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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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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국 최초 '기계설비 성능 점검 표준 매뉴얼' 선보여

경제일반

서울시는 건축물 내 기계 설비 성능 점검 신뢰도를 향상하고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 최초 '서울형 기계 설비 성능 점검 보고서 표준 매뉴얼'을 제정했다고 7일 밝혔다.기계 설비 성능 점검이란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서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점검이다. 건축물 내 기계 설비 성능 저하를 방지하고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작업이다.저가 수주 현장에서 작성된 성능 점검 보고서는 기계 설비법이 규정한 형식적 요건을 갖췄을 뿐 실질적인 유지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시가 제정한 매뉴얼은 성능 점검표 작성 시 구체적인 준수 사항, 국토부 성능 점검 매뉴얼의 일부 설비 점검 항목 중 점검 방법과 점검 기준 개선, 보고서 적정성 검증에 필요한 점검표 등을 반영했다.시는 기계 설비 성능 점검 보고서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을 위해 새 매뉴얼을 기계 설비 성능 점검 용역을 발주하는 서울시 공공 분야(서울시, 자치구, 산하 기관)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민간 건축물에는 적용을 권고할 계획이다.시는 매뉴얼 정착을 위해 이달 중 시 공공기관 담당자 대상 교육을 실시하고 성능 점검 실무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시는 부실한 성능 보고서를 제출한 업체에 대한 제재 규정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정부에 관련 법령 개정을 요청할 방침이다.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건축물 사용 수명을 연장하고 시민의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기계 설비 성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서울시 차원의 기계 설비 산업 발전과 녹색 건축물 운영 기반 조성을 위한 시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5.02.07 11:35

2분 소요
HDC현대산업개발, 전 영역서 디지털 전환...품질 고도화 나섰다

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은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와 건설산업 환경에 발맞춰 지속 성장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품질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상품기획부터 CS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 DX(Digital Transformation)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장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고자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축정보모델)을 접목한 품질 고도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품질 고도화를 위한 DX 본격 추진HDC현대산업개발의 업무 프로세스 중에서 현재 DX가 가장 많이 적용된 분야는 건축이다. BIM 기술을 기반으로 건설과정의 주요 자재 수량을 즉각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 HEB(HDC Estimate system by BIM)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으며, 현장에서도 BIM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공 오차를 줄일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3D 스캐너 등 스마트 건설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DX를 통해 품질관리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또 착공 초기 BIM 모델, 지질주상도를 반영한 지반 모델 등 입체적이고 정량화한 데이터를 토대로 시공 전 검토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공사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유해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고 최적의 공사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디지털 전환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일하는 방식의 변화 방향을 ‘기록하고 공유·공개하여 연결한다’로 설정해 수주, 상품기획/설계, 인허가/착공, 시공, 준공, AS 단계까지 가치맵(Value Map)을 만들어 단계별로 발생하는 데이터의 연결고리를 정리하고 분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I-QMS(품질실명제)·I-QPI(품질성능지수) 시행 통한 품질관리 HDC현대산업개발은 고품질 시공과 하자발생 예방을 위해 I-QMS(I-Quality Management System, 품질실명제)와 I-QPI(I-Quality Performance Index)시행 등의 철저한 품질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I-QMS는 토목, 건축, 설비, 전기 등 전체 공종의 공사 품질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기록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공사 단계별 중요한 확인 사항의 품질에 대해 항목별로 책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품질성능지수인 I-QPI(I-Quality Performance Index)는 정량화된 체계적 관리를 통해 전 현장의 균일한 품질관리가 운영 목표다. I-QPI는 공종별 정량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점검 시기별로 품질을 관리함으로써 품질수준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의 경우 대표적으로 기온을 기준으로 한중과 서중을 나눠 기간별 주기적으로 적합성을 검토해 기준에 따라 평가 관리하게 된다. 이와 같은 품질평가 항목 수만 전체 350여 개에 달하며 이를 종합한 I-QPI의 목표와 현장 등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고 매년 목표를 상향 조정해 품질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건설 현장 전 범위에 BIM 접목해 품질관리 고도화BIM은 설계부터 예산, 공정, 구매, 발주, 시공, 품질관리, 안전관리 등 건설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초 기록으로 사용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품질관리 고도화를 위해 BIM을 건설 현장의 전 생애 범위를 포괄해 적용해 나가고 있다. BIM과 연결해 데이터의 정확성을 높이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두의 이해와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각화해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설계와 프리콘 단계에서는 2D 설계 마무리되기 전에 BIM모델링이 가능하도록 설계기준과 견적기준, 시공기준 및 표준상세도에 설계와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프로세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견적단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자체 개발한 BIM 기반 수량 산출시스템인 'HEB(HDC Estimate system by BIM)'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건축과 구조, 기계, 전기, 토목, 조경 등 전체 공종에 대한 상세 수량 산출을 진행한다. 또한, 설계 변경 시 BIM모델 변경으로 바뀌는 물량과 항목에 대한 이력 관리가 더욱 명확해져 사업주나 협력업체와 공사비 정산과 산정을 합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시공단계에서는 가장 대표적으로 현장과 본사 양방향 실시간 품질관리 시스템인 I-QMS를 통해 실시간 점검 이행사항과 결과를 지속해서 추적 관리해 최고의 품질구현을 추구한다. 또 현장에서는 3D 스캐너를 통해 흙막이, 파일, 골조, 마감 범위까지 설계도면과 BIM모델링을 결합한 데이터로 측정, 점검해 재시공 방지와 시공 품질을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장의 안전과 무재해를 위한 SAFETY-I시스템을 전 현장에 시행하는 등 품질 강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 중이다. 시공 이후 유지관리 단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체 시스템인 ‘I-CLICK 4.0’을 통해 현장점검과 입주자 점검 시 하자, 유지보수 건을 시스템으로 접수한다. 진행률과 처리결과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해 시공 이후까지 품질관리를 빈틈없이 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신속한 업무처리가 가능해짐과 동시에 꼼꼼한 사후관리가 가능해져 고객 만족도가 상승했다.이런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1월 23일 빌딩스마트협회가 주최하는 ‘BIM Awards 2023’에서 국토교통부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2021년 5월 착공한 군산 호수공원 아이파크를 대상으로 건설 전 과정에 걸친 디지털 업무 환경과 BIM을 접목해 통합적인 관리방안을 제안한 것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 건설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DX)’을 추진하고 있으며 DX를 통해 전체적인 업무 혁신을 추진하고 업무 간 밸류체인(Value Chain)시너지를 극대화해 시장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고 말했다.

2023.11.30 09:07

4분 소요
4차 산업혁명과 한국 제조업의 나아갈 길(2)

IT 일반

제품 스마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암묵지(暗默知) 기술'과 '3SMP 활동(표준화·단순화·공용화· 모듈화·플랫폼)' 그리고 '서비스 R&D'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의 제품에 대한 기본 사항들이 확립되어야 한다. '공장 스마트화'가 완성된 후 생산성이나 불량 지표가 전보다 향상되었다고 스마트 공장 도입 목표가 달성된 것은 아니다. 스마트 공장의 궁극적 목표는 '경쟁력 있는 가성비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스마트 공장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고 '공장(工場) 스마트화'의 체계(System)가 완성됐다고 해서 경쟁우위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장 스마트화 구성 외에 추가로 제품의 고유품질을 높이기 위한 '제품(製品) 스마트화'가 이뤄져야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제품 스마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암묵지(暗默知) 기술'과 '3SMP 활동(표준화·단순화·공용화·모듈화·플랫폼)' 그리고 '서비스 R&D'로의 패러다임 전환 등 제품에 대한 기본 사항들이 확립되어야 제품의 스마트화가 이뤄진다. 공장 스마트화에 이어 제품 스마트화가 이뤄져야 스마트 공장의 2개 축이 완성되는 것이다.전기압력밥솥을 예로 들면 전기압력밥솥은 쌀과 물을 적당한 비율로 넣고 시작버튼을 누르면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종류의 밥이 지어진다. 이런 전기압력밥솥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밥 짓기 기술이 필요하다.첫째 하드웨어 측면에서 가볍고 열 보존이 좋은 소재 기술과 진공단열을 위한 이중구조의 제조기술이 필요하다. 둘째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밥 짓기 및 뜸 들이기와 보온에 필요한 시간과 온도 관리와 같은 '밥 짓기 경험 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 노하우를 만들기 위해 오랜 경험을 찾고 많은 여러 실험을 통해 최적 조건을 찾는다. 이 최적조건의 세부 구성 내용을 '알고리즘(algorithm)'이라고 한다.이 알고리즘을 코딩(coding)하여 밥 짓는데 필요한 로직(Logic)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진다. 소프트웨어인 밥 짓기 알고리즘과 하드웨어인 밥솥 제조기술이 있어야 스마트 전기압력밥솥 기능이 완벽해진다. 이 기술을 '암묵지 기술'이라고 한다. 이 기술이 있어야 '제품의 스마트화'가 이뤄진다.암묵지 기술이란 이론과 경험을 통해 얻은 오랜 현장 경험의 기술지식을 말한다. 알고리즘은 경험을 기반으로 많은 실험을 실시하여 최적의 밥 짓는 방법을 도출하여 만들어진다. 현재 100명의 노동자가 하던 일을 다른 공장에서 10명으로 가능하게 되었다든가, 제조까지 1개월이나 걸리던 생산이 단 하루 만에 가능해진 것은 낭비가 없는 작업의 최적조건을 찾아 생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라는 암묵지 기술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 암묵지 기술 개발로 경쟁력 유지해야 이런 암묵지 기술은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역할 외에,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짧은 시간에 쉽게 복제하거나 개발할 수 없게 진입장벽을 만들어 보호해주는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다. 이런 암묵지 기술이 별로 필요 없는 제품인 스마트폰을 보면 중국 등 기타 중소형 업체들이 신속히 복제하여 레드오션화(Red Ocean)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내 제조업이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의 추격을 따돌리고,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하우인 암묵지 기술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아무리 스마트 공장 체제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작업자 없이 인공지능형 로봇이 작업을 한다 해도, 30개의 부품으로 조립하는 공장보다 20개의 부품으로 조립하는 공장은 부품공급·생산성·설비고장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조립하는 부품의 종류와 수량이 많으면 경쟁력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부품의 최소화 활동이 선행되어야 한다.부품 최소화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부품을 표준화(Standardization), 단순화(Simplification), 공용화(Shareness)해야 한다. 이 활동을 '부품의 3S 활동'이라고 한다. 부품이 3S화 되지 않으면 아무리 잘 만들어진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이루어진 스마트 공장이라도 복잡성에 의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부품의 3S 활동에 이어 모듈(Module)의 구성과 플랫폼(Platform) 구성이 추가되어야 스마트 공장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스마트 공장 이전에는 작업자들이 생산성을 경쟁하여 왔다. 그러나 향후 스마트 공장에서는 인공지능의 로봇이나 설비들 간의 생산성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때 경쟁의 핵심은 설비 성능의 우수성에 따라 비교 우위가 나타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설비는 전문메이커에서 서로 동일한 설비를 구입해 쓰기 때문에 성능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스마트 공장에서는 설비 성능보다 부품의 3S와 설비관리가 경쟁의 핵심요인이 된다. 설비 또한 자신이 자가 진단을 하여 설비고장을 해결한다 해도 부품 종류와 수량이 많으면 스마트 공장이라도 고장율과 모델 변경 시간이 증가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품의 3S활동'은 제품구성의 문제만이 아니고 모든 제조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 부품 3S 활동으로 부품 구성 최소화 부품의 3S 활동 중 '단순화(單純化)'는 부품 수의 삭감을 위한 활동이다. 먼저 부품 수 삭감을 위해서는 2가지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 첫째 방법은 '기능 통합화(技能 統合化)' 다. 기능이 없는 부품들을 1개로(one piece) 통합해 부품 수를 줄이고, 기능이 있는 부품은 모듈에 통합하여 부품 수를 줄이는 것이다. 자동차의 범퍼에 여러 부품을 붙여 1개의 모듈로 만드는 것이나, PCB 여러 장을 1장으로 통합하여 1개의 모듈로 만드는 것을 모듈화라고 한다.두 번째 방법은 '기능 대체화(技能 代替化)' 다. 구성 부품의 구조를 연구하여 타 부품으로 대체하여 볼트나 너트를 3개 체결하던 것을 2개 체결할 수 있게 체결 방법을 개선하여 사용 수량(usage)을 줄이는 것이다.다음으로 '공용화(共用化)'는 부품의 종류를 줄이기 위한 활동이다.첫 번째 방법은 부품 '유용화(有用化) 방법'으로 신제품을 만들어도 신규 규격의 부품을 개발하지 않고, 기존에 타 모델에 적용하고 있는 부품을 그대로 사용 (Carry Over)하여 부품 종류를 줄이는 것이다.두 번째는 '호환성(互換性) 방법'이다. 모양이 다른 기존의 여러 부품을 조립할 때 모양은 달라도 서로 호환성 있게 결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볼트·너트·훼스너 등의 체결 부품을 공용화해 체결부품의 종류를 줄이고 작업의 편의성을 추구하여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마지막으로, 표준화(標準化)다. 이는 신규제품이나 모듈을 만들 때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부품의 규격 또는 성능을 현장 맞춤으로 제작하여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사전에 만들어진 여러 개의 부품 중에서 선택하여 적용하는 경우다. 예컨대 통로는 녹색 칠을 해라, 설비의 위험 부위는 황색으로 하라 등의 주문은 사전에 결정한 표준 색상인 것이다.서비스 R&D를 통한 MFM(Mass Flow Metering) 활동의 강화다. 기업 활동은 지금까지 '제품의 대량 생산과 판매'에 중점을 두어왔다. 제품을 판매한 뒤, 소비자가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직접 관찰하고 개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판매 후 시장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제품개선에 반영하였는데, 정보 입수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고객만족에 별 도움이 못되었다. 그런데 스마트 시대에 들어와 사물지능의 초연결성과 상호작용을 활용하여 제품을 판 뒤에도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가 실시간 (Real Time)으로 입수 가능해졌다. 시장변화에 바로 대응해 문제점을 제품에 반영될 수 있게 된 것이다. MFM 활동을 통한 '서비스 R&D'가 중요하게 되었다.쉽게 설명하자면 제품을 판매한 후 스피드한 서비스를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어떤 종류의 사람이 어떤 상품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또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고객으로부터 획득한 데이터 정보를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제품에 반영하거나, 일정한 시간 동안 모았다 기회가 되면 일시에 반영해야 한다. 데이터 정보를 모았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반영하면 개선 속도가 느려 스마트시대에는 효과가 없다. 도출된 문제점의 경중(輕重)에 따라 먼저 경미한 문제인 '점의 문제점(M·mino Change)'은 간단한 개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품에 반영하고, 다음으로 '선의 문제점(F·Facelift)'은 제품 모양을 부분적으로 변경하여야 하는 규모가 큰 개선이기 때문에 월 단위로 제품에 반영하고, 마지막으로 '면의 문제점(M·model change)은 모델을 변경하여야 하는 수준의 문제점으로 6개월 정도 단위로 실시하며, 유관기법과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스피드한 개선을 함으로써 고객 만족을 추구하는 방법이다.향후 기업 활동이 서비스 중심 사업 모델로 변화됨에 따라 지금까지는 물리적 제품을 개발하는 '공학 기술'이 R&D의 중심이 되는 제품개발의 R&D 사고에서, 향후에는 사물지능이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의 잠재된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려는 '서비스 R&D'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스마트 제조혁신을 처음 시도하는 기업은 스마트 공장에 대한 기술이 없으므로 숙련된 기술자 양성을 위한 '표준화된 스마트 기술 훈련 과정'을 최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 기술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스마트 기술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조업 강국 독일에선 기술자들이 '스마트 표준 기술 훈련'을 실시하기 위하여 어떤 회사나 어떤 공장에서도 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국가와 기업이 주도적으로 교육을 실시하여 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와 연계하여 협력업체의 지도 또한 표준화된 기술자 양성 과정을 통해 육성하여야 한다.기업에는 경영상 관리하여야 할 많은 관리항목이 있는데, 지금까지 부문별로 분산되어 운영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이 모든 관리항목을 통합하여 데이터 근거에 기반한 '관리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크게 보면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가 제품에 접목돼 가치를 높이는 것과 데이터가 기업 업무에 접목돼 생산성을 높이는 것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기업 업무는 단순히 생산과정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조직·전략·마케팅·생산관리·재무·회계와 같은 경영의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를 근거로 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IoT와 빅데이터, AI는 예전에는 구할 수 없던 방대한 데이터를 저비용으로 실시간(Real Time)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이를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낼 수 있게 되었다. ━ 표준화된 스마트 기술자 양성해야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는 사람이 일일이 제품을 조립하고 포장하고 기계를 점검할 필요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공장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설로 완전 교체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큰 공장들은 어느 정도 오랜 기간 동안 조금씩 ‘자동화’나, 소프트웨어를 도입해왔기 때문에 스마트 공장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공장 자동화가 한층 더 진화된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대체적인 개선 진행의 윤곽은 감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자체 개선으로 가능하다. 신규 스마트 공장의 건설보다는 기존 공장의 개선을 통해 스마트 공장화 하여야 기술적 착오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단계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져 비용이 적게 들게 되며, 제일 중요한 기술 축척을 할 수 있게 된다. 신규 스마트 공장을 신축할 경우 아직까지는 사내에 전체 진행을 자세히 알 수 있는 전문가가 없기 때문에, 외부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또한 단기간에 일시에 설치하게 되므로 경험과 사전교육이 전무한 기존의 직원으로서는 신기술을 전수 받기 어렵다.그러므로 기술 축적이 어려우며, 안정까지 많은 비용이 투입되며, 장기간 기술적 독립이 어렵게 된다. 그래서 오래된 기존 공장을 수준에 맞게 단계적으로 스마트 공장 체제로 변화시키는 것이 모든 점에서 이점이 많다. 아날로그 수준의 공장을 스마트화시키기 위해서는 구형의 설비에 최신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와 디바이스 설치에 문제점들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아래와 같은 내용을 하나하나 단계별로 개선해나가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구형의 공장을 스마트화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기존 설비의 정비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고, 우선 공장 곳곳에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스마트 기기인 사물 인터넷 센서와 카메라를 부착하여야 하며, 이 센서와 카메라들이 현장의 크고 작은 모든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각종 장비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설치하여야 한다.이렇게 공정마다 수집된 데이터는 개별센서, 센서모듈 게이트웨이서버(Gateway Server)를 거쳐 이더넷 서버(Ethernet Server) 시스템에 모이게 되는데, 이를 위해 공장은 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저장도 하고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분석이 가능하게 시스템을 구성하여야 한다.이렇게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똑똑한 인공지능은 어디에서 불량품이 발생했는지, 어디에서 기름이나 유해가스가 새는지, 어떤 기계나 설비에 이상 징후가 보이는지(Before Service)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공정 중에서 발생한 불량이 다음 공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각종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이용해 기계적으로 어느 공정에서 조치할지 등도 판단해 전체 공정을 제어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공장은 각각의 공정별로 자동화가 이루어져 있는 탓에 앞뒤 공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현장의 관리, 감독자가 직접 현장에서 조치하는 구조였다.그러나 스마트 공장에서는 모든 설비나 장치가 무선용인 와이파이(WiFi)나 지그비(Zig bee)와 블루투스(Blue tooth)용인 지웨이브(Z-wave) 등의 단거리무선통신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여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판단할 수 있는 최적의 생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존 공장을 스마트화하기 위해서는 공정별로 ‘점(點)의 개선’을 먼저 하고 다음에 점의 개선을 모아 Line 단위로 ‘선(線)의 개선’을 실시하고 최종적으로 전 Line을 통합한 공장 전체를 시스템 및 네트워크화 하는 ‘면(面)의 개선’을 단계적으로 해야 무리 없이 스마트 공장 체제를 확립할 수 있게 되어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이 완성된다.※ 백대균은… ‘죽은 공장도 살린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컨설턴트다. 1989년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를 설립했다. LG전자 창원공장의 생산 라인을 시작으로 국내 1000여 개 업체의 컨설팅을 해왔다.

2018.01.26 17:18

9분 소요
재무구조 탄탄한 ‘알짜 공기업’

산업 일반

한국전력은 전력을 공급하는 국가 기간산업체로 전국 254개 사업소에서 2만여 직원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공기업이다. 자산규모 61조6268억원, 이 중 부채는 19조4212억원으로 재무구조 역시 매우 건실하다. 전력 판매량은 총 3324억kWh며, 이 중 생산부문이 전체의 50.2%를 점유하고 있다. 2005년 기준 최대전력은 5463만kW를 기록하였으며 공급예비율은 11.3%였다. 한전은 송배전 손실률, 전압과 주파수, 정전 시간 등 국제기준으로 봐도 각종 전기 품질이 우수하다. 동양 최초로 765kV 2회선 송전망을 자체 기술로 건설함으로써 송·변전 전력기술을 비롯한 초고압 전력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2005년 말 기준 매출액 25조원, 당기순이익 2조4000억원을 거둬들였다. 한전은 2005년 배전 전압 220V 승압사업을 32년 만에 성공적으로 완료함으로써 고품질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으며, 변전설비 2억kVA 달성으로 세계 5위권 전력회사로 도약했다. 왜 신이 내린 직장인가 · 비연고지 근무 사택 제공 · MBA 등 석·박사 과정 지원 · 해외연수 프로그램 수시 제공 그간 꾸준한 서비스 개선 노력을 통해 ‘공기업 고객만족도 7년 연속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로부터 국가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미국 에디슨전기협회가 주관하는 전력산업계 최고 권위의 상인 에디슨 전기 대상을 받은 것도 한전의 실력을 입증한 사례로 거론된다. 선택적 복지제도 운영 해외사업 진출도 활발한 편이다.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성능 복구 및 운영사업이 그 첫 번째 성과다. 이 발전소는 현재 필리핀 최고 성능의 고효율 발전소로 탈바꿈해 상업운전을 하는 데 성공했다. 치열한 국제경쟁을 통해 수주한 필리핀 일리한 발전소는 미국 ‘파워’지에 세계우수 발전소로 선정됐으며, 매출액 규모로 필리핀 내 10대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필리핀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중국, 레바논 등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의 대졸 신입 연봉은 28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다.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져 매년 다소간의 변동이 있다. 상여금은 기본 300%에 경영평가에 따른 플러스 알파가 있다. 선택적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오지 등 비연고지 근무자에게 매입 사택 또는 전세 사택을 제공한다. 동·하계 체련장을 운영하며 2자녀 이상 출산 때는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한전의 입사 후 교육 시스템은 공기업 중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경영 후계자 양성 과정으로 서울대 경영자 과정, 해외 경영자 과정, MBA 과정, 석·박사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분야별 미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금융·재무·전략·법률 등 국내 전문교육 및 자격증 취득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전은 학력·연령 제한을 폐지, 철저한 능력 위주의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 논술시험을 실시해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고 3단계의 강화된 면접과 인성·적성 검사를 도입했다. 전공 분야에 대한 철저한 지식과 함께 현장 적응성이 뛰어난 인재를 원한다는 것이 한전 인사담당자의 말이다. 우리 회사 이래서 좋다 “나는 커리어 우먼이자, 멋진 주부” 나는 우리 회사 정보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IT 인프라 환경을 구축하고, IT 자원(전산설비-주전산기 및 서버의 HW, SW)을 유지·보수하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 맡은 업무는 본사 및 전국 사업소에서 운영되는 전산설비의 유지·보수 계획 수립, 예방점검 및 장애복구를 하는 일이다. 고객과 직원이 사용하는 정보 시스템이 24시간 365일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회사의 전국 전산설비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전산자원 종합상황 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전산실에서 설비의 운영상태·성능을 점검하면서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한다. 집 한 채보다 비싼 설비들을 직접 볼 때는 평소보다 설비 관리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진다. 내 업무에 대한 체계적 접근과 신속 정확한 업무 수행을 위해 각종 설비와 유지·보수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있으며, 유지·보수 협력업체와 긴밀히 협조할 수 있도록 평소 관련 회의와 대화를 자주 한다. 전산설비 고장은 고객의 피해로 직결된다. 그래서 초년병인 내가 이 업무의 담당자라는 것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고 긴장과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그래도 판매 SI 시스템 및 ERP 시스템 등 중요 서버들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때는 보람을 느낀다. 설비 장애복구나 운영 부분에서 내가 고민하고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를 맺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 내·외부 고객에게 감사의 말을 들을 때도 그렇다. 일하는 재미가 절로 난다. 지원업무라는 인식이 강해 업무를 하면서 섭섭함을 느낄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내 일을 통해 고객의 전기 사용이 유용하고 편리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저절로 느껴진다. 소리 없이 한전을 움직이는 비중 있는 업무라고나 할까. 우리 회사가 좋은 이유는 많다.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회사에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며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직원 교육을 중요시하는 회사 분위기로 사내 교육원과 사이버 교육의 커리큘럼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본인이 원한다면 담당 직무나 경영, 어학분야까지 공부할 수 있다. 또한 일정 자격이 주어지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여러 해외연수 프로그램 및 대학원 지원 혜택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런 점은 내가 우리 회사에 지원하게 된 큰 동기였으며, 현재도 자기계발에 소홀하지 않도록 나를 독려하는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회사가 좋은 직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산후휴가나 육아휴직이 확실히 보장돼 있는 점이다. 여성 직원이 직장인이기에 앞서 엄마라는 사실을 회사에서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일과 가정생활 어느 하나 포기하는 일 없이 양자를 균형있게 꾸릴 수 있는 직장이 한전이다. 나 역시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 멋진 주부라는 2개의 직함을 얻는 게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 근무환경이나 급여조건 등 다른 장점도 많지만 인재 양성에 대한 많은 노력과 지원, 여성 인력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가 우리 회사의 큰 힘과 잠재력이라 생각한다. 탁선옥(본사 정보화추진처)

2007.02.12 14:08

4분 소요
[스웨덴 볼보에 가다] 누가 타도 안전은 영원하다

산업 일반

"Volvo should be Volvo.” ‘볼보차는 볼보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스웨덴 볼보자동차의 새 중대형 세단 ‘뉴 S80’의 개발 책임자인 실비아 귈스도르프 이사는 신차 개발 컨셉트를 이렇게 단정했다. 아무리 새롭게 개발한 차라도 볼보의 전통을 지켜간다는 얘기다. 볼보자동차는 사실상 미국 기업이다. 1999년 3월 미국 포드자동차가 이 회사 지분을 100% 인수했기 때문이다. 주인이 포드로 바뀐 지 올해로 8년째. 하지만 볼보는 ‘스칸디나비안 차’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볼보차 고유의 디자인과 회사 모토인 ‘안전’ 및 ‘친환경’은 바뀔 수 없는 원칙이라는 것이다. 귈스도르프 이사는 “차체 분야는 포드에서 도움을 받고, 안전 분야는 포드에 기술을 전수하는 등 양측이 활발히 기술 제휴를 하고 있지만 신차 개발은 포드로부터 간섭을 받는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스 위크만 부사장은 “볼보는 포드 내 여러 브랜드 중 하나지만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드에 인수된 이후에도 볼보가 독자 행보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스웨덴 예테보리 본사 및 투슬란다 공장에서 그 답을 찾아봤다. 스웨덴 남부에 있는 항구도시 예테보리. 인구 50만 명이 채 안 되지만 스웨덴에선 수도 스톡홀름 다음으로 큰 도시다. 영어로 ‘고텐부르크’로 불리는 이 도시는 스웨덴 조선업과 기계산업의 중심지로 볼보자동차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9월 7일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버스를 타고 예테보리를 출발해 20분가량 달리자 널찍한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볼보자동차 투슬란다 공장이다. 볼보의 주력 공장인 이곳에선 뉴 S80을 비롯해 왜건 ‘V70’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70’ 및 ‘XC90’ 등이 생산된다. 지난해 판매된 볼보 차량 44만3947대 중 18만3518대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이중 문이 달린 공장 입구를 통과한 뒤 판매할 차량이 주차해 있는 야적장을 지나 볼보체험센터(Volvo Car’s Brand Experience Center) 앞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곧바로 작은 열차 형태로 만든 견학 차량에 올랐다. 차에 타자마자 마이크에서 나온 첫 안내 멘트는 “카메라와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를 잠시 수거하겠다”는 것이었다. 산업 보안이 철저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964년 설립된 투슬란다 공장은 부지 면적이 8㎢(약 242만 평)에 달하며, 프레스·도장·조립라인 같은 생산시설과 함께 충돌시험장·안전센터가 들어서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5500명이 주 5일 3교대 근무를 한다고 했다. 페인트나 기름 냄새 없는 공장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자동차 조립라인. 엔진 및 각종 부품을 장착해 완성 차를 만든 뒤 최종 점검을 하는 곳이다. 공장 내부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쾌적했다. 페인트나 기름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친환경 차를 표방하는 만큼 근무 조건도 최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란다. 이 공장의 하루 평균 생산 규모는 800대가량. 대량 생산체제가 아니라서 여유가 느껴졌다. 차 바닥 부분에 부품을 설치하는 공정에선 작업자가 공기압으로 차체를 허리 높이만큼 들어올리도록 한 장치가 눈길을 끌었다.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한 조립라인엔 여러 종류의 차체가 동시에 올려져 있었다. 똑같은 차종을 일관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주문에 맞춰 그때 그때 차종을 바꿔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유연생산체제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차체에 맞춰 들어갈 부품이 컴퓨터로 자동 공급함으로써 조립작업이 차질없이 이뤄진다고 한다. 40여 분에 걸친 조립라인 견학이 끝난 뒤 다시 볼보체험센터로 돌아왔다. 이 센터는 볼보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인 ‘친환경’과 ‘안전’을 홍보할 목적으로 지난 3월 개관했다. 친환경 코너엔 볼보의 바이 퓨얼(Bi Fuel) 차와 플렉시(Flex) 차가 전시돼 있었다. 95년 출시한 바이 퓨얼 차는 바이오 메탄을 쓰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다고 한다. 바이오 메탄을 가득 채워 갈 수 있는 거리는 200㎞ 남짓. 이 때문에 이 차엔 가솔린 연료통(29ℓ)도 장착돼 있다. 바이오 메탄을 주입할 수 있는 주유소가 많지 않아 갑자기 연료가 바닥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메탄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연료가 가솔린으로 대체되므로 차가 멈춰설 염려는 없다. 2.4ℓ 엔진을 장착한 세단 ‘S60’과 왜건 ‘V70’ 두 모델이 나오고 있다. 순간 가속 성능이나 고속 주행 능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환경 문제가 부각되면서 이 차 판매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2004년보다 627대가 늘어난 2105대였다. 볼보는 바이 퓨얼 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플렉시 차를 내놨다. 이 차는 E85(에탄올 85%와 가솔린 15%를 혼합한 연료)라는 연료를 사용해 각종 성능이 가솔린 차와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가솔린 차의 80%까지 줄일 수 있다. 1.8ℓ 엔진을 단 S40과 V50 두 모델로 선보인 이 차는 지난해 출시 두 달 만에 378대가 팔렸다. 전시관 한쪽엔 질소산화물 등 유해 배기가스를 98%까지 제거하는 삼원촉매전환장치를 볼보가 76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는 내용이 소개돼 있다. 직육면체로 차체를 쪼그라뜨린 전시물엔 현재 폐차의 85%(중량 기준)를 재활용하고 있으나 2015년엔 재활용률을 95%까지 높인다는 볼보의 계획이 담겨 있다. 사고조사팀 24시간 즉시 출동 볼보체험센터의 안전 코너에서 눈길을 끈 것은 조수석 쪽 옆면이 움푹 들어간 자동차였다. 스톡홀름 인근에서 측면 충돌 사고를 당한 볼보 승용차를 그대로 갖다 놓은 것이란다. TV화면엔 당시 이 사고를 충돌시험으로 똑같이 재현하는 장면과 사고 당시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다는 탑승자가 시험 결과를 평가하는 모습 등이 나왔다. 볼보엔 ‘안전한 차’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실제 볼보는 ▶44년 안전객실(Safety Cage·교통사고 때 변형을 최소화한 차 실내)을 도입했고 ▶59년엔 현재 모든 차에 장착되고 있는 3점식 안전벨트를 세계 최초로 장착했으며 ▶64년엔 뒤로 향하는 어린이 안전시트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는 등 안전한 차를 만드는 데 앞장서 왔다. 70년엔 사고조사팀을 만들어 스웨덴 각지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연구해 오고 있다. 이 팀은 그동안 3만3000여 건의 다양한 교통사고를 조사했다. 예테보리시 반경 100㎞ 이내에서 볼보차가 관련된 사고가 나면 한 시간 내에 출동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경찰과 동시에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24시간 대기한다. 조사팀은 현장에 도착하는 즉시, 사진 촬영을 하고 목격자·관련자들을 상대로 인터뷰한 뒤 사고 차량을 안전센터로 옮겨 사고 원인 및 피해 관련 정보를 모두 수집한다. 이를 통해 발견한 문제점은 담당 개발부서에 전달해 안전성을 개선하도록 한다. 한 예로 후방 추돌사고 때 경추(목등뼈) 골절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볼보는 98년 경추보호시스템을 개발해냈다. 이 장치는 추돌사고 순간 앞좌석 의자 등받이가 15도 뒤로 젖혀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설계돼 충격을 완화해준다. 빨리 날아오는 공을 받을 때 손을 뒤로 빼면서 받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볼보가 안전한 차를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안전센터다. 자동차 충돌시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안전센터는 860억원가량을 들여 2000년 완공됐다. 포드 인수팀이 투슬란다 공장을 실사할 당시 한창 건설 중인 안전센터를 보고 인수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곳은 최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780억원(6500만 유로) 상당의 설비를 갖춘 안전센터에선 연간 400회 이상의 충돌시험이 이뤄진다. 안전센터의 출동시험 시설은 시험차를 달리게 하는 길이 108m짜리 주행터널 두 개 가운데 하나는 중량이 600t이나 되지만 유압장치에 의해 부채처럼 90도까지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다. 다양한 각도로 충돌 테스트를 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것이다. 이 터널에 설치된 견인장치는 시험 차량의 속도를 최고 시속 120㎞까지 낼 수 있도록 해준다. 충돌시험을 하게 되면 초당 3000컷까지 찍는 고속 카메라 30대를 동원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다. 특히 충돌이 이뤄지는 중앙 부위 바닥은 유리로 만들고 밑에 10대가량의 카메라를 설치해 충돌 때 차체 하부에 어떤 변형이 일어나는지를 촬영하도록 했다. 최근엔 능동적 안전에 힘써 토머스 브로버그 수석 기술고문은 “컴퓨터로 실제 사고를 2㎝ 오차 범위 내에서 재현하는 게 가능하다”며 “승용차뿐 아니라 12t 트럭까지도 충돌시험을 할 수 있어 볼보차 외에도 다른 업체 차량의 충돌테스트도 대행해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차에 타는 사람의 신장과 체중이 다양한 만큼 충돌시험 때 사용하는 인형(더미)도 성인 남녀는 물론, 유아부터 임신부까지 100가지나 된다”며 “모든 사람이 타도 안전한 차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볼보는 요즘 사고 발생 때 탑승자를 보호하는 수동적 안전보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능동적 안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뉴 S80가 이를 보여준다. 이 차엔 주행 중 위험 거리 앞에 차가 있는 데도 제동페달을 안 밟을 경우 경고 신호와 함께 최단 거리에서 설 수 있도록 제동시스템이 비상 모드로 변하는 ‘충돌완화장치(CMS·Collision Mitigation System)’와 운전자가 사이드 미러로 볼 수 없는 측면에 차나 오토바이를 감지해 경고등을 켜주는 ‘사각지대 정보시스템(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이 달려 있다. 이 밖에 밤에 굽은 도로를 달릴 때 좌우 15도까지 조명각도가 자동으로 바뀌는 능동형 전조등(Active Bi-Xenon Light), 차 주행상태를 파악해 위험한 운전 상황에선 오디오 볼륨을 낮추고 차로 걸려오는 전화를 연결시키지 않는 지능형 운전정보시스템(IDIS·Intelligent Driver Information System) 등도 장착했다.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한다. 그러므로 볼보의 모든 차는 안전이라는 지상 과제를 기본으로 만들고 이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1924년 볼보자동차를 공동 설립한 아사 가브리엘손과 구스타프 라르손의 창업 정신이다. 이 정신은 1927년 볼보의 첫 차인 28마력짜리 ‘OV4’ 이후 이어지고 있다. ‘멀티 퓨얼’차를 아십니까? 다섯 가지 연료 마음대로 골라 사용 ▶액체연료와 기체연료를 따로 넣을 수 있도록 돼 있는 멀티 퓨얼 차. 다섯 가지 연료를 골라 쓸 수 있는 차. 기존 연료가 마땅치 않으면 다른 것으로 바꿔 넣어도 아무런 문제 없이 달리는 차. 이런 자동차가 곧 나온다. 볼보자동차의 멀티 퓨얼(Multi Fuel) 차다. 이 차는 하이탄(수소 10%와 메탄 90% 혼합)·바이오메탄·천연가스 등 세 가지 가스 연료와 E85(에탄올 85%와 가솔린 15% 혼합)·가솔린 등 두 가지 액체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차의 연료 주입구는 가스용과 액체용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연료 탱크도 트렁크 밑과 뒷좌석 양쪽 아래 등 세 곳에 설치한 가스용(98ℓ) 트렁크와 오른쪽 뒷좌석 밑 공간에 설치한 액체용(29ℓ) 등 두 가지가 달려 있다. 기체 연료통은 충돌사고는 물론, 화재나 충격 때에도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설계됐다. 액체나 기체 연료 변환은 운전석 앞에 달린 스위치만 눌러주면 된다. 이 차는 1995년 바이오메탄·가솔린 겸용으로 출시한 바이 퓨얼(Bi Fuel) 차와 지난해 E85 사용 플렉시(Flex) 차에 이어 세 번째 친환경 차로 개발됐다. 볼보가 이 차 개발에 나선 것은 2001년. 바이 퓨얼 차와 플렉시 차의 문제점인 연료 주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친환경 연료는 가솔린이나 경유처럼 아무 주유소에서나 넣을 수 없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연료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앞의 두 차가 동급 가솔린·경유차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점도 개선했다. 현재 개발된 차는 다섯 가지 연료 연소가 가능한 5기통 2.0ℓ 엔진을 장착했다. 최대 시속 228㎞까지 낼 수 있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8.7초 걸린다. 연료를 고압축 상태에서 연소시킴으로써 연비를 높여 가솔린 8.4ℓ나 메탄 8.9ℓ로 100㎞를 갈 수 있다. 이 차 개발 책임자인 매츠 모렌 프로젝트 팀장은 “바이 퓨얼 차와 비교할 때 경제성은 5~6%, 성능은 40%까지 개선됐다”고 말했다. 볼보는 멀티 퓨얼 차의 상용화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친환경 자동차 경연대회 ‘미셸린 챌린지 비벤덤’에서 가속·제동·소음·배기가스 등 4개 부문에서 금메달을 받는 등 호평을 받은 만큼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모렌 팀장은 “양산 결정만 내려진다면 2~3년 뒤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판매가격은 3만 유로(약 36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차의 상용화가 실제 이뤄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독일 BMW가 지난 9월 14일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 수소차를 개발해 2007년 4월에 시판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수소차는 배기가스 없이 수증기만 배출하는 완벽한 친환경 차로 알려져 있다.

2006.09.18 13:49

9분 소요
설땅 잃는 한국 원전

산업 일반

몇 달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국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 정례 보고서 초안을 받아든 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눈을 의심했다. 한국이 만든 신형 경수로 ‘APR1400’ 원전이 일본 제품으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APR1400은 한수원이 한국 표준형 원전 ‘OPR1000’을 토대로 1992년부터 10년간 2300여억원을 들여 개발한 신형 노형이다. 원천 기술은 미국에 있으나 개발 주체는 엄연히 한국이다. 우리가 수출에 주력하는 노형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OECD에 연락을 취해 한국 제품으로 바로잡았다. 정례 보고서 초안은 OECD 내 원전 전문가가 작성한다. 일반인도 아닌 원전 전문가가 한국 제품을 일본산으로 오인했다는 말이다. 결국 국제사회에 ‘APR 1400=한국 원자로’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홍보가 덜 된 탓이다. 서 교수는 10년간 공들여 만든 신형 원전을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홍보를 못했나 싶어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고 돌이켰다. 한국 원자력산업은 “홍보에서 수출까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자세로 일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단계”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은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완공 이후 총 20기의 원전을 건설하면서 인력과 기술을 키워왔다. 따라서 한국 원전의 평균 이용률이나 원전 운영 경험은 세계적 수준이다. 80년대 이후 원전 건설이 없었던 유럽·미국과 달리 한국은 90년대 들어서만 11기를 건설하고 가동해 본 경험이 있다고 유승봉 한수원 해외사업처장은 밝혔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전 부품과 인력 수출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에 더 지을 원전은 많아야 7~8기뿐이다. 따라서 지금의 산업 규모와 기술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반드시 원전 수출이 활발해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한국 원전의 중국 진출에 최근 몇 년간 지나칠 정도로 집착해 왔다(관계기사 22쪽 참조). 하지만 한국은 플랜트 수출의 전제조건인 원천기술이 없고,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 장악으로 부품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 원전산업의 가장 큰 위협은 세계 원전업계의 재편이다. 한국의 몇몇 원전 전문가는 지난 2월 일본 도시바의 미국 웨스팅하우스 소식을 접하곤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 가압경수로 공급업체인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월 일본의 도시바에 54억 달러에 매각됐다. 도시바는 2015년까지 원전산업을 지금의 3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균렬 교수는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우리가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큰 지각변동”에 비유했다. 비등수형원자로(BWR)만을 판매해온 도시바가 가압수형 경수로(PWR)를 가진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다면 원자력업계의 천하통일에 버금간다는 사건이라는 뜻에서다. 따라서 원전 전문가들은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한국 원전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부품 수출과 원천기술 확보 양쪽에서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웨스팅하우스를 대신해 한국에 핵심 원전 기술을 공급하게 될 도시바가 기술 사용료를 올려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생산하지 못하는 원자로 냉각제 펌프 가격이 벌써 들썩인다고 서 교수는 전했다. 자체 부품 생산 기지를 두지 않은 웨스팅하우스는 새 원전을 수주하면 두산 등 국내 기업들에 하청을 줘왔다. 원전 2기를 지으면 어림잡아 2억 달러 이상의 부품과 기자재를 웨스팅하우스가 공급하는데 이 중 상당액이 국내 기업을 통해 공급됐다. 도시바가 끼어들면서 사정은 변했다. 비록 노형은 다르지만 도시바는 부품 생산 경험과 시설을 갖추었다. 궁극적으로 부품과 기자재를 자체 공급하려 들 게 분명하다. 국내 기업들에 떨어지는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도시바는 아시아지역 원전 수출에 상당한 야심이 있다. 웨스팅하우스 인수에 투자한 자본을 2015~2020년까지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플랜트 수출 시장뿐 아니라 한국이 상대적으로 강한 부품·기자재, 인력까지도 도시바가 잠식하리라고 프랑스 원자력에너지 그룹 아레바 코리아의 이진우 부사장은 내다봤다. 도시바 때문에 원전 플랜트 수출(원자력 발전소를 통째로 건설해 납품하는 경우) 가능성은 지금보다 더 희박해졌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30년간 한국과 거래해 온 웨스팅하우스는 기존의 신뢰관계에 기초해 몇몇 기술을 한국에 양보할 여지가 있었다. 새 주인이 된 도시바는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챙기려 들지 모른다는 분석이다. 아레바 코리아 이진우 부사장은 “도시바 뒤에 있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원전 플랜트 시장 참여를 허용할 리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업계의 시각을 전했다. 특히 요즘의 한·일 관계나 일본 정부의 일방적 행보를 보면 더욱 그렇다. 아시아권 원전 플랜트 시장 석권을 노리는 일본이 원천기술로 한국의 발목을 잡는다는 시나리오다. 한국수력원자력 이희용 사업전략팀장도 “중국, 베트남, 동남아 등 곳곳에서 한국과 일본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느긋한 쪽은 정부다. 이인호 산자부 원자력산업팀장은 도시바의 웨스팅하우스 인수가 다소 우려를 낳지만 여건이 크게 바뀌진 않는다고 했다. 이 팀장은 “원전 수주는 기존 방식대로 하면 되고, 단지 기자재·부품을 공급하는 두산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이 수출에 차질을 빚는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생각하듯이 파장은 간단치 않다. 서균렬 교수는 “문이 열리면 수출이 문제가 아니고 역수입이 우려된다”고 했다. 도시바가 저가의 물량공세를 펼칠 경우 한수원 등 원전업체들이 국내산을 두고 외국산 부품과 기자재를 구입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원자력발전소 기자재 공급과 시공 분야는 1997년부터 개방됐다. 설계 엔지니어링과 원전 연료 부분은 머지않아 개방이 불가피하리라고 업계는 예상한다. 개방경제 하에서 시장의 논리는 예외없이 적용되는 법이다. 물론 정부나 한수원이 정책적으로 국내 산업 보호에 나서겠지만 한계는 있게 마련이다. 한국 원전산업의 대외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타개책은 제한적이다. 우선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확보하는 방안이 하나다. 그러자면 지금까지 원자력 연구개발에 투자해온 비용과는 비교하기 힘든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쏟아부을 각오를 해야 한다. 게다가 기술 선진국들이 한국의 독자개발을 순순히 도와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장 기술 지원 중단 시사 등 유·무형의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다른 기술 지원 통로의 개척도 한 방법이지만 한·미 간 특수관계를 고려하면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 위험부담을 피하고 싶고, 엄청난 기술 투자가 버겁다면? 플랜트 수출을 포기하고,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원전과 앞으로 지을 원전을 관리할 기술 정도만 보유하면 된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막대한 돈을 들여 육성해온 설계, 건설, 운영, 검사 기술과 인력은 오갈 데 없어진다. 2004년 말 원자력산업 종사자는 2만1200명에 이른다. 만약 국내 원전 건설이 중단되고 플랜트 수출의 길이 열리지 않으면 이들 인력이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사람을 잃으면 기술도 잃는다. 기술을 버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원자핵공학을 전공한 제주대 정범진 교수는 말했다. 한수원 해외사업처 윤용우 부장도 “원천기술의 독자 개발이 정부와 업계의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플랜트 수출로 한국 원자력 산업의 규모를 계속 키워나가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의 원전 수출은 지금까지 민간이 아니라 정부 재투자기관이 주도해 왔다는 문제가 있다. 그만큼 수출의 추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 원자력산업계는 한국전력 그룹을 중심으로 특화된 원전사업체들의 집합으로 연결돼 있다. 정부투자기관인 한국전력이 100% 출자해 만든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재투자기관으로서 국내 원전시장을 독점해 왔다. 그 주변에서 엔지니어링을 맡은 한전기술㈜ , 주요기기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 유지보수를 맡은 한전기공㈜ 등이 분야별로 지원하는 체계다.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동아건설, 대림산업 등이 원전 건설에 참여한다. 현재 한국 원전의 해외 홍보와 원전 플랜트 수출의 마케팅은 한수원이 도맡아 한다. “어설프게 엮인 데다 일부 업무는 상충하는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서울대 서균렬 교수는 지적했다. 경희대 황주호 교수팀이 ‘원자력 산업기술 개발사업 중·장기 추진방향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던 2003년 당시로 돌아가 보자. 황 교수팀은 당시 산업자원부, 학계, 업계의 원전 전문가 26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원전 핵심 관계자들은 직접 만나 인터뷰도 했다. 한전 계열사 관계자들을 접해본 황 교수팀은 “현재 차지하는 역할과 위치에 만족하고 배고프지 않은 듯했다. 수출 열의도 그리 뚜렷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피력했다. 공기업이다 보니 실적 부담이 많지 않아 악착같이 덤비는 맛이 덜했다는 지적이다. 두산중공업의 실무자들이 황 교수팀과의 면담 과정에서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한전 같은 정부 투자기관의 그런 모습은 일견 당연하다. 지배계층의 시각이다. 두산의 경우 당장 실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먼 산 바라보듯 뒷전에서 여유를 부릴 순 없다. 배고픈 이리떼와 배부른 이리떼가 들판을 거니는 차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원전 수출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한전과 한수원을 바라보는 민간 기업의 시각이 차갑다 못해 냉소적이다. 학계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 교수는 “한수원 입장에서는 수출이 되면 좋고 안 되어도 그만이다. 발전소만 돌리면 이익이 남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수원 중심의 원전 수출은 구조적으로 탄력을 받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어떤 방향으로 구조를 변경해야 하는지 업계는 이미 잘 안다. 원전 관련 장비 개발업체 한빛파워서비스의 전재풍 회장은 “한국도 원전을 플랜트 단위로 수출하려면 더 늦기 전에 수출전략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전 회장은 원전 수출에도 비즈니스 마인드를 도입하자고 했다. 그래서 원전 건설 경험이 있는 두산중공업 등 국내 민간 건설업체와 원자력 증기 계통 설계능력을 갖춘 한국전력기술이 결합해 수출을 주도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나 프랑스의 아레바 등 해외 대표적인 원전 수출 업체들은 하나같이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다. 이들은 한수원처럼 직접 원전을 운영해 전력을 생산해 파는 일이 주요 업무가 아니다. 원전 설계와 주요 부품 제조를 전문으로 하면서 플랜트 해외 수출에 주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 같으면 한국전력기술과 두산중공업이 합하면 이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양사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수출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난 3월 15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원자력계 조찬 간담회에서 김대중 두산중공업 부회장도 지금의 체제로는 경쟁력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자력 기술 도입 초기에는 지금처럼 사업기능을 여러 기관에서 분담토록 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체계로 간다면 외국 기업에 견주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김 부회장은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당장 원전산업 체제의 방향을 제시할 수 없지만 어떤 방향이든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체제, 의사결정이 일사불란한 체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체제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은 “인식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원자력 기술 자립단계에서는 기관별로 업무를 분장했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선도적 역할(leading role)을 하는 구심점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산업자원위 소속 최철국(열린우리당) 의원도 “한전이 자회사로 분리된 이래 한전원자력연료, 한전전력기술과의 연계마저 약화됐다. 세계시장 진출도 설계회사, 운영회사, 연료회사, 시공회사가 각개약진하는 실정”이라며 변화를 다그쳤다. 학계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황주호 경희대 교수는 “기술이 부족하면 민간 기업의 투지로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업의 해외시장 마케팅은 이미 한계에 왔다는 의미다. 제주대 정범진 교수는 “지금까지 배부르고 편안한 수출을 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나 도시바는 민간 기업인데 반해 프랑스의 아레바는 국영기업이다. 결국 지배구조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성원들의 자세가 승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 반응은 시큰둥하다. 산자부 이인호 원자력산업 팀장은 “지금 같은 한수원 주도 수출 시스템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간 비즈니스 마인드가 도입되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를 댔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혼란도 무시하기 힘들다고 했다. 따라서 산자부는 “원전 수출 구조 개편에 관해 당장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런저런 부작용 때문에 못하겠다는 얘기다. 수출 시스템 변화가 힘든 이유를 정범진 교수는 “주도권 다툼의 측면도 있다”고 풀이했다. 한수원이 원전 수출을 표방하며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한국전력기술과 두산중공업은 자세를 낮춰야 한다. 한국전력기술은 한수원과 같이 한전의 자회사고, 두산중공업은 협력업체 격이기 때문이다. 따로 자기 몫을 챙겨오던 기관들이 통합하게 되면 불협화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국내 관련기관 간의 공조체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원전업계에서는 오래된 얘기다.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한국이 우위를 가진 분야마저 해외 업체들에 내줄지도 모른다. 서균렬 교수는 “사람이나 기계를 떼어다가 한 울타리에 가둘 순 없겠지만 지금처럼 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원전 건설, 운전 분야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미국·일본이나 유럽 업체들이 원전 건설과 운전 노하우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 결국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를 가진 구심점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는 최고권력자가 작심하고 밀어붙이지 않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서 교수는 덧붙였다. 정부의 무관심과 업계의 먹이사슬 구조가 수출구조 혁신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누가 수출을 주도하느냐는 문제 못지않게 그렇다면 무엇을 수출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플랜트 수출을 하려면 기술이전을 해줄 만한 원천 기술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의 원전 기술은 어느 수준일까? 원자력 발전의 출력면에서는 세계 6위의 강국이다. 2005년도 한국 원전의 평균 이용률(설비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은 95.5%로 세계 평균 79.3%를 훨씬 앞지른다. 2000년 이후 6년 연속 90% 이상의 이용률을 기록했다(2004년 원전 이용률은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원전 가동률(365일 대비 실제 가동시간)도 1990년 이래 평균 80% 이상이다. 하지만 원자력계 내부의 평가는 냉담하다. 한수원 안전기술처와 서울대 기초전력연구원은 얼마 전 ‘원전 기술 고도화사업 종료 이후 원전 기술의 선진화 및 후속사업 기획 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원전 기술을 원전 기자재, 원전 설계, 기계 설계, 원전 시공·건설, 원전 운영, 유지 보수, 인허가, 산업기술 기준 등 8개 요소로 분류했다. 8개 요소 모두 선진국 기술 수준(90~100%의 기술 획득)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정부가 자랑하는 원전 운영과 시공·건설도 85%에 그쳐 선진국 수준과는 격차가 여전하다. 나머지 6개 요소는 아예 중진국 기술 수준이다. 독자적 원전 기술을 확보하려고 99년부터 2006년까지 3100여억원을 투자한 ‘원전기술 고도화 사업’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출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반 기술 확보와 기술 고도화 실적이 미흡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기술 수출을 활성화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황주호 경희대 교수가 2003년 작성한 ‘원자력산업 기술 개발사업 중·장기 추진방향에 관한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조사에 응한 원전 전문가 260여 명 중 45%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당장 플랜트 수출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반면 48%는 최소 3년에서 최장 5년 정도의 기술개발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마저 기존 원전의 복제 건설이라는 제한된 가정 위에 이뤄진 조사다. 원전을 독자적으로 수출하는 데 필요한 원천기술의 개발은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더 걸린다고 학계와 관련업계는 추산한다. 현재까지 확보된 원자력 기술은 대부분 국내 실시권(사용권)만 보유하고 있다. 원자력 기술 수출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기술진은 말한다. 정범진 제주대 교수는 “원전 기술 개발은 천재가 필요한 분야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기술력은 투자된 돈과 시간에 비례한다는 말이다. 정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92년 과기부에서 원자력 기술 개발 중장기 계획을 세웠는데 지금까지 고작 수천억원이 투자됐다. 원전은 거대 과학이다. 그에 걸맞은 투자 없이 독립은 없다. 한국의 원자력 산업 기반도 옹색하기 그지없다.” 인력만 해도 그렇다. 원자력 공학과 6개 학과, 전공 교수 50여 명이며, 원자력·방사선 전공자는 1500여 명에 불과하다. 원전 기술 독립에 성공한 프랑스의 예를 보자. 원천 기술을 미국으로부터 들여왔지만 3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독자 노선을 걷는다. 프랑스는 1950년대 후반 원천기술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사왔다. 이후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연구개발을 추진, 독자적인 설계·운영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그들만의 설계 코드와 설계 언어를 개발하고 반복되는 실험으로 성능을 검증했다. 81년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와의 기술 협정을 폐지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미국으로부터 기술적 지원을 일절 받지 않았다. 이런 게 기술 독립이다. 물론 한국과 프랑스는 출발 당시 기술 수준이 다를 뿐더러 원전 개발에 투자하는 예산 규모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이진우 아레바 코리아 부사장은 “기술개발비가 적어도 10배 이상은 차이가 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70년대 미국에서 기술을 수입한 이래 지금도 기술 종속국이다. 10년 단위로 미국 측과 기술사용협정서를 맺어 원천 기술을 제공받아 왔다. 내년 6월이면 또 10년 단위의 기술사용협정 계약을 갱신한다(재계약이 성사될 전망이지만 확정적이지는 않다. 한수원의 실무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술이전을 계속 받을지, 아니면 프랑스의 EPR노형으로 제휴선을 바꿀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재계약 쪽이 경제적이고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기술 독립은 요원하다. 서균렬 교수는 지금이라도 확고한 국가전략으로 세워 왕창 몰아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국 원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한국 기술 독립에 대해 회의적이다. 어떤 기술을 개발하다가도 문제가 터지면 외국에 지원을 요청하기 일쑤다. 핵심 기술을 왜 외국에서 들여다 쓰는가. 일단 개발하는 것보다 값이 싸고 당장 활용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플랜트 수출을 못한다. 지금이라도 누군가가 악연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기술 독립에는 위험부담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확고한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밀고 나가야 한다. 정부가 확실하게 밀어주면 된다.” 그는 또 “인력이 지금의 10배는 돼야 승산이 있다”고 했다. 투자 규모도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늘리겠다는 각오도 필요하다고 한다. 원전 1기를 수출하면 2조원이 굴러들어온다. 그런 원전을 독자 개발하자면 상상 이상의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정범진 교수도 공감했다. 정부는 원전 건설과 운영 분야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원전기술고도화사업(1999~2006)을 시행 중이다. 총 179개 과제에 3128억원을 투자한다. 이 사업이 종료되는 대로 원전기술선진화사업(2007~2015·예산 6339억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프랑스처럼 기술적으로 완전 독립하자면 원전 설계 코드 등 핵심 기술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투자돼야 한다고 서균렬 교수는 말했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정부의 원전 선진화 사업으로는 불충분하며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대 정 교수도 “일단 우리 실력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보고 부문별로 부족한 기술을 알아내야 한다. 자체적으로 확보할 기술과 돈 주고 사와야 하는 기술을 가려내자. 그러지 않을 바엔 원전 플랜트 수출이라는 말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바로 플랜트 수출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원자핵 공학과)는 플랜트 수출이 원천기술만 확보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56년 체결돼 올해로 50주년이 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의하면 우리는 핵물질, 장비를 변형 또는 이동하는 경우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원자력 기술 이전에는 웨스팅하우스로부터의 동의와는 별개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따른 미국 정부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도 “민간 차원의 동의와 정부 차원의 동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나 기업과의 신뢰구축이나 사전정지 작업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 한·미 간의 미묘한 기류도 원전 분야의 협조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은철 교수는 정부가 중국 플랜트 수출에만 집착해 정상회담 때마다 이를 중국에 거론해온 일을 빗대어 “정부의 행정력이 정작 필요한 곳에는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원전을 통째로 팔 능력을 갖춘 나라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정도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교수가 보기에 한국의 원전산업은 능력보다 의욕이 앞선다. 그러다 보니 과욕을 부리게 된다. 수출도 좋지만 지금처럼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면서까지 외국에 원전을 팔아서 뭐가 남느냐고 묻는다. 이 교수는 “공기업이 그런 욕심을 버리면 인력과 부품 수출에 더욱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정범진 교수도 플랜트 수출보다 인력, 부품 수출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80년대 이후 원전을 건설하지 않은 미국에서는 원전기술 인력이 태부족이다. 캐나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인력이 풍부한 한국에 눈독을 들인다. 정범진 교수는 눈 뜬 채 인력을 빼앗기지 말고 체계적인 인력 수출과 관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주도하든, 민간이 주도하든 외국 현지에 법인을 만들어 인력 송출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부품 수출도 병행해야 한다. 한국 인력의 우수성이 인정받고, 국내 원천기술이 확보되면 그때 가서 플랜트 수출도 해보자. 그런데 산자부는 인력관리에 관한 어떤 플랜도 없는 듯하다.” 원천기술 개발에 매달리자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한국에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웨스팅하우스(도시바)가 내세우는 주력 노형은 ‘AP 1000’이다. 한국이 보유한 ‘OPR1000’이나 ‘APR1400’과는 작동 방식이 다르다. 결국 한국이 보유한 ‘OPR 1000 ’이나 ‘APR1400’ 기술은 한국이 알아서 발전시켜야 한다. 미래 원전 시장은 웨스팅하우스의 ‘AP 1000’과 아레바의 ‘EPR’이 양분할 공산이 크다. 어렵게 원천기술을 확보한들 주력 기종이 아닌 ‘OPR 1000’이나 ‘APR1400’이 시장성을 갖겠느냐는 분석 때문이다. 한국 원전산업은 기로에 섰다. 그런데도 정부는 불가능한 일에 매달려 헛발질에만 열중이다. 업계와 학계는 발만 동동 구른다.

2006.08.0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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