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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연속 날린 빅 펀치에 안도해야 할까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한미 금리 격차 더 벌어져 자본유출 리스크 가능성 커
내년 금리인하 가능성 적어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 필요

 
 
20~2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 금리 목표치는 3~3.25%로 높아지게 된다. 사진은 제롬파월 연준의장. [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되고 싶은 걸까. 테슬라를 사랑하는 돈 나무 언니를 추종하는 것 같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지구를 강타하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의장과 대척점에 섰다. 금리문제로 파월을 코너로 몰고 갔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일론 머스크는 주가 분할 이후에도 미국 전체 시장과 다르게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테슬라 주가에 감사하고 잠시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여하튼 머스크는 디플레이션을 경고하며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경기 침체로 인한 디플레이션 위험 속에서 연준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CEO의 질문에 “0.25%포인트 인하”라고 트위터를 통해 답했다. 일론 머스크의 희망사항과 달리 파월의장은 경기 침체의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9월 21일(현지시각) 연준은 기준금리 울트라 스텝(1%) 인상의 우려는 불식했다. 0.75%포인트로 정했으니 다행이다. 머스크나 캐시 우드 CEO처럼 경제가 주식시장을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유가가 내려갔지만 그들의 말처럼 목재, 석유, 구리와 같은 원자재 가격이 지난 몇 달 동안 올해 최고점에서 급락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쉽게 잡힐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거듭한다면 침체 속도만 높일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은 실질 소득을 줄여 구매력을 감소시킨다. 파월은 침체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치러야 할 대가로서 침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란 발언으로 실책을 만회해야 하는 파월 의장은 1980년대 연준을 이끌었던 폴 볼커와 닮아 가고 있다. 
 
“일을 완수할 때까지 우리는 견뎌야만 한다(keep at it)”는 얼마 전 그의 말은 폴 폴커의 2018년 자서전 제목 ‘인내(Keeping At It)’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연준이 3개월 연속 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했다. 이제 기준금리가 연 3∼3.25%가 되었다. 강달러 현상으로 높은 환율을 감수하고 있는 세계는 저금리를 당분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중국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한 것도 그런 포석 아닐까. 경기둔화 우려에 8월 1년 만기·5년 만기 LPR을 동시 인하했지만 더는 내리기 어려운 구조다. 원화는 위안화와 동조되는 경향이 높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결정에도 깜빡이가 켜졌다. 
 
연이어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격차가 더 벌어지면 자본유출 같은 리스크가 확대된다는 우려는 중국이나 한국에도 적용된다. 10월 각종 통계는 우리를 무겁게 할지도 모른다. 10월 7일 있을 한국 경상수지 통계, 10월 11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10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이 있다.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 간 금리 결정이 3주간 차이가 난다. 그 사이에 양국 간 금리 격차가 환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물론 지금 환율은 내외 금리 차보다도 경상(무역) 수지 추이나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큰 결정요인으로 비춰지고 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감소하고 고용시장이 좋다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언젠가는 종결될 것이다. 세계는 그 시기를 예측하고 연준이 금리 속도를 조절하는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전월 대비 물가 상승률이 너무 중요한 시기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이 필요함에 의견을 피력한 이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앞으로는 이런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큰 움직임을 원한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정도로 상당한 압력을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더라도 낮추어야 한다.”
 
금리인상이 내년까지 갈 것인가. 올해 빨리 많이 올려놓았는데 말이다. 물론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긴급하게 내릴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를 할 수밖에 없다. 금리를 올려서 수요를 낮춰야 한다. 다만,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를 낮출 수 있을까? 연준 내부에서도 아마 이 질문에는 “모르겠다”는 답이 많지 않을까. 
 
그들은 겉으로는 적극적으로 경기침체를 불사하고서라도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FOMC 내부의 상황을 상상해 본다. 경기둔화를 강조하는 이들과 인플레이션의 지속화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맞설 수 있다. 절충이 안 되어 아직 하나로 모을 수 없는 주장이 앞으로 혼재할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금리인상 속도와 종착점(endpoint, terminal rate)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환율이 초미의 관심이고 한미 금리 향방이 중요하나 더 중요한 게 있다. 
 
일론 머스크가 아무리 디플레이션 우려를 주장해도 연준은 데이터에 의존해서 금리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높은 주거비 항목(CPI의 32%)과 같은 미국의 특수한 상황은 일론 머스크와 캐시 우드가 들여다보는 산업 분야 항목과는 거리가 멀다.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것은 미국의 물가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전월 대비로 내려가지 않고 있어서다. 그래서 10월 소비자 물가 숫자가 중요하다. 
 
연초에 설정했던 3%대의 종착점은 사라졌다. 4%대는 이제 기정사실이 되고 있고 5% 이야기도 나온다. 이건 가정이다. 확실히 엑셀을 돌려 계산을 해보자. 앞으로 매달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2023년 2월 물가는 4.43%가 된다. 내년 4월에 2.48%의 물가에 종착한다. 매달 1%의 물가가 오른다면 그 시기는 좀 더 멀어진다. 
 
내년 2월 물가는 5.16%이고 연준이 목표로 내세운 2%대 물가는 내년 5월 2.38%에 이른다. 그래서 매달 발표되는 미국 물가 추이에 온 세계가 집중하는 이유이다. 10월 물가 인상이 변곡점이 될까. 아직은 멀어 보이나 추락하는 주가지수에 애타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녹일 방법은 전월 대비 물가 숫자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내년도 금리 인하 가능성은 멀어 보인다. 아마도 인상 후 유지(raise and hold) 전략이 역사적으로 성공했던 것으로 연준은 생각하는 것 같다. 자산시장의 변화를 감안한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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