출을 줄이기로 마음먹는다면, 구독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쟁에 참전한 대형 플랫폼은 아직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기에 투자를 통한 승부수 띄우기를 그만둘 수도 없다. 최근 CJ ENM의 티빙과 KT의 시즌이 합병을 결정한 걸 두고 업계가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국내 OTT 시장에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만 있는 건 아니다. 규모는 작지만 특색을 살린 전략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콘텐트 투자 출혈경쟁에서 한 발짝 비켜 있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특정 분야(카테고리)의 콘텐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테고리 킬러’ 플랫폼임을 앞세우거나. 소비자 취향을 저격한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사내벤처로 출범한 뉴아이디 역시 그런 기업 중 하나다. 글로벌 FAST 시장을 먼저 공략 중인 이 회사는 한국 고객에게도 무료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의 콘텐트를 누릴 수 있는 시청 경험을 적극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리디에서 운영 중인 라프텔은 애니메이션 OTT 서비스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플랫폼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시장에서 6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 콘텐트 제공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한 후 추천하는 기능을 강점으로 갖추고 있다. 지난 5월엔 게임업체 넥슨과 협업해 맞춤형 서비스를 더 고도화했다. 모회사 리디가 보유한 검증된 원천 IP를 활용한 협업도 기대되는 요소다. 광고를 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트를 일부 갖추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광고 없이 감상할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도 있고, 보고 싶은 콘텐트를 따로 결제할 수도 있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와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각각 서비스 중인 다큐멘터리 전문 OTT 플랫폼 보다(VODA)와 디박스(D-BOX) 역시 대형 OTT 플랫폼이 잘 다루지 않는 분야를 통해 소비자를 홀리고 있다. EPL, 라리가, 챔피언스리그 등의 해외축구를 비롯해 MLB, NBA 등을 중계하는 스포츠 전문 OTT인 스포티비나우도 스포츠 마니아의 필수 구독 서비스로 꼽힌다. 월 구독료를 내거나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가입하면 일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들 모두 해당 플랫폼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화한 시청 체험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문성 기반으로 고객 신뢰 확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IHQ는 지난 5월 ‘바바요’란 이름 숏폼 전문 OTT를 론칭했다. 10~15분 안팎의 숏폼 콘텐트를 선보여 짧고 강렬한 영상을 좋아하는 MZ세대를 공략하겠다는 거다. 다른 구독형 OTT 플랫폼과 다르게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론칭 초기 플랫폼에 더 많은 고객을 묶어두겠다는 포석이다. IHQ는 추후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인기 콘텐트를 중심으로 건별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5년 내 100만명의 구독자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이 목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선 이런 특화 전략이 쏠쏠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전문 OTT 크런치롤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몸값을 인정받고 소니에 인수됐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특화 OTT인 큐리오시티스트림은 2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다양한 다큐멘터리, 강연 콘텐트를 확보한 데다 연간 19.99달러(약 2만6000원)에 불과한 저렴한 구독료로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한 방을 노리는 블록버스터 콘텐트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카테고리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충성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점이 이들 플랫폼의 강점”이라면서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해진 가운데 특화 플랫폼의 활약은 국내 OTT 생태계를 더 풍부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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