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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에게 세금 전가” 월세 대신 관리비 올리는 집주인들

국토부 "50가구 이상 공동주택 관리비 공개 의무화"
50가구 미만 주택 관리비 문제는 사각지대에 방치

 
 
임대인이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올리는 일종의 ‘편법 거래’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연합뉴스]

임대인이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올리는 일종의 ‘편법 거래’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연합뉴스]

# 직장인 A씨는 최근 한 공인중개사로부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5만원 관리비 5만원인 집을 소개받아 바로 가계약을 했다. 그런데 본계약 당일 A씨는 계약서에 월세 55만원, 관리비 15만원이라는 내용을 확인했다. 가계약 전후로 계약 내용이 바뀐 것에 대해 따지자 공인중개사는 “어쨌든 매달 내야 하는 돈은 똑같이 70만원인 것 아니냐”며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기 어려우니 다들 이렇게 관리비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인이 월세를 낮추고 관리비를 올리는 일종의 ‘편법 거래’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한 달 주거비 중 관리비 비율이 높을수록 세입자에게는 손해다. 월세 지출은 소득공제로 일부 돌려받을 수 있지만 관리비는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거비(월세+관리비) 지출 금액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월세액이 줄고 관리비가 늘수록 임차인이 소득공제를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더 적어진다.
 
반면 임대인의 세금 부담은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임대인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는 것이라 분석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인이 연간 2000만원 이상의 월세 소득을 얻을 경우 소득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면 이에 대한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데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를 관리비로 전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리비 증가에 따른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국토교통부는 10월 24일 ‘관리비 사각지대 해소 및 투명화를 위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아파트 관리비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대상이 100세대 이상에서 50세대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나홀로 아파트’ 등 소규모 공동주택에 대한 관리비 통제가 대폭 강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실질적으로 모든 임차인을 보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국토교통부의 발표 내용에는 청년·사회초년생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과 오피스텔 관리비에 대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리비 내역 공개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오피스텔과 다가구주택에 들어가는 원룸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는다.
 
국토교통부는 관리비 공개의무가 없는 50가구 미만 등 소규모 주택의 임차인 또는 주거수요자에 대한 관리비 정보 제공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에 관리비 항목을 반영하고 임대차 계약 시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관리비 관련 사항을 안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준계약서에 관리비 항목을 반영하는 것 만으로는 임대인의 편법 탈세 행위를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연구원은 “임대차보호법 상 관리비는 임대료에서 제외돼 있다. 관리비가 사실상 ‘제2의 월세’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며 “소규모 공동주택에 대한 점검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서 기자 yons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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