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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설계사는 필패 지름길?’ 공식 깬 해빗팩토리 [인슈어테크 어디까지②]

[인터뷰]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인터뷰
‘보험을 팔자’가 아니라 ‘제대로 알게하자’ 강조하니 2년만에 흑자 조짐
설계사 의존 영업 아닌, 시스템화로 고객 만족도↑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가 10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로17 센트럴파크타워 23층 회사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했다. 해빗팩토리는 보험관리 앱 '시그널플래너'를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신인섭 기자]
국내 보험앱 서비스의 기본 뼈대는 ‘내 보험 조회→보장 분석→상품 추천 및 가입’이다. 앱으로 유입된 고객이 상품 가입까지 마쳐야 수익이 나는 구조다. 하지만 직접 보험대리점(GA)을 설립하지 않은 곳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상품 추천이 불가능하다. 또 보험 조회와 분석을 제공해도 ‘설계사 푸쉬(PUSH)’가 없다보니 가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국내 인슈어테크 업체들 중 현재까지 순수 보험앱 서비스만으로 흑자를 낸 곳이 전무한 이유다. ‘테크’ 뿐만 아니라 ‘보험(인슈)’을 팔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곧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인슈어테크 업체가 있다. 2019년 보험앱 서비스 ‘시그널플래너’를 내놓은 해빗팩토리가 그 주인공이다.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는 ‘보험을 쉽고 제대로 알려주자’란 목표 아래에 지난 2년 간 서비스 확충에 주력했고 결실을 맺고 있다.
 

정규직 설계사는 실패? 통념 바꾼 ‘안정 시스템’

보험앱 시그널플래너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 4.8점(8월10일 기준)이다. 수백개의 리뷰를 들여다보면 요지는 간단하다. ‘쉽고 편리하게 내 보험에 대해 알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 인슈어테크 업체들이 보험앱 서비스를 내놓으며 목표로 삼은 지향점도 같다. 하지만 다른 보험앱들은 수익면에서 고전하고 있고 시그널플래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시그널플래너의 월간 보험가입 건수는 2020년 11월 14건에서 2022년 7월 1327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월 초회보험료는 57만원에서 7600만원대로 뛰었다. 올 3월에는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고 7월 매출은 1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이대로면 올해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앱 설치 대비 실제 보험 계약 전환율도 서비스 초 0.2%에서 3%~4%로 급증했다. 100명이 앱을 설치하면 3~4명은 보험에 가입한다는 얘긴데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매우 놀라운 비율이다. 지난해 시리즈B 100억원 투자를 받기도 했다.
 
정 대표는 다른 보험앱 서비스와 시그널플래너의 차별화 지점을 ‘정규직 설계사 고용 및 안정 시스템’으로 봤다. 해빗팩토리는 지난 2020년 9월 보험대리점 ‘시그널파이낸셜랩’을 설립하고, 정규직 설계사를 고용했다. 또 모든 상담은 카카오톡으로 가능하다.  
 
“현재 보험업계에는 판매에 따른 수당을 받는 위촉직 설계사가 대부분이고 이들이 업체 수익을 좌우하죠. 하지만 이는 회사가 위촉직 설계사에 기대게 되고 서비스 주도권도 갖기 힘듭니다. 또 근본적으로 고객이 보험앱에서 원하는 서비스에는 맞지 않는 방식입니다. ‘내게 맞는 보험을 원하는 고객’과 ‘고수익 상품을 팔아야 하는 설계사’간 수요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국내 인슈어테크 업체나 몇몇 GA가 정규직 설계사 고용 실험을 한 바 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기본 급여가 보장된 정규직 설계사들은 위촉직보다 영업 동기부여가 낮아 결국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 부분을 시스템화로 해결했다. 인공지능이 개인별 보험 분석을 진행하고 동일조건 하에 가장 보험료가 저렴한 보험사 상품을 추천한다. 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이 상담을 요청하면 시그널플래너의 설계사들은 상담을 통해 계약 체결에만 나선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고액 보험료 상품 추천은 일절 진행하지 않는다. 또 고객 보험 분석 결과, 보장내역이 충분하면 굳이 다른 상품을 추천하지 않고 잘 유지하라고 조언한다는 설명이다. ‘불필요한 보험권유가 없다’는 리뷰가 많은 이유다. 다른 보험앱들은 분석을 요청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해 상담사들이 영업전화를 거는 경우가 많다.
 
정 대표는 “일반적인 설계사라면 혼자 고객 영업, 보험 분석, 추천을 다 해야 하는 구조지만 시그널플래너에서는 인공지능(AI)이 모든 과정을 처리하고 설계사가 상담과 계약 부분에만 관여합니다. 설계사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객 유입량을 늘리는 등 그들을 돕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만 집중한 것이죠.”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신인섭 기자]

고객 신뢰 중요…“기본에 충실”

인당 월 초회보험료 실적을 보면 시그널플래너 설계사는 200만원 수준으로 업계 평균(30만원)을 크게 상회한다. 고액 보험료 상품보다 합리적 보험료 상품을 추천하다보니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현재 시그널플래너를 통해 진행된 계약의 13개월 보험유지율은 98%, 25개월은 97%에 달한다. 보험업계 평균이 60~80%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수치다. 이런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추다보니 정규직 설계사를 채용하고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해빗팩토리 역시 다른 인슈어테크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사업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2016년 이후 우후죽순 등장한 보험앱들은 현재 사라지거나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해빗팩토리 역시 현재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스타트업의 특성상 언제든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다. 정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서비스로 고객 신뢰를 쌓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모두가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고 비대면을 좋아하며 복잡한 것을 싫어하죠. 리뷰 얘기를 다시 하자면 고객들은 ‘보험가입 권유가 없어서 좋다’ ‘청구가 너무 쉬웠다’ 같은 아주 기본적인 서비스에 만족하는 편입니다. 사실 이것들은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이미 제공했어야 하는 서비스들이죠. 기본적인 서비스를 쉽고 편리하게 제공하면 고객 신뢰가 자동으로 쌓일 것입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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