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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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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 울고 웃고’ 골프장 수요 주춤, 골프용품 매출 약진

유통

최근 2년여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기를 누렸던 골프가 최근 들어 업종별로 희비가 갈리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해외 여행길이 다시 열리고 7~8월 여행 성수기를 맞자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특수를 누렸던 골프장은 최근 수요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반면 골프 관련 용품 수요는 골프의 대중화에 힘입어 크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골프장 운영 업체들은 최근 그린피 인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물가 급등에 따른 이용자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 게 업체들이 내세운 캠페인 이유다. 이 캠페인엔 전국 30여개 골프장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선 빠져나가는 수요를 붙잡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도 내비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국내 골프장에 수요가 몰리면서 골프장 이용비는 급등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그린피는 2년 전 대비 올해 5월 기준 약 29%나 상승했으며 캐디에게 주는 비용도 10%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전세계적인 대유행)에서 엔데믹(일상 다반사로 고착)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야외활동 수요가 해외 등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조짐이 보이고, 골프장 이용비 상승에 부담을 느낀 젊은 세대가 다른 레저활동으로 눈을 돌리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가 자동차 내비게이션 티맵(Tmap) 이용자의 7~8월 동선을 분석한 결과 골프장을 찾는 발길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성수기를 맞아 수요가 빠져나간 영향으로 보인다. 차량도착수가 많은 골프장은 주로 수도권에 위치했다. 레이크사이드CC(약 4만7900대), 리베라CC(약 4만6000대), 비에이비스타CC(약 4만5000대), 아일랜드CC(약 3만7000대), 대유몽베르CC(약 3만6700대)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2년여 동안 골프 수요 증가는 골프의 대중화 저변화를 이끌었다. 그 덕에 골프 관련 용품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e커머스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아이템스카우트가 올해 2~7월 골프 관련 80개 상품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약 1조25억원으로 직전 6개월 매출(약 7300억원)보다 3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이 큰 용품은 골프채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골프의류·골프필드용품·골프잡화·골프백·골프연습도구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골프채에 대한 소비층 변화에서 골프의 대중화와 저연령화가 나타나 관련 시장이 확대된 변화에 대해 업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연습용 골프채와 주니어용 골프채의 소비가 두드러지게 증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골프와 관련한 바지·스커트·재킷·티셔츠 등도 매출이 증가했으며 여성골프웨어 매출도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2022.08.20 10:00

2분 소요
골프장 인기도 한풀 꺾이나…

부동산 일반

최근 2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특수를 누렸던 골프장들이 줄줄이 골프장 비용(그린피) 할인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고물가 행진에 이용객 수 감소까지 골프장 인기도 한풀 꺾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8일 한국대중골프장협회에 따르면 8월부터 137개 회원사 가운데 44개 회원사가 그린피를 자율적으로 인하하는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린피 인하 캠페인에 동참한 회원사는 ▶감곡CC ▶고창CC ▶골프클럽Q ▶골프존카운티(감포·경남·구미·무주·사천·선운·순천·안성H·안성W·오라·진천·천안·청통·화랑) ▶드래곤레이크CC ▶노스팜CC ▶떼제베CC ▶라싸CC ▶로얄링스CC ▶리앤리CC ▶블루원((상주·용인) ▶서산수CC ▶솔트베이CC ▶신라CC ▶썬힐CC ▶알프스대영CC ▶양평TPC ▶유니아일랜드 골프&스파 리조트 ▶이천 실크밸리GC ▶인천그랜드CC ▶파가니카CC ▶파주CC ▶포레스트힐CC ▶푸른솔포천CC ▶필로스CC ▶한림용인 ▶한림안성 ▶한맥CC ▶해솔리아CC ▶히든밸리CC 등이다. 골프장업계가 그린피 인하에 나선 이유는 고물가 행진 등으로 더욱 늘어난 골퍼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대중골프장협회 관계자는 "최근 2년 간 많은 분들이코로나19로 실내 체육 활동 제한을 받은 대신 안전한 장소인 골프장을 이용하면서 일시적인 수요 증가로 불편을 겪었다"면서 "협회 소속 회원사들은 코로나19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한 고물가 등으로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하기 위해 이용요금 인하 캠페인에 적극 참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용요금 자율 인하가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2년간 골퍼들의 그린피 등의 골프 이용비용이 급증했다. 골프장들이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면서 그린피가 단기간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폭등했기 때문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 5월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국내 대중골프장 주중 그린피는 5월 기준 17만3500원으로 2년 전보다 29.3%나 폭등했다. 토요일은 22만1100원으로 22.0% 올라갔다. 회원제 골프장은 비회원 주중 그린피가 20만1100원으로 2년 전보다 15.1%, 토요일은 25만1600원으로 12.5% 각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캐디피도 마찬가지로 상승했다. 5월 기준 대중제 골프장의 팀당 캐디피는 13만6500원, 회원제 골프장은 14만1400원으로 각각 10.7%, 13.1% 올라갔다. 이렇듯 코로나19 동안 골프장들은 특수를 누리며 막대한 이익을 가져갔다. 지난해 대중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48.6%를 기록했고, 회원제 골프장 영업이익률도 24.2%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엔데믹 국면에 들어가면서 고공 행진하던 골프장 인기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이는 다수의 골프장들이 그린피 할인에 나선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여파로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대거 유입한 2030세대들이 다시 해외여행을 떠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테니스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골프이용객 수도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IB업계 관계 자는 "'골프 수강 신청'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수도권 골프장 예약도 이전보다는 수월해진 것 같다"며 "지난해만 해도 2030세대들이 상당히 많이 골프 라운딩을 했는데 요즘은 코로나19 이전처럼 중년층 이상이 더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에 발맞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렸던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를 잇따라 내리는 것도 수요가 감소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해외에서 골프 라운딩을 많이 했는데 하늘길이 막히면서 국내 골프장 수요가 공급보다 더 늘어 이용요금이 치솟았다"며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이 좋았던 과거에 2030세대 사이에서 SNS에 화려한 문화생활을 자랑하는 유행이 퍼졌는데 주식‧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골프 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30대 박모씨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위치한 퍼블릭(대중제) 골프장의 주말 그린피가 인당 25만원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하루 라운딩을 하는 데 캐디피, 식사비, 유류비를 더하면 40만원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며 "주변 2030세대 지인들도 골프장 이용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골프장비들을 중고거래를 통해 판매하고 테니스나 여행 등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2022.08.08 20:07

3분 소요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18)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에서 바라본 이차전지의 미래] ‘전기차 배터리 가격 낮추기’에 성공하려면…

전문가 칼럼

일론 머스크, 3년 안에 전기차 배터리 가격 56% 인하 발표… 한국 기업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 집중 미래에 당신이 차를 산다면 어떤 차를 살 것인가? 1908년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에 의한 대량생산 방식의 내연기관차가 100여 년간 지구에 존속했다. 내연기관차는 기후변화 주범으로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다. 당신은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의 중간 단계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전기모터와 석유엔진을 함께 사용해 달리는 자동차가 모터 크기에 따라 몇 가지 출시되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당신은 완전한 전기차와 수소차를 사야 한다. 그때쯤이면 골치 아픈 충전소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어 있을 것이다.2019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현대·기아차 양재사옥에 대형 광고판을 걸고 양사가 내연기관차를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 메시지를 붙였다. 내용은 ‘내연기관 이제 그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0년간 무분별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지구 평균 온도가 대략 1도 상승했다. 지금과 같은 사용 방침을 유지한다면 2100년 지구의 평균 온도는 4도 이상 증가할 것이다. ━ 전기차 배터리 시장 놓고 한·중 기업 치열한 경쟁 각 정부의 환경규제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 버렸다. 미국에서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분열된 기후동맹은 다시 이어질 것이다.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하면 대당 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노르웨이의 경우 2025년, 영국의 경우 2035년, 프랑스의 경우 204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한다. 서울시 역시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신차 등록을 금지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 일부 지역은 내연기관 자동차 운행이 불가능하다.그래서 당신이 구매할 차의 대세는 전기차와 수소차인데 여러 기술과 가격 측면에서 전기차가 앞선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자동차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기반 신차출시를 중단하고, 전기차를 주력으로,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위주의 신차만 내놓기로 했다. 현대차는 2025년 글로벌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에서 3위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기아차는 2026년 50만 대), 수소차 11만 대를 판매 목표로 발표했다.중국이 전기차 부문.에서 기술과 가격 경쟁력은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면 이차전지 배터리는 어떤가?중국 배터리 업체는 자국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한국 업체를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구축한다는 야심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두고 한중간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CATL은 LG화학을 제치고 지난 8월 다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26.1%)를 차지했다. 8월 배터리 사용량은 CATL이 2.8GWh로 LG화학(2.4GWh)을 앞섰다. CATL이 월간 점유율 1위로 다시 역전한 것은 6개월 만이다.이 와중에 9월 23일 테슬라가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배터리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핵심 내용은 전기차 중 원가 비중이 가장 큰 배터리 원가를 낮춤으로써 보급량을 늘리겠다는 거다. 테슬라가 유럽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이 필수다. 전기차에서 최대 50%까지 원가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테슬라의 꿈은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이게 가능할지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일론 머스크는 3년 안에 현재의 배터리 생산 가격을 56% 낮춘다고 발표했다. 현재 킬로와트(kWh)당 130 달러 내외인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57 달러대까지 끌어 내린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가격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30년까지 배터리 가격이 kWh당 60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라 일론 머스크의 의견은 아직은 희망사항이다.여하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영향으로 위축됐던 중국 전기차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 그 덕분에 CATL 배터리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에서 8월까지 누적 점유율만 보면 LG화학이 24.6%(사용량 15.9GWh)로 1위이다. 삼성SDI(6.3%·4위), SK이노베이션(4.2%·6위)도 상위권으로 선방하고 있어 K 배터리의 위세가 코로나 19 와중에도 빛난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3사의 점유율은 3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해 고무적이다.그렇지만 단기적으로 중국 시장 회복세를 고려하면 CATL이 누적 점유율 1위까지 탈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쟁국 업체들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는 모습도 부담이다.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효율 향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양극재는 하이니켈로, 음극재는 자체 기술을 적용한 일명 ‘테슬라 실리콘’으로 배터리 성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공정 혁신이나 소재 혁신 모두 쉬운 게 아니다. ━ 일론 머스크가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2019년까지 테슬라의 미래를 두고 투자자의 의구심은 컸다. 하지만 모델 3를 중심으로 판매량을 높였고, 코로나 19 영향이 컸던 2020년 1분기와 2분기에도 예상 판매량을 뛰어넘으며 대량생산 가능성과 수익성을 증명했다. 테슬라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호불호가 갈리나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스타다. 테슬라는 전기차 핵심 부품 외에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플랫폼으로 만든다.배터리데이와 관련하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이야기도 상당했지만, 행사의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대전-대구-부산을 찍고, 다시 서울로 상행하는 전기차는 당장은 불가능한가 보다. 투자자의 기대와 달리 그런 전기차가 가능한 100만 마일(160만 km) 배터리나 전고체 배터리는 발표되지 않았다. 수명 160만km는 기존 배터리보다 수명을 약 5배 이상 늘린 수준이다.테슬라가 독자적 배터리 생산 생태계 구축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존 배터리 업체인 LG화학, 중국 CATL 등의 배터리셀 구매량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테슬라 배터리는 100GW(1000억W) 수준인데, 2030년까지 3TW(3조W) 배터리를 생산할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와 현재의 괴리를 생각하며 누군가는 회의적으로 볼 수도 있겠다.앞서 2020년 7월 테슬라는 독일 브란덴부르크 인근 그륀하이데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직접 제조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모두 테슬라가 배터리 조달 전략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관심이 쏠렸다. 테슬라는 배터리 원가를 낮춰 전기차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kWh당 130 달러 내외인 배터리 가격을 2022년 57 달러대까지 반값으로 끌어내릴 계획이다. 배터리 원가 절감을 위한 다양한 기술 도입도 언급했다. 기존보다 큰 4680 배터리(지름 46mm x 길이 80mm의 새로운 배터리) 개발, 배터리 담는 상자 배터리 모듈 폐지, 저렴한 배터리 음극과 양극 소재 마련 등이다. 테슬라는 4680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를 5배, 출력 6배, 주행거리 16%를 늘리고자 한다. 테슬라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를 개선해 최적화하기로 했다. 배터리셀의 기본적인 형태는 각형, 원통형, 파우치형이다. 테슬라를 제외한 제조사들은 주로 각형 배터리를 쓰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말처럼 3년 이내 ‘반값 배터리 실현’ 후 2만5000 달러 전기차가 생산될지 두고 볼 일이다.전고체 배터리는 전기를 흐르게 하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된 차세대 2차전지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2차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로 에너지 효율이 높지만,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고 전해질이 가연성 액체여서 높은 온도에서 폭발할 위험이 크다.이에 반해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라 충격에 의한 액체의 누수 위험도 없고, 인화성 물질이 포함되지 않아 발화 가능성이 낮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액체 전해질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시간도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짧다. 대용량 구현이 가능해 완전하게 충전할 경우 전기차의 최대 주행거리를 큰 폭으로 늘릴 수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확장성이 높아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나, 고체 전해질의 경우 액체 전해질보다 전도성이 낮아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배터리 비용 절감은 어떻게 가능할까? 테슬라는 2019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인 맥스웰테크놀로지를 2억1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일론 머스크는 2020년 8월 트위터에 “3~4년 안에 훨씬 더 효율적인 배터리가 주류가 될 것”이라며 “현재 배터리보다 두 배의 전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 이번 배터리데이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여부나 기술을 공개할 것이라는 추측을 한 것이다. 아마도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저장용량과 출력과 관련하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인가 보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상용화한 경우는 아직 없다.테슬라가 배터리데이에서 발표한 내용만으로도 테슬라의 경쟁력을 무시하기 힘들다. 테슬라는 배터리셀을 독자적 기술로 패키징해서 배터리팩을 만드는 회사임을 이전에 이미 선포했다. 이차전지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의구심이 있지만, 배터리 공장을 지어서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로드맵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다. 테슬라가 공개한 대부분 기술은 아직 양산 검증을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테슬라가 그동안 보여준 속도감 있는 실행력을 보면 경쟁사와 공급사에 위협적이다.테슬라의 행보를 보면서 우리의 전기차나 이차전지 회사는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현재 다수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비용을 kWh당 100 달러 아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테슬라를 제외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완성차 업체는 없다. 기존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업체에 끌려간 모습이었다. 테슬라는 이번 행사에서 분명한 시간 계획을 밝히면서 전기차 배터리 수급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했다.테슬라의 전기차 저력을 좀 더 살펴보자. 2019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230만대 중 테슬라는 약 37만대를 판매했다. 이 중 순수전기차 공정으로 만든 전기차 판매량은 77만대다. 그 결과 테슬라의 순수전기차 실질 점유율은 50%나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장 선도자가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완전히 앗아갈 수 없지만, 테슬라가 가진 시장선점 효과를 무시할 수도 없다. 2040년이 되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60% 정도로 추산된다. 테슬라는 이 중에서 얼마나 차지할까? 상당할 것이다.물론 배터리 제조는 전기차 생산과 다를 수 있다. 20년 배터리 제조 기술을 자랑하는 LG화학도 2018년 1분기부터 폴란드에 신규 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정상 가동에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는 새로운 환경에서 공정변화와 인력 충원 같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계획보다 자체 배터리 생산이 늦어질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것은 그래서 타당하다. 배터리데이를 통해 공개된 기술은 아직은 테슬라가 자체 플랫폼에 맞춘 새로운 규격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로 보는 게 타당하다.일론 머스크가 말한 반값 배터리가 유효한 것인가를 검증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가 말한 공정이나 소재 혁신 모두 어렵기 때문이다. 혹자는 2030년 배터리 가격을 kWh당 60 달러대로 전망하는데, 이는 테슬라의 계획과 큰 차이가 있다. 테슬라가 어떤 차량을 2만5000 달러에 내놓을지 밝히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그간 업계에서 말한 소재 성능 개선을 보자. 양극소재는 배터리 전체 원가 중 25%를 차지하며 수명이나 출력 등 전지 전체의 성능 개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흔히 NCM(NCMA) 라고 불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이 함유된 양극재에서 니켈 비중을 높이고 싶어도 함부로 그럴 수 없다. 최근 전기차,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에 사용되는 중ㆍ대형 전지에 적용하는 니켈 함량을 70% 혹은 80% 이상으로 하는 하이 니켈(High Nichel) 양극소재가 개발되고 있다.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주행거리는 늘어나는 반면 안정성은 저하된다. 테슬라는 하이니켈 양극 소재를 선호하는 것을 배터리데이에서 천명했으나 적절한 가격과 배터리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기술은 현재 진행형이다. 시중의 하이니켈계 양극소재는 입자를 단순히 뭉쳐놓은 형태의 다결정 양극 소재로 수명이 짧고, 안정성에 문제가 존재한다. 많은 양극재 소재 기업이 이 분야의 기술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예를 들어 LG화학은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독자적으로 소재 기술을 개발하거나 국내 소재 업체와 협업해 하이니켈 양극재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이고 코발트 비중을 5%까지 낮춰서 주행거리는 늘리고 안전성을 강화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2021년 양산할 계획이다.삼성SDI 역시 2021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NCA 배터리는 삼성SDI의 독자 소재가 접목된 배터리다. 니켈 함량을 88%까지 높여 에너지 밀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 배터리는 기존 NCM 배터리 원료로 망간 대신에 알루미늄을 넣어 안전성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SDI는 NCA 배터리를 독일 BMW 신차에 처음으로 탑재한다.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하이니켈 NCM811(니켈 80%·코발트 10%·망간 10%), NCM구반반(9 ½ ½) 제품으로 세계 3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하고 있다. 양극재 전문업체로부터 NCM 양극재를 공급받아 배터리 제조 원가를 절감하고,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파우치형 NCM 배터리로 니켈 함량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도 배터리 자체 제조기술에 양극 소재 업체 간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테슬라의 배터리데이 발표를 계기로 배터리 업체들은 하이니켈 배터리 생산능력을 키워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올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 격차를 크게 벌려 나아가야 한다. 하이니켈에서 니켈과 리튬의 불순물(30,000ppm)이 높아 이를 증류수로 세척하는 습식공정은 비용과 성능에서 건식공정보다 못하다. 울산 소재 신규 기업 에스앰랩은 건식공정을 통해 단가도 낮추고 성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자율주행 플랫폼 주도권 선점 경쟁 치열 테슬라는 미래 차 분야의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꿈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전기차 자체 생산플랫폼을 구축해 테슬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매우 빠르게 테슬라를 따라잡고 있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 도요타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테슬라에 뒤처져 있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테슬라는 전기차와 함께 자율주행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머스크는 배터리데이에서 한 달 안에 완전 자율주행 버전으로 업데이트된 ‘오토파일럿’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에 맞서는 IT 기업도 여전히 기 싸움을 하고 있다. 미래 차 변혁을 맞아 정보기술 기업과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플랫폼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구글(웨이모), 크루즈(GM) 등 자율주행 전문 업체의 최종 목표도 플랫폼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려는 의도이다. 폴크스바겐그룹도 포드에 전기차 플랫폼인 ‘MEB’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진영 확대에 나섰다.이쯤에서 우리는 이것만은 인정해야겠다. 테슬라가 압도적 자율주행 기능을 앞세운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으면 경쟁력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된 전기차의 시장점유율 확대는 내연기관 차량의 시장 점유율 경쟁과 구도 자체가 다르다. 전기차로 쌓은 빅데이터를 전기차 사업 확장성에 이용하면 점유율 확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테슬라가 보급형 모델로 빠르게 빅데이터를 쌓아갈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되면 차량 내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나 각종 콘텐트 사업도 다양해진다. 테슬라는 하나의 콘텐트 플랫폼이 되고, 우리는 그 차 안에서 오락, 업무, 원격진료도 받을 수 있다. 전기차를 통해 쌓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사업의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것이다.단순히 테슬라를 전기차 업체로만 봐선 안 되는 이유에 우리는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게 테슬라의 경쟁력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내년 현대차의 전기자동차 전용 플랫폼 양산체제 구축, 올해 LG화학의 배터리부문 분사, 이차전지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20.10.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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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석탄 역행하는 한국전력] 밑빠진 독 ‘해외 석탄’에 돈 붓기

산업 일반

인니 석탄발전 투자 이사회 의결 강행… “투자 철회만이 대안” 지적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석탄 중심’ 해외 투자에 빨간불이 켜졌다. 호주 석탄 광산 개발 사업이 ‘탈석탄’ 움직임 속에 좌초했고, 인도네시아 석탄 생산업체 투자도 위기에 몰렸다. 한전은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로 투자의 중심을 옮기고 있지만, 발전소 투자 역시 ‘현재가치 손실’ 평가를 받고 있다. 발전업계 안팎에선 “한전이 탈석탄 흐름을 거부한 채 석탄 중심 투자에만 매몰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호주 광산개발 사업 투자 실패로 5135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2010년 4억 호주달러(약 3000억원)에 광산을 인수한 후 개발에 7000억원을 쏟았지만, 호주 당국이 환경 피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개발을 막아섰다. 같은 해 한전이 인도네시아 석탄 생산업체 PT바얀 지분 취득에 들인 6159억원 투자도 지난해 말 기준 1708억원 손실을 기록 중이다. 미국 에너지 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는 한전 해외 투자 분석 보고서에서 “석탄 경제성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한전의 해외 투자에 전력 시장 통찰이 결여됐다”고 평했다. ━ “사업성 없다” 지적에도 원안가결 추진 그런데 한전은 석탄 중심 해외 투자를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6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인도네시아 자바(JAWA)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9월 투자심의위원회 가결 이후 “해외 석탄 투자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두 차례 이사회 결의가 연기됐지만, 결국 추진을 결정했다. 지난 6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의결 보류 결정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한전은 사외이사에 이른바 ‘한전 사람’으로 불리는 인사를 배치하는 등 자바 9·10호기 사업 추진에 힘을 쏟았다.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은 인도네시아 자바 섬 서부 반튼 주에 총 2000메가와트(㎿)의 석탄화력발전소 2기(각 1000㎿)를 짓는 대규모 건설 사업으로 인도네시아전력공사 자회사인 인도네시아파워(IP)가 대주주(51%)로 사업을 주도한다. 총 사업비는 34억6000만 달러(4조1590억원)다. 한전은 현지 석유화학기업인 바리토퍼시픽과 만든 합작회사에 지분 투자 방식(15%)으로 5100만 달러(613억원)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억5000만 달러(3000억원)에 달하는 주주대여금 보증을 떠안았다. IP는 현금 출자 없이 토지만을 제공하기로 했다.한전의 부담이 큰 가운데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이 한전의 해외 석탄 투자 손실 규모를 더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 확보한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전의 투자 수익을 -883만 달러(약 106억원), 현재가치 손실로 평가했다. 한전은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신청했으나, KDI는 2차 결과에서 역시 현재가치 손실 평가를 내놨다. 운영 기간 25년 동안 한전이 얻을 수 있는 손해가 최초 883만 달러에서 708만 달러(85억원)으로 줄어든 데 그쳤다.한전은 “예비타당성 결과는 ‘투자 신중’을 뜻할 뿐 사업 추진과 관계없다”는 입장이지만,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전이 613억원을 투자해 얻게 되는 손실 85억원은 자바 9·10호기를 돌려 전력을 보내는 송전비율이 78.8%일 경우로 가정돼 있기 때문이다. KDI는 “자바 9·10호기와 같은 초초임계압(USC) 석탄화력발전소 송전비율은 74% 정도로 (송전비율) 75%를 초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KDI는 송전비율 시나리오에서 송전비율이 77.4% 수준으로 줄 경우 한전 수익성은 -2238만 달러(-269억원)로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실제 인도네시아는 이미 전력구매계약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전력청(PLN)은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등 장기 전력구매계약이 체결된 기존 석탄화력발전사업자에게 계약조건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전은 자바 9·10호기 개발사업과 관련해 PLN이 전력구매계약에 따라 전력 생산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인도네시아 정부에 이행보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갖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세종 기후 솔루션 변호사는 “자바 9·10호기 개발사업 역시 전력구매 계약 변경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석탄화력발전 단가 경쟁력 상실 가능성 높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의 석탄화력발전 가격 경쟁력 약화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단가는 계속 내려가고 있는 반면,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 피해로 석탄화력발전 발전단가 오르고 있다.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는 “2028년이면 태양광 발전이 석탄화력발전 단가보다 저렴해질 것”이라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석탄화력발전 사업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전이 투자를 결정한 자바 9·10호기 가동 예정 시점이 2025년인 것을 고려하면 가동 이후 3년 만에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는 셈이다.인도네시아는 석탄화력발전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에너지부는 2015년 수립한 석탄발전 10개년 에너지 계획에서 42GW 규모 신규 설비용량 추가를 예정했지만, 2019년 제안된 계획에서 절반인 20.6GW로 줄였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건설을 추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계획 용량 31.2GW과 비교해도 한참 밑도는 수치다. 이 때문에 신규 사업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아리핀 타스리프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은 “인도네시아전력공사가 20년이 된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력원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동 지연 가능성도 손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지 주민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반대가 움직임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전력청은 이미 2017년 “생산된 전기의 30~40%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자와 9·10기가 들어서는 자바-발리 지역의 전력예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지역 주민들은 투자 중단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청와대와 국회기후환경회의에 제출했는가 하면 화력발전소 발주를 취소하고 인도네시아 대기오염을 해결하라는 대정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환경단체가 건설 반대 목소리를 키우면서 자바 9·10호기 사업은 이미 계획보다 6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해외 석탄 투자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한국은 ‘기후악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은 투자 철회만이 투자 손실 전철을 밟지 않을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앞선 해외 석탄 투자 실패는 기본적으로 석탄 쓰임이 전과 같지 않다는 데서 출발했다”면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하는 흐름 속에서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전의 PT바얀 투자 손실은 석탄 공급을 받기로 예정했던 발전소들의 건설 지연, 발전 규모 축소에서 비롯했다.글로벌 주요 투자자들마저 한전의 해외 석탄 투자를 경고하고 나섰다. 연간 8500조원(2019년말 기준 7조4300억 달러)을 움직이는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이자 ‘월스트리트의 제왕’ 블랙록은 ‘2020년 1분기 스튜어드십 투자보고서’에서 “한전은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사업 참여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했다. ━ 해외 석탄발전 투자는 두산중공업 살리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전의 이번 해외 석탄발전 투자 결의가 두산중공업 살리기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자바 9·10호기 건설에 두산중공업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사업 수주분은 1조6000억원 수준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지분 투자와 함께 주주대여금 채무보증(약 2500억원)까지 총 3000억원가량을 들여 투자하고 있다”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 지원 고려가 분명히 포함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KDI는 “저가계약으로 인해 사업진행시 두산중공업도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한편 한전 관계자는 “해외사업 추진을 통해 국내 전기요금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자바 9·10호기 개발사업은 추후 인도네시아가 추진하는 발전사업에 계속해서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전은 호주 광산 투자와 PT바얀 지분 투자 실패로 지난해에만 총 6843억원 손실을 냈다. 지난해 한전이 기록한 당기순손실의 30% 수준이다. 멜리사 브라운 IEEA는 아시아에너지정책연구 국장은 “한전의 해외투자는 수익이 고르지 않고 신흥시장 전력 부문 투자자의 목표인 10~20% 내부수익률 문턱에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0.07.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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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 호주산 ‘품질 위조 의혹탄’ 국내 반입됐다] 한국중부발전·남동발전, 67만톤 넘게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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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저하 알면서도 조치 취하지 않아… “심판분석 기준 강화해야” 지적 호주산 석탄의 품질인증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된 ‘호주 석탄 게이트’가 한국으로 번지고 있다. 호주 탄광업체가 석탄 품질인증 업체에 인증서 조작을 지시했다는 내부고발이 나온 가운데 해당 석탄이 국내로도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1년 동안만 해도 67만4000톤이 들어왔다. 금액 기준 619억원 규모다. 특히 일부 호주산 품질 위조 의혹 석탄은 계약과 비교해 5% 가까이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발전사는 효율 저하를 알고도 구매가격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석탄 게이트는 이미 호주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해 8월 호주 탄광업체 ‘타라콤(Tarracom)’이 석탄 품질 인증업체 ‘에이엘에스(ALS)’에 석탄 열량을 상향 조정하도록 지시했다는 타라콤 내부고발이 불거지면서다.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호주는 곧장 내부 조사를 실시했고, ALS는 자체 조사 결과 연간 3000개가량 발행하는 석탄 품질인증서의 45~50%가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ALS는 지난 4월 2일 호주증권거래소(ASX) 공시를 통해 “석탄 품질인증서가 정당한 이유 없이 수정됐고, 해당 사안을 경찰에 신고했다”면서 “관련 부서 임원 4명을 해고했다”고 전했다. ━ 열량 품질 떨어지는 ‘위조 의혹 석탄’ ALS의 품질 위조 의혹 석탄은 국내 발전사 중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두 곳에 흘러들었다.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이 호주산 석탄을 공급받는 창구(공급사)인 ‘노블리소스 인터내셔널(Noble Resources International, 이하 노블)’이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타라콤 석탄을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이 지난해 노블을 통해 들여온 석탄은 각각 32만톤 규모다. 호주산 석탄 전체 도입 규모(660만~670만톤)의 약 5% 수준으로 구매 가격 기준 약 315억원 석탄을 노블에서 공급받았다. 노블은 타라콤 지분 약 14.9%를 보유하고 있다. 발전사는 “해당 위조탄이 일부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노블을 통해 들여온 타라콤 석탄의 열량 품질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타라콤 내부고발 소송(호주 현지) 문건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약 1년간 총 9건의 품질 위조 의혹 석탄 선적 건이 한국으로 들어왔다. 총 82만톤, 806억원 규모로 ㎏당 평균 71.3㎉의 열량이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실제 열량 품질이 5700㎉/㎏인 석탄을 5771.3㎉/㎏를 내는 고품질 석탄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것이다. 석탄 열량은 석탄 품질을 정하는 대표적인 수치로 가격 결정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타라콤 내부고발자는 “공급계약서의 석탄 열량 품질을 맞추기 위해 인증 업체에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석탄 열량 품질 오차는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국내 발전사 석탄화력 보일러는 주로 ㎏당 5800㎉ 이상 열량을 내는 석탄을 땔 때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열량 기준에 미달한 석탄을 사용할 경우 같은 열량을 내기 위해 더 많은 석탄 투입해야 한다. 결국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물론 전기요금을 결정짓는 전력 생산 비용의 증가로까지 전이된다. 2016년 국회 입법조사처는 “석탄화력 발전소가 발전기의 열효율에 맞는 질 좋은 화력발전 연료를 사용하기만 해도 오염물질 저감이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이코노미스트가 타라콤 내부고발 소송 문건을 분석한 결과, 국내로 들어온 전체 9건의 석탄 운송 실적 중 7건은 국내 발전사로 반입이 확인됐다. 한국중부발전 4건, 한국남동발전 3건이다. 도입 규모는 약 67만4000톤, 6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석탄의 열량 차이는 ㎏당 평균 -72.9㎉로 편차가 더 컸다. 계약 열량에 맞추기 위해 품질인증서를 조작한 결과라는 평가다. 실제 노블이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으로 석탄을 공급할 당시 밝힌 석탄의 열량 품질은 계약상 품질과 일치했다. 하지만 국내 발전사가 석탄을 도입한 이후 검사한 품질 열량에선 ㎏당 최대 266㎉의 열량 차이가 났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사는 석탄을 받은 후 내부 품질 검사를 또 진행한다”면서 “열량 오차가 클 경우 가격 조정 등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인데 오차가 크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세부적으로는 2018년 12월 30일 한국남동발전이 도입한 8만톤 규모(약 89억원) 석탄에서 -266㎉/㎏ 오차가 발생했다. 타라콤 소송 문건 분석 결과 한국남동발전은 5722㎉/㎏의 석탄을 납품받기로 계약했지만, 타라콤은 5585㎉/㎏의 석탄을 5722㎉/㎏로 꾸며 노블을 통해 보냈다. 실제 한국남동발전이 석탄을 받아 품질을 직접 분석한 결과는 5456㎉/㎏에 불과했다. 한국중부발전이 2019년 5월 31일 도입한 석탄도 마찬가지였다. 5370㎉/㎏ 석탄 8만8000톤(약 89억원)을 구매했는데, 노블은 열량 5307㎉/㎏ 석탄을 63㎉/㎏가량 부풀려 보냈다. 한국중부발전 분석 결과 해당 석탄의 열량 품질은 5277㎉/㎏로 나타났다. ━ 위조 의혹 알지만 오차 범위라 상관없다? 하지만 국내 발전사는 품질 위조 의혹 석탄을 도입, 열량 오차를 파악하고도 가격 조정이나 입하 거절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 의혹은 알지만, 열량 조작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가격 조정 등 벌칙 규정 적용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성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확보한 국내 발전사의 ‘석탄 품질 미달시 페널티 부과 내역’에서도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은 노블에서 공급받은 석탄에 별도의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국내 발전사는 석탄 도입 과정에서 공급사가 제시하는 바이어샘플 분석 인증과 수입한 석탄 하역시 거치는 입하탄 분석 등 크게 두 가지 품질 인증 절차를 거친다”면서 “공급사가 제시한 품질 인증과 입하탄 분석 결과가 다르면 가격 조정 등 벌칙 규정을 적용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인증업체가 곧장 해당 부서 임원을 해고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한 것과 대조된다. 호주선 지난 4월 초 해당 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시작된 상태다.국내 발전사들은 수입한 위조 의혹 석탄을 돌려보내거나 벌칙을 부과할 근거가 없다는 태도다. 한국중부발전이나 한국남동발전은 물론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발전 5개사가 ‘석탄 심판분석 기준’을 제정해 열량 품질에 관한 허용오차를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남동발전 관계자는 “㎏당 5500㎉ 이상인 석탄은 플러스마이너스(±) 112㎉까지, ㎏당 5500㎉ 이하인 석탄은 ±136㎉까지를 분석 오차로 인정한다”면서 “노블이 공급한 석탄은 심판분석 기준에서 정한 분석 오차 안에 있어 페널티를 부과할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전문가들은 국내 발전사들의 석탄 심판분석 기준이 제멋대로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내 발전사들이 미국재료시험협회(ASTM)의 석탄 열량 분석 방법을 도입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기준 자체가 임의설정 돼 있어서다. 석탄 심판분석 기준 제정에 관여했던 국내 발전사 관계자는 “ASTM의 허용오차를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2009년 최초 제정 당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로 들어오는 석탄 관련 데이터를 종합해 오차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기준을 따로 반영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석탄 심판분석 기준은 한국중부발전이나 한국남동발전 등 국내 발전사가 공급사와 맺는 계약 규정과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발전사는 공급사와 맺는 석탄 구매 계약에 ‘석탄 열량 차이가 -50㎉/㎏일 경우 가격 조정 등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규정을 넣어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중부발전이나 한국남동발전이 2018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도입한 것으로 드러난 품질 위조 의혹 석탄의 열량 차(-72.9㎉/㎏)에도 가격 조정 등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이에 대해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계약서에 포함한 -50㎉/㎏ 규정은 공급사에서 먼저 열량 부족을 인정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규정으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 “석탄 심판분석 기준 강화해야” 지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발전사의 품질 위조 의혹 석탄 도입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특히 열량 부족을 석탄의 양으로 메꿔야 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타라콤 내부고발 소송 자료에 명시된 열량 차를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추가 배출량을 계산한 결과 2만4539톤의 온실가스가 더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중부발전과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사가 요구한 석탄 계약 열량보다 실제 열량이 낮은데 따라 총 1만1000톤의 석탄이 추가로 전력 생산에 사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민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산화탄소 2만4000톤을 상쇄하기 위해선 소나무 372만 그루가 필요할 정도”라고 말했다.이 때문에 국내 발전사들이 석탄 심판분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석탄 심판분석 기준 강화가 품질 위조 의혹 석탄의 국내 반입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중부발전이나 한국남동발전처럼 타라콤 석탄을 수입하는 일본 최대 화력발전업체인 JERA는 열량 차이가 -50㎉/㎏만 생겨도 반입을 거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발전업계 전문가는 “심판분석 기준을 강화해 질 좋은 석탄만을 도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0.04.18 18:34

6분 소요
연간 50억 벌 생산 ‘청바지’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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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낭비와 환경·인권 재앙의 원인… 물 사용 90% 줄일 수 있는 ‘지놀로지아’ 같은 안전한 처리 방식 개발해야 근년 들어 가장 두드러진 패션 추세는 ‘패스트패션’이다. 최신 유행을 즉각 반영한 디자인, 대량생산에 따른 비교적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율로 승부하는 패션을 가리킨다. 그러나 저널리스트인 데이나 토머스는 최근 펴낸 책 ‘패셔노폴리스(Fashionopolis: The Price of Fast Fashion and the Future of Clothes)’에서 패스트패션이 극심한 낭비와 환경·인권의 재앙을 가져온다며 그 폐해를 고발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옷은 연간 약 800억 벌이다. 그 많은 옷을 만들려면 어마어마한 양의 물과 독성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또 세계 인구 중 6분의 1이 의류 산업에 종사한다. 그들 대다수는 아주 낮은 급여를 받으며 위험하고 열악한 조건에서 일한다. 게다가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졌다가 팔리지 않고 남는 옷은 쓰레기 처리장이나 매립지로 향한다. 이런 생태계 피해, 노동 착취, 쓰레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희망은 있다. 소비자·의류업체·혁신가들이 지속 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방식을 추구한다. 중고의류 구입, 대여, 재사용 가능한 섬유로 재활용, 주문형 3D 프린팅 의류, 생물 소재를 이용하는 바이오패브리케이션(biofabrication), 리쇼어링(reshoring, 해외의 자국 기업을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 자연섬유 사용, 구입 자제 등이 그 예다. 특히 환경과 사람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의류가 청바지다. 다음의 ‘패셔노폴리스’ 발췌문에서 토머스는 세계에서 가장 흔하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청바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으면서 그 생산에 따르는 병폐 중 일부를 고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청바지를 입고 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아마 어제 입었거나, 그도 아니면 내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인류학자들은 어느 시점에서든 세계 인구의 절반이 청바지를 입는다고 추정한다. 연간 청바지 생산량이 50억 벌이다. 평균적으로 미국인은 청바지 7벌을 갖고 있으며, 매년 4벌을 새로 구매한다.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은 “내가 청바지를 발명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고백했다. “자기표현, 겸허함, 성적 매력, 단순성 등 내가 의류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이 청바지 하나에 들어 있다.”속옷과 양말 같은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면 청바지가 가장 흔한 의류다. 2013년 4월 23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근교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던 곳의 8층짜리 건물 라나 플라자가 붕괴하면서 근로자 1134명이 사망하고 2500명이 부상했을 때(현대 사상 사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의류공장 사고였다) 그들 중 다수는 청바지 생산에 종사하고 있었다. 또 청바지는 미국 섬유·의류 제조 부문의 근간이었지만 리바이스가 공장을 해외로 옮기면서 미국의 섬유 산업이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아울러 청바지는 처음 만들어질 때나 한참 입고 난 뒤 버려졌을 때도 많은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이처럼 청바지는 패션의 좋은 점과 나쁜 점, 잘못된 점 전부를 아우른다. ━ 내 맨살과 캘빈 청바지 사이에 뭐가 있을까 청바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질긴 면직물인 데님은 과거엔 흔히 옷에 사용하는 천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1870년대 초 재단사 제이컵 데이비스가 직물 공급업자인 리바이 스트라우스에게 자신의 가장 최근 디자인을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천에 스트레스가 많이 가해지는 부분에 금속 리벳을 박은 작업용 바지였다. 데이비스는 스트라우스에게 특허 출원 비용 68달러를 부담해주면 동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거기서 전설적인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 컴퍼니(리바이스)가 탄생했다. 리바이스는 지금도 청바지의 대부분을 디자인하고 판매하며, 사상 최고로 성공한 의류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청바지의 인기는 약간씩 계속 오르다가 1970년대 들어 예기치 않았던 급상승 기류를 만났다. 미국 뉴욕시의 의류 산업 중심지 세븐스 애브뉴(7번가)였다. 여성 해방운동과 간편복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뉴욕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패션 추세를 만들어냈다. 이른바 ‘명품’ 청바지였다. 캘빈 클라인은 “청바지는 섹스”라며 “꽉 조일수록 더 잘 팔린다”고 말했다.클라인은 1980년 당시 15세의 배우 겸 모델이었던 브룩 실즈를 청바지 광고에 캐스팅했다. “내 맨살과 내 캘빈 청바지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실즈는 캘빈 클라인 청바지와 회갈색 블라우스 차림으로 팔다리를 펼치고 앉아 앳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무것도 없어요.” 그 광고가 너무 야하고 자극적이라는 판단에 ABC, CBS의 뉴욕 방송국은 방영을 취소했다. 그러나 그 마법은 이미 작동했다. 클라인은 그 광고가 처음 방영된 그다음 주에 캘빈 클라인 청바지 40만 벌, 그 뒤로는 매달 200만 벌을 팔았다. 그러면서 청바지 판매가 기록을 거듭 경신했다. 1981년 한 해 동안 청바지가 5억 벌 이상이 팔렸다. ━ 닳은 효과 낸 완벽한 청바지를 위해 1970년대까지 판매된 청바지는 대부분 뻣뻣한 원단 그대로인 ‘비방축’ 가공 데님을 사용했다. 그런 청바지를 입기 편하도록 부드럽게 만들려면 오랜 시간 계속 입어야 했다. 6개월 정도 입어야 편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2년 이상 입으면 단과 호주머니 가장자리가 해어지고, 무릎 부분이 살짝 찢어져 터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데님 천의 푸른색이 바래면서 바지 앞부분의 지퍼 부분에서 하얀 섬유가 고양이 수염처럼 나타난다. 그처럼 청바지를 기막힐 정도로 멋지게 만들려면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다.그러다가 1980년대 스톤워싱이 유행하면서 상황이 또 바뀌었다. 스톤워싱은 비방축 가공된 청바지를 산업용 세탁기에 부석과 함께 넣어 돌려 충분히 닳은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로스앤젤레스의 간편복 브랜드 게스는 청바지를 7시간 동안 스톤워싱하는 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했다). 물과 에너지 등의 자원 낭비와 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 피해가 큰 방식이다. 때로는 산성 물질, 사포, 줄을 사용해 과거 오랫동안 입어 마모된 것 같은 효과를 내기도 했다. 이 작업 전체가 ‘마무리(finishing)’로 이름 붙여졌고, ‘세탁장’(하루 수천 벌의 청바지를 처리하는 거대한 시설)에서 이뤄졌다.일부 세탁장은 첨단 기술을 사용하며 엄격한 안전·환경 기준을 따른다. 특히 미국에서 청바지 ‘마무리’ 작업 센터로 부상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많은 시설이 그렇다. 하지만 대다수는 매우 열악하다. 지난해 4월 어느 날 아침 베트남 호찌민 시티에서 목격한 청바지 공장이 그랬다. ━ 숨기고 싶은 치부 베트남은 15년 전만해도 농업이 경제의 기반을 이뤘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섬유·의류 제조업이 수출의 약 16%를 차지하면서 해외에서 30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섬유·의류 제조업체가 약 6000개에 이르고, 250만 명이 그 업종에서 일한다. 전문가들은 내년이 되면 베트남의 의류 수출 규모가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그곳 청바지 공장에선 대부분의 작업이 ‘마무리’다. 2012년 베트남의 청바지 매출은 6억 달러였다. 2021년엔 그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호찌민 시티 외곽의 산업단지에 낡은 창고 같은 공장이 있었다. 그 육중한 철문 뒤에서 약 200명의 젊은 베트남인이 일했다. 형광등이 희미하게 비쳤고, 수은주는 37℃까지 쉽게 올랐다. 거대한 선풍기가 돌아갔지만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금속 테이블과 수레 위에 암청색 청바지가 높이 쌓여 있었다. 티셔츠와 바지(대부분 청바지) 차림의 젊은 베트남인들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대형 세탁기 24개에 그 청바지를 집어넣었다. 바닥에는 감청색 물이 철벅거렸다. 그들은 장갑을 끼지 않아 손이 검게 얼룩져 있었다.일부 세탁기는 구식이라 청바지 1㎏(3벌)을 세탁하려면 물 약 20ℓ가 필요했다. 하지만 청바지 1㎏ 세탁에 물 약 4ℓ를 사용할 정도로 신식인 세탁기도 있었다. 안내자는 내게 “얼마나 낭비가 심한 작업인지 업자들도 잘 안다”고 설명했다. 한 청바지 전문가는 “그들은 지구의 건강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청바지 가공처리에만 관심 있다”고 말했다.청바지에 낡고 닳은 효과를 내는 작업실에선 젊은 남녀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청바지의 무릎과 허벅지 부분을 사포로 문지르고 있었다. 마치 목수가 나무를 다듬는 것 같았다. 일부는 먼지 흡입을 막기 위해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대다수는 그냥 작업했다. 그들의 작업 속도는 놀라웠다. 청바지 한 벌을 다듬는데 1분이 채 안 걸렸다. 집중력이 대단했다. 한번 실수하면 임금이 그만큼 줄어든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 그들은 하루 청바지 400벌 이상을 사포로 처리했다. 그들은 초과근무를 제외하고도 주 6일을 일했다.그들은 수작업자들이었다. 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자들은 속도가 더 빨랐다. 한 여성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거대한 치과용 드릴 같이 생긴 기계로 반바지를 처리했다. 소음이 매우 날카로웠다. 그녀는 10초 만에 반바지 한 벌의 앞뒤 호주머니 부분과 단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1분이면 6벌이 완성됐다. 그렇게 온종일 작업했다.중국 광둥성 신탕의 청바지 세탁장도 여건이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신탕은 ‘세계의 청바지 수도’로 불린다. 그곳에 있는 공장과 작업장 3000개에서 약 20만 명의 근로자가 매년 청바지 3억 벌을 가공한다. 하루 약 80만 벌꼴이다. 그 지역의 하수처리장은 수년 전 폐쇄됐다. 현재 그 공장들은 염색 폐수를 주강의 지류인 동강으로 그냥 방류한다.동강의 물은 너무 혼탁해 수중 생물이 살 수 없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강바닥 퇴적물의 납, 구리, 카드뮴 농도가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신탕의 거리는 푸른 먼지로 덮였다. 의류 공장 직원 다수는 피부 발진과 불임, 폐 감염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친환경적인 마무리 작업도 있다 닳은 효과를 내도록 처리된 청바지가 계속 전 세계 시장을 이끌며 생태계와 인류 건강에 재앙을 가져오고 있다. 청바지 마무리 작업을 어떻게 해야 그런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있을까? 지금처럼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세계에선 호찌민 시티의 노동력 착취 공장에서 내가 목격한 것 같은 끔찍함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활동하는 데님 산업 컨설턴트인 호세 비달과 그의 조카 엔리케 실라는 더 깨끗하고 안전한 3단계 청바지 처리 방식인 ‘지놀로지아(Jeanologia)’를 개발했다. 사포와 표백제 과망간산칼륨 사용을 대체하는 레이저 처리, 화학약품 없이 직물을 바래게 하는 오존 처리, 그리고 미세한 ‘나노버블’을 사용해 물 사용을 90% 줄일 수 있는 ‘e플로’ 세탁 시스템을 가리킨다.일반적으로 청바지 한 벌의 마무리 작업에 물 70ℓ, 전기 1.5㎾, 화학약품 150g이 필요하다. 전부 합하면 매년 물 3억5000만ℓ, 전기 75억㎾(독일 뮌헨이 1년에 사용하는 전력량), 화학약품 75만t에 이른다. 지놀로지아 시스템은 에너지 소비를 33%, 화학약품을 67%, 물 사용을 최대 71% 줄일 수 있다. 청바지 한 벌에 물 한 컵씩 절약한다고 이 회사는 자랑한다.실라는 실험실로 나를 안내해 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줬다. 레이저실에서 청바지는 10~11초 만에 닳은 효과를 완벽하게 냈다. 과거 리바이스 501 청바지를 3년 동안 열심히 입은 뒤에 나타나는 모습 그대로였다. 그다음 드라이어처럼 생긴 텀블러가 오존을 사용해 청바지의 색이 바래게 만들었다. 실라는 마무리 작업에 성층권 오존(‘좋은 오존’)을 사용하면 “20분 안에 청바지를 한 달 동안 햇볕에 내놓은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에너지와 물 사용도 기존의 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양의 일부면 충분하다.마지막으로 우리는 세탁실을 둘러봤다. ‘e플로’ 기계가 미세한 버블로 청바지를 세탁하는 과정이었다. 실라는 “나노버블이 천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색조를 추가하는 동시에 부석 없이 스톤워싱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또 그 후엔 물을 사용해 처리할 필요가 없어 사용된 물을 한 달 동안 재활용할 수 있다. 실라는 “아직 물 사용 ‘제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 목표에 근접한다”고 말했다.나는 호찌민 시티에서 지놀로지아 시스템을 사용하는 세탁장을 찾아 그 과정이 상업적인 규모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봤다. 안내원은 “지놀로지아 시스템이 생산 과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그런 공장 하나만 해도 중국의 여러 대형 공장이 처리하는 청바지 양의 절반 정도를 가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찌는 열기와 스트레스, 사포 문지르는 소리, 쉴 틈 없는 청바지 잡아 던지기 같은 분주함도 전혀 없었다.효율이 너무 높아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느냐고 묻자 안내원은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작업이 로봇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공장은 직원을 정리해고하지 않고 “정교한 기계를 사용하고 관리하는 작업에 투입한다”고 안내원이 말했다.스페인 발렌시아에서 그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을 4개월에 걸쳐 훈련한 ‘레이저 디자인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 파견돼 현장을 감독하고 직원을 교육한다. 지놀로지아 시스템이 이처럼 장점이 많은데도 청바지 마무리 작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려면 갭, H&M, 사라, 유니클로, PVH, VP 코프, 리바이스 같은 청바지 메이저 업체를 설득하는 길뿐이다.실라는 “우리가 청바지를 가공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 “옷 절대 쓰레기로 버리지 마라” - ‘패셔노폴리스’의 저자 데이나 토머스 인터뷰 이 책을 쓰게된 동기는?2013년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 봉제공장 붕괴 사건이 너무 끔찍했다. 세계화된 오늘날의 세계에선 의류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의 공급사슬이 인류와 자연 양쪽 모두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통해 패션 산업의 이런 어두운 면을 드러내면 소비자가 “이제 이런 파괴적인 행동은 그만하자!”라고 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지금까지 어떤 옷을 가장 잘 샀다고 생각하는가?1992년 갭에서 구매해서 지금까지 입는 흰색 코튼 셔츠 4장이다. 낡아 옷깃 부분이 해졌지만 아주 단단하게 만들어진 두꺼운 셔츠다. 갭이 ‘패스트패션’으로 나가기 전에는 판매하던 제품이었다.옷장에 청바지가 몇 벌 있나?일곱여덟 벌 있다. 일부는 1980년대에 구매한 것이다. 지금은 십대인 딸아이가 입는다. 그 빈티지 청바지는 오리지널 리바이스라서 길들이는 데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 색이 바래고 부드러워지고 호주머니 부분이 해지게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일부는 그동안 아래쪽을 잘라 반바지로 만들었다. 나는 청바지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입는다.옷을 살 때 무엇에 가장 신경 쓰는가?첫째는 품질이다. 나는 늘 천 아래에 손을 대보고 투명한지 살핀다. 손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면 사지 않는다. 둘째는 스타일이다. 보통은 세월이 흘러도 문제없는 스타일을 선택한다. 나는 자주 1990년대부터 가진 옷을 꺼내 보는데 스타일 면에서 20년 이상이 지났다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소비자로서 유행 패션과 환경 보호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가능하면 유기직물 제품을 구입하라. 오래 입을 수 없는 옷은 아예 사지 마라. 세 번 입고 버리는 습관은 빨리 버려야 한다. 옷이 너무 오래돼 작아졌거나 싫증 난다면 중고 의류로 팔거나 기증하라. 절대 쓰레기로 버리지 마라. 특별한 행사에 입는 옷은 대여하는 게 좋다.패션 산업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년 뒤에는 어떤 추세가 살아남을까? 그때는 패션 산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리라고 생각하는가?의류의 미래는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소재 혁명에 좌우되리라 생각한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목화에서 얻은 면과 천연물감이 주류가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유전자 변형 목화로 만드는 면과 합성 물감을 만드는 화학회사들이 너무 막강하다. 또 순환경제가 자리 잡을 것 같다. 면과 폴리에스테르가 끊임없이 재생될 것이다. 재판매와 대여가 소매 시장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소비를 부추기고 규모의 경제를 따르는 현재의 사업 관행을 유지한다면 결국 사양길로 접어들 것이다.의류를 포함해 일상생활에서 재활용을 어떻게 실천하나?시골집에 유기농 텃밭과 알을 낳는 암탉 두 마리가 있다. 텃밭용으로 퇴비를 만들어 사용한다. 파리와 런던에선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집에선 숯 스틱 필터를 사용하는 블랙앤블럼 물병을 쓰고, 다닐 땐 내가 애지중지하는 스웰보틀 물병을 휴대한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갈 때는 옷을 대여한다. 주로 농민 장터를 찾고, 가능하면 유기농 식품을 구매한다. 시장에 갈 때는 바구니나 캔버스 백, 캐디 가방을 가져간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소등한다. 여행할 때 기차와 비행기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난 기차를 탄다. 걸을 수 있다면 걷는다.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생각인가?글쎄, 나도 그걸 알고 싶다.- 데이나 토머스

2019.09.16 12:03

11분 소요
[무게중심 달라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비즈니스 자체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해야

산업 일반

단순 사회공헌이나 PR로는 사회 문제 해결에 한계… 제품·서비스에 경제적 가치만 담아선 미흡 글로브스캔(GlobeScan)과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는 1997년부터 해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이끌어가는 리더십 있는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 “비즈니스 전략 안으로 지속가능성을 통합하는 리딩 기업이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 결과,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유니레버·파타고니아·인터페이스가 1~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 1998년부터 2006년까지 BP와 쉘(Shell)이 1위를 나누어 차지한 바 있는데, 환경 이슈와 정보 투명성 이슈 등으로 순위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됐다.순위를 넘어 응답률을 보면 유니레버와 파타고니아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두 회사는 2010년대 들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더니, 2018년에는 각각 47%와 23%로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유니레버는 고객과 함께 하는 캠페인과 저소득층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유통망 전개방식으로, 파타고니아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비즈니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사회 인식이 높다. 두 기업 모두 구매·생산·유통 등 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예전과는 달리 PR 중심의 기업보다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실천하는 기업들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대표적인 두 사례를 먼저 들어보고자 한다. ━ 유니레버·파타고니아·인터페이스의 지속가능경영 2010년 4월, 스위스 로잔에 있는 네슬레 건물 앞에서 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오랑우탄 분장을 하고 환경 파괴에 대한 항의 시위를 했다. 네슬레가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랑우탄 서식지를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항의한 것이다.네슬레는 킷캣(Kit Kat)의 초콜릿에 쓰이는 야자기름(팜유)을 인도네시아 기업인 시나마스(Sinarmas)로부터 상당량 구매하고 있었다. 시나마스는 GAR로부터 팜 열매를 사들였고, GAR은 플랜테이션 농장을 운영하는 자회사를 통해 팜 열매를 수확했다. 이 플랜테이션 농장이 산림을 무차별하게 파괴한 것이다. 그린피스는 위성사진을 통해 오랑우탄이 멸종 우려에 이르고 있음을 확인하고 즉시 네슬레를 고발했다.‘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대표 기업이라는 네슬레도 자신의 공급망에 대해 잘 몰랐다. 2010년 당시 네슬레가 공급받는 원료나 제품 중 책임있는 방식으로 공급되는 팜유의 비율은 겨우 18%였다. 네슬레는 두 가지 방향에서 개선작업에 돌입했다. 첫째는 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전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며, 둘째는 그 재료가 산림보호, 토양보존 등의 기준을 준수토록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2017년에 네슬레는 팜유의 경우 두 가지 기준을 각각 48%, 58% 만족시켰다.네슬레의 팜유 사례는 소비자의 인식이 얼마나 변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CSR에서 유명한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는 1990년대 논란이 된 나이키의 ‘아동노동’이다. 1996년 12살 파키스탄 소년이 나이키 축구공을 꿰매고 있는 표지 사진은 나이키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이 문제가 벌어진 기업은 나이키의 1차 공급 업체였다. 그리고 축구공에는 선명히 나이키 로고까지 새겨져 있었다. 이에 비해 네슬레의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 사례는 3·4차 공급 업체까지 거슬러 가는 것으로, 농장의 산림 파괴는 네슬레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았다. 2010년 그린피스의 캠페인을 ‘나이키 이슈’에 빗대면 축구공의 원료인 가죽을 생산하는 축산농장이 환경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고 이슈를 제기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으며, 기업의 대응 역시 진일보하고 있다.한 사례를 더 들어보자. 파타고니아의 ‘100% 다운 추적(100% Traceable Down)’ 사례다. 파타고니아는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다운이 어떤 환경에서 공급되고 있는지 제대로 몰랐다. 2007년부터 파타고니아는 살아있는 거위·오리에서 얻은 다운이나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사료를 강제로 먹여서 키운 거위·오리의 다운을 공급하지는 않는지 공급 업체의 공급망을 추적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2010년 독일의 동물권리보호단체 포 포즈(Four Paws)로부터 파타고니아 공급망 일부에서 살아 있는 거위에서 채취한 다운을 사용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받기도 했다. ━ 사회적 가치 훼손하는 행위·환경도 줄여야 공급망을 추적하는 것은 복잡했으며, 관리 기준도 없었다. 이에 파타고니아는 관련 기구와 함께 ‘파타고니아 다운 기준’을 만들고 이 기준에 의거, 전 세계의 파타고니아 다운 공급망 전체에 대해 조사작업을 추진했다. 별도 독립기관 소속의 유통 과정 추적 전문가들이 확인하고 인증을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파타고니아는 드디어 2014년 가을, 모든 다운 제품에 100% 유통 과정 추적 다운을 사용하여 생산했다. 2007년 처음 시작한 후 7년만에 ‘100% 추적 다운’(Traceable Down)을 모두 적용하는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노스페이스 역시 2017년부터 자신이 만든 ‘책임있는 다운 표준’(Responsible Down Standard)를 준수하는 제품을 100% 생산하고 있는 등 ‘책임있는 다운’을 구현하는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파타고니아는 책임있는 다운을 실현하기 위해 약 350개의 공장·농장을 검증해야 했다. 의류 생산공장은 물론 다운 처리공장, 도축장, 거위·오리 사육 농장 등 모두 7차 공급망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추적하고 관리했다. 1990년대 나이키 이슈가 1차 공급망에서 벌어진 것임을 상기해본다면, 소비자가 요구하는 책임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으며, 또 이를 개선하려는 선진 기업들의 노력이 얼마나 깊이를 더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에서 ‘PR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대신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부상하고 있다. 얼마를 기부했고 얼마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는지가 아니라, 실제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는지, 훼손되는 있는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줄이거나 없앴는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초연결 사회와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사람·사물·공간 등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정보가 완전 개방되고, 다수가 정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등장하면서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만들거나 훼손하고 있는지가 더욱 투명하게 드러나는 환경이 되었다. 또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공정성, 윤리적 소비, 가치 지향 소비에 관심이 큰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영국의 한 기관(Britain’s Confederation of British Industry)의 조사에 따르면 18~34세 응답자의 3분의 2가 “기업은 사회의 유익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다.사회적 가치 시대가 온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몇 가지 방향 전환이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첫째 사회 공헌을 넘어 비즈니스 자체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2018 사회공헌 백서’(한국사회복지협의회·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매출액의 평균 0.15%를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 비율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나머지 매출액 99.85%를 통해 훼손하는 사회적 가치는 없는지, 비즈니스와 연계해 창출할 사회적 가치는 없는지 살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에서 사회공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높게 평가해도 1%를 넘기 힘들 것이다. 99%를 움직여야 한다.둘째,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라고 했다. 비영리 단체 기빙왓위캔(GivingWhatWeCan)에서는 기부금으로 온실가스 줄이는 사업을 하는 단체 100곳을 추려 이산화탄소 1t을 줄이는 데 가장 비용 효율성이 높은 단체를 선별했다. 그 결과 쿨어스(Cool Earth)라는 단체가 가장 효율적이었다. 이 단체는 이산화탄소 1t을 줄이는 데 불과 36센트 밖에 쓰지 않았다. 그들은 열대우림 원주민들이 벌목꾼에게 땅을 팔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었다.실제 사회적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다니엘 골먼은 세 가지 규칙을 얘기했다. “당신이 끼치는 영향을 파악하라, 개선을 장려하라, 배운 것을 공유하라.” 시작은 영향을 파악하는 것, 즉 측정하는 것이다. 측정은 화장을 지우고 거울 앞에 서는 행위이자, 바람직하고 효율적인 변화를 만들도록 움직이게 한다.셋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것의 중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PR의 시대에서는 혼자 돋보여야 하므로 독자적인 차별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 시대에서는 창출하는 가치의 크기와 실제 사회 문제 해결이 중요하므로 협력 방식이 증대한다. 하버드케네디스쿨 CSR연구소의 한 보고서(Partnering for Impact)는 “사회 문제가 너무 크고 복합한 상황에서 다자간 협력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즈니스에서는 상식화된 지 오래인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는 아직 낯설다. 비즈니스에서 많이 쓰는 단어인 허브, 플랫폼, 얼라이언스, 오픈 이노베이션 등의 단어가 사회적 가치 시대에서는 사회적 책임 영역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사회 문제 해결에서 협력의 중요성 커져 사회적 가치 시대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은 세 가지 있다. 첫째는 기업의 이윤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흔히 사회공헌 형태로 이루어진다. 아직 비즈니스가 훼손하는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거나, 비즈니스와 사회공헌을 분리해서 접근하는 경우다.둘째는 비즈니스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상품·서비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마이너스 사회적 가치를 줄이거나 비즈니스 과정에서 부정적인 환경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철저한 자성에 기반해야 한다.셋째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할수록 끊임없이 온실가스와 쓰레기를 배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상품·서비스를 새롭게 디자인하면 반대로 비즈니스라는 동력을 돌리면 돌릴수록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세번째 방식의 대표적 사례로 파타고니아의 롱루트에일(Long Root Ale) 맥주를 들 수 있다. 이 맥주는 다년생 밀로 만드는데, 이 밀은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포집하는 효과를 낳는다. 세계 농장 절반 이상을 땅을 파헤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매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흡수하게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동안은 비즈니스를 돌릴수록 사회 문제가 발생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반대로 비즈니스를 돌릴수록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것이다.이 세 가지 방법은 ‘탑 쌓기’처럼 중첩되면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이윤을 활용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다가(1단계), 이후 이와 더불어 비즈니스가 훼손하는 사회적 가치를 최소화시키고(2단계), 나아가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발전해나간다(3단계).아직 우리나라 많은 기업은 1단계와 2단계 사이에 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창출하려면 사회공헌으로만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동력을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최근에 사회적 가치 측정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하는 것은 고무적이다.밀레니얼 세대는 제품 구매 행위를 곧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와 구분 짓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제품이 상징하는 가치가 곧 자신이 소비하고자 하는 가치인 것이다. 기업 역시 자신의 제품에 담긴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말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와 생산자가 더욱 늘어난다면 사회적 가치 시대는 훨씬 빨리 열릴 것이다.

2019.06.2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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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에 갇힌 바다

산업 일반

기후변화부터 어류 남획, 산성화까지 해양 생물이 직면한 최대 위협 15가지 유엔이 정한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World Wildlife Day)이 처음으로 해양생물이 직면한 위협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3월 3일 맞은 올해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의 주제는 ‘수중 생물: 사람과 지구를 위해(Life below water: for people and planet)’였다. 이 주제는 해양생물 보호를 명시한 유엔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 14번’을 상징했다.지난해 11월 압둘라예 마르 디에예 유엔 사무차장보는 이 주제를 발표하면서 “바다는 기후를 조절하고,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절반을 만들어내며, 30억 명 이상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대기 중에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30%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열기의 90%를 흡수한다”고 강조했다.유엔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은 2013년 지정됐고, 그 첫 행사가 2015년 열렸다. ‘세계 야생동식물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는 것’이 그 임무다. 올해 행사는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수중 생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여러 활동과 영상 시사회, 사생대회 등으로 진행됐다.바다는 지구 표면의 71%를 덮고 있으며, 지구 동식물의 생존에 적합한 서식지 중 99%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바다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된 최초의 체계적인 해양 야생 생태계 분석에 따르면 바다는 인간의 활동으로 광범위하게 황폐해졌으며, 그런 영향을 받지 않는 바다의 비율은 13%에 불과하다.또 그 얼마 전에는 세계 바다의 절반 이상에서 산업형 어업이 이뤄진다는 소식도 나왔다. 지난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은 상업적인 어업이 전 세계의 농업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행해진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대한 해양 생태계 파괴는 어류 남획, 농업용 화학물질의 유입, 해수 온도를 상승시키는 지구온난화 같은 다양한 위협에 의해 초래된다. 열대우림을 비롯한 육지 환경이 직면한 위협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졌지만 바다의 위험한 상황에 관한 공공의 인식은 최근에서야 생겨났다. 거기에는 영국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시리즈 같은 문화적 영향이 컸다.산호 백화부터 산성화까지 오늘날 우리 바다가 직면한 최대 위협 15가지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 기후변화 바다는 인간 활동으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의 80%를 흡수한다. 그로 인해 더 따뜻해진 바닷물은 해양 생태계의 거의 모든 측면에 피해를 준다. 산호 백화를 일으킬 뿐 아니라 어류 이동 패턴과 심지어 해류까지 바꾼다. 온난화는 수온으로 산란 시기를 파악하는 해양생물 생리를 교란시킨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탄소발자국에 유의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이 거대한 문제를 다루려면 정부 차원에서 큰 변화가 필요하다. 환경을 보호하는 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라. 미국의 경우 각 주의원의 환경친화적인 실적을 보여주는 ‘지속가능한 정치인 프로젝트’가 도움이 된다. ━ 플라스틱 오염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추정에 따르면 매년 플라스틱 1270만t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생수병과 비닐백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해양동물이 먹이로 인식하고 삼키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기도가 막혀 질식하기 쉽다. 해양동물에겐 플라스틱이 독성 물질이다. 위장관을 막아 실제 먹이를 소화할 수 없다. 연안에서만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본 근처의 마리아나 제도 동쪽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깊이 1만m)의 해저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의 내장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30쪽 참조)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우리 생활에서 없애기는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과도한 플라스틱 남용은 슈퍼마켓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재사용 가능한 쇼핑백을 집에서 들고 가서 포장되지 않고 그냥 판매하는 채소와 과일을 구입하라. 또 물통을 구입해 생수병 사용을 자제하라. 한 주 정도 시간을 들여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사용하는 불필요한 플라스틱 제품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라.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면도기 등이 그런 제품에 속한다. ━ 지속불가능한 어업 관행 세계야생생물기금(WWF)에 따르면 어류 남획으로 세계 어장의 30% 이상이 고갈됐다. 대서양 참다랑어 같은 일부 어류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 어장 고갈을 막기 위해 규제가 시행되지만 불법 어업이 여전히 큰 문제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해양관리협의회(MSC)는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정확히 알고 구입할 수 있도록 수산업계와 손잡고 인증서를 교부한다. 소비자는 ‘지속가능한 어업과 친환경 수산물’이라는 MSC 인증을 받은 상품만을 구매함으로써 윤리적인 어업 관행을 지원할 수 있다. 다행히도 MSC 인증 스티커가 널리 보편화되고 있다. 심지어 맥도널드도 100% MSC 인증 수산물 제품을 제공한다. ━ 관광과 개발 해변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규제 되지 않는 해변 관광산업의 성장은 바다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도로와 건물 같은 기반시설이 해양생물의 자연 서식지를 대체하고 그런 개발에 따른 인구의 유입으로 더 많은 쓰레기와 오염이 발생한다. 해안 개발의 여파로 홍콩부터 호놀룰루까지 거의 모든 산호초가 파괴됐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선뜻 끌리는 제안은 아니겠지만 국내 여행을 적극 권장한다. 국내 여행은 비용이 적게 들고 자신이 사는 지역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오염 발생을 중일 수 있다.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세계생태관광협회(TIES)를 통해 지구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 해운 상업용 대형 선박이 해양생물에 가하는 위협이 매우 크다. 바다에 석유와 화학물질을 유출하고, 쓰레기를 버리며, 이산화황·질소산화물·이산화탄소를 배출해 대기를 오염시킨다. 고래를 비롯해 해양 포유류와 충돌하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수입품 대신 현지 상품을 구입하라. 아마존 쇼핑으로 살 수 있는 저렴한 해외 상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겠지만 낮은 가격에 끌리기 전에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든 무역선에 부딛혀 다치거나 죽는 해양생물이든 다른 누군가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식품의 경우 가능하다면 현지에서 재배되고 생산된 제철 먹거리를 구입하라. ━ 미흡한 보호 노력 세계 바다의 5.7%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그렇다고 그곳이 환경 위험요인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WWF에 따르면 이런 해양보호구역(MPA) 중 90%는 어업에, 또 거의 전부는 관광에 개방돼 있다. MPA라고 해도 현지 생태계를 보호하는 전담 관리 조직이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대부분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개인도 현지 MPA를 찾아보고 그 구역이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적절한 MPA 투자와 관리를 위해 정부와 의회에 청원할 수 있다. ━ 석유와 천연가스 석유와 천연가스의 대규모 매장지는 대부분 심해 해저에 위치한다. 그런 매장지를 시추하거나 탐사하는 작업은 현지 해양 환경에 큰 피해를 준다. 업체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유출 사고가 재난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원이 고갈되면서 업체들은 갈수록 더 멀리 있는 청정 구역으로 이동한다. 그중 일부는 환경 보호 장치가 거의 없는 곳이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자동차 연료 사용에 신경 써라.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장거리 항공여행을 피하라. 신재생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는 것이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산업을 돕는 길이다. ━ 연안 오염 산업형 농업은 질소·인 같은 화학물질을 비료로 사용한다. 그중 많은 양이 강으로 흘러가 결국 바다에 이른다. 이런 화학물질이 해양 ‘데드존(dead zone)’을 만들어낸다. 수중 산소가 거의 없어 생물이 살 수 없는 공간을 말한다. 미국 동부 해안, 멕시코만, 오대호 전부에서 해양 데드존이 발생했다. 1950년 이래 수중 산소가 전혀 없는 해양 데드존이 4배로 늘었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문제 역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데드존은 농업 관행과 하수처리 시스템 개선으로 되살릴 수 있다. 그러나 해안 데드존은 전 세계 정부의 주된 관심사안이 아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오염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산성화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용해되면 탄산이 만들어진다. 그에 따라 바닷물의 산도가 높아지면 석회화 생물이 갑각(껍데기)을 만들지 못하고 짝짓기도 교란된다. 산도가 높은 해수에선 물고기가 포식자를 탐지하기도 더 어려워진다. 산성화는 해양의 화학작용도 바꿔놓고 있다. 지난 200년 동안 세계 해양의 산도가 30% 증가했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산성화의 주범은 대기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다. 따라서 사소한 일상 습관을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출퇴근에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불필요한 조명을 끄는 것이 시작이다.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사용해 자신의 어떤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하라. ━ 해상 인권 침해 해양생물만 바다에서 고통당하는 게 아니다. 자원이 갈수록 부족해지면서 규제 받지 않는 어업 세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그에 따라 어업용 선박에서 임금도 받지 못하고 비인간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선원 노동자가 적지 않다. 이런 인신매매된 노동자가 가장 많은 곳이 동남아 지역이다. 인권 침해도 끔찍하지만 그런 불량 업체들은 환경보호법을 무시할 뿐 아니라 남획하는 경우도 많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생선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잡았는지 알기는 어렵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 수족관의 시푸드 워치 프로그램은 소비자와 업체가 그런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시푸드 노예제 리스크 도구’를 활용한다. ━ 상업용 포경 20세기 들어 상업용 포경이 성행하면서 고래의 개체수가 급감했다. 남극 대왕고래는 거의 멸종됐다. 그에 따라 국제포경위원회(IWC)가 1986년부터 상업적 목적의 포경을 금지하면서 고래 개체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호주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고래의 개체수는 2100년까지 포경 이전 수준의 절반 정도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상업용 포경 금지 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일본·아이슬란드·노르웨이는 포경을 계속하고 있다. 일부 선단은 매년 고래 수백 마리를 잡는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일본·아이슬란드·노르웨이에서 살지 않는다면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하지만 미국 고래·돌고래 보존협회 같은 자선단체를 지원할 수는 있다. ━ 심해 자원개발 해저에서 채굴되는 자원은 석유와 천연가스만이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희귀광물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심해저 암반에서 발견되는 망간단괴는 스테인레스 스틸 같은 산업용 합금 생산에 사용된다. 그 외 코발트·니켈·탈륨도 해저에 묻혀 있으면서 다양한 생태계에 영양을 공급한다. 현재 여러 기업이 해저를 훑는 채굴 작업을 준비 중이다. 그런 작업은 정교하고 허약한 해양생물의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이런 희귀광물은 스마트폰 같은 기기의 제조만이 아니라 얄궂게도 태양전지판 같은 친환경 기술에도 사용된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대신 기존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고장 나면 내다 버리지 말고 고쳐 써라. ━ 소음 공해 고래와 돌고래는 소통할 때나 사냥할 때 음파 신호를 사용한다. 그러나 대형 선박의 이동, 천연가스 채굴, 군사용 수중음파탐지기 등의 소음으로 그들의 소통 과정이 교란되고 있다. 이런 소음 공해로 인해 암컷 고래가 수컷의 노래 소리를 듣지 못해 짝짓기 기회를 잃고, 심지어 방향을 잡지 못해 해변에 좌초해 죽기도 한다. 해양생물은 그런 소음 피해가 낮은 수준이지만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장기적인 효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이 문제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 고취가 필요하다. 해양과학자 크리스토퍼 클라크는 2016년 온라인 잡지 ‘예일 환경 360’에 “과학자들은 해양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보를 언론과 공청회 등을 통해 널리 알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정치적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 빙하의 용해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 그로 인해 극지방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북극곰이 서식지를 잃고, 남극 크릴이 사라져 생존을 크릴에 의존하던 많은 해양생물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얼음에 붙어 자라는 해조류도 큰 피해를 입는다.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2016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대기로 탄소가 1t 배출될 때마다 약 3㎡의 얼음이 사라진다.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친환경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빙하 소멸을 막는 작은 걸음이 될 수 있다. ━ 산호초 파괴 WWF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현재의 속도로 바닷물이 데워지면 2050년에는 해수 온도가 너무 높아져 산호초가 살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해조류를 먹어치워 산호초를 청소해주는 물고기의 남획과 온난화에 따른 산호 백화로 인해 산호초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호주 동북부 해안에 위치한 대보초(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경우 현재 3분의 2 정도가 백화 현상으로 파괴된 상태다. (34쪽 참조)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특수부대 출신이라면 산호초를 보호하는 ‘포스 블루(Force Blue)’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수중 작업으로 위기에 처한 산호를 새로운 서식지로 옮기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해결책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온난화에 의한 산호 백화를 막는 길뿐이다- 이브 워틀링, 데이비드 심 뉴스위크 기자

2019.04.15 09:22

9분 소요
용 가오 몬산토차이나 사장 인터뷰

산업 일반

GMO 안전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GM 작물 개발사업단을 해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GMO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몬산토의 실력자인 용 가오 몬산토차이나 사장을 만나 GMO와 몬산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지난 9월1일 농촌진흥청은 시민사회와 협약을 통해 GM 작물 개발사업단을 올해 안에 해체하고 GM 작물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신 그동안 진행해온 GMO 연구 내용은 누리집이나 설명회 등으로 알리고, 연구시설과 가까운 지역은 환경영향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농진청은 그동안 국제기준과 법령에 따라 승인된 연구시험시설에서 GM 작물 개발 연구를 해왔다.# 한국에서 GM 작물 개발 사업을 중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9월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1993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J. 로버츠(Richard J. Roberts) 박사의 강연회가 열렸다. 현재미국 보스턴 노이스턴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가 이날 발표한 주제는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과제나 노벨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지지 캠페인’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지난해 6월30일 126명의 노벨상 수상자는 ‘GMO 기술이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개발도상국을 위해 지원되어야 하는 기술’이라는 성명서를 그린피스와 유엔 주재 각국 대사들에게 공개서한 형식으로 보낸 바 있다. 로버츠 박사는 강연회에서 과학자들이 이런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은 GMO 안전성에 대해 이론을 설명했지만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 반면, 환경운동단체는 GMO가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지만 사람들을 겁먹게 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GM 식품을 먹지 않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지만, 위험하다고 속이는 것은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 “GMO 수많은 규제 통과 후 승인받아 안전” 9월 초 한국사회에 GMO의 안전성을 두고 각기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GMO의 안전성을 놓고 여전히 과학계와 환경운동단체의 목소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도 낯익은 단어가 된 GMO를 대표하는 기업이 있다. 글로벌 농업회사 몬산토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이곳은 한국에 몬산토코리아라는 지사를 설립하고 활동 중이다. 세종시 조치원에는 몬산토코리아가 운영하는 ‘조치원육종연구소’가 있다.GMO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한국은 GM 식품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다. 콩과 옥수수 때문이다. 2016년 한국은 옥수수 970만t을 수입했다. 일본·멕시코·유럽연합에 이어 세계 4위 수입국이다. 콩의 경우 지난해 132만t을 수입해 세계 10위 수입국에 올랐다. 한국이 수입한 옥수수와 콩은 대부분 GM 기술로 생산된 것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식용유와 간장, 액상 과당 등의 원료로 쓰이거나 가축 사료로 쓰이고 있다. 알게 모르게 GM 식품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GMO를 대표하는 몬산토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지난 8월17일 몬산토 아시아·아프리카 대외협력 총괄 디렉터이자 몬산토차이나 사장을 맡고 있는 용 가오(Yong Gao) 박사가 한국을 찾았고, 그를 만나 GMO의 현재와 몬산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용 가오 박사는 중국 난징농업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생명공학과 생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GMO 전문가다. 2006년 몬산토에 합류해 연구개발 및 무역 관련 정책 부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몬산토의 실력자다.용 가오 박사에게 “GMO의 안전성 여부를 놓고 과학자와 환경운동단체의 목소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질문을 했다. 그는 “35년째 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GMO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GM 기술은 농업 분야의 최신 기술이자 채택 속도가 가장 빠른 농업 기술로 꼽힌다”면서 “GMO만큼 많이 연구되고 분석된 기술이 없고, 세계 규제기관들이 GMO만큼 안전성을 정밀 조사해서 승인하는 경우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의 말처럼 GM 기술은 농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600여 종의 약품이 GM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지고 있고, 맥주나 치즈를 만드는 데도 GM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용 가오 박사는 “만일 인슐린을 만드는 데 GM 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면서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에 GM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GM 기술의 안전성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몬산토는 한국을 포함해 46개 국가에 지사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현재 69개 국가에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1991년 몬산토 한국지사를 만들어 한국에 진출했고, 2008년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인수한 세미니스 코리아를 합병한 후 몬산토코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몬산토가 GMO를 대표하는 기업이 된 것은 몬산토가 개발한 제초제 라운드업과 라운드업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라운드업레디라는 GM 콩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전 세계 임직원이 2만여 명에 이르고, 지난해 매출은 135억 달러(약 15조2600억원)에 이른다. 몬산토가 받는 오해 중 하나가 GM 작물을 직접 재배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몬산토는 GM 종자를 판매하고 재배는 하지 않고 있다. 용 가오 박사는 “몬산토는 미래 식량산업에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하는 기업”이라며 “요즘은 미생물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고 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변모 중”이라고 설명했다. ━ 2013년 스타트업 클라이미트 9억3000만 달러에 인수 지난해 몬산토는 글로벌 농업시장에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독일의 제약·화학 기업인 바이엘이 몬산토를 660억 달러(약 74조원)에 인수한다는 뉴스가 나온 것. 바이엘은 살충제 시장에서도 강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몬산토를 합병하게 되면 제초제와 살충제부터 종자시장까지 지배하는 글로벌 농업기업이 되는 셈이다. 바이엘과 몬산토가 세계 식량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유럽연합과 미국에서는 두 기업의 합병 승인 여부를 두고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엘과 몬산토의 합병이 농업 분야 독점 기업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몬산토와 경쟁하는 기업이 전 세계 3000여 곳이나 되고, 미국에도 농업 관련 회사가 수백여 곳이나 있다”면서 “바이엘과 몬산토 합병이 세계 종자 시장을 독점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그는 “몬산토는 GMO 기업에서 ‘빅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시작은 2013년 기상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클라이미트를 9억3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부터다. 몬산토는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클라이미트 필드뷰’라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인공위성 기술과 IT, 그리고 생물학을 융합한 플랫폼이다. 용 가오 박사는 “토양이나 기후, 작물의 성장 등 농업 관련 빅데이터를 모은 후 분석해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데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몬산토가 이런 변신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GM 기술은 이미 성숙했다. 몬산토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아직 유의미한 매출은 나지 않지만 조만간 성과가 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몬산토에 대한 이야기보다 GMO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GMO가 미래의 식량 부족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기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중국이 가난했던 시절에 태어나서 배고픔의 고통을 안다. 내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 조치원육종연구소를 가다 9월 초 몬산토코리아가 운영하는 조치원육종연구소를 방문했다. 농업 관련 전문가들에게는 유명한 연구소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오송역에서 택시로 10~15분 거리에 있다. 연구소 주변은 농촌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으로 차가 없으면 오고 가기 힘들다. 이곳은 IMF 외환위기 때 해외 기업에 매각된 한국의 흥농종묘가 운영하던 연구소였다. 이곳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명원 소장은 “흥농종묘 연구소는 종자 관련 전문가들을 배출했던 사관학교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육종연구소는 8.6ha(2만7000여 평) 규모로 1만여 평 부지에는 113개의 하우스가 설치되어 있다. 23명의 연구원과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고추·토마토·시금치·파프리카 품종 개발을 하고 있다.몬산토가 세시미코리아를 인수할 당시에는 다양한 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몬산토코리아가 4개의 종자만 보유하게 된 것은 2012년 9월 채소종자사업부 일부를 동부팜한농(LG화학이 2016년 4월 동부팜한농을 인수)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채소종자를 매각한 이유에 대해 김 소장은 “배추나무 같은 작물은 한국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해외에 수출할 수 없다. 몬산토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이런 시장을 분석해서 수출이 가능한 종자만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곳에서 주력으로 삼고 있는 종자는 토마토다. 이곳에서 품종 개발에 성공한 토마토의 경우 일본과 중국에도 진출했다. 고추의 경우 한국 시장에서 판매 순위가 낮아졌지만 중요 지역에는 몬산토가 개발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조치원육종연구소를 찾아간 때에는 고추를 수확할 시기였다. 다양한 종류와 모양의 고추를 비닐하우스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하늘을 향해 난 고추도 있었고, 청양고추보다 몇 배 메운 고추 등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김 소장은 “고추를 재배한 곳에는 어떤 품종의 고추인지를 표시한 푯말이 붙어 있다. 소비자나 농민이 좋아할 만한 품종을 개발하려면 몇 년이나 걸린다”고 말했다. 한국 상황에 맞게 이곳에서는 GMO 관련 연구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잘 판매될 수 있는 품종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이곳은 농업에 관심 있는 젊은 청년들이 찾고 싶은 연구소로도 유명하다.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의 관심사 대부분은 GMO라고 한다. 김 소장은 “한국에서 GM 작물을 재배하지 않더라도 GMO 관련 연구를 계속하면 쓰임새가 있을 텐데 중단돼서 안타깝다”면서 “농업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도 GMO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

2017.09.28 15:11

7분 소요
[한국의 골프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 36조원, 순수 사회복지 예산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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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내장객 프로야구 관중수의 4배 넘어 … 골퍼의 절반이 연 11회 라운딩 한국 골프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최근 스크린골프 업체인 골프존에서 를 냈다. 골프장과 연습장, 선수, 대회, 용품, 교습 등 2015년 한국의 각종 골프 분야를 가치망(Value Network) 관점에서 분석하고 소개한 글이다. 백서를 바탕으로 과연 한국에서 각 골프 분야는 어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 한 라운드에 23만6000원 지출 2016년 전국 골프장 내장객 수는 3672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2016년 전국 골프장 현황 및 내장객 통계’에 따르면 196개 회원제 골프장의 내장객은 1706만 명인데 비해 퍼블릭 290곳 내장객은 1966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의 3541만 명보다 약 131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는 최초로 퍼블릭 골프장의 내장객이 회원제를 추월했다.1홀당 연평균 내장객 수는 회원제 3838명, 퍼블릭은 4135명으로 집계됐다. 18홀로 환산하면 연 내장객 수는 회원제 6만9084명, 비회원제 7만4430명이다.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 수는 2015년에 비해 3개소가 늘어나 486개소가 됐다. 이를 18홀로 환산하면 511개소로 전년 501개소보다 10개 늘어난 수치다.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전 스포츠인 KBO프로야구에서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관중은 총 834만 명이었다. 이보다 너덧 배나 많은 이들이 골프장을 찾아 더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얘기다. 백서에서는 2015년 한국 골퍼 인구를 기준으로 삼았다. 한국의 골프 인구는 338만 명이었다. 연령대별 골프 이용객 중에 40대가 44.5%를 차지해 가장 많이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내 골퍼의 평균치를 살펴보면 핸디캡 16~20(88~92타) 이 전체 골퍼 중 31.6%로 가장 많았고, 11~15(83~88타)가 25.6%를 차지했다. 이중 절반이 넘는 52.7%가 대학 졸업자, 월수입은 600만 원 이상의 중상층이었다. 338만 명의 골퍼 중 72.7%는 스크린골프장을 연간 11회 이상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스크린을 해본 적이 없는 골퍼는 4.9%에 불과했다. 필드는 49.1%의 골퍼가 연간 11회 이상 라운드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주말마다 한 번 꼴인 연간 30회 이상 라운드하는 골퍼는 9.9%였다.필드 라운드를 한번 나갈 때 지출하는 비용은 그린피 평균 15만4000원, 캐디피 3만1000원, 식음료비는 2만8000원, 카트비는 2만3000원으로, 1회당 평균 23만6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스크린골프에서는 월 평균 16만7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골퍼의 연간 이용 횟수는 스크린골프 25회, 필드 골프 14회, 실외연습장 19회, 실내연습장 18회로 각각 나타났다. 스크린골프 이용 횟수가 다른 어떤 시설보다 더 많았다.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골프시장 규모는 11조4529억원이다. 이 중 필드 시장이 8조7227억 원으로 가장 크다. 골프 전체시장의 76.2%를 차지한다. 2위는 스크린 연습장으로 1조1606억원으로 전체의 10.1%을 점유하고, 실외 연습장 7.3%(8399억원), 대회 등 참여 이벤트 필드 2.1%(2394억원), 아마추어 이벤트 1.5%(1670억원) 순이었다. ━ 본원시장보다 큰 파생시장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의 강준호 소장을 비롯한 집필진은 시장을 분석하는 기초 관점을 가치망에 두었다. 이에 따라 본원시장과 파생시장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골프의 본원시장은 5조2080억원으로 전체 골프시장 규모의 45.5%를 차지하고, 골프 파생시장은 6조2449억원으로 54.5%를 점유했다.본원시장은 스포츠 관련 제도로부터 첫 번째로 발현되는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 최종 소비자가 스포츠를 소비하는 형태에 따라 관람시장과 참여시장으로 나뉜다. 파생시장은 관람시장과 참여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다른 산업 영역과 연계되면서 새롭게 창출된 시장이다. 골프라는 스포츠 시장은 본원과 파생 시장이 서로 연계돼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를 가진다.본원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아마추어 골퍼의 필드 시장이다. 시장 규모는 3조1659억원으로 전체의 60.8%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은 19.6%(1조200억 원)의 비중을 가진 스크린골프 시장이었다. 실외 연습장은 15.6%(8122억원), 실내 연습장이 2.8%(1430억원)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연습장의 규모에서는 스크린, 실외, 실내 순으로 시장 규모가 매겨졌다. 이중 골프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의 관람시장 규모는 남녀투어 합쳐서 26억원으로 추산됐다. 본원 시장에서 갤러리 시장은 작지만 이들이 골프의 진성 고객인 만큼 파생시장의 가치를 키우는 촉진제다.6조2449억원으로 추정되는 골프 파생시장 중에서는 골프용품시장 규모가 68.9%(4조3013억 원)로 가장 컸다. 그 뒤로 골프시설 운영 시장이 10.3%(6439억원), 골프관광 시장 8%(5025억원), 골프시설 개발 시장 7%(4350억원) 순으로 이어졌다. 국내 골프장 수요가 높지 않아 신설 골프장 건설이 최근 몇 년간 지지부진한 가운데 한 해 서너 곳의 개장이나 리노베이션에 그치는 까닭에 시설 개발 시장의 비중이 줄었다. 대신 퍼블릭 골프장으로의 전환이 늘어났고, 국내 패키지 골프 여행의 증가가 관광 시장의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주니어 선수와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엘리트 시장에서는 선수양성을 위주로 한 주니어 시장이 1670억원으로 가장 크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995억원,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556억원 순으로 집계됐다.본원과 파생으로 나눈 시장의 가치망 접근을 통해 실질적인 산업 규모로서의 시장 파악이 가능해졌다. 예컨대 골프대회가 하나 만들어진다면 본원 시장은 갤러리 입장 시장뿐이다. 하지만 여기에 TV중계권 시장이 파생되고, 선수들을 통한 홍보와 후원이 들어가는 스폰서 시장, TV광고 시장이 연쇄 고리로 일어난다. 또한 에 따르면 간과되었던 시장의 실체도 뚜렷이 밝혀졌다. 스폰서 시장에서 KLPGA는 660억원, KPGA는 314억원인데 비해 아마추어들의 각종 골프대회 스폰서 시장이 이보다 많은 817억원을 차지했다. 한 해에 2860개의 골프 이벤트 대회가 열린다. 이는 각 기업들이 골프 이벤트를 통한 홍보와 마케팅을 프로 대회 이상으로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용품사 입장에서는 이들을 잡기 위한 상품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 골프의류시장 급팽창 가치망은 시장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공급자뿐만 아니라 수요자 입장도 반영한 정책을 세울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가상 체험 스포츠 시장의 확대가 필요할 경우 기존 분류에 바탕한 정책이라면 관련 기술개발과 연구개발(R&D) 지원에만 국한된다. 그러나 수요자 입장도 고려하는 시장 가치망으로 접근하면 이들 기술이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 언제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얻을 수 있다.에서 시장을 보는 방식은 평면적으로 모든 구성 항목을 합산하던 방식에서 분명히 진일보했다. 하지만 골프의 전체 파생 시장을 모두 다루지 못한 한계가 있다. 예컨대 재산권으로서의 골프 회원권 시장, 골프의류 시장, 해외 골프여행 시장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골프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골프장 이용권이자 채권인 회원권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원권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를 탔다. 금융위기가 극복된 이후로는 퍼블릭 골프장이 급증하면서 회원권에 대한 수요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전체 회원권 시장 규모는 15조6400억원이었다. 2008년 여름에는 30조원에 육박하던 시장이 반 토막 난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회원권의 가치는 살아있다. 국내 골프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회원제 골프장들에 멤버십이란 여전히 환금성 있는 재산인 만큼 이는 당연히 골프 시장 개념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골프의류 시장은 최근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등산, 조깅, 레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골프의류 시장으로 유입되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운동(애슬레틱)과 레저를 합친 ‘애슬레저’ 시장도 커지고 있어 의류 업계에서는 골프 패션 시장을 3조 원으로 추정한다.해외 골프여행 시장은 대한골프협회가 지난 2013년 8월에 발표한 ‘2012 한국골프지표’가 가장 최근의 자료다. 이에 따르면 해외골프 관광객은 총 123만 명인데, 그들이 연평균 2.8회씩 여행 가는 점을 감안해 연 344만 명으로 추정됐다. 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을 위주로 3박4일 여행이 28.2%(4박5일은 24.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들은 해외에서 1인당 평균 175만원을 쓰고 왔다. 이에 따라 협회에서는 해외에 골프 여행으로 지출된 비용을 총 6조200억 원으로 추산했다.그렇다면 이제 가 집계한 11조4529억 원을 바탕으로 회원권 15조6400억원, 패션 3조원, 해외여행 6조200억 원까지 포괄하면 국내 전체 골프 시장의 크기가 나온다. 36조1129억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집행될 우리나라 순수 사회복지 예산과 맞먹는다. 어떤 스포츠도 이 정도 시장이 아니다. 골프를 산업으로 면밀하게 접근하고 북돋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7.05.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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