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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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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감정평가법인, ‘실적 평가 방식’ 두고 도마 위

부동산 일반

최근 전세사기 주요 수법 가운데 하나로 꼽힌 감정평가사의 ‘감정가 부풀리기’가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도 팽배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세사기뿐 아니라 정비사업에서도 감정평가사들의 부조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의 한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국내 최대 감정평가업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A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사가 사업실적을 부풀려 입찰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A감정평가법인이 해당 조합의 입찰 지침에 따른 실적이 아닌 제멋대로 부풀린 실적으로 입찰을 따냈다는 주장이 나왔다.해당 조합은 2020년 4월 감정평가사 선정 입찰을 실시하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시행한 2003년 7월 1월 이후 종전·종후 평가 업무수행 실적’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입찰을 진행했다. 같은 해 A감정평가법인은 참여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사업실적을 제출해 해당 사업지의 1위 감정평가업체로 선정됐다. A감정평가법인의 ‘실적 부풀리기’ 의혹은 입찰 마감 후 서류 개찰 과정에서 비슷한 시기 감정평가업체 선정 입찰을 진행한 다른 업체의 사업 실적과 차이를 보이면서 시작됐다.A감정평가법인이 두 재건축사업 입찰에 제출한 사업실적을 살펴보면, 이 업체의 전체 재건축사업 수행실적은 1081건, 도정법 시행 이후 종전·종후평가 업무수행 실적은 1029건으로 실적 차이는 52건에 그쳤다. 경쟁 감정평가업체의 전체 재건축 사업수행 실적(1202건)과 도정법 시행 이후 종전·종후평가 업무수행실적(807건) 차는 395건을 기록했다.일각에서는 A감정평가법인의 종전자산 감정평가·종후자산 감정평가 실적이 최소 300건 이상 부풀려졌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체 실적이 많더라도 종전·종후평가 업무수행실적은 더 깐깐한 기준이기 때문에 많이 줄어야 하는데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실적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A감정평가법인은 수십년의 긴 업력을 쌓은 곳인 만큼 정비사업에서도 많은 실적을 자랑하기 때문에 실적을 부풀릴 경우 업계에서는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건설사 관계자는 “도정법과 국토부 유권해석, 조합의 입찰지침서 등을 종합하면 종전평가 실적은 출자자산과 관리처분 시 감정평가 실적을, 종후평가 실적은 관리처분 시만의 감정평가 실적을 명백히 정의하고 있다”면서도 “A감정평가법인이 사업 수주를 위해 의도적으로 실적을 부풀린 것”이라고 말했다.의도적으로 감정평가 실적을 부풀릴 경우 조합의 지침 제11조 3항에서 입찰 무효로 정의하는 ‘평가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 변조, 허위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해 제출한 업체’에 해당한다.반면 A감정평가법인은 일각에서 제기한 실적 부풀리기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해당 재건축 조합이 제시한 입찰지침서를 기반으로 주어진 절차와 양식에 충실하게 작성해 입찰에 참여한 결과 감정평가업체로 선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A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입찰지침서의 용역업무 수행실적을 준비하면서 종전‧종후 자산 평가업무 수행 실적의 범위가 넓은의미(광의)인지 좁은의미(협의)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를 재건축 조합에 문의했다”며 “조합에서는 재건축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한 종전자산, 종후자산뿐 아니라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면서 실시하는 감정평가 항목들(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위한 용도폐지, 신규 정비기반시설 감정평가, 법인세 과표산정을 위한 출자자산 감정평가, 기타 현금청산 감정평가 등)을 포함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이에 재건축 조합은 해당 지자체에 감정평가 입찰 진행에 대한 실태 조사를 의뢰했다. 해당 지자체의 주거정비팀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내부 결제를 받고, 점검단을 꾸리기 위해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를 섭외하고 있는 중”이라며 “한달 정도 후에 본격적으로 점검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재건축 감정업체 선정' 입찰 참여에 조합 운영 개입까지감정평가사의 정비사업 비리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내 B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사가 자신이 조합원으로 있는 재건축단지 감정업체 선정 입찰에 참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해당 조합의 임원으로 조합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감정평가사법 25조 2항에는 감정평가법인 등은 자기 또는 친족 소유, 그밖에 불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토지 등에 대해서는 그 업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법인의 설립인가를 취소하거나 2년 이내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B감정평가법인은 앞서 지난해 말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사업지에서도 정비사업전문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감정평가 업체 선정입찰에 참여를 시도하다가 불공정 민원이 쏟아지면서 입찰 자체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이에 정비업계에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지에서도 감정평가사에 대한 관계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세사기에 연루된 감정평가사들에게는 영구퇴출이라는 첫 중징계가 내려지고 관련 법령 강화가 추진되고 있다”면서도 “정비사업 입찰비리와 관련해서는 관리·감독과 처벌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윤리적인 해이는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천명의 조합원과 그 가족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감정평가사는 특정 개인의 재산뿐 아니라 사회성과 공공성이 큰 재화인 부동산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이해 조절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 자격사로 높은 도덕성과 직업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직업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금지사항도 마땅히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공공 정비사업의 경우 한번 감정평가업체로 선정이 되면 해당 지자체의 다음 사업에는 마이너스(-) 점수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재가 가능한데, 민간 정비사업은 각 사업마다 1회성이기 때문에 이같은 제재가 어렵다”면서도 “업력, 업무 실적이 많은 것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보다 차라리 일정 수준의 실적을 보유하면 입찰 참여가 가능하도록 허들을 낮춰야 업력이 오래된 업체의 독점 체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23.08.08 16:40

4분 소요
올해·내년 사전청약, 서울 공급가뭄에 ‘단비’되나

부동산 일반

올해 선거 이슈 등으로 주택공급이 막혀 있던 수도권에서 하반기부터 사전청약 물량이 본격 물꼬를 트며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전청약 대상 주택은 서울 접근성이 높은 입지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나와 최근 전월세 상승 및 금리인상으로 불안해하던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2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 집계에 따르면 7월 넷째 주에만 전국에서 총 8149가구가 청약시장에 나온다. 이중 63%가 경기도에 집중된 가운데 2기신도시 및 3기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 접근성이 좋아 수요자들 관심이 높은 3기신도시에선 남양주왕숙 1398가구, 남양주왕숙2에서 429가구가 나오고 고양창릉에서도 1384가 공급된다. 2기신도시에선 화성태안3에 632가구, 평택고덕 91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이미 사전청약을 마친 파주운정3 A23블록에선 본청약이 진행된다. 이 같은 사전청약은 올해 부족한 민영아파트 공급량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R114 집계를 보면 올해 전국 상반기 민영아파트 분양계획 물량은 총 23만908가구였으나 실제 분양된 가구 수는 53.6%인 12만3891가구에 불과했다. 오는 하반기 서울시 내 분양물량은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 296가구와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파크프레스티지’ 454가구를 비롯해 총 1만9316가구로 계획됐지만 실제로는 이 조차 시장에 나올지 미지수다. 고분양가 문제로 올 상반기 시장에 나온 일부 단지에서 일부 미분양이 나오면서 정비사업 조합과 건설사들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주택공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 공공 사전청약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도심복합사업은 도심 역세권 또는 저층주거지, 준공업지역 등에 저렴한 신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을 비롯한 공공기관이 주도해 고밀 개발하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업을 통해 총 19만6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총 8개 구역에 대한 본지구 지정을 마쳤다. 도심복합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 통상 10년이 넘게 걸리는 지구지정에서 주택분양까지의 절차를 2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국토부는 당초 올해 12월 4차 사전청약에 4000여 가구 규모 도심복합사업을 포함시킬 계획이었으나 현금청산자 구제 문제 및 보상 절차 탓에 일정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진 상태다. 그럼에도 증산4구역 및 신길2구역 등 서울 주요 역세권 지역이 주변 시세의 약 60% 가격에 공급될 것으로 기대돼 이미 많은 실수요자들이 해당단지 청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토부가 추정한 신길2구역 일반분양가는 3.3㎡당 2662만원, 전용면적 59㎡가 6억8000만원 수준이다. 인근 신길뉴타운 신축 아파트의 전용면적 59㎡ 시세는 12억원~13억원 대에 형성돼있다. 이달 말로 사전청약 일정이 확정된 3기신도시 내 공공분양 아파트 역시 지역 시세의 60~80%로 공급될 예정이다. 가장 추정 분양가가 높은 고양창릉(3.3㎡당 1826만~1902만원)에선 전용면적 84㎡이 최고 6억6700만원 수준으로 나올 전망이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2022.07.24 16:26

2분 소요

부동산 일반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 대상 지역 발표가 이달 말 예정된 가운데, 공모에 참여한 구역의 물건 거래에 대한 '현금청산' 기준 여부를 놓고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공모 지역의 일부 시행업자나 중계업자들이 현금청산 대상 물건을 마치 입주권이 나오는 것처럼 현혹해 투자를 유도하는 일이 벌어지고,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중 후보지가 되면서 졸지에 현금청산 대상이 된 억울한 사례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통기획 후보지 대부분이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8일 정비업계 및 중개업계에 따르면 신통기획 재개발 대상 지역 선발 공모에 참여한 후보지 102곳의 매매거래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조합원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산정 기준일’이다. 신통기획 재개발 대상 지역의 현금청산 기준일은 9월 23일로, 후보지가 된 경우 입주권을 얻기 위해선 이날까지 가구별 등기가 완료돼 있어야 한다. 등기가 완료되지 못한 신축빌라는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권리산정 기준일은 해당 사업지 내 투기를 막고 사업 진행을 원활히 하기 위한 장치다. 재개발 지역은 분양권을 늘리기 위해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를 짓거나 필지를 분할하는 등 이른바 '지분쪼개기'가 성행한다. 이로 인해 사업 추진이 지체되고 보상액도 늘어날 수 있다. 기존 조합원들은 시간상, 재산상 손해를 볼 수 있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리산정일 기준일 다음날인 9월 24일부터 쪼개기를 통해서 만들어진 건물이나 필지를 사는 것은 투기로 간주돼 분양권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신통기획 대상지역으로 선정돼, 권리산정 기준일에 따른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지 않으려면 매수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세대 주택 같은 경우 건축주가 개인이 짓고, 이거를 그냥 매매하는 형식이라서 굉장히 위험성이 높다”며 “그냥 건축 허가만 냈는데 그걸로 주민들이 매매를 하는 이상 거래 현상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리산정 기준일 이후 쪼개기를 통해서 만들어진 건물이나 필지를 사는 것은 이미 분양권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사면 문제가 된다”며 “신축된 빌라는 이제 권리 산정 등기를 통해 봐야된다. 권리산정 기준일 이전에 등기 접수가 됐는지 그 이후에 되는지 보고 사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리산정 기준일을 놓고 억울함을 주장하는 이들은 또 있다. 공사 중간에 신통기획 발표가 난 케이스이다. 내년 초 준공 후 분양을 목표로 했던 건축주 최 씨는 “현금 청산 대상이 되면 그야말로 손해가 막심하다”며 “사업을 접어야할지도 모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미등기 신축 공사 물건들의 경우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 그들이 원했던 이익을 다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건물에 대해서는 감정평가액 이상으로 협의를 통해서 현금청산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권리산정 기준일을 기점으로 현금청산 문제가 불거지자 구축빌라를 매매한 이들의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신통기획에 공모한 지역의 구축빌라를 매수한 한 시민은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약 20년 된 구축빌라를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했다”며 “등기는 약 2주 후에 소유권을 이전할 예정인데, 입주권이 안 나오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매매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구축빌라는 소유권 이전에 따른 조합원 자격 승계가 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권리 산정일 기준 이전에 소유권이 확보 된 경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12.08 11:16

3분 소요
내가 산 재개발 물건이 ‘물딱지’라고?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부동산 일반

저는 지난해 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서울의 한 재개발 구역 내 소형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조합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매도자가 동일한 재개발 구역 내에 주택을 하나 더 가지고 있어서 당신은 조합원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요. 너무 놀라 매매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에게 연락해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저는 입주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재개발 조합설립인가 이후 해당 구역에 다(多)물건을 보유한 조합원의 물건 중 하나를 사들인다면 입주권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제1항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1명의 토지등 소유자로부터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을 양수하여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된 때에는 그 여러 명을 대표하는 한 명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2010년 2월 법제처는 대표 조합원 한 사람에게만 분양 자격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지요. 따라서 지금까지 정비업계에서는 다물권자의 물건이 매매를 통해 여러 명 소유가 된 경우 그 가운데 대표 조합원 한 명에게만 분양 자격을 인정해왔습니다. 즉 재개발 구역 내 다물권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은 향후 분양권이 나오지 않는 ‘물딱지’를 사는 셈이었죠. 그러나 최근 이 같은 법해석과 다른 판결이 나와 대법원의 ‘교통정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같은 상황의 매수인들에 대해 광주의 한 재개발 조합이 한 사람에게만 분양 자격을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의결하자 분양 자격을 못 얻은 매수인들이 소송을 건 사건인데요. 이에 광주고등법원은 “대표 조합원 외에 다주택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한 자도 (조합원으로서) 의결권 등 절차적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와 달리 분양신청을 각자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단에 대해 대법원이 별다른 설명 없이 조합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때 대법원은 단지 고등법원의 판단을 취소할만한 사유가 없다고만 했을 뿐 명확하게 법률을 해석하여 법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분양 자격이 인정된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이와 유사한 소송이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니 머지않아 판가름이 나겠죠. 만약 위 광주고등법원과 같은 판단이 유지된다면, 다물권자의 물건에 대해서도 분양 자격이 인정되어 재개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현 질문자의 사례에선 조합이 매도인 1인에게만 분양 자격을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의결한다면 관리처분계획취소소송 또는 분양자격확인소송 등을 제기해 자신의 권리를 지켜야 합니다. 이와 별개로 매도인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재개발 구역의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매도인이 다물권자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어 신중하게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된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자는 법률사무소 서월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2021.07.03 13:00

2분 소요
[SPECIAL REPORT(1) | 25번째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 혼란] 대책 발표 후엔 가격 상승… ‘공급 쇼크’ 약속에도 여론은 “못 믿겠다”

산업 일반

토지 강제수용, “불가피” vs “사유재산 침해” 논란 정부가 25번째 내놓은 부동산 대책(2·4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9% 상승했다. 전셋값도 0.1% 뛰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국 83만 가구 공급대책을 내놓으며 “실제 실행 가능하다고 자신한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명확하지 않은 방안을 제시해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지난 2월 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2·4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53.1%였다. 특히 서울에서 부정적 답변을 한 응답자가 56.4%로 가장 높았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정부를 믿고 집을 사지 않았던 사람들을 등 돌리게 했다는 지적이다. ━ 2·4 대책 성공 가능성에도 물음표 여전 국토부가 발표한 2·4 공급대책의 핵심은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 등으로 서울 32만2000가구, 전국 83만60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이다. 변 장관은 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는 3기 신도시, 5·6대책, 8·4대책 등을 통해 주택공급 확대 노력을 충분히 해왔다”며 “그동안의 부동산 대책은 도시 외곽에서 공급했다면 이번에는 도시 내에서도 충분한 물량의 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변 장관은 서울 물량 입주 시기를 묻는 말에 “짧은 것은 1년 내에 입주 가능하고, 2~3년짜리도 있고, 긴 것은 5년 이내에 입주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지역이나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전문가들은 2·4 부동산 대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정책이 불분명하고 모순적인 부분도 있다는 지적을 하는가 하면, 80만 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주택 공급이 어렵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본지와 통화에서 “부동산 개발은 자연스럽게 지가 상승을 동반하는데, 대규모 개발 사업을 한다면서도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임 교수는 “개발로 인해 집값이 내려갈 것 같으면 토지주들이 개발에 동의할 리가 없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확신이 들어야 동의할 텐데, 이 경우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기조와는 거리가 생긴다”고 했다. 토지주가 허락하지 않아 개발이 무산되든, 개발 뒤 땅값이 오르든 정부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원석 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도 “정부의 계획대로 주택이 공급되면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지만, 83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2월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약 25만 호에 달하는 신규 공공택지에 대해 2분기까지 신속히 후보지 발표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은 나오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 전공 교수는 “강남·북의 대규모 재개발 단지가 포함되지 않으면 주택 공급 약속이 이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놔도 신뢰하기 힘든데, 이 정도 발표로 효과를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도 2·4 부동산 대책의 성공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했다. 심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개발이 더뎌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나 한 동짜리 작은 아파트, 재건축·재개발이 거의 불가능한 작은 지역은 정부 정책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대단지 아파트나 대규모 사업지구는 정부 주도방식의 개발을 쉽게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값 안정과 대규모 주택 공급을 약속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개발하면 땅값 상승 필연, 이익 공유가 관건 국토부가 언급한 투기 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평가는 좋지 않았다. 국토부는 2·4 부동산 대책을 통해 업계·지자체 등이 사업 예정지로 거론하는 지역은 가격 동향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거래가격 또는 거래량이 예전보다 10~20% 상승하면 대상 지역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공공재개발 등 이미 발표한 정책참여 희망 지역도 가격 상승이 관찰되면 사업 선정에서 제외할 예정이라고 했다.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거래가격’의 기준은 지구 지정 이전 3개월 정도가 될 예정이다. 만약 7월 1일 개발 지구를 확정해 발표한다고 가정하면 4~6월까지 거래 상황을 살펴본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급격한 집값 상승 탓에 후보에서 제외한 곳이 있는데, 비슷한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임재만 교수는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 교수는 “낙후된 지역이 개발된다고 하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주변 지역 땅값이 뛰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집값이 오른다고 후보 지역에서 제외한다면 사실상 개발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고 설명했다. 서원석 교수도 “개발 지역 집값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이익을 어떻게 공공으로 나눌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하지만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현금청산 대책이 나왔기 때문에 무턱대고 거래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고, 집값이 큰 폭으로 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투기 방지 대책으로 2월 4일 이후 거래된 주택에 대해선 현금청산 절차를 밟겠다고 했는데, 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 주변 지역도 수용될 가능성이 커 오히려 거래가 줄고 가격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부동산 중개서비스를 하는 실무자들은 정부의 이런 판단에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현금 청산 내용을 담은 정부의 발표 때문에 빌라나 다세대 주택 거래는 거의 끊겼다고 봐도 된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기보다 거래 절벽을 만들려고 내놓은 대책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신규 아파트나 개발 가능성 없는 지역에선 오히려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게 부르거나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는 예도 있다”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2·4 부동산 대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 개발 후보지가 많다고 해도 대규모 단지가 들어설 곳은 한정돼 있고, 이런 지역을 개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다만 서울역 쪽방촌 개발 등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진 ‘공공주택특별법(공특법)’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공특법은 보통 도시 외곽에 신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논이나 밭을 일괄적으로 수용하는 근거가 됐던 법이다. 공특법에 따르면 개발 지구를 발표하기 전까지 기밀로 유지하고 토지주의 동의 없이도 땅을 강제 수용해 공공택지로 개발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서울 도심 복판에 민간 소유 땅을 수용하면서 이 법을 들이댄 사례는 없었다. 이 때문에 도심 개발에 공특법을 적용하는 사안을 두고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의견과 공공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 토지 강제수용 방식엔 전문가 의견 엇갈려 실제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 추진방안’에 대해 해당 지역 토지·건물주들은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서울역 쪽방촌 정비사업은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일대(4만7000㎡)를 개발하는 것으로 후암특별계획구역 1획지(후암특계1구역)로 지정됐다. 토지·건물주들은 “주민들과 어떤 협의나 의견 수렴도 이루어지지 않은 일방적인 내용이며 정부가 사전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심교언 교수는 “도심에서 주민 동의도 없이 땅을 빼앗는 법은 선진국 가운데 어느 곳에서도 없다. 이런 논리라면 강남 아파트단지도 얼마든지 정부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임재만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필요하다면 외곽이든 도심이든 관련법을 일관되게 적용해 주택 공급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토지 소유자나 주변 지역까지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공익의 필요성이 있다면 국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유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공익이 사익보다 커야하고 정당한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원석 교수는 “도심 역세권의 경우 규제만 완화해도 얼마든지 민간 개발이 가능하지만, 지가 상승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그 이익을 공유하고, 정부는 도심 외곽지역의 택지지구를 개발해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효과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02.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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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개발 잔혹사 - 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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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무산, 사업비 급증으로 손실 눈덩이 … ‘뉴타운 푸어’도 속출 ‘서울 이문·휘경 뉴타운은 곳곳에 경축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순식간에 매물이 소화되는 등 개발 기대감이 크다. 인근 이레부동산 관계자는 “발표 후 하루에 50통 정도의 전화 문의를 받고 있다”며 “2003년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평당 300만원하던 20평짜리 단독주택이 850만원으로 급등했다”고 전했다.’2005년 9월 한 경제지가 뉴타운 지정을 받은 지역을 취재한 기사 내용 중 일부다. 애초 뉴타운은 강남과 같은 주거환경을 비강남 지역에도 조성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쉽게 이야기하면 정치인과 관료들이 비강남 거주자들에게 “당신들도 강남과 같은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고, 부동산 시세차익도 거둘 수 있다”고 당근을 던진 것이다. 이런 당근은 서울 강북은 물론 수도권까지 번졌다. 하지만 환호성은 오래가지 않았다.서울·경기도 뉴타운에서 크고 작은 분쟁 잇따라최근 서울과 경기도 뉴타운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도시정비 사업의 분쟁은 조합장과 그에 반대해 사업을 주도하려는 이들 간 다툼이 대부분이었다. 그들만의 리그인 셈.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양상이 달라졌다. 치솟는 사업비로 ‘뉴타운 푸어’로 전락한 원주민과 과도하게 투자한 투자자들이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1월 2일 새해 벽두부터 서울 성동구청 바로 옆 성동교육지원청에는 한 남성이 11시간 동안 고공 농성을 벌였다. 왕십리뉴타운 2구역 조합의 새 조합장을 선임해 달라는 게 이유다. 조합 내부 권력 다툼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뉴타운 사업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 사업 초기 왕십리2구역의 비례율(개발이익률)은 110%다. 내가 가진 자산이 100이라면 10%의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전용면적 59㎡의 주택을 소유했다면 59㎡의 새 아파트를 받고 그 아파트 가격의 10%에 달하는 현금까지 받을 수 있다.하지만 수 차례 사업 계획을 조정하면서 비례율은 70%대로 떨어졌다. 조합원 1인당 추가로 내놔야 할 분담금은 평균 1억3000만원이다. 59㎡의 자산을 가지고 84㎡ 아파트를 신청한 사람이거나 기존에 보유하던 자산에 은행대출이 물려 있다면 수 억원을 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조합원이 내놓은 아파트를 시장에 내놔도 제값에 팔릴 일이 만무했다. 조합원들은 모임을 만들어 사업비 인상을 시도하는 조합총회를 두 차례 무산 시켰다. 또 조합장 해임을 추진하는 등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일부에선 주택시장 침체가 불러온 일반적인 사례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것은 껍질에 불과하다. 2005년 사업 초기 왕십리2구역의 총사업비는 2680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5203억원으로 늘었다. 조합 측은 10년 새 물가상승분 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이는 과도하다. 그 근거는 건설사의 아파트 시공비다. 왕십리2구역의 공사비는 초기 2217억원에서 올해 기준으로 17% 늘어나는데 그쳤다.하지만 기타사업비는 464억원에서 262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 많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서울시도 구청도, 조합도, 건설사도 명쾌하게 답을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원이 조합장을 해임하자, 조합장이 각종 문서를 모두 파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뉴타운을 둘러싼 갈등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올해 입주 또는 분양을 하는 서대문과 영등포, 강서, 동대문 등 서울지역 뉴타운 사업장에서 유사한 갈등이 벌어졌고, 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1990년대 초중반 강남북 간 주택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 아파트를 짓던 건설사들은 줄줄이 망했고, 아파트 공사현장은 멈춰 섰다. 그 사이 강북지역에서는 노후지역을 중심으로 빌라와 다세대, 단독주택이 꾸준히 공급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주택을 짓는 이들로부터 사업성과 규제 논란이 제기됐다.대표적인 예가 주택 신축지에 조성할 주차장 면적이다. 건축주 입장에서 주차장 면적을 줄여 한 칸이라도 방을 더 만들어야 임대 또는 분양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어려운 경기 여건에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야 했다. 결국 주차장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문제는 곧 발생했다.차량 보급이 늘어나면서 주차장 없는 주택이 증가했고, 주택 골목마다 차량이 넘쳐났다. 구급차나 소방차가 현장에 진입하지 못했고,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양적 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가 오히려 서민층 주거환경을 악화시킨 것이다. 반대로 주차장이 넉넉하고 교육·교통·치안 여건이 좋은 강남 아파트 값은 꾸준히 올랐다. 비강남권과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은 지역 정치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뉴타운이다.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재개발이나 재건축 지역 지분 매입은 내 집 마련의 대표적인 방식 중 하나였다. 당시 청약경쟁률은 수 십대 1을 기록할 때라 청약가점이 낮은 사람들은 신규 분양을 받기 어려웠다. 이들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지분을 매입하면 분양권을 받을 수 있고, 일반분양보다 싼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자가 보유자라고 해도 1가구 다주택 규제도 피할 수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재개발 지역과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이 새 아파트를 받고 현금청산까지 수천 만원을 받는 등 불로소득을 얻으려고 너나 할 것 없이 재개발과 재건축을 이야기 할 때였다.이런 가운데 뉴타운 개발이 제기된다. 뉴타운은 재개발과 재건축을 한데 묶고 사업 속도를 빠르게 하는 조건으로 시작됐다. 상업과 교육, 녹지 등을 조성할 수도 있었다. 과거에도 합동재개발이라는 형식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을 혼합한 도시정비사업은 있었다. 뉴타운이 등장하면서 서울 시내 전역에서 전면 재개발 사업은 반드시 거쳐야 할 수순으로 꼽혔다.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02년 뉴타운이 추진되면서 은평·길음·왕십리 등 34개 구역을 처음으로 지정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뉴타운 추가 건설을 내세웠고, 민주당도 이에 가세하면서 뉴타운 공약은 붕어빵처럼 찍혀 나왔다. 기초자치단체는 앞다퉈 뉴타운지구지역를 지정했고, 해당 지역은 물론 인근지역까지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중대형 많은 강북 뉴타운 부동산 침체 직격탄천하를 평정할 것 같은 뉴타운이 급제동이 걸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부동산 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전국 각지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났고, 주택 중심 건설사들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강남권 일부 아파트도 최고점일 때보다 절반 가까이 시세가 떨어졌다. 하지만 비강남권 뉴타운 아파트의 분양가는 강남과 별 차이가 없었다. 각종 투기로 토지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뉴타운 아파트가 대부분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이라는 것도 문제가 됐다. 시장이 침체되면서 사람들은 실수요층이 두텁고 거래량이 많은 전용면적 84㎡ 이하 물량에만 몰렸다. 서울 시내 전역에는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났다. 시세 차익을 기대한 뉴타운 조합원들은 자산가치 하락으로 불안에 떨었다. 여기에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판매 지연은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이는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추가로 분담할 금액은 점점 늘었다.급기야 중대형 아파트를 중소형으로 설계변경 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길음과 흑석, 가재울 등 일부 뉴타운 지역에서는 입주가 시작됐지만 과거와 같이 웃돈(프리미엄)이 수 억원이나 오고 가는 일은 없었다. 초기 분양가에 되팔거나 초기 분양가의 10%만 웃돈을 받아도 다행이다. 이 마저도 각종 세금과 수수료를 제하면 손해 보는 장사다.

2014.03.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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