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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의장 ‘외국인 총수’ 지정 연기되나

정부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 시행령 재검토
중복규제, 통상마찰 소지 우려
총수 사익편취 방지, 형평성 논란 지속

 
 
2021년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걸린 쿠팡 현수막과 태극기 모습[사진 쿠팡]
외국인도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려던 계획이 연기될 전망이다. 부처 간 이견과 통상 마찰 등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주 초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려던 계획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기획재정부와 개정안 내용 및 향후 추진 일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기업집단 총수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대규모 기업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주식 보유량, 경영 활동에서의 의사 결정, 임원 선임 등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공정위가 정한다. 기업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경영 권한이 있는 사람이 책임도 지도록 하는 게 동일인(총수) 지정제도다.    
 
지난해 공정위는 현대자동차그룹 총수를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했다. 효성그룹 총수 역시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바꿨다. 현재 이들 기업을 지배하는 총수가 정몽구, 조석래 명예회장이 아니라 정의선, 조현준 회장이라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인 경우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더라도 그 사람을 총수로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로 쿠팡이 거론된다. 쿠팡은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고 김범석 의장이 쿠팡 계열회사에 영향력을 미치는데도 김 의장이 미국인이란 이유로 총수 지정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쿠팡은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분류된다.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자 공정위는 연구 용역을 거쳐 외국인이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동일인 정의·요건 규정을 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부는 공정위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이 한미 FTA 최혜국 대우 규정에 어긋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정위가 외국인 총수 지정 방침 계획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동일인 지정 제도가 중복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란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라 이미 공시와 내부거래에 관해 관련 법령에 따른 규제를 받는데, 한국에서도 규제를 받으면 이중 규제로 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총수의 사익편취를 막는 것은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기업 총수에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적용되는 공정거래법의 동일인 지정 제도를 보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기업집단 현황과 대규모 내부거래 내역, 총수·법인의 주식 소유 현황 등에 대한 공시 의무를 부여한다. 총수의 경우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현황까지 보고해야 한다.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누락한 사실이 발견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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