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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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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곳 중 7곳

정책이슈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 가량은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3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지난달 13∼25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2곳 중 56.6%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투자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1.4%였다.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계획 미정'은 6.9%p 증가했고 '계획 없음'은 6.1%p 늘었다. 반면 '계획 수립'은 32.0%로 지난해보다 13%p 감소했다.투자계획이 미정인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내년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39곳) 중에서는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는 경우(28.2%)가 확대하는 경우(12.8%)보다 많았다.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비율은 59.0%였다.작년 조사까지만 해도 '투자 확대'(28.8%)가 '축소'(10.2%)보다 많았는데 1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계획이 없는 이유로는 내년 국내외 부정적인 경제전망(33.3%), 국내 투자환경 악화(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등이 지목됐다.한편 전체 응답 기업의 77.8%는 내년도 설비투자의 주된 형태에 대해 기존 설비를 유지·개보수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적극적인 설비 확장은 18.9%, 구조조정에 중점을 둔다는 답변은 3.3%였다.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로는 글로벌 경기 둔화(42.9%)가 가장 많이 뽑혔고 고환율 및 물가 상승 압력(23.0%),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공급망 교란 심화(13.7%) 등이 뒤를 이었다.국내 투자 저해 요인으로는 설비·연구개발 투자 지원 부족(37.4%),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규제(21.3%),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15.0%) 등이 꼽혔다.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는 금융지원 확대(21.0%), 세제지원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과거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 투자가 위기 극복의 열쇠가 돼왔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이 투자 확대의 동력을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하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4.12.03 10:00

2분 소요
“투자 규모, 늘릴까 말까”…어두운 경제 전망 속 깊어지는 대기업의 고민

산업 일반

국내 대기업 절반가량은 내년도 투자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10곳 중 1곳은 내년 투자계획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글로벌 긴축정책, 변이 바이러스 여파 등이 내년까지 이어져 경제 전망이 불투명할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보다 투자규모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 “내년 리스크 크다”… 대기업 40% 투자계획 미수립 한국경제연구원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투자계획’(101개사 응답)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40.6%가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 중 8.9%는 내년도 투자계획이 없다고 답해 새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50.5%)들도 이 중 절반 이상(62.7%)이 내년 투자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내년 투자를 올해보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31.4%, 줄이겠다는 기업은 5.9%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500대 기업의 63.8%가 전년동기 대비 투자를 줄였다면서 내년에도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 등 경제 회복을 제한하는 리스크 요인들이 산적해 있어 기업들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투자를 올해보다 늘리지 않겠다고 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2022년 경제 전망 불투명(31.8%)과 주요 투자 프로젝트 종료(31.8%)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한경연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긴축과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 미·중갈등, 국제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 외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교역환경 악화(19.7%), 경영악화에 따른 투자여력 부족(12.1%), 과도한 규제(7.6%), 투자 인센티브 부족(1.5%) 등도 투자를 선뜻 늘리기 어려운 이유로 지목됐다. ━ 투자환경 위해 금융지원 확대 원해 내년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들은 그 이유에 대해 ▶산업내 경쟁력 확보(50.0%) ▶신성장 사업 진출(25.0%) ▶노후설비 개선(12.4%) ▶2022년 경기 개선 전망(6.3%) ▶제품수요 증가 대응(6.3%)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국내 투자환경은 100점 만점에 65.7점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고용 및 노동규제’(35.3%)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 지자체의 인·허가 심의규제(29.4%), 환경규제(17.6%), 신사업에 대한 진입규제(11.8%), 공장 신·증축 관련 토지규제(5.9%) 등도 기업 투자환경을 저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에 대해서는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 확대(40.6%)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세제지원 확대(33.7%), 투자 관련 규제완화(28.7%), 대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외교적 노력(17.8%), 반기업 정서 완화(9.9%), 확장적 거시정책(5.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내년에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원자재 가격 상승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경영 불안요소가 여전히 산적해 있어 기업들이 섣불리 투자를 확대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12.13 08:13

3분 소요
“위드 코로나에도” 기업 90%, 내년 투자계획 아직 못 세워 [체크리포트]

Check Report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됐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경영 불확실성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로 인해 기업의 투자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국내기업 31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위드 코로나 시대의 기업환경 전망과 대응과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웠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미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11.7%에 그쳤다. 반면 ‘현재 검토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32.1%였으며, ‘아직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56.2%로 절반이 넘었다. 기업들이 투자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경영환경 불확실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68.0%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불확실성이 지속되거나 확대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완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32.0%에 그쳤다. 향후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37.7%가 ‘원자재 수급 애로 및 글로벌 물류난’을 꼽았다. 이어 ‘인력 부족’(20.6%)과 ‘노동·환경 등 규제환경 지속’(17.1%)이 지목됐다. 이밖에 ‘글로벌 통상환경 급변’(10.1%), ‘디지털 기술환경 변화’(7.6%), ‘2050 탄소중립 추진’(5.4%), ‘ESG에 대한 요구 증가’(1.6%) 등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로 꼽혔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2021.11.14 08:00

1분 소요
기금운용기구 개편, 증시 투입 놓고 치열한 논쟁… 4700만의 ‘내돈’ 국민연금 대해부   “어디에 쓸까?”

산업 일반

지난 1983년 11월 안승철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대통령에게 취임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 안원장과 서상목 부원장은 청와대에 들어가 전두환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안원장은 “국민연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면박만 듣고 나와야 했다. 우리 경제는 아직 그만한 여력이 없으며, 자칫 과도한 복지정책을 펼 경우 이른바 영국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오기의 발로였을까? 서부원장은 곧바로 KDI 안에 ‘연금 프로젝트팀’을 가동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김만제 경제부총리와 사공일 경제수석은 ‘국민연금 도입안’을 들고 대통령의 결재를 받아냈다. 대통령이 유럽 순방길에 나서던 비행기 안에서였다. 대통령의 기분이 ‘업’(UP)됐을 때 뚝심 좋은 경제관료들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국민연금은 ‘소득의 3%만 내면 평균소득의 70%를 보장한다’는 특례조항을 두고 88년부터 국민들로부터 연금보험료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1889년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근대적 개념의 국민연금을 도입한 지 99년, 73년 국민연금 논의가 시작된 지 15년 만의 일이다. 비행기에서 사인한 국민연금 불과 16년 만에 자금시장의 큰손이 된 국민연금이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11월7일 정부가 종합투자계획, 이른바 ‘한국형 뉴딜’에 연기금을 끌어다 쓰겠다고 발표한 것이 발단이다. 정부는 당·정·청 경제 워크숍에서 “내년도 5%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며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재정과 연기금 8조~10조원 규모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시장 활성화, 상장·등록사의 경영권 방어 등에도 연기금을 활용하겠다는 방안이 나왔다. 연기금 사용 계획은 대부분 운용자금이 129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을 염두에 둔 것이다. 논란의 도화선은 ‘김근태 쇼크’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월19일 복지부 홈페이지에 ‘애초 취지에 맞지 않게 국민연금 기금을 잘못 사용하면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글을 올리면서 재정경제부 주도의 연기금 활용계획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이다. 주식·SOC 등에 연기금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에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설계구조로 고치자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심의가 시작된 11월 초부터는 정치권의 입씨름이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장 ‘국민연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가 문제가 됐다. 김장관의 발언이 촉매가 돼 결국 19~21일 긴급 당·정·청 대책회의를 한 끝에 재경부·기획예산처·복지부와 60% 이상의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 상설화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 그 밑에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어내 자산 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회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정부·여당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위원장도 현행 복지부 장관에서 민간전문가로 바꿔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내용이다. ‘기금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위원장도 민간인으로 바꾸자’는 한나라당 안과 ‘정부로부터 완전히 떼어내자’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요구를 감안하면 ‘절묘한 절충안’이기도 하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와 민간인이 함께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인물들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태가 된다. 가능한 정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독립적으로 기구화한다는 취지다. 투자기구를 따로 두려는 것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통과에 주력해 온 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요구사항인 투자회사 설립 방안을 수용했기에 가능했다. 투자회사안을 받아주는 만큼 기금관리기본법 통과에 ‘딴죽’을 걸지 말아달라는 뜻이다.기금 운용 ‘수술’은 이렇게 정리되는 듯 보이지만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고 당·정 내부에서조차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런 당·정 합의에 “무늬만 독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명칭을 어떻게 할지, 위원장은 어떻게 뽑을지, 위원은 누구로 임명할지에 대한 논의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봉합도 엉망이지만 부처 간 앙금도 여전하다. ‘김근태 파문’이 커지자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그동안 수차례 회의 때는 한마디도 않다가 느닷없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 “수많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는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갈 수 없다”며 마치 복지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듯한 뉘앙스를 풍긴 데 대해 섭섭함을 표시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최근의 연기금 논란은 마치 유령과 싸우고 있는 기분”이라는 말도 나왔을까. 재경부 관계자는 “가뜩이나 ‘저금리 딜레마’에 빠져 있는 연기금 운용에 숨통을 터줘 복지부로서는 환영할 일인데 오히려 화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장관은 지난달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로 국민연금 파문이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자마자 느닷없이 “국민연금 운용을 재경부가 맡으면 안 된다”고 말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을 재점화했다. 김장관은 11월24일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연금 운용에 대한 최종 책임과 관리감독을 정부에서 한다는 것이 당·정·청 회의 결과”라며 “그러나 재경부는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게 국민의 여론”이라고 못 박았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연금을 ‘주머니 돈’(국가예산)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엄연히 국민의 돈이고, 이 돈을 투자하는 데는 엄정한 절차가 필요한데도 정부가 앞질러 ‘동원 계획’을 밝히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재경부와 복지부의 밥그릇 싸움은 지난해 여름에 이어 제2라운드로 돌입한 형국이다. 지난해 두 부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자는 데는 어렵게 합의했으나 이 기구를 어디에 둬야 할지를 놓고 치졸한 공방을 거듭했다. 김장관의 ‘재경부 불가론’은 “경제부처가 국민의 적금통장을 마음대로 쓰려고 한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오는 2035년께면 적립금이 680조원, 많게는 1,715조원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질 국민연금을 국가경제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경제부처의 논리도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두 부처의 이견은 좁혀질 기미가 없다. 평행선이다. 밥그릇 싸움 끝에 ‘절묘한 절충안’ 기금 운용기구·운용방향에 대한 수술도 수술이지만 설계도 자체를 ‘수술’하는 일도 급하다. 국민연금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보험료율과 연금지급률을 조정하는 것이다.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법을 바꾸자는 내용이다. 당장의 문제는 늘어나는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있지만 앞으로 문제는 고갈되는 자금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정치권이나 국민연금의 본질을 놔두고 운용 방법이나 의결권 행사 여부 등 ‘부수적인 문제’들이 마치 문제의 전부인양 물고 늘어지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야가 국민연금 수술은 뒤로 제쳐두고 ‘주식 투자가 되네 안 되네, 운용은 너는 안 되고 나여야만 해’ 하는 식의 힘겨루기에 함몰된 것은 전형적인 ‘왝 더 독’(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을 빗댄 말)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몸통은 연금 설계도를 수술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가장 기초적인 노후 보장수단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도 심각해 부양세대의 부담은 갈수록 늘어난다. 현 추계대로라면 2036년 수급구조가 역전되고, 2047년에는 적립금이 완전 고갈된다. 이후는 전액 국민 부담이다. ‘더 많이 내고 덜 받아가도록’ 제도를 바꾸자는 논의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88년 처음 시행될 당시 국민연금은 특례조항이 적용돼 소득의 3%만 내면 연금급여는 평생소득의 70%를 보장해줬다.새 제도에 대한 저항을 달래기 위해 보험료는 적게, 연금액은 높게 설계한 것이다. ‘왝 더 독’(Wag The Dog) 연금급여율이 조정된 것은 지금까지 딱 한번이다. 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만들어지면서 소득대체율을 40%로 줄이기로 했으나 복지부가 55%로 바꿨다. 정작 국회에서는 하루 만에 60%로 올랐다. 표심을 잃으면 ‘배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타협한 결과다. 16대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올라왔지만 ‘없던 일’이 돼 버렸다. 현재 복지부는 보험료율은 2010년부터 5년마다 1.38%포인트 높이고, 연금급여율은 2007년까지 55%, 2008년부터는 50%로 낮추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와 여야가 국민연금의 운용이나 보유주식의 의결권 행사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연금의 장래를 위해 어떻게든 치러야 할 ‘홍역’으로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싸움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 의도가 순수해야 하는데,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큰 줄기랄 수 있는 연금 수술은 뒤로 제쳐둔 채 기금 운용·의결권 행사 여부 등 곁가지에만 매달린다면 후세대들의 부담만 높아질 게 확실하다. 이대로라면 나중에 현세대의 아들·딸 혹은 손자 손녀들이 소득의 절반 정도를 국민연금으로 내야 할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정치적 이해 득실만을 따지는 현 세대 정치인들의 피해자다. 당장의 문제는 홍역일 수 있지만 그 다음은 ‘재앙’일 수 있다. 국민연금 운용 개편을 둘러싼 말 말 말… “연기금 등을 활용한 한국형 뉴딜정책 펴겠다.” -11월7일 당·정·청 워크숍에서. “경제부처가 너무 앞서간다. 이러면 ‘내 돈을 정부 마음대로 하는 것 아니냐’하는 의구심이 증폭된다. 콩 볶아 먹다가 가마솥 깨뜨릴 수 있다.” -11월19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국민연금의 운영상 제약을 풀어줘야 한다.” -11월19일 이헌재 경제부총리 정례브리핑. “재경부·예산처·복지부·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자산운용위원회를 독립 상설화한다. 자산 운용기구를 분리해 별도의 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한다.” -11월21일 당·정·청 긴급 대책회의. “국고와 연기금은 서로 다른 회계이고 통장인데, 두 개를 섞어 놓으면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다. 재경부는 국민연금을 관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김근태 장관 11월24일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2004.12.04 00:00

6분 소요
印尼기업들 필사적인 생존 몸부림

산업 일반

금융위기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율폭등과 자금난 등으로 도산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이 ‘불건전’ 평가를 받고 있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그 결과 실업도 크게 늘어나 임·산업의 경우 지난 여름 이후 2만3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금융산업에서도 1만6천여명의 실업자가 생겼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지자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해외 신인도를 회복하고 투자자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세워놓은 생존전략은 철저한 현금확보에서 사업확장 연기까지 다양하다. 자동차 제조업체 아스트라는 가능한한 쓸데없는 낭비를 철저히 줄임으로써 보유 현금을 늘리는 방법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도 판매가 자동차의 경우 최대 50%, 오토바이는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환율상승에 따라 수입 부품가격이 크게 올라 가격경쟁력에서도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5조 루피아(약 9억3천만 달러)의 채무를 지고 있는 이 회사는 전체의 35%가 단기채무여서 현금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이에 따라 경영 효율화를 통해 작은 곳에서부터 낭비요인을 없애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사무용품 절약에서부터 외상판매를 없애 현금보유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 테디 라크맛 사장은 “당분간 수익을 올리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가능한한 허리띠를 졸라매 어려움을 극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체 리포 랜드사의 경우도 현금확보 정책을 펴고 있다. 97년12월 들어 6백20억 루피아의 순익을 올리며 어려움 속에서도 비교적 ‘잘 나가는’ 이 회사도 현금의 필요성 때문에 주주들에 대한 이익배당을 취소했다. 인도네시아 최대의 주택건설업체인 시푸트라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평균 4백동의 주택을 판매했던 이 회사는 9월 이후 판매가 17동으로 떨어졌다. 금융기관의 대출도 거의 끊겨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2억8천만 달러에 이르는 외채중 내년 7월 이전에 갚아야 할 단기채무가 9천만 달러에 달해 문제가 심각하다. 이 회사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1년간 대출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판매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개발은행을 세우려던 당초의 계획도 철회했다. 세계 최대의 인스턴트라면 생산업체인 인도푸드 숙세스 막무르사는 총체적인 난국에서도 꾸준한 판매증가로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극히 드문 사례다. 오히려 쌀값 상승으로 빈민들의 라면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남에 따라 내년에도 무려 40%의 판매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 역시 당초 계획하고 있던 대규모 투자계획을 취소했다. 보통 공장가동률 70% 수준이면 추가투자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이 회사는 가동률이 90%에 이르지 않는다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외국인들의 투자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다나몬 은행의 경우 지분의 29%를 소유하고 있던 아드마자자家가 10% 지분을 미국의 CS 퍼스트 보스턴 은행에 넘기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 외국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은행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 분석가들은 금융기관의 합병과 지분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인도네시아 기업들의 전망은 극히 어렵다. 연말 보너스를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월급조차 제대로 못받는 근로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미 건설·임산·금융 부문에서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소비수요의 정체도 기업에는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라마야나 백화점의 경우 일부 매장을 폐쇄했고 패션업체 마타하리도 매장 정리 및 재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승용차 판매도 크게 감소해 지난 7월 4천5백여대에서 11월 3천1백여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카르타의 경영컨설턴트사인 캐슬 그룹의 평가에 따르면 상장기업 1백94개중 고작 7%만이 경영이 건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무려 74.7%가 불건전한 상태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기업경영의 투명성 증대와 주력업종에 전력투구함으로써 경쟁력을 기르는 것만이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998.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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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다는 채권·주식이 유리

산업 일반

올 들어 하향세를 보이던 국제 금시세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금값은 지난달 2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에서 85년 이래 처음으로 온스당 3백달러선이 무너졌다. 이날 금의 12월 선물 가격은 온스당 3달러60센트 떨어진 2백96달러90센트를 기록했으며 내년 2월물의 경우 3달러70센트 하락한 2백98달러60센트에 거래됐다. 27일 런던시장에서는 온스당 2백96달러까지 떨어졌다. 페인웨버사의 선물 연구원인 버나드 사바이코는 “금가격은 온스당 2백80달러대까지 갈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2백50달러까지도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날 금시세의 하락은 전통적으로 금수요가 몰리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일어난 것이어서 금투자가들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지난 96년 2월 금가격이 6년만에 최고치를 돌파했을 때 이에 고무된 사람들은 금가격이 온스당 5백달러선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황금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의 환상임이 드러났다. 금가격은 지난 70년대와 80년대 초반 온스당 8백달러를 넘은 적도 있다. 이 당시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때여서 금이 재산가치를 보전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안정 성장을 지속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들은 점차 금보다는 달러나 미 재무부의 채권·주식 등을 선호하게 됐다. 갖고 있어 봐야 별다른 수익이 없는 금과 달리 주식이나 채권은 투자가들에게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국제 금시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전세계 금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이다. 중앙은행들도 금을 창고에서 묵히기보다는 수익 증대차원에서 금을 매각하거나 빌려 주는 경향이 늘고 있다. 런던의 골드 필드 미네럴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64개국 중앙은행들이 기업이나 다른 금융기관들에 대출해 준 금은 2백50억 달러어치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90년에 비해 거의 2배가 되는 양이다. 뉴욕의 컨설팅회사인 CPM그룹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89년 이후 8년 동안 금을 순매수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치 모건 그린펠의 수석연구원인 에드워드 야르데니는 최근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벨기에 등이 금매각 계획을 발표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중앙은행들은 금을 보유해도 아무 수익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제 금은 기준 통화라기보다는 구리나 철과 같은 하나의 상품으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유럽 중앙은행들이 앞으로는 소량의 금만 보유할 계획을 밝힌 것도 금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 최근 아시아 금융위기 사태도 금시세에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우선 이번 금융위기로 세계 최대 금소비시장인 아시아 지역의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게다가 아시아 국가의 통화폭락으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상품의 가격이 낮아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하면 미국내 금 수요증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실제 아시아 금융위기 후 국제 금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메릴린치사의 경우 최근 내년도 평균 금가격을 3백20달러에서 3백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금값 회복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보다는 많은 금생산업체의 통합과 금광폐쇄 등 금 생산량 감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많은 금 생산업체들이 최근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젠더사와 골드필드사가 최근 합병을 선언한데 이어 앵글로 아메리카사도 최근 산하의 금 채굴업체들을 하나로 합병할 방침이다. 이들 업체는 앞으로 생산비 증가를 이유로 몇 개의 광산을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미 지역의 금생산업체인 배릭 골드사도 북미와 남미지역의 금광에 대한 신규 투자계획을 연기했다. 그러나 금값 하락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금값 하락이 다른 원자재 가격 하락의 초기 징후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현상이 최근 금융위기를 맞은 아시아 지역에서 예상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추세와 맞물린다면 자칫 미국 경제를 침체국면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97.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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