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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효성·CJ '벤처투자' 길 열렸다 [대기업 지주사 CVC 릴레이①]

GS, 1300억 규모 벤처 펀드 결성
CJ는 투자사 인수해 벤처캐피털 설립
VC투자 기대,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 부작용 우려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빌딩 모습[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빌딩 모습[연합뉴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를 설립하면서 벤처 투자를 향한 길을 넓히고 있다. CVC란 대기업이 전략적인 목적으로 독립적인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를 말한다. 얼마 전까지 일반 대기업 지주회사는 벤처캐피탈을 설립할 수 없었는데,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며 대기업이 투자 통로가 열린 것이다.  
 
지난 5일 CJ그룹 지주회사인 CJ는 씨앤아이레저산업으로부터 타임와이즈인베트스먼트 지분 100%를 221억원에 인수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는 전문 투자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투자 회사 사명은 ‘CJ인베스트먼트’로 변경할 계획이다.
 
CJ는 CJ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향후 5년간 4000억원을 신규 출자해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방침이다. CJ 관계자는 “산업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신규 사업모델과 혁신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그룹 CVC를 공식 출범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GS그룹의 CVC GS벤처스는 지난달 1300억원 규모의 첫 번째 펀드 ‘지에스 어셈블(Assemble) 신기술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신기술·벤처를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한다는 의미다. 올해 초 GS는 CVC 법인을 설립하며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는데 이번 펀드 규모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GS그룹은 “이번 펀드 명칭에 있는 어셈블이 영어의 첫 번째 알파벳 'A'로 시작하는 만큼 향후 알파벳 B, C, D 등으로 시작하는 후속 펀드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자자는 ㈜GS(300억원), GS에너지(200억원), GS리테일(200억원), GS건설(200억원), GS EPS(200억원), GS파워(100억원), GS E&R(50억원), GS글로벌(50억원)이다.
 
GS벤처스는 향후 바이오, 기후변화 대응, 스마트 건축 등 GS그룹이 주목하는 신성장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환경에서 스타트업 투자는 미래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라며 “적극적인 벤처투자와 개방형 혁신을 통해 GS와 벤처 등 협력사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같은 달 효성그룹도 CVC 설립을 공식화했다. 자본금 100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 ‘효성벤처스’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효성벤처스 역시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투자,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설립과 자금 관리·운용을 담당할 예정이다.  
 
효성벤처스 초대 대표는 김철호 부사장이 맡는다. 김 부사장은 올해 효성 전략본부에 영입된 인물로 금융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도이치뱅크 본부장, 스틱인베스트먼트 Private Equity 부본부장, 일진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금산분리’ 빗장 풀려…CVC 기대, 우려 교차

대기업들이 잇따라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건 금융과 산업을 분리(금산분리)하는 규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정부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는 우버 등 다수 투자 성공사례를 창출하는 등 CVC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한국도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고 했다.
 
금융·산업 기업이 상호 소유와 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해제해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CVC는 일반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가진 완전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도록 하는 등 설립 조건을 달았다. 대기업이 적은 돈으로 다수의 CVC를 설립해 계열사를 확장하는 등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지주사 체제가 아닌 계열사나 해외법인 형태로 CVC를 운영하던 대기업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대기업의 자금 유입으로 벤처 투자가 활발해지고 더 많은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으면 투자금을 회수(Exit‧엑시트)하기 어려웠던 국내 벤처투자 상황을 고려하면 대기업이 CVC를 통해 스타트업을 인수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엑시트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전체 벤처캐피털(VC)의 투자 금액 중 절반이 알파벳(구글 모기업)의 CVC 구글벤처스나 인텔의 인텔캐피털 등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대기업 오너 일가가 적은 돈으로 벤처기업을 설립하면 그룹 CVC가 투자하는 형태로 특혜를 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CVC가 기업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합법적인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일반 지주사의 CVC 보유까지 허용하는 것은 금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것”이라며 “공정 경제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벤처투자 촉진 효과와 부작용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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