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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둔촌주공, 차환 실패로 유동성 위기 암초에 걸려

둔촌주공 PF차환 발행 실패
시공사업단 자체자금 조달 부담
사업지연 조합 분담금 증가 우려

 
 
서울 강동구 둔춘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춘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레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차환 발행(발행한 채권의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채권을 새로 발행하는 것)에 실패하면서 또 다시 암초를 만났다. 지난 17일 약 6개월 만에 공사를 재개한지 불과 며칠 만에 유동성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BN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둔촌주공 PF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에 실패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비 7000억원에 추가로 1250억원을 더해 총 82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최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부동산PF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자금시장이 더욱 경색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올해 8월 NH농협은행 등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에 7000억원의 조합 사업비 대출 만기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조합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보증을 받아 ABSTB(만기 66일)를 발행해 사업비 대출을 대주단에 상환했다. 이때 발행한 ABSTB 만기가 28일이어서 차환 발행에 나선 건데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것이다.
 
결국 부담은 보증을 선 시공사업단이 떠안게 됐다. 건설사별 보증액은 사업 지분에 따라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이다. 각 사별로 28일까지 채권발행 위해 금융기관 등 외부와 협의를 진행해 보고, 안되면 자체자금으로 내년 초 일반분양까지 공사비를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최근 둔촌주공뿐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도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이미 유상증자 2000억원과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차입한 상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둔촌주공 사업비 차환 실패로 인해 사업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지난 23일 회사채와 부동산 PF 시장 등의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플러스알파(+α)’ 규모로 확대해 운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사업 지연의 가능성과 사업소요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증가 할 수는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은 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이 있는데다, 건설사들의 입장에서도 책임준공을 해야 하므로 일단 사업은 계속될 것으로 봐야한다”며 “사업비 부담(사업소요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지연 가능성 남아, 조합원 분담금 증가 우려도

당초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공사비 2조6000억원 규모에서 시작했다가, 2020년 3조2000억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의 갈등이 커져 결국 지난 4월 15일 공정률 52%로 공사가 중단됐다. 6개월여 간의 공사 중단 여파로 공사 도급금액은 2020년 3조2000억원에서 4조3400억원으로 약 1조3400억원 증가했다.  
 
일반분양가가 3.3㎡당 3200만원으로 책정된다고 가정할 때, 조합원 1인당 추가 부담해야 할 공사비는 약 1억8000만원에 달한다. 그럴 경우 분담금 총액이 4억원 넘는 조합원이 나올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둔촌주공 조합은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HUG는 둔촌주공 일반분양가를 3.3㎡당 290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조합 측은 3.3㎡당 3700만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합이 원하는 분양가로 책정될 경우 전용면적 59㎡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게 돼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우려 요소다.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면 일반 분양 변수도 장담할 수 없어서다.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입주권 가격도 1년 새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전용면적 84㎡ 입주권은 17억3900만원에 팔렸다. 작년 10월 23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할 때 6억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조합은 지난 19일 강동구청에 심의를 신청, 내달 9일까지 일반분양가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반분양은 이르면 내년 1월이 될 전망이다.  
 
시공사업단 주관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각 사별로 자체 자금으로 할지, 그룹에서 빌려서 할지 등 각 사가 사정에 맞게 진행 중이다”며 “현대건설은 일단 27일까지는 외부에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그때까지 채권 발행 조달이 안 되면 자체 자금으로 상환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금 공사를 재개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됐다. 무리 없이 진행해서 내년 1월 일반 분양을 하고, 입주는 2024년 말에서 2025년 초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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