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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신 로봇이 배달, 실외 상용화 시대 열리나?

[2023 경제 대예측] YES 50%

 
 
자율주행 로봇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함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에서 시험 운영 중인 배달 로봇 뉴비. [신인섭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저녁 식사 메뉴를 고른다. 자연스럽게 배달 방식을 선택하는 화면이 뜬다. 로봇을 누를 수 있는 탭이 눈에 띈다.
 
자율주행 기반 배달 로봇이 상용화된 일상의 모습이다. 배달 로봇의 상용화는 소비자 입장에선 ‘주문한 음식을 받는다’는 면에서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다. 변화 지점을 굳이 꼽더라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덜거나, 사회적 문제로도 떠올랐던 배달원이 음식 빼먹는 이른바 ‘배달 거지’에 대한 안심 정도로 사소하다.
 
그러나 식음료(F&B) 배달 로봇의 상용화는 국내 산업 전반에 지대한 변화를 일으킬 사안으로 꼽힌다. 고용 시장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 약 45만명이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수치는 통계청이 6개월 단위로 해당 조사를 진행하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최대다. 2021년 상반기 종사자 수(약 42만3000명)와 비교해선 6.2%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은 배달원 증가로도 나타났다. 외식 산업이 주저앉은 대신 배달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맞춰 숱한 대행업체가 생겨났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약 6조4403억원이다. 배달 로봇 상용화는 이 같은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배달원 45만명의 ‘먹고 사는 문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배달 로봇 도입, 확실하게 실현될 미래

배달 로봇 상용화로 인한 고용 시장 변화는 실현되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일까. 정부를 비롯해 산업·학계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렇지도 않다. 배달 로봇의 상용화가 ‘확실하게 실현될 미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장 자체가 규제로 묶여있어 상용화 단계에 꼭 거쳐야 하는 ‘실증’이 늦어지고 있을 뿐, 기술적 완성도는 이미 서비스 도입에 근접한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로봇 전문가(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달 로봇 기술은 현재 ‘한정된 조건’ 하에 일상에 도입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며 “구불구불한 길로 이어진 주택 밀집 지역에는 당장 도입이 어렵겠지만, 대단지 아파트나 대형 빌딩에선 당장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제·누가 상용화를 이룰 것인가’란 문제만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시장 변동이 채 자리를 잡기 전에 새로운 변화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실제로 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 등 배달 로봇과 비슷한 기술이 적용되는 서빙 로봇은 이미 우리 일상에 들어왔다. 또 방역·안내 로봇이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는 모습 역시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KT에스테이트 ▶현대로보틱스 ▶브이디컴퍼니 ▶로보쓰리 등이 서빙·안내 로봇 시장에 진출,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내에서 실내로’ 영역을 한정한다면 배달 로봇도 이미 상용화된 서빙 로봇 등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줬다. 대표적 사례가 우아한형제들이 구축한 서비스다. 회사는 경기도 수원 광교에 위치한 주상복합에서 자율주행 배달 로봇의 상용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2020년 8월 아이파크(아파트)와 앨리웨이(상가)를 잇기 위해 로봇 ‘딜리드라이브’를 투입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앨레웨이에 도입한 딜리드라이브 서비스를 2021년 12월 고도화하기도 했다. IoT 기술을 기반으로 딜리드라이브와 공동현관문을 연동, 로봇이 아파트로 진입하게 하는 등 유기적인 서비스 환경을 구축했다. 로봇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 가구 앞까지 음식을 배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1240가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며 “가구 절반 가까이가 로봇 주문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서비스의 편의성을 입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22년 10월 기준 1992만9000명(월간활성이용자수·모바일인덱스 데이터)이 이용하는 업계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다.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서빙 로봇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회사는 이 같은 로봇 개발·제작·공급을 담당하는 사업부를 2023년 2월 1일 ‘B-로보틱스(ROBOTICS)’로 분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경기도 수원 광교 아이파크에 도입한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딜리드라이브’가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시연 수준에 불과한 서비스, 완전한 상용화 조건은?

우아한형제들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배달 로봇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문제를 상당수 해결한 상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아직 로봇 배달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을까.
 
관련 기업 관계자들은 상용화 불가의 이유로 규제를 꼽는다. 로봇을 통한 배달이 완전히 상용화되려면 현재 ‘실내에서 실내로’의 수준을 벗어나 ‘실외에서 실내로’가 가능해야 한다.
 
실외 자율주행 기술이 필수적으로 적용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 기술을 실제 도로에서 실증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현행 법규상 분류조차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배달 로봇이 인도로 다녀야 하는지, 차도를 이용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서비스 규정에 맞춰 기술을 개발하고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배달 로봇은 현재 ▶도로교통법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 시행령(공원녹지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도로교통법 상으론 배달 로봇이 차로 분류돼 인도와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 없다.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이 배달 로봇 실증에 동행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녹지공원법에선 중량이 30㎏ 이상이거나 시속 25㎞ 이상의 동력 장치의 공원 출입을 막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배달 로봇 대다수가 50㎏ 안팎인데다 인도 주행에 적합한 기술들이 적용되는 추세다. 도로교통법·공원녹지법에 마땅한 규정이 없어 배달 로봇이 갈 수 있는 실외 주행 공간은 매우 한정적이다. 도달할 수 있는 최종 목적지 역시 이 때문에 제한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규제 때문에 배달 로봇의 ‘최적 경로’를 짜기가 어렵고, 데이터 확보도 까다로워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생활물류법도 문제다. 해당 법규상 운송 수단은 화물자동차와 이륜자동차로 한정된다. 로봇의 배달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또 자율주행은 카메라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내외 주행에서 찍히는 영상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 밖에도 ▶승강기 탑승을 위한 부품 기준 부재 ▶안전 인증 기준 부재 등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다닐 수 있는 실외 공간이 전무하다. 실증 자체가 늘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는 이유”라며 “우여곡절 끝에 기술 실증을 마쳐도 현행 규제로는 상용 서비스를 내놓자마자 ‘불법 사업’이 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경기도 수원 광교 아이파크에 도입한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딜리드라이브’가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정부, 규제 손보고 특례 확대 준비

정부도 이 같은 기업들의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다. 로봇 산업 진흥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규제 특례 제도를 활용, 기술 실증의 길을 열어뒀다. 이와 함께 규제를 완화를 목적으로 한 법령 정비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특히 배달 로봇 도입에 가장 걸림돌로 꼽히는 운행범위에 관한 규제를 2023년 내 해결할 방침이다. 정부는 2020년 10월 세운 ‘로봇산업 규제 혁신 로드맵’에 따라 당초 자율주행 로봇의 운행범위를 2025년까지 보도·공원·승강기 등으로 넓힐 계획이었다. 이를 2년 앞당겨 추진, 자율주행 배달 로봇의 운행 근거 마련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공원녹지법·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 개선도 국회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구밀도가 높고 배송 수요가 많은 국내 시장의 특성상 배달 로봇 상용화는 매우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실증 지원과 법령 정비 추진을 산업 발전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과 관련해 2019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우아한형제들 ▶로보티즈 ▶언맨드솔루션 ▶만도 ▶도구공간 ▶트위니 ▶휴림로봇 ▶뉴빌리티 등 14개 기업·기관이 해당 제도를 기반으로 한정된 지역에서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 로봇 기술을 실증하고 있다.

배달 로봇 시장, 가파른 성장 기대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 기업 중에선 뉴빌리티가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시장 선두로 꼽힌다. 뉴빌리티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추진 중인 ‘수요맞춤형 서비스로봇 개발·보급 사업’에 유일하게 배달 분야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는 2022년 6월부터 세븐일레븐과 서울 방배동 일대를 중심으로 배달 로봇 ‘뉴비’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실증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와는 로봇 기반 골프장 배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DB손해보험과는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를 위한 보험상품’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실외 자율주행 로봇에 대해 종합보험을 적용한 국내 첫 사례다.
 
로봇 실증이 확대될 수 있는 규제 개선이 2023년 내 본격화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상용화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뉴빌리티·우아한형제들 등 관련 기업은 아파트·빌딩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최종적으로 주택단지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복잡한 지역에서도 로봇 배달 서비스가 이뤄지기 위해선 정밀 주소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관련 연구는 행정안전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국토정보공·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함께 추진 중이다.
 
배달 로봇 시장 활성화에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선 이유론 높은 성장성이 꼽힌다. 세계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이 2021년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배달로봇 시장 규모는 연평균 35%씩 성장해 2026년에는 9억5700만달러(약 1조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동향조사기관 럭스리서치도 배송의 마지막 구간을 뜻하는 ‘라스트마일’ 관련 로봇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480억달러(약 60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한국인 70%가 사는 아파트 환경에 맞춰 배달 로봇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환경을 모두 고려한 자율주행이 핵심으로 꼽힌다”며 “우아한형제들은 누적 로봇배달 주문을 1만건 이상 달성하며 국내 시장에 적합한 기술을 꾸준히 확보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시장이나 마트 등에서 근거리 배달을 수행하거나 아파트 단지 내 라스트마일 배송을 로봇이 담당하는 미래가 곧 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우아한형제들은 청소기 없는 청소를 상상하기 힘들 듯, 배달 로봇 없는 배달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를 끌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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