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60

'전 세계 가장 멋진 동네 4위' 성수동은 어떻게 '팝업 성지'가 됐나[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입장권 없는 테마파크.’이 단어만큼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상권인 성수동을 정확히 설명하는 표현은 없을 것이다. 마치 인기 있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선 것처럼 팝업스토어나 맛집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소금빵, 감자튀김,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음식을 들고 동네를 즐기는 모습, 그리고 테마파크 한정판 굿즈를 구매하듯 커다란 쇼핑백을 든 사람들까지. 성수동은 시즌별로 콘텐츠가 달라지는 테마파크처럼 매주, 매달 모습을 바꿔가며 전 세계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성수동을 테마파크처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매주 바뀌는 팝업스토어다. 팝업스토어는 이제 성수동 하면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팝업스토어가 대중에게 유행하기 전에는 팝업이 무엇인지 되묻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팝업의 개념을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리테일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성수동, ‘팝업 성지’의 시작성수동은 과거 1970~1980년대 대한민국 수제화 산업의 중심지로 공장과 창고가 밀집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와 글로벌화로 인해 수제화 산업이 쇠퇴하면서 성수동은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이후 저렴한 임대료와 독특한 공업지대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 예술가들과 소규모 창업자들이 모여들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후 블루보틀과 디올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들어선 이후, 성수동은 명실상부 글로벌 동네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영국 잡지 ‘타임아웃’이 성수동을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로 선정하기도 했다.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가 급격히 증가한 데에는 프로젝트 렌트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프로젝트 렌트는 2018년부터 성수동을 중심으로 유휴 공간을 활용해 소규모 브랜드를 위한 팝업스토어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성수동=팝업 성지’라는 공식을 만들어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시기적으로 보면 2022년 초반, 코로나 팬데믹 종료와 함께 대팝업스토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재택근무와 격리로 집에만 있던 사람들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나와 사람들과 교류하기 시작한 이 시기부터 프로젝트 렌트는 ‘어메이징 오트’ ‘롯데 가나 초콜릿 하우스’ 등 다양한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약 100회 이상의 팝업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F&B(푸드 앤 베버리지) 중심이었던 성수동에 부족했던 체험형 콘텐츠를 채워 나갔다.현재 성수동은 크고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며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공간을 공급하는 건물주와 임차인부터, 브랜드와 공간을 연결하는 스위트스팟이나 쉐어잇 같은 대관 플랫폼과 부동산 업체, 그리고 브랜드 의뢰를 받아 팝업스토어를 기획·운영하는 광고·홍보 대행사들까지. 여기에 인테리어 설치·철거 업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 및 인플루언서까지 참여하며 팝업스토어라는 하나의 산업이 성수동에서 유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팝업스토어는 이제 단순히 제품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성수동은 공장과 창고를 개조한 독특하고 넓은 공간,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 다양한 소비층을 타겟팅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팝업스토어 운영에 최적의 장소로 자리 잡았다. 성수 팝업스토어의 빛과 암팝업스토어 덕분에 성수동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권이 됐지만, 최근 몇 가지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첫째, 소비자의 팝업 피로도로 인한 로드상권 팝업 트렌드의 하락이다. 성수동에서는 매달 약 100여 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며 패션·뷰티부터 식음료까지 다양한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오픈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잉 공급은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많은 팝업스토어가 비슷한 포토존, 굿즈샵, 쇼룸 등의 구성으로 획일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점차 줄고 있다.둘째는 높은 임대료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이다. 팝업스토어 열풍은 성수동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동시에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성수동 주요 상권인 연무장길의 월평균 임대료는 2018년 대비 2023년 약 2~3배 상승했으며, 단기 임대를 선호하는 팝업스토어 특성상 많게는 일 1500만원 등 일반 상가보다 훨씬 높은 임대료가 책정되고 있다. 특히, 단기 임대를 기반으로 하는 팝업스토어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아 임대료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실정이다.결과적으로 수제화 거리, 오래된 노포 같은 기존 지역 상권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대기업과 유명 브랜드들이 연무장길을 장악하고 있다. 이는 지역 고유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다양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셋째는 팝업스토어가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팝업스토어는 단기적으로 운영되고 철거되는 특성상 대량의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성수동에서 한 달 동안 발생하는 폐기물량은 약 500톤(t)에 달하며, 이는 2018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팝업 폐기물은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재활용도 하지 않아도 되며, 재활용이 어려운 현수막, 합판, 플라스틱 패널 등으로 구성돼 있어 환경적 부담도 크다. 팝업스토어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는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기도 하고,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이러한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성수동의 팝업 트렌드는?그렇다면 올해 성수동에서는 어떤 팝업 트렌드가 나타날까. 필자는 이를 세 가지로 정리해 봤다. 먼저 ‘탈성수’ 현상으로 올해 팝업스토어 시장은 성수동 중심의 팝업스토어 트렌드에서 벗어나 백화점과 쇼핑몰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스위트스팟에서 발간한 ‘2024 팝업스토어 트렌드 총결산’ 자료에 따르면 작년 팝업스토어 중에서 성수동은 약 28%, 현대/롯데/신세계 등 유통사 팝업은 약 43%로 유통사 팝업의 비중이 성수동을 넘어선 것을 볼 수 있다.성수동은 여전히 다양한 브랜드의 주요 팝업스토어 상권으로 남아 있지만, 높은 임대료와 소비자 피로도가 문제로 지적되면서 대형 유통사들이 새로운 팝업스토어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 팝업 트렌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더현대는 인기 있는 팝업스토어를 주기적으로 유치하며 젊은 층과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고객 유입 효과를 극대화했고, 3년 만에 약 700개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백화점과 쇼핑몰 팝업스토어에서는 IP(지식재산권) 기반 캐릭터 굿즈 팝업스토어나 글로벌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성수동 등의 로드형 팝업스토어와는 달리 제품 판매와 함께 브랜드 정체성과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브랜드 담당자들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오고 있다.두 번째 트렌드는 외국인 팝업 방문객 증가다. 팝업스토어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여행 트렌드인 데일리케이션 (Dailycation, 한국인의 일상을 체험하고 최신 한국 트렌드를 경험하는 여행방식)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국인들처럼 성수동을 방문해 팝업스토어를 구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4년 성수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1만명으로, 5년 전보다 5배 증가했다. 특히 K-뷰티 관련 팝업스토어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한국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세 번째 트렌드는 ‘지역점령형 팝업’ 등 새로운 형태의 팝업스토어 등장이다.지역점령형 팝업스토어는 소비자들의 팝업스토어 피로도가 증가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스타일의 팝업스토어 방식이다. 기존 팝업스토어가 한정된 공간에서 소비자가 컨베이어 벨트를 탄 듯 미션을 수행하고 경품을 받는 틀에 박힌 형식으로 운영됐다면, 지역점령형 팝업은 지역 곳곳에 마치 보물찾기처럼 숨겨둔 브랜드의 공간들을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양한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버버리가 성수동에서 3개의 팝업스토어와 연무장길을 자사 브랜드의 옥외광고로 점령한 사례를 시작으로, 아디다스의 ‘아디다스 그라운드 성수’는 성수동 일대 7개 장소를 활용해 브랜드 헤리티지와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선보이며 큰 성공을 거뒀다. 또한 무신사의 ‘무신사 뷰티 페스타’나 ‘세븐틴 스트리트’ 팝업스토어는 방문객들을 해당 지역으로 유도하며 인근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팝업스토어가 지방으로 확장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전 둔산로를 축제로 만든 ‘새로 소주’ 팝업스토어나 전주 한옥마을을 점령한 ‘짱구 팝업스토어’ 등은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단순히 브랜드 홍보를 넘어 지역 경제와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팝업스토어의 성지로 자리 잡은 성수동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팝업스토어 시장의 발전을 이루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 설키며 팝업스토어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리테일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침체된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팝업스토어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하며, 지역 경제와 브랜드가 상생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박진우 성수교과서 대표

2025.03.09 10:00

6분 소요
해리스 vs 트럼프, 끝나지 않은 美 대선…투자 전략은 [스페셜리스트 뷰]

증권 일반

다가오는 11월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까지 이제 한 달 남짓한 시간이 남았다. 연초에는 전현직 대통령 간의 재대결이라는 점에서 다소 무난한 흐름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피습 사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등을 겪으며 미국 대선은 새로운 흐름을 맞이했다.대선은 언제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이벤트였지만 올해는 특히 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 TV 토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좋은 평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격전지로 뽑히는 7개의 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초접전이 이어지고 있다.대선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확실하다. 바로 시장 변동성 확대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변동성 업종과 배당주가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만큼 일시적인 정치적 변수보다는 통화정책을 비롯한 매크로적 변화에 더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2024 미 대선 키워드 ‘불확실성’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해리스 부통령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올해 미국 대선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 어떤 후보도 과반의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미국 특유의 선거인단 투표 제도가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의 국가처럼 유권자들이 대통령 후보에 직접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를 대신해 최종 투표를 진행할 선거인단에 표를 던지는 ‘간접선거제’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발표되는 지지율과 실제로 대통령 후보들이 확보하는 선거인단 수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로 이러한 이변의 주인공이다. 2016년 대선에서 대부분의 언론은 여론조사를 토대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높게 점치고 있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며 최종 당선됐다. 결국 각 주 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것이 전체 지지율보다 중요한 것이다. 실제로 개표 결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전체 유권자 투표(popular vote)에서는 6585만3514표를 얻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6298만4828표)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반면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227명 확보에 그치며 승리를 내어주게 됐다. 미국 대선 역사상 지금까지 5차례(1824년·1876년·1888년·2000년·2016년)의 유권자 투표와 대선 결과의 불일치 사례가 있었다. 이 가운데 1900년대 이후 2번의 불일치 사례가 모두 2000년대에 일어났다. 이는 최근 들어 강화되고 있는 미국인들의 정치 성향 양극화 현상의 영향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의 선거인단 투표는 2개의 주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승자 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즉, 1%포인트(p) 차이로 승리하나 10%p 차이로 승리하나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을 모두 가져간다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전국 지지율만으로 대선의 결과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의 선거인단은 총 538명으로 과반인 270명이 대선승리의 기준으로 통한다. 이는 특정 후보가 모든 주에서 승리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전체 지지율보다도 스윙 스테이트(미국 대선에서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 주·경합주)로 불리는 격전지에서의 표심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힘들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모든 스윙 스테이트에서 오차 범위 내의 접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윙 스테이트로 간주되는 곳은 ▲펜실베니아(19명)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6명)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의 7 곳이다(괄호 안은 각 지역별 선거인단 선출 인원수). 이 중 펜실베니아·미시간·위스콘신은 쇠락한 공업지대를 의미하는 ‘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지역으로 양 진영에서 제조업 노동자들을 겨냥한 공약을 어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로 2020년 대선 당시에는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모든 주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2016년 대선 당시에는 네바다를 제외한 모든 주가 트럼프에 투표한 바 있다. 또한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 결과에 따른 의회 구성 변화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이다. 하원의 경우 435석 전체, 상원은 3분의 1에 해당하는 34석이 선출 대상이고 하원은 공화당,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나 두 후보 모두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한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다행히 대부분의 공약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상하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양 원의 집권당이 통일되지 않는다면 재정적자 우려가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2024 미 대선 현황과 향후 일정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를 제외하고 공식 석상 노출도가 낮다는 점에서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이뤄진 TV 토론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전까지는 TV 토론은 상대적으로 공식 석상 노출 경험이 적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평이 다수였다. 그러나 일단 금융시장은 해리스 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었다. 당일 아시아 대표 증시들은 시장 전체 지수가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태양광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 업종이 반등했다. 비트코인도 TV 토론 시작 직후를 기점으로 낙폭이 확대되며 해리스 트레이딩이 반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 및 미국 증시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며 일명 해리스 수혜업종(태양광·풍력·2차전지 등)은 상승하고 트럼프 수혜업종(비트코인·방산 등)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대선의 불확실성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TV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선방했으나 당선 확률 및 지지율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양 후보 모두 유권자들에게 기존의 공약과 크게 벗어나거나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으로도 특정 후보의 수혜업종에 대한 베팅이 계속해서 번갈아 나타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치적 변수보다는 시장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재로서 최종 선거일까지 남은 주요 일정은 10월 1일(현지시간) 예정된 부통령 후보 TV 토론 정도이다. 당초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의 추가 TV 토론 성사 여부도 기대가 됐으나 양 측의 이해관계상 합의에 이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많지 않아 양 진영 모두 공격적으로 새로운 공약을 발표하기보다는 지금까지 공개한 내용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美 대선은 정말로 증시와 관련 있을까그럼 실제 미국 대선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은 헌법을 통해 4년마다 11월 첫째 주 월요일에 선거인단 선거를 실시한다고 구체적인 날짜를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은 이미 모두가 사전에 대략적인 일정을 알고 있는 이벤트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데도 선거일 전후로 지수 흐름이 매번 유사했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 증시 데이터를 살펴보면 선거인단 선거일까지 S&P500 지수는 하락세를 보였고 선거일에 가까울수록 증시 하락폭이 컸다. 그리고 선거일 이후로는 집권당과 무관하게 증시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주식시장은 어느 정당의 후보가 당선이 되느냐보다는 선거가 끝남으로써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 더 주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증시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선거 이후 장기적으로도 우상향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임기 첫해에는 정책 기대감, 정권 교체 성공 등의 요인으로 증시가 더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대선을 앞두고 증시가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선거일까지의 증시 변동성 확대이다. 실제로 대선이 있는 해에는 9월부터 변동성이 확대되고 대선 결과가 확정되는 11월 초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른 수혜업종을 미리 베팅하기보다는 시장 변동성 자체를 줄일 수 있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수 전체보다는 세부 업종을 잘 선별해야 한다. 해리스 트레이딩 vs 트럼프 트레이딩투자자들은 대선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일명 ‘수혜주’를 찾고 분류하는 과정에 매몰되기도 한다. 이번 대선의 경우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대표적으로 친환경 에너지(태양광·풍력·2차전지 등)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방산·에너지·금융이 수혜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물론 두 후보 모두 미국 내 생산과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유틸리티(utility·공익사업)·산업재가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하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최종 당선인의 수혜업종과 실제로 수익률이 좋았던 업종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후보의 공약을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실적 개선세가 확인되는 ‘진짜 돈을 버는 업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6년 당시 대선 이후 3개월간 S&P500을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했던 업종은 금융·소재·산업재이다.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금융업종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규제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의 영향도 있었지만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마진 개선에 대한 베팅의 결과로도 볼 수 있다. 2020년 대선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직후 3개월간 가장 수익률이 좋았던 업종은 에너지와 IT(정보기술)였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은 ‘친환경 에너지 도입 확대 및 가속화’, ‘법인세 및 소득세율 인상’이 주 내용이었기 때문에 두 업종은 대표적인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피해 업종으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오히려 그동안의 하락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타 업종보다 더 큰 폭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중장기 수익률 관점에서는 당시 정부의 정책보다는 경기 사이클과 각 산업의 업황이 더 중요했다. 각 정부가 집권 시기 동안 일관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매해 주도 업종이 달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특정 주도 업종이 3년 이상 강세를 이어 나갔던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정권이 교체되던 시기 S&P500 지수를 비롯해 많은 업종(IT·헬스케어·경기소비재·커뮤니케이션·산업재·필수소비재·소재)이 장기간 강세를 보이긴 했다. 그러나 이는 정부 정책의 결과가 아닌 코로나19로 인해 이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연말까지 시장 변동성 조심, 저변동성 업종·배당주로 대응 미국 증시는 계절적으로 연초부터 3월까지 변동성 확대기를 겪고 그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는 패턴을 보인다. 그리고 7월부터 10월까지 다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다가 연말에는 안정화되는 흐름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반복돼 왔다. 이는 ▲기업의 실적 발표 ▲헤지펀드 북 클로징(회계장부마감) ▲연말연초효과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유사한 패턴이 매년 반복돼 왔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이 있는 해에는 대선 결과가 확정되는 11월 초까지 변동성이 확대되다가 이후 안정기에 접어들며 연말까지 증시 랠리가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올해는 후보 교체로 인해 세부적인 공약 발표, TV 토론과 같은 이벤트가 지연돼 대선 당일까지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S&P500 지수는 지난 7월 16일 역사적 고점을 경신한 이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9월 19일 다시금 5700선을 넘으며 고점을 경신했지만 여전히 변동성 확대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변동성’ 팩터(factor·요인)와 관련된 필수소비재·유틸리티·커뮤니케이션(특히 전통 통신 업체) 업종에 주목하고자 한다. 저변동성 팩터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상장된 주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추이를 살펴보았다. 시가총액 상위의 ETF들이 시장 전체 변동성이 확대되던 7~8월 사이에 주요 지수와 반대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이는 개별 ETF마다 종목 편입 조건은 상이하나 대표적인 경기 방어업종이 다수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반기 이후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시장 지수와 달리 꾸준히 7월부터 지금까지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연말까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단기적으로는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가장 유의미한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인 만큼 추가적인 현금 수익이 보장되어 있는 배당주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배당은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현금 흐름을 제공해 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해당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이 그만큼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하게 이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기업이 아니라면 투자자들이 쉽게 개별 기업의 이익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표적인 배당주들도 올해 하반기에 상승 흐름을 이어 나간 바 있다. 배당주 투자를 위해서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들을 고르는 것이 기본 전략이지만 배당 성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배당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해당 기업이 배당 규모를 얼마큼 늘려왔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참고로 배당성향이 높은 미국 증시에서는 ▲5년 이상 배당을 늘려온 기업을 ‘배당 블루칩’ ▲10년 이상은 ‘배당챔피언 ’▲25년 이상은 ‘배당 귀족’ ▲50년 이상은 ‘배당 킹’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배당 귀족, 배당 킹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살표보면 필수소비재·헬스케어(대형 제약사)·유틸리티·산업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적 변수보다는 통화정책 변화에 주목시장 지수는 개별 기업 주가의 합이고 개별 기업의 주가는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추세적인 증시 상승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거나, 기업들이 시장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확인돼야 한다. 현재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환경 변화는 바로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이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베이시스포인트(bp) 인하를 결정했다. 2023년 7월 25bp 인상 결정 이후 14개월 만의 첫 금리 인하였다. 통상적으로 기준 금리 인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성장업종과 부동산·금융업종에 호재로 인식된다.한편, 현재 미국 시장 전체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소폭 하향세로 돌아선 상황이나 부동산·금융·유틸리티 업종은 EPS 추정치가 꾸준히 상향되고 있다. 이 중 유틸리티를 제외한 부동산·금융 업종은 기준 금리 인하 시작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업종은 앞으로도 타 업종과 비교했을 때 대선 불확실성에 덜 민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서 투자 전략을 고민하기보다는 이미 방향성이 드러나 있는 통화정책을 고려하는 것을 추천한다.특히 부동산의 경우 9월 FOMC에서 연준의 완화적인 메세지를 충분히 확인한 만큼 실적 추정치의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은 높은 기준 금리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표적인 고금리 피해 업종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2년 3월 이후로 계속해서 타 업종 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에서 금리 인하 담론이 형성될 때마다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는 일시적인 흐름에 그쳤었다. 이와 유사한 논리로 금융 업종에도 금리 인하 수혜의 기회는 존재한다. 흔히 기준 금리가 내려가면 예대금리차가 축소돼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자금 수요자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이 하락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시장 전체적으로 대출 수요가 증가할 수도 있다. 또한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과거보다 사업부문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이상연 연구원은_신영증권 리서치센터 자산전략팀에서 해외주식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했다. 현재 글로벌 증시 중에서도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전략을 맡고 있다.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제 변화와 정치적 이슈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투자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2024.09.28 07:00

11분 소요
미국 오하이오주에 LG엔솔·혼다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결정

산업 일반

한국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완성차 제조사 혼다가 합작하는 공장이 미국 중부 오하이오주에 들어설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는 배터리 합작 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 페이엣 카운티에 건설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이곳은 미국 콜럼버스(오하이오 주도) 남서쪽에서 64㎞ 정도 떨어진 지역으로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불리는 곳이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업지대가 쇠퇴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미국 제조업의 몰락을 상징하는 단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는 합작 공장에 총 44억 달러(약 6조3000억원)를 투자한다. 이를 통해 내년 초에 합작 공장을 착공해 2025년 말부터 파우치 배터리 양산에 들어가며 연 40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는 500㎞(1회 충전)를 주행하는 전기차 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혼다는 이곳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혼다 브랜드 전기차에 장착할 예정이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앞으로 3년여에 걸쳐 북미 지역에 6개 생산 기지를 갖추게 된다. LG·GM의 1공장(오하이오)·2공장(테네시)·3공장(미시건), LG·스텔란티스 공장(캐나다 온타리오), LG 자체 공장(미시건), LG·혼다 공장(오하이오)이다. 이들 공장의 생산능력을 모두 합하면 225GW에 이른다. 혼다는 현재 미국에 자동차 생산·부품 등을 생산하는 12개 공장을 갖고 있다.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4년 뒤부터 미국 시장에 전기차를 생산·판매 공격 수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다음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오하이오의 승리”라고 자평하며 환영의 메시지를 언론에 뿌렸다. 오하이오주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의 합작공장이 오하이오주 지역에 약 22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바이든은 이날 “반도체법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가고 있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미국 내 전기차 제조 투자를 이끌고 있다”며 "미국 내 제조 공급망과 기반시설들을 재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 실현되고 있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다음달 예정인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 발언으로 보인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2022.10.12 18:45

2분 소요
[경제 인사이트] 동유럽 국경 도시, 中-유럽 화물열차로 입지 중요성 '부각'

차이나 포커스

(바르샤바/부다페스트=신화통신) 중국-유럽 화물열차 노선에는 두 개의 동유럽 국경 도시가 위치한다. 바로 폴란드의 말라쉐비체(Malaszewicze)와 헝가리의 자호니(Zahony)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로 두 도시의 대외무역과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해봤다.말라쉐비체는 19세기부터 폴란드 최대 철도 화물 환적 허브로 발전했다. 여러 개 국제 철도 노선이 이 곳을 통과하고 있다.중국과 유럽 간 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는 리얼 로지스틱스(Real Logistics)는 최근 말라쉐비체에 사무실을 오픈했다.리얼 로지스틱스 관계자는 말라쉐비체가 중국-유럽 화물열차의 가장 중요한 경유지라고 소개했다.폴란드는 중국이 유럽으로 진출할 때 거쳐야 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최근 폴란드가 운송 인프라 확충에 힘 쓰면서 북부 지역 철도 노선은 더욱 혼잡졌고 이는 남부 철도 업그레이드를 부채질했다. 이에 헝가리 북동부 5개국 국경과 맞닿고 있는 도시 자호니가 남부 철도를 따라 중요한 허브로 부상했다.자호니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본 한 철도엔지니어링회사 관계자는 "2017년에는 50개의 컨테이너만 처리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7천 개의 컨테이너를 성공적으로 환적했다"고 말했다.자호니의 입지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럽에 현대 복합물류센터를 건설하기 위한 장소로 자호니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유럽 물류공업지대 프로젝트를 위한 컨소시엄이 설립돼 센터 건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또 자호니의 환적장도 개조 및 확장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전년 대비 22% 증가한 1만5천 편을 운행했다.'세계의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와 유럽을 잇는 이신어우(義新歐) 화물철도 역시 국제 운송비가 급격히 상승했음에도 분주한 운행을 유지하고 있다.중국-유럽 화물열차를 통한 대(對)중국 수입도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유럽 화물열차를 통해 수입한 물품의 총 가치는 51억6천만 위안(약 9천789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683.9% 증가했다.중국-유럽 화물열차를 통해 운송되는 상품을 관리하는 저장신실크로드해관(세관)대리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 회사는 10만5천TEU를 해관에 신고했다"며 "이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이처럼 중국-EU 무역이 증가하면서 헝가리의 국경 도시인 자호니에 대한 물류 회사들의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과 치솟는 운송 비용에도 불구하고, 중국-유럽 열차는 국제 무역의 중요한 물류 채널이 되었다는 평가다.리얼 로지스틱스 관계자는 중-EU 협력을 확신하고 있으며, 중국-유럽 화물열차의 전망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05.05 09:11

2분 소요
[ASOK 특별기획] 오하이오주 '쇠락한 공업지대, 전기차 타고 부활’

IT 일반

한국의 중소·중견 기업의 미국 진출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기관이 주한미국주정부대표부협회(ASOK)이다. 주마다 다른 세금 체계와 규제 등으로 미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이코노미스트가 ASOK과 함께 ‘한국 중소·중견기업, 아메리카 드림 어게인’을 연재한다. 1966년에 문을 연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의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은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꼽힌다. 수천만 대의 차가 이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출발해 도로를 누볐기 때문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GM이 파산했을 때도 로즈타운 공장은 굳건히 버텼다. 소형세단 쉐보레 ‘크루즈’의 전담 생산기지로 탈바꿈했는데, 크루즈가 2014년 미국에서만 27만대가 넘게 팔리는 인기 차종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로즈타운 GM 공장의 운명은 여기까지였다. 2018년 11월 GM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에 로즈타운 공장 폐쇄가 포함됐다. 미래차 패러다임 전환을 앞둔 GM 입장에선 소형세단을 만드는 로즈타운 공장은 불필요한 생산기지였다. 로즈타운 공장 폐쇄 결정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GM이 직접 고용한 공장 노동자 1400명에, 수많은 협력업체까지 더하면 적지 않은 숫자가 고용 불안에 시달리게 됐다. ━ 폐쇄됐던 로즈타운 공장, 전기차 시대의 상징으로 떠올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불만을 표출할 정도였다. 오하이오주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표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GM의 모든 보조금 삭감을 검토하겠다”면서 으름장을 놨지만, 로즈타운 공장이 문을 닫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결국 2019년 3월 최후의 모델 크루즈를 마지막으로 53년간 지속해온 가동을 멈췄다. 공장 폐쇄로 사람들이 떠나면서 도시는 유령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멈춘 GM의 로즈타운 공장은 새로운 에너지와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공장 부지를 활용해 LG화학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어서다. 23억 달러(약 2조600억원)가량을 투자해 총 시간당 30GW(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생산시설로 탈바꿈한다. GM은 새로 생기는 배터리 공장에 기존 인력 일부를 다시 고용할 계획이다. 로즈타운 공장의 부활은 격동하는 오하이오주 지역 경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인 전기차 시대를 이끄는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오하이오 내 수많은 기업은 생산공장과 시설, 종잣돈을 바탕으로 낡은 산업을 ‘제조업 르네상스’로 이끌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오하이오 대표 도시 콜럼버스는 미 교통부가 선정한 스마트시티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5000만 달러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첨단 산업 도시로 변모 중인 오하이오에서 한국 기업의 활약이 기대된다. 얼티엄셀즈가 한국 기업인 LG화학과의 합작 회사인 만큼 국내 이차전지 협력업체들도 현지 진출을 계획 중이다. 그럼에도 오하이오는 더 많은 한국 기업의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의 오하이오 투자는 활발하지 않았다. 2018년 기준 18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1800명을 고용 중이다. 이는 오하이오 국제 고용의 0.7%에 불과한 수치다. 현재 오하이오에 법인을 세운 유명기업으로는 녹수, 한온시스템, 넥센타이어, S&T모티브 등이 있다. 오하이오의 공공기관인 경제개발청 산하 기관으로 지역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잡스오하이오(JobsOhio)가 한국에 사무소를 설립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진출을 손짓하기 위해서다. 오하이오의 면적은 11만6096㎢로 북한의 면적(12만540㎢)과 비슷하다. 미국 50개 주 중에서 면적은 34위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7위에 해당한다. 그만큼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인구가 많다 보니 도시 인프라도 발달했다. 오하이오엔 미국 내 4번째로 큰 규모의 고속도로 인프라가 구축돼있다. 1000㎞만 가면 미국과 캐나다 인구 60%에 접근이 가능하다. 오하이오를 상징하는 호수인 이리호엔 9개의 상업용 항구가 있다. 유일하게 유럽과 직접 교역을 할 수 있는 수송 경로를 갖췄다. 대표 러스트벨트 지역으로 꼽히지만 의외로 다양한 분야의 산업이 고루 발달해있다. GDP로 따져본 산업 비중에서 제조업(17%)이 가장 높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지위는 아니다. 운송·무역(16%), 서비스업(13%), 공공부문(11%), 교육·보건(10%), 부동산(10%) 등도 강세를 보인다.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라면 그만큼 다양한 방편으로 전략을 짤 수 있다. 현지 진출을 위한 첫 관문인 법인 설립 절차도 간단하다. 약 1200달러를 내면 현지 회계법인을 통해 법인을 세울 수 있다. 소요 기간은 약 1개월이지만, 추가 비용을 내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인건비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미국 연평균 임금이 6만9635달러(약 7790만원) 인데, 오하이오주의 연평균 임금은 6만2421달러(약 6984만원)다. 미국 전체 평균보다 10.3% 가량 낮다. 기업친화적 세금 제도도 눈에 띈다. 오하이오에 법인을 설립한 기업은 지방법인세(Local corporate tax)를 내야 하는데, 0.4~3.0%의 지방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2.5~12.0%에 달하는 미국 연방 평균의 지방세율보다 낮다. 해외 진출시 우리 기업들의 가장 난관으로 꼽히는 법인세(Corporate tax)는 아예 없다. 대신 상업활동세금(Commercial Activity Tax)을 적용받는다. 매출이 15만 달러 이하의 법인은 내지 않아도 된다. 매출 15만 달러가 넘어서면 정해진 세율에 따라 매출에 비례해서 세금을 내게 된다.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 정책도 마련했다. 대표적인 게 일자리 창출 세금 공제 제도(Job Creation Tax Credit)다. 고용을 늘리면 주 정부로부터 상업세의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잡스오하이오 경제 개발 보조금 제도(JobsOhio Economic Development Grant)는 더 파격적이다. 일자리 창출 성과가 뛰어날 경우, 지자체에서 현금을 받을 수 있다. ━ 잡스오하이오(JobsOhio) 제도, 해외 기업에 매력적 혜택 사업 확장을 계획 중인데, 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울 땐 ‘잡스오하이오 성장기금(JobsOhio Growth Fund)’을 활용하면 된다. 임대료나 통신 인프라 같은 필수 사업요소를 두고 잡스오하이오가 자금을 대출해준다. 대출 가능한 자금이 통상 50만~500만 달러로 적지 않다. 낡은 공업시설을 활용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면 잡스오하이오 회생 프로그램(JobsOhio Revitalization Program)을 검토할 만하다. 오하이오 주민에게 일할 기회를 주면서 환경 개선을 펼치는 사업자에게 대출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직원의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잡스오하이오 노동 보조금(JobsOhio Workforce Grant)도 눈 여겨볼 만한 정책이다. 잡스오하이오 한국사무소의 서영호 대표는 “예전의 기술과 시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자본을 만나면서 오하이오를 살리는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 중”이라면서 “혁신을 꾀하는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이 미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에 적합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하이오는 인류의 생활반경을 획기적으로 바꾼 '혁신의 아이콘' 라이트 형제가 태어나 처음으로 비행 실험을 한 지역이다. 라이트 형제가 항공시대를 열었듯, 미래차 시대를 여는 기업이 이곳에서 또 나올 수도 있다. 오하이오는 한국의 첨단 기술기업의 진출을 기다리고 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04.25 21:39

5분 소요
[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바이든 시대에도 아른거릴 ‘트럼프 그림자’

국제 경제

“달러화를 통한 국제 분쟁 개입 축소” 발언에 주목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시대가 끝났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가 4년 후 다시 대통령 직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을 흘려들을 수 없다. 전례나 관행에 얽매일 그가 아니다. 무엇보다, 그가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게 했던 사회 현상들이 해소되지 않았고 해소될 기미도 없다.트럼프를 지지했던 낙후된 시골 지역 사람들과 저학력 백인들의 처지가 앞으로 4년간 크게 바뀌기는 힘들어 보인다. 실제로 상원 선거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이 다수당을 지켰고, 하원에서 민주당 의석은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까지는 그가 무난하게 재선하리라는 평가도 많았다. ━ 무너진 미국 전통 제조업 기반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분열상을 야기한 원인 제공자처럼 인식하지만, 그는 미국의 사회 계층적, 지리적 분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다. 미국 사회의 인종 격차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느나 인종 내 경제적 불평등은 훨씬 더 커졌다. 또 경제적 신분 상승의 기회는 감소하여 ‘아메리칸 드림’도 사실상 퇴색했다.로버트 D. 퍼트넘의 저서 은 20세기 중반과는 현저히 달라진 미국 사회의 변화를 추적하고, 높아진 사회경제적 장벽을 지적한다. 여기서는 1970년 대와 비교해, 저학력 여성들의 혼외 출산비율이 현저히 증가했고, 대학 학위 취득 여부가 가족의 수입에 좌우되는 경향이 대단히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또, 지금은 인종 격차보다 경제적 격차로 나뉘는 계층의 차이가 뚜렷해졌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대학 교육을 받은 흑인들은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들과 더 비슷하며, 교육을 덜 받은 백인들은 교육을 덜 받은 흑인들과 더 유사하다.과거에는 경제적 격차가 있는 가정들이 학교나 사회에서 섞여 원활하게 교류하고 기회도 열려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리적으로도 분화가 일어나면서 경제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끼리 마을을 형성하게 됐다. 주요 대도시 지역에서는 중산층 이상의 가구가 교외로 탈출하고 빈곤층만 시내에 남았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원심성의 분산(centrifugal dispersion)이 진행된 셈이다.미국의 전통 제조업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 대 이후다. 이 시기부터 주요 산업이 비용 절감 등 경제적 인센티브로 생산 공장을 아시아 등지로 자리를 옮겼다. 대신에, 미국은 첨단 산업이 자생적으로 꽃피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했다.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했던 미국 내 공장들은 폐쇄되었고 미국의 지역 경제는 곳곳에서 붕괴했다.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벨트(Rust Belt)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었다. 살아남은 제조업마저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사람의 일자리를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젊은 노동 계급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현저히 감소하면서 중산층이 무너져 내렸다.경제적 격차는 교육 기회의 격차로 이어졌다. 금융, 컨설팅, 의료 등 고급 서비스 업종은 고학력자들만을 흡수했다. 반면, 과거 많은 인력들이 종사했던 조선소, 식품 가공 공장 등 전통적인 산업시설 단지는 버려졌다. 바이든 정부가 통합과 치유에 주력한다고 한들, 부모님 세대보다 기회는 닫혀 있고 살림살이는 팍팍해진 상당수의 미국 시민들을 구제할 묘수는 없어 보인다. 소외된 다수에 어필하는 전략이 정치적으로 통한다는 것을 트럼프는 증명했다.바이든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려 시도하겠지만, 원상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이나 세계보건기구에 재가입하고 미국의 위상을 되찾으려 노력하더라도, 동맹·우방국 입장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수준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이제는 4년 후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 언제라도 이를 되돌릴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겼다. 마침 셰일 혁명으로 미국이 에너지 자급을 실현하면서,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이 줄고 중동을 포함한 국제적 이슈에 깊숙이 관여할 경제적 유인도 감소했다. 미국이 결집하려는 서방 국가들과 동맹들의 결속력은 느슨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게는 기회다.미국 대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하단을 더욱 낮췄다. 미국 만의 번영을 부르짖고 관세를 남발하던 트럼프 리스크가 사라진 것이 한 몫 했다. 또,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서 재정부양 규모가 감소하는 대신,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연준(Fed)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환율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바이든 시대의 연준은 외부의 압박에서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다. 연준을 쥐락펴락하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리라는 기대를 받는다. 대통령이 달러화 가치에 대해 직접 왈가왈부하는 일도 보기 힘들 것이다.그런데, 달러화와 관련하여 바이든 대통령 공약에서 주목할 부분은 따로 있다. 그간 미국 정부가 무분별하게 남용했던 달러화를 통한 제재 방식을 앞으로는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란이나 러시아 등에 경제적 제재를 가할 때, 달러화를 중심으로 구축된 국제 결제망에 대한 접근에 제한을 가함으로써 이들 국가에게 타격을 입혔다. 이 방식은 효과적이었지만, 그 반작용으로 일부 국가들이 달러화 중심의 국제 결제망을 우회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하게 했다. 이란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었던 EU가 대안 시스템을 모색했고, 이란과 러시아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결했다. 결과적으로 세계 준비통화로서의 달러화 지위를 위협하는 자충수가 된 것이다. ━ 위안화 강세 환경은 원화 강세에 우호적 홍콩 국가보안법과 위구르 신장 인권 문제 등에 미국과 갈등이 깊어진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제재 위협에 직면하여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 결제망을 확대하려는 강한 동기가 생겼다. 중국 중앙은행은 디지털 위안화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한동안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위안화 국제화에 다시 속도를 내는 최근 중국의 행보는 달러화를 무기로 한 미국의 금융 제재 가능성에 대처하려는 목적이 크다.이러한 움직임이 단기간에 달러화의 위상을 흔들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이 산업자본 단계에서 금융자본 단계로 도약을 꿈꾼다는 것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위안화 가치의 상승에도 우호적이다. 6월 이후 위안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중국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위안화의 강세 환경이 달러화 약세와 맞물려 있는 현재의 환경은 원화 강세, 즉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우호적인 환경이다.※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2020.11.15 17:53

4분 소요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미국 대선이 남긴 숙제] 트럼프는 떠나도 트럼피즘(트럼프의 정치 방식) 남아

전문가 칼럼

“국익이냐 청산이냐” 바이든 정권의 녹록지 않은 트럼프 지우기 고뇌 “트럼프는 패배했지만 트럼피즘(트럼프의 정책과 정치 방식)은 여전히 공화당 내에서 불씨가 남아 타고 있다.” - 워싱턴 포스트(WP)“트럼프는 졌지만 그의 유산은 의회의 공화당원들과 함께 계속 살아있을 것이다.” - CNN“트럼프가 대선 패배를 인정하길 거부하는 것은 제프리 다머(17명을 살해하고 시간한 뒤 토막 내고 인육도 일부 먹은 미국 살인마)가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해 규정을 위반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백악관에서 벌인 악행은 장부에 가득할 정도다.” - 미국 CBS 방송 ‘레이트 쇼’ 진행자인 코미디언 스티븐 콜베어.“트럼피즘은 위험할 정도로 분열된 국가에서 계속 잘 유지될 것이다.” - 영국 일간지 가디언, ‘도널드 트럼프의 마니교적(세상이 선과 악, 빛과 어둠 등 대립 요소로 구성됐다고 여기는 중세 페르시아 마니교의 믿음) 세계의 앞으로의 효과’라는 기사 제목에서.‘트럼프 없는 트럼피즘: 민주당원들은 패배한 트럼프의 계속되는 행동에 대항해야 할 것이다.” - CNN“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의 고립을 불러왔을 뿐이다.” -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 데이비드 샤피로, CNN에 출연해 트럼피즘의 외교적 효과를 평가하며.“트럼피즘은 미국에서 만성병으로 자리 잡은 생활습관 질환이다.” - 워싱턴 포스트(WP)“도널드 트럼프는 패배했지만, 트럼피즘은 지금 우리 앞에 머물고 있을 수 있다.” - 제프 리 카바서비스 미국 워싱턴의 니스카넨 센터 정치연구 소장. 영국 가디언 기고에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실패가 현실이 되면서 그가 지난 4년간 보여준 정책과 정치 방식을 가리키는 트럼피즘의 운명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위의 내용은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누르고 당선하자 영어권 각 언론이 트럼피즘과 관련해 보도하거나 언론인·방송인·지식인이 발언한 내용이다. ━ 바이든 앞에 놓인 트럼피즘 청산 트럼프는 집권 뒤 ’오바마 빼고 모두(All but Obama)‘를 모토로 전임 버락 오바다 대통령에 남긴 정치적 업적과 유산을 지우는 데 골몰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누른 조 바이든 당선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바이든과 민주당 지지자의 상당수는 트럼프에 반감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오바마 빼고 모두(All but Obama)’를 외치며 전임자가 재임 중 쌓거나 보여준 트럼피즘에서 완전히 벗어나려고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할 경우 방향만 반대일 뿐 트럼프의 방식을 그대로 추종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정적이나 경쟁자와 싸우면서 상대의 싸움 방식이나 기술을 배우며 그를 추종하게 되는 행동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독재와 싸우면서 독재자의 냉혹한 정치 기법을 익히는 것이나 진배없다.게다가 트럼프가 워낙 강하게 대못을 박아놓는 바람에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은 트럼피즘도 있다. 중국에 대한 거부감과 압박 정책,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이 집권해도 반중(反中) 정책은 트럼프가 세워둔 기조는 유지하면서 방식만 바꿀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권이 바뀌면 조타수의 방향타 전환으로 곧바로 바뀔 수 있는 것과, 지도자와 정권이 교체돼도 청산이 쉽지 않은 정책과 태도가 있다.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바이든 당선이 확실해지자 ‘트럼프의 악행’ 이라는 제목으로 그를 파괴하고 앞으로 바이든이 복구해야 할 과제 20가지를 정리했다. 공직으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 것, 법무부 조사에 개입한 것, 임명권 남용, 동맹 모독, 군대를 정치화하고 법관을 공격한 것, 외교와 대외 정책을 정치화한 것, 사면권 남용, 위기의 시기(코로나19 확산)에 국가를 분열시킨 것, 어느 대통령보다 허위사실을 더 많이 발언한 것 등이다. 이는 물론 더욱 성숙한 개인이 훌륭한 인성과 성격을 내세워 풀 수 있는 문제다.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을 다른 사람이 맡아도 바꾸기 쉽지 않은 트럼피즘이 적지 않다. 트럼피즘은 정책으로만 보면 통상에선 무거운 관세를 앞세운 보호무역주의, 환경에서는 파리환경협약 탈퇴와 발전소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의 완화, 세제 분야에선 법인과 중산층에 대한 감세를 들 수 있다. 국제관계에서는 세계경찰로서의 미국의 책임을 회피하고, 동맹국에 대해 방위비 부담을 늘리고 주둔 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을 확대할 것을 요구해왔다.이 가운데 세제는 바이든 정권이 법인세로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트럼피즘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 바이든은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복귀 등을 공약해 실무 준비가 한창이다. 미국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바이든의 공약에 유럽 각국은 환호했다. ━ 바이든 정책,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 예고 하지만 대중 포위라는 트럼피즘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의 국익과 관련이 크기 때문이다. 단순한 대중 무역적자를 넘어 중국이 고속성장을 위해 벌여온 환율 조작, 지적재사권 침해와 도용, 그리고 산업스파이 행위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공정한 무역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정권과 무관하게 미국이 추진하는 핵심 대중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관세를 엄청난 속도로 갑작스럽게 인상하는 등 과정과 절차를 무시한 무리한 압박수단을 채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압박의 고삐는 늦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은 자유무역이라는 용어 대신 ‘공정무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그 구체적인 차이는 정권 초의 정책 수행으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트럼피즘을 대대적으로 폐기하거나 버리기 쉽지 않은 이유도 상당하다. 대부분 정치적인 이유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두터운 지지층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는 대통령 선출을 결정하는 선거인단 확보에선 패배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예상보다 고득점을 했다. 지지자 숫자와 지지율에서 2016년 대선보다 오히려 선전했다.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과반인 270명을 넘는 304명의 선거인단을 얻어 227명 확보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50개 주와 수도 워싱턴DC 가운데 선거인단을 주와 연방하원의원 선거구에 따라 나누는 네브래스카와 메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일반투표에서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 전부를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는 30개 주와 메인주 1개 선거구의 선거인단을 가져갔다. 클린턴은 20개 주와 워싱턴DV의 선거인단을 얻었다.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6298만4828표를 득표해 46.1%의 득표율을 획득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보다 많은 6585만3514표를 얻어 4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는 2016년 당시와 달리 선거인단과 득표수 모두에서 바이든에 뒤졌다. 하지만 2020년의 득표수는 2016년보다 많았고, 득표율도 오히려 높아졌다. ━ 트럼프 득표율 상승, 더욱 커진 정치 입지 당선의 관건인 선거인단 확보에서 트럼프는 전체 투표의 96%를 개표한 13일 현재 217명을 확보해 279명을 얻은 바이든에 뒤져 패배했다. 득표에서 트럼프는 7238만2328표를 얻어 7765만3570표를 얻은 바이든보다 뒤지고 득표율에서도 47.4%로 50.8%의 바이든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 대선보다 939만6500표를 더 얻었다. 득표율도 1.3%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역대 공화당 대선 후보 중에서 최다 기록이다.물론 1억6000만명 이상이 투표해 등록 유권자 대비 66.9%라는 120년 만의 최다 투표율이 한몫을 한 점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지난 대선 때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는 사실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참패를 당한 것이 아니라 아슬아슬한 패배를 당했다는 이야기다. 트럼프는 이러한 수치를 통해 자신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인 위력을 지닌 인물로 치장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 데이터가 그의 정치적 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가 일부 주에서 우편투표를 비합리적으로 운영해 자신의 표를 강탈해 갔다고 주장하는 정치적 근거가 되고 있다.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바이든이 이미 절반을 넘는 279명을 확보했음에도 트럼프가 승복을 하지 않고, 바이든에 대해 “가짜 승리”라고 비난하며 소송전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11월 13일 현재 트럼프 진영은 쇠락한 공업지대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과 남부의 조지아에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공정한 개표인지를 확인하는 감시단이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했다든지, 투표일 이후에 도착한 유편투표를 무효화해줄 것을 요구한다든지, 근소한 격차 등이 이유다.트럼프는 특히, 현행 우편투표 제도를 불합리한 제도라고 주장하며 이들 지역에서 일정 시기 이후에 도착한 우편 투표는 무효화하길 원한다. 이를 위해 여러 이유를 대면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역대 최다인 6548만7735표에 이르는 우편투표는 20개주에서 이뤄진 조사 결과 바이든의 민주당 지지자가 44.8%, 트럼프의 공화당 지지자가 30.5%를 차지한 것으로 나온다. 따라서 트럼프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지금까지 개표 결과를 바탕으로 바이든 승리를 선언했던 대선 결과가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일부에선 트럼프가 소승을 제기한 부정선거나 우편투표의 불합리성 관련 사건이 연방대법원으로 올라가면 현재 보수가 6, 진보가 3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게다가 연방대법원의 연방대법관 중 3명은 트럼프가 임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에서 선거는 연방이 아닌 주의 관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수 성향이라고 해서 대통령의 당락이 달려 있는 사건에서 트럼프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낙태나 소수자 권리, 이민자 문제 등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접근법이 다른 사안에선 보수와 진보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정교한 법리 해석과 논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념적 사안이 아닌 실체적인 진실과 선거 사무의 관할권, 그리고 제도상의 문제에 대해 이념의 잣대를 갖다 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법관은 법과 양심, 그리고 법리 해석과 논리에 따라 재판하는 법조인이지, 이념에 좌우되는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물론 트럼프의 변호인단과 법률 조력자들은 그의 주문에 맞춰 온갖 ‘창의적인’ 법리를 개발하고 주장을 합리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그들이 거액을 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거물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도 트럼프를 위해 일하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 마피아를 비롯한 조직범죄와 잡범, 그리고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인물들을 소탕하고 이를 바탕으로 뉴욕시장까지 지내며 범죄도시 뉴욕을 환골탈태한 인물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트럼프에게 절망적이다. 줄리아니가 아니라 그 어떤 거물이 맡아도 트럼프의 뜻대로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는 그야말로 실낱 같은 희망을 붙들고 있는 셈이다. ━ 끝나지 않을 트럼프 소송 트럼피즘 폭동 그럼에도 미국에선 두터운 지지층을 바탕으로 트럼프에 호응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오리건에선 트럼프가 개표 중단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이 기각되자 격렬한 폭동이 벌어져 주 방위군이 출동했다. 뉴욕시에선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50여 명이 체포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개표소 주변에서 개표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선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여 ‘주의 내외에서 약 1만 명이 부정투표를 했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트럼프 지지자들이 개표소 주변에 모여 정확한 개표를 요구했다.게다가 이번 미국 대선에선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주가 많았다.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조지아가 0.1%, 펜실베이니아는 0.5%, 에리조나가 1.0%, 노스캐롤라이나가 1.4%, 네바다가 1.8%다. 펜실베이니아는 득표율 차이가 0.5%포인트 이하이거나 신청자가 있을 경우 자동 개검표하도록 하고 있다. 애리조나는 차이가 0.1% 이하일 경우 자동적으로 재검표를 하며, 신청에 의해 재검표를 하지는 않는다. 이런 제도가 있기 때문에 트럼프 진영에선 재검표에 의욕을 보이지만 그리 녹록한 상황만은 아니다.이런 정치적 상황과 현실적인 이유까지 겹쳐 트럼피즘은 트럼프가 정권을 잃고 바이든이 집권해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상황 논리, 국민의 여론, 트럼프의 놀라운 득표력만 이유가 아닐 수 있다. 어쩌면 트럼프가 만든 포퓰리즘의 물결이 미국과 전 세계에서 이미 도도히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떠나도 트럼피즘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여전히 존속하는 이유일 것이다. 지난 4년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악몽이듯, 앞으로 4년은 반대로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악몽이 될 수 있다. 그 악몽이 심할수록 트럼프 지지자들은 결집하고 길을 뚫어 재집권을 노릴 것이다. 이미 지역별 득표 경향에 맞춘 맞춤공약 개발, 후임 정치재목 양성, 유권자를 끌어들일 정책 개발 등 다음 선거를 위한 전략 마련이 시작됐을 것이다. 지나간 선거를 복기하고 문제를 발견해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차기 대권을 위한 정치활동의 시작이다. 트럼피즘과 이에 대한 대항과 대응은 각각 미국 정치의 주요 이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트럼피즘은 끈질기고 생명이 길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11.15 14:21

8분 소요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 미국 대통령에 도전하는 인간 바이든] 트럼프의 ‘반대말’ 바이든

전문가 칼럼

트럼프는 압박·제재 휘두른 검투사… 바이든은 외교·합의 내두른 협상가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77)이 당선권에 진입하면서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에 대한 궁금증을 선거캠프 공식 홈페이지(joebiden.com)와 미국과 여러 나라의 보도를 바탕으로 풀어본다.그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동안 부통령을 맡았다. 1973년에서 2009년까지 36년간은 델라웨어 주 연방상원의원을 지냈다. 내리 7선을 했다. 외교 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을 지냈다. 젊어서 델라웨어 주 뉴케슬카운티 의원을 지냈다. 풀뿌리 정치인 출신인 셈이다.바이든의 성장과정을 보면 자수성가형이다. 숱한 고난을 헤치고 잡초처럼 건강하고 강인하게 자랐다. 부모의 부동산 사업을 물려받아 승승장구한 부잣집 자식 트럼프와 대조된다. 바이든은 1942년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 주 스크랜튼에서 태어났다. 그는 대선 당일 스크랜튼의 옛 고향집을 방문해 주민들에 둘러싸여 소형 확성기를 손에 들고 인사를 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는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가리키는 ‘러스트 벨트’의 동쪽 끝에 해당한다. 자동차공업 등 제조업의 쇠퇴로 일자리와 활기를 잃은 이 지역 백인 유권자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견인했다. 하지만 올해는 러스트 벨트 북부에 해당하는 위스콘신, 미시간이 개표 초반 트럼프가 우세했지만 후반에 우편투표가 개봉되면서 바이든에게 넘어왔다. 4년 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던 러스트 벨트, 제조업 종사자들 상당수가 트럼프에 등을 돌린 셈이다.트럼프의 경제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와 경기침체로 일자리시장이 위축되면서 노동자들이 등을 돌린 셈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한 뒤 2017년 2.22%(전년 대비 0.65%포인트 성장), 2018년 3.18%(0.97%포인트 성장), 2019년 2.33%(-0.85%포인트 하락) 등으로 나쁘지 않은 경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트럼프의 미숙한 코로나19 대응으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러스트 벨트는 바이든의 승리를 견인한 주요 지역으로 변했다. ━ 노동자가정 출신 경험이 중산층 중시 정책으로 이어져 바이든은 이곳에서 중고자동차 영업사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노동자가정 출신이다. 바이든은 10살 때 실직한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아 이웃 델라웨어 주로 이주하면서 함께 옮겼다. 2007년 펴낸 라는 자서전에서 그는 “다니던 학교에 다시는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의 괴로운 심정을 회고했다.어린이가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힘들고 쓰라렸던 어린시절의 경험은 훗날 정치인 바이든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줬으며 정치적인 자양분이 됐다. 개인의 경험과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바이든은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가진 중산층이 미국의 튼튼한 허리라고 굳게 믿게 됐다. 이런 중산층이 많아야 미국 경제에 활력을 주고 사회에 안정을 가져온다는 신념이다. 그는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정치활동을 하면서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바이든은 선거 유세에서 자신을 ‘중산층 조’라고 불렀다.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가 미국의 가치와 명예를 실추했다고 강조하며 이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의 영혼을 부활하자(Restore the soul of America)’는 구호를 들고 나왔지만 상원의원 시절에는 더욱 현실적인 ‘중산층 부활’을 선거구호로 많이 내세웠다.트럼프가 부유한 부동산업자의 자식으로 가업을 물려받아 키운 고용주 출신이라면 바이든은 피고용인 가정 출신의 피고용주 정치인인 셈이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로 트럼프는 금수저, 바이든은 흙수저 출신인 셈이다.바이든에 대해 주목할 또 다른 점은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라는 정체성이다. 바이든은 카프카스계 미국인(백인)이지만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라는 점에서 비주류로 볼 수도 있다. 트럼프까지 45대에 이르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는 35대 존 F 케네디가 유일하다. 제40대 로널드 레이건은 아일랜드 가톨릭 이민자의 후손이지만 자신은 개신교도였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는 케네디 이후 처음이며, 아일랜드계로는 레이건 다음이다.센서스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인종적으로 76.5% 백인, 11.4% 흑인, 5.9% 아시아계 등으로 이뤄졌다. 종교적으로는 개신교 48.5%, 가톨릭 22.7%, 유대교 2.1%, 몰몬교 1.8%, 이슬람 0.8%의 분포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은 트럼프보다 종교·핏줄 상으로는 선거에서 불리한 셈이었다. 트럼프는 독일계 이민 2세 아버지와 스코틀랜드계 이민 1세 어머니를 두고 개신교인 장로교회를 어려서부터 다녀왔다. ━ 가족 잃은 아픔이 고통 받는 타인과 연대감 형성 이뤄 바이든은 제2의 고향인 델라웨어에서 델라웨어 대학을 마치고 이웃 뉴욕 주에 있는 시라큐스 법대 졸업 후 1969년 변호사가 됐다. 바이든은 1970~1972년 군의원에 해당하는 뉴캐슬카운티 의원으로 일하며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1972년 29세 나이에 델라웨어 주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뒤 내리 7선을 기록하며 36년간 연방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풀뿌리 정치인에서 워싱턴의 주류 정치인이 됐다.워싱턴 정계에서 44년간 상원의원과 부통령으로 활동한 바이든은 정치적 약점도 적지 않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변호사인 차남 헌터(50)다. 변호사 겸 로비스트(미국에선 절차만 제대로 밟으면 합법이다)로 활동하던 헌터는 2014~2019년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의 이사로 활동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는 음모이론을 퍼뜨려왔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이를 조사해달라고 압력을 넣다가 지난해 9월 탄핵사태로까지 번졌다. 트럼프 탄핵안은 연방하원에선 통과됐지만 연방상원에서 부결됐다. 연방상원은 공화당이 53석, 민주당계가 47석으로 공화당이 우위에 있다. 트럼프가 바이든을 잠정적인 경쟁자로 보고 타격을 입히려 한 셈이다.바이든은 아들을 비롯한 가족에게 애틋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가진 인물이다.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한 직후인 1972년 12월 18일 첫 부인 네일리아와 딸 나오미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바이든은 5년 뒤 질 제이콥스와 재혼하기 전까지 장남 보와 차남 헌터를 키웠다. 재혼 뒤 딸 애슐리를 얻었다.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변호사로 델라웨어 주 법무장관을 지낸 장남 보가 2015년 뇌종양으로 46세에 세상을 떠났다. 바이든은 견디기 쉽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살아왔다. 그런 과정에서 고통 받는 타인에 대한 연대감을 보여왔다. 고통과 불행이 그를 인간적으로 성숙시킨 셈이다. 바이든은 평생 2남 2녀를 뒀지만 그 중 장남과 장녀 1남 1녀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다. 그는 대선을 맞아 고향에 있는 장남의 묘지를 찾기도 했다. 자식에 대한 애절한 사랑의 표시다. 5명의 손주까지 둔 할아버지인 바이든은 전형적인 ‘패밀리맨’이다. 이는 아일랜드계의 전통이기도 하다.바이든의 건강, 특히 인지장애를 문제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이든은 1988년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로 13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으며, 몇 달 뒤 두 번째 수술까지 받았지만 후유증 없이 회복했다. 잦은 말실수는 이로인한 뇌혈류 문제가 원인이라는 주장과 그 정도 나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애교있는’ 실수라는 주장이 교차한다.실제로 바이든은 잦은 말실수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영국의 여성 총리인 마가렛 대처와 테리사 메이를 헛갈리기도 했으며, 이미 1997년 세상을 떠난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을 2016년 파리기후협정에서 만났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미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연방하원을 다음 선거에서 되찾겠다는 말실수도 했다.하지만 선거 과정, 특히 토론회에서 보인 바이든은 트럼프 못지 않은 기억력과 활기로 정확하게 현안을 다루고 상대의 허점을 지적했다. 두 차례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합격점을 받았다. 더 이상 인지장애를 거론하기 힘든 상황이다. ━ 풍부한 외교경험 갖춰 오바마 정권서 러닝메이트로 활약 바이든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소통과 단합의 리더십으로 보인다. 트럼프에 대항할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계속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5월 25일 경찰 폭력에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을 6월 8일 1시간 이상 만나 대화하며 위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족측 변호사인 벤저민 크럼프는 트윗에서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미국을 치료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과 한 시간 넘게 함께한 이유”라고 적었다. 정치인 바이든과 함께 인간 바이든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는 장면이다.바이든은 정치인으로서 전공이 두 가지다. 바이든은 상원에서 법률가 경력을 살려 1987~95년 상원 법사위원장을 지냈지만 외교위원회로 옮겨 2000년대에 세 차례에 걸쳐 미국 정계의 노른자위인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냈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소련과 러시아, 유럽 국가들을 상대하면서 그는 풍부한 외교경험을 쌓았다. 러시아와 전략핵무기 감축협정(SALT2)도 주도했다. 버락 오바마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 바이든을 러닝메이트로 삼은 것도 자신에게 부족한 외교정책 분야에서 바이든의 경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으면서 바이든은 특유의 인간적인 친화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인권을 무시하는 독재국가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보여왔다.바이든은 동맹·중국·북한·기후온난화·국제협력 등 외교 안보와 국제관계에서 트럼프와 시각차가 극명하다. 대북정책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대놓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바이든이 지난해 중순 선거 유세에서 “우리가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와 폭군을 포용하는 국민이냐”며 트럼프의 정상외교를 비판했음을 지적했다.라디오자유아시아(RFA)는 바이든이 트럼프와 김 위원장 간에 이뤄진 어떤 합의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접근방식에서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며 극적 타결을 노려왔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국무부 관리를 앞세워 실무협상을 계속하는 전통적인 외교방식으로 비핵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선거캠프에 ‘2021 민주당’이라는 이름의 외교안보팀을 가동하고 있다. 크리스 머피 연방 상원의원과 국무부 출신의 토니 블링큰 부장관과 니컬러스 번스 전 정무차관 등이 외교안보분야 자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바이든은 한미동맹,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미일동맹 등 동맹 강화를 중시한다. 나토 회원국들과는 방위비 지출 의무비율(국내총생산(GDP)의 2%) 준수 여부를 두고 갈등하고, 한국과 일본에는 미군 주둔비의 과도한 인상을 요구해온 트럼프와는 사뭇 다른 길을 추구한다. 군사력 투입에 대해서는 미국의 사활이 걸린 사안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정 국가의 체제 전환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는 반대 입장이다. ━ 국제협력·상호합의 중시, 트럼프 규제 정책과 대조 바이든의 중국 정책은 동맹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협력국가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에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면에서는 트럼프와 차이가 없지만 바이든은 외교와 협상을 앞세운 반면 트럼프는 압박과 무역제재를 무기로 삼는 전략이다.바이든이 트럼프와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대표적인 분야가 국제협력이다. 하지만 환경이나 보건 분야에서는 미국이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가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한 것과 대조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에 나온 이란핵합의에 대해서도 바이든은 트럼프와 상반된 입장이다. 트럼프는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하고 경제제재를 부활했지만 바이든은 오히려 합의를 확대하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정책을 펼 경우 한국이 맡고 있는 이란 석유수출대금 70억 달러를 순차적으로 이란으로 송금하는 길이 트일 수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이란과 경제 관계를 돈독히 하고 기회를 열어갈 수 있다. 건설 수주를 하려고 해도 금융 제재로 어려운 상황이다. 바이든이 한국에 기회를 줄 수도 있다.인간적인 친화력과 가족 중시의 바이든이 미국을 맡으면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더욱 돋보일 전망이다. 트럼프와는 사뭇 다른 대통령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바이든의 인간성과 ‘트럼프 빼고 무엇이든(Anything But Trump)’ 정책이 결합하는 미국은 새로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11.08 11:57

8분 소요
세계의 크래프트 맥주를 찾아서

산업 일반

미국 캘리포니아주부터 베트남 하노이까지 발품 팔아 찾아갈 만한 독특한 맛의 맥주 양조장 9 맥주는 ‘인류의 보편적 진실’이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아일랜드의 기네스나 일본의 사포로 맥주는 각각 그 나라 문화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최근엔 지역의 소규모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이 주목받는다. 기존 맥주에 지역적 특성을 더한 이 맥주들을 맛보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는 건 어떨까?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이름난 브루어리부터 동남아의 신흥 양조장까지 저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이 크래프트 맥주들은 발품 팔아 찾아갈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 01. 러시안 리버 브루잉 컴퍼니(Russian River Brewing Company) |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주 와인 산지 한복판에 있는 이 브루어리는 맥주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인기 높은 여행 목적지로 자리 잡았다. 이 회사에서는 매년 2월이 되면 2주일 동안 플리니 더 영거(Pliny the Younger) 맥주를 한정판으로 출시한다. 이 트리플 인디아 페일 에일은 인기가 좋아 이 맥주 한 잔을 맛보려고 사람들이 거리에서 캠핑하며 기다리기도 한다. ━ 02. 코니 아일랜드 브루잉 컴퍼니(Coney Island Brewing Company) | 미국 뉴욕주 이곳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미국의 놀이터(America’s Playground)’로 불리는 코니 아일랜드의 역사와 문화에 경의를 표한다. 애호가들은 머메이드 필스너(Mermaid Pilsner)처럼 4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클래식 맥주나 여름철에 잘 어울리는 코튼 캔디 쾰슈(Cotton Candy K¨olsch)를 해변 보드워크(판자를 깔아 만든 길)에서 멀지 않은 시음장에서 맛볼 수 있다. 1927년 세워진 유명한 사이클론 롤러코스터도 주변의 볼거리 중 하나다. ━ 03. 소트 브루어리(Szot Brewery) | 칠레 탈라간테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남편과 칠레인 부인이 2006년 세운 이 양조장은 산티아고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이곳에서는 맥주에 갓 구워낸 이탈리아식 피자를 곁들여 내놓는다. 와인이나 캘리포니아식 맥주, 밀크 셰이크에서 영감을 얻은 14가지 생맥주가 있다. ━ 04. 비버타운 브루어리(Beavertown Brewery) | 영국 런던 영국인은 오래전부터 맥주를 사랑해 왔지만 비버타운 브루어리는 클래식 맥주를 새롭게 해석한 제품을 선보인다. 이 브루어리는 별난 만화가 그려진 상표부터 런던 공업지대 한가운데라는 입지조건까지 독특한 개성으로 모험적이고 장난기 있는 손님에게 인기가 높다. ━ 05. 라이어트 비어(Riot Beer) | 남아공 케이프타운 이 브루어리는 탄탄하게 자리 잡은 케이프타운의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서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인디아 페일 에일과 라거 같은 클래식 맥주부터 알코올이 들어간 복숭아 아이스티까지 하나같이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 06. 더 댄싱 카멜 브루어리(The Dancing Camel Brewery) | 이스라엘 텔아비브 1930년대에 지어진 곡물 저장고를 개조해 만든 이 양조장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된 마이크로브루어리다. 이곳의 맥주는 지역에서 나는 재료와 전통 제조법을 이용해 생산된다. 대추야자 꿀을 넣어 4세기 바빌론 왕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올드 파파(Olde Papa)가 대표적이다. ━ 07. 터틀 레이크 브루잉 컴퍼니(Turtle Lake Brewing Company) | 베트남 하노이 양조장과 술집을 겸하는 이 브루펍은 망고 스무디 IPA(Mango Smoothie IPA)나 빅 보이 임페리얼 스타우트(Big Boy Imperial Stout) 같은 자체 개발 맥주와 지역의 다른 크래프트 맥주를 취급한다. 손님은 호숫가에 자리 잡은 펍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또 강화유리 벽을 통해 맥주 양조 과정을 지켜볼 수도 있다. ━ 08. 영 매스터 브루어리(Young Master Brewery) | 홍콩 홍콩 최초의 크래프트 브루어리 중 하나인 이곳은 2013년 개업한 이후 지역 명소가 됐다. 클래식 페일 에일을 전문으로 하며 소금에 절인 라임을 넣은 맥주 등 홍콩의 전통적인 맛을 가미한 제품들도 인기를 끈다. 광둥어나 영어 안내를 받으며 브루어리 투어를 할 수 있다. ━ 09. 영 헨리스(Young Henrys) | 호주 시드니 시드니 한복판에 있는 이 브루어리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등 지역사회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영 헨리스는 최근 위스키 증류소도 열어 손님은 맥주와 함께 위스키도 맛볼 수 있다.

2019.11.04 15:33

3분 소요
[백프로의 환율 돋보기 | 미·중 문명의 충돌과 트럼프] 트럼프 정책에 내재된 달러 강세 압력

의료

트럼프 재선은 달러화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 미 정부 부채 20조 달러 넘어 일본의 독특한 문화와 사회를 해부한 고전 은 미국 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2차 세계대전 말 집필한 이래,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가 일본을 이해하는 창(窓)이었다. 이 책은 ‘일본인은 미국이 여태껏 전력을 기울여 싸운 적 중에서 가장 낯선 적이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함으로써, 미국인이 일본에 느꼈던 이질감을 드러낸다.우리에게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한 일본과 중국은 가깝고도 먼 이웃일 뿐, 서구의 시각에 비해 문화적 이질감이 크지 않다. 한국이 중국의 문화를 우리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꽃피워 일본에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고 교육받은 때문일까. 우리가 중국에 느끼는 정서적 거리감과 일본에게 느끼는 거리감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제 3자의 시각은 다르다. 일본의 문화는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중국과 유사점보다는 차이점이 도드라져 보인다. 사무엘 헌팅턴은 에서 일본을 중국의 유교 문화권과 구분되는 독자적인 문명으로 보기도 했다. 중국이 국제 질서를 중국의 황제를 정점으로 한 위계질서로 인식한다고 본 반면, 일본은 그 범주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고 본 것이다. ━ 이질적인 동아시아 국가들 20세기 중반의 일본이 서구 사회에 이질적으로 비쳤던 만큼이나, 중국 역시 18세기 말 영국의 매카트니 경이 청의 문호를 열고자 노크했던 당시부터 상당히 이질적인 국가였다. 그리고 지난 200여 년간 서구 사회와 중국은 상호 이해 수준을 높였을지언정, 조화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진핑 시대에 들어선 중국은 중국식 발전 모델을 존중하라며 미국에게 ‘신형 대국관계’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신형 대국관계라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으나, 중국식 발전모델을 존중하라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은 다르지 않다.한때 중국학 연구의 권위자였던 페어뱅크(John K. Fairbank)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 외교정책의 핵심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주변 지역에 지배력을 갖겠다는 요구, 이웃 국가들이 중국의 내재적 우월함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 이웃 국가들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지휘하기 위해 이런 지배력과 우월함을 기꺼이 사용하겠다는 의지 등이다. 이 내용은 현재의 중국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웃 한반도를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한국은 중국의 막대한 수입 없이는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서 있다. 한국의 수출 상위 국가는 중국과 미국인데, 중국 수출 비중은 2018년 기준 26.8%로 12.0%에 불과한 미국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 한국 경제도 흔들리고, 미국이 중국 경제에 해(害)가 되는 조치를 취하면 한국이 덩달아 타격을 받는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소비재인 경우에는 충격이 경감될 수 있겠지만,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간재 비중이 크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71.4%에 달한 반면 소비재는 10.6%에 불과하다.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면 중국 내 공정에 투입될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수요가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원·달러 환율이 위안·달러 환율에 특히 민감한 배경이다.이제는 상수가 된 미·중의 대립과 협상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내년 11월 초 미국 대선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당선을 가능하게 했던 미국의 사회적 배경은 고착화되어 있다. 미국적 가치의 보편화, 세계화는 흘러간 옛 노래일 뿐이다.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상징되는 저학력 백인 노동자 사회의 향수를 자극한 트럼프 선거 캠프로 향했던 표심이 굳건하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총 득표수는 힐러리가 앞섰으나, 대학 졸업장이 없는 백인 남성과 여성의 각 72%와 62%가 트럼프 후보를 선택했다.9월 말, 갑작스레 야당인 민주당이 트럼프 탄핵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의결 정족수가 3분의 2인 미국 상원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탄핵 가능성에 신경이 쓰이는 이유는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와중에 미국의 대중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변수기 때문이다. ━ 트럼프의 대선 변수에 흔들릴 환율 기업들의 사업 계획 수립이나 금융시장을 전망함에 있어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조금 더 비중을 두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유용할 것이다. 유명 정치 베팅 사이트인 프레딕트잇(Predict It)에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바이든일 경우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47 대 17로 상당히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재선은 곧 트럼프 정부의 주요 정책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당선되자, 외환시장은 달러화를 경쟁적으로 사들였다. 보호무역 정책, 확장적 재정정책과 규제 완화 등 정책의 조합이 달러화 강세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이었다.이미 자국 국내총생산(GDP)에 맞먹는 20조 달러를 넘긴 미국 연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탓에 확장 재정은 향후 부채 한도의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 정책이 내포한 달러화 강세 압력 때문에 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요구 등 압박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보호무역 장벽을 더 높이 쌓아 올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대규모 공장을 미국으로 유치하는 기존 스탠스는 늦추지 않을 것이다. 향후 본격화될 대선 레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뉴스는 달러화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환율 고유의 특성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강국인 미국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려 하면, 한국 입장에서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환율은 시장의 가격 변수이지만, 국제 정치의 영역이기도 하다. 못 이기는 척 강한 달러를 선호한다고 하지만, 간혹 달러화 강세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을 지켜볼 일이다.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면 우선적으로는 다자간 회의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단, 환율은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추세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달러화의 하락 전환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어도, 단기적인 되돌림은 충분히 가능하다. 달러가 필요한 기업들 입장에선, 단기적 되돌림이 나타나는 때를 활용할 필요도 있다.※ 필자는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 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 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2019.10.06 11:29

5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