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네"…둔촌주공 조합과 합의한 날 시공단 '대위변제'
대우건설, 둔촌주공 조합 사업비 대출액 7000억원 중 1645억원 채무인수 결정
통합상가위원회 강경 대응 예고도…"상가조합원 배제한 합의문 작성은 불법"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갈등을 봉합하며 합의에 이른 당일, 시공사업단 중 한 곳이 조합의 사업비 대출액 7000억원 중 일부를 대위변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비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11일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관련 원채무자인 조합의 사업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대위변제하는 안건을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대우건설은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관련 사업비 7000억원 가운데 약 1645억원에 대한 연대보증을 제공했는데 PF 대주단이 PF 만기연장 불가와 대출금 상환 통보를 하면서 이번 대위변제를 이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대주단 만기 연장 거부 대비 대위변제 결정”
같은 날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업단, 서울시, 강동구 관계자들과 함께 공사 재개를 위한 합의문을 작성했다. 합의안에는 서울시 중재안을 기반으로 '상가 분쟁' 관련 조항의 문구를 구체화한 내용이 담겼다. 이로 인해 서울시가 마련했던 9개 쟁점 사항을 의견 조율을 통해 모두 합의했다고 밝혔다.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조합이 골머리를 앓고 있던 7000억원의 사업비 대출 기간을 연장하는 절차도 순탄하게 흘러갈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합의문을 작성한 같은 날 시공사업단 중 한 곳인 대우건설의 대위변제 공시가 올라온 것이다.
대우건설은 대출 만기일까지 대주단이 만기 연장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채무인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오는 23일이 둔촌주공 조합이 대출받은 사업비 7000억원의 만기일"이라며 "대주단이 대출 기간 연장을 거부할 경우에 7000억원 가운데 1645억원의 조합 채무를 대우건설이 인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위변제를 통한 경매 절차로 넘어가는 상황은 일어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우리나라 1군 건설사로 꼽히는 대형 시공사업단이 추진하는 재건축사업인데 경매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1차적으로 시공사업단의 신용으로 금융 조달했기 때문에 조합 채무를 대신 갚는 과정에서 시공사업단의 책임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극단적으로 경매 절차를 밟게 되면 시공사업단이 여태까지 쏟아 부은 매몰비용을 돌려받아야 할 텐데 소송 기간도 대법원까지 가는데 2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조합뿐 아니라 시공사업단 역시 원만한 협의를 통해 상황을 잘 마무리해서 사업을 잘 마치는 게 서로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상가 문제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상가업무 대표단체가 이번 합의는 불법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통상위 “주관단체 배제한 상가 관련 합의 불법”
이번 합의문에는 기존 서울시 중재안에 담긴 ▶기존 공사비 증액 재검증 ▶분양가 심의 ▶일반분양·조합원 분양 ▶설계·계약 변경 ▶검증 ▶총회 의결 ▶공사 재개 ▶합의문의 효력과 위반 시 책임뿐 아니라 ▶상가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실렸다. 합의문에서 상가 문제와 관련한 제8조를 보면 '조합은 올해 4월 15일 이전까지 시공사업단이 수행한 상가 관련 공사 부분을 인정하고, 이번 합의일로부터 60일 안에 지난해 4월 이후 의결한 상가 관련 총회 안건을 취소하고 PM사(리츠인홀딩스)간 상가 유치권 행사를 포함한 분쟁 합의 등에 대해 총회 의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문을 작성한 이날 통합상가위원회(통상위)는 상가업무 주관단체를 배제한 상태로 상가 관련 합의서를 날인한 것은 불법절차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통상위는 “둔촌주공 재건축은 1조합2사업부문으로 아파트와 상가에 대한 독립정산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파트부문이 상가부문을 배제하고 상가사업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법적 지위가 분명한 상가업무 주관단체인 통상위를 배제하고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상가 관련 내용을 포함한 합의서를 날인한 것은 불법절차”라고 지적했다.
통상위는 "합의문 3조에서 아파트 일반분양과 상가 일반분양을 동시에 하겠다는 의미는 PM사가 3000억원 규모 상가를 통매각하겠다는 것"이라며 "합의문 8조 역시 지난해 4월 이후 아파트와 상가의 독립정산제 사업방식이 명확히 정관에 담겼으며 옛 상가위원회 상가대표단체 취소, 현 통상위 상가업무 주관 의결, 상가 총회를 통한 PM 계약 해지 등도 조합총회에서 추인했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상위는 법무법인들로부터 받은 자문을 통해 현재 확보한 법적지위를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며 “이번 합의서대로 상가조합원 재산을 침탈하는 총회를 강행할 경우 조합총회 개최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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