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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팔고 LG엔솔 사는 연기금…증시 하방압력 더 키운다

리밸런싱에 따른 우량주 매도가 주가 하락 부추겨
“코스피200 편입방식 개선” vs “기금운용 독립성” 의견도

 
 
올 들어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을 4조92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연합뉴스]
 
 
최근 국내증시의 큰손인 연기금(국민연금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투자자의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연기금은 리밸런싱(자산편입 비중 재조정)을 이유로 대형 우량주를 매도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주가 하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14일 장중 2300선을 내줬던 코스피는 한 달 만에 2546.35까지 올랐으나 최근 약세로 돌아섰다. 최근 증시부진의 주요 배경은 기관투자자의 이탈이다.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5조5000억원, 213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6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6조원 넘게 팔아치우면서도 매수가 집중된 종목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1월 2일~9월 5일)까지 총 4조9200억원의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1조6000억원)이 사들인 것보다 3배나 많은 금액이다. 
 
반대로 국민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꾸준히 팔고 있다. 지난 6월부터 현재(6일 기준)까지 연기금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1조3300억원에 이른다. 연기금은 삼성전자와 함께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꼽히는 HMM 주식도 917억원 가량 팔아치웠다. 
 
 
연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국내 주식 운용에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로 삼는 코스피200 지수 내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코스피200에 편입됐다. 시가총액이 113조원이 넘는 LG에너지솔루션을 담으려면 연기금은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대형주를 팔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저평가 우량주로 꼽히는 삼성전자가 5만원대에서 머무는 것도 연기금의 매도 영향도 한몫한다. 문제는 연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계속 줄여나가는 만큼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6월말 기준으로 883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의 운용액 가운데 국내주식 비중은 15%인 132조원, 해외주식 운용액은 전체의 26.7%인 236조원이다.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연기금이 추종하는 코스피200의 구성종목 편입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형주 상장 시 편입 기준일을 6개월 이상 연기하거나 편입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고평가된 공모주의 거품이 걷히고 나면 연기금의 투자손실 예방은 물론 수급 왜곡 현상도 최소화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지금처럼 고환율인 상황에서 해외투자 확대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고, 비싸진 달러로 다시 해외주식을 사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락장 시 국민연금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해외주식을 한시적으로 매수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기금운용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연기금의 투자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안정적인 수익 제고를 위해 2027년까지 국내 주식비중을 14%까지 낮추고, 해외주식 투자 비중은 40% 이상, 대체자산 투자 비중은 14%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못 속 고래’로 불리는 국민연금은 투자 다변화를 위해 바다인 해외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기금은 투자 수익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독립적인 투자판단에 따른 주식 매도가 비난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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