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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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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스티글리츠

국제 경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트럼프 2기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KB금융그룹 주최로 열린 국제금융 콘퍼런스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그는 "미국이 역사적인 선거를 치른 만큼 세계 모든 국가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있다"며 "트럼프 2기 불확실성이 높지만, 대규모 감세와 막대한 재정적자, 억만장자와 기업에 대한 감세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이어 "이는 곧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된 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겨서 결국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또 인구 위기 같은 문제에 대처하는 데 필수적인 글로벌 공조와 협력이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특히 기후 분야에서 공조가 퇴보하는 점은 가장 가슴 아프고, 우려된다고 덧붙였다.니콜라스 라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수석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중 무역 대립이 격화되고,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중국 경제에 관한 비관적 전망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실제론 긍정적인 요소와 회복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중국이 일본처럼 디플레이션과 침체에 빠지고 있다는 주장에는 "중국 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오해"라며 중국의 기업 투자, 경제 활동이 여전히 살아있고 일본과 달리 더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세이케 아츠시 일본 적십자사 총재는 인구 위기를 언급했다.그는 "세계가 인구 고령화라는 전례 없는 도전을 동일하게 마주하고 있다"며 "이는 곧 노동인구감소로 이어져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러면서 고령층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평생 활동 사회' 구축, 여성의 자녀 양육을 위한 기회비용 절감 정책 추진, 젊은 층을 위한 사회보장 혜택 강화 등을 강조했다.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도 참석했다.

2024.11.21 10:08

2분 소요
노벨경제학 수상 벤 버냉키는 연준에 어떤 말을 할까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전문가 칼럼

10월 10일(현지시각) 벤 버냉키 연준 의장(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필립 디비그 미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교수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보고 누군가는 묘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벤 버냉키 같은 저명한 정책 입안자에게 상이 수여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이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의 초점은 어디에 있을까? 자칫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인한 값비싼 대가를 치를 지도 모를 상황에서 이들 노벨상 수상자들은 뱅크런을 피해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는데 큰 역할 했다는 것이 수상의 변이다. 뱅크런은 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말한다. 은행이 부실해질 것을 두려워한 예금자들이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간다(run)는 데서 유래됐다.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은 은행의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관적으로 인식하면 그동안 저축한 돈을 인출하려는 생각을 갖게 된다. ━ 대공황의 사나이에서 노벨경제학 수상자로 벤 버냉키는 1930년대에 뱅크런이 대공황을 어떻게 연장시켰는지를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대공황 연구 박사학위 논문에서 보여 주었다. 당시 지도교수는 2009년 타계한 폴 새뮤얼슨이었다. 이 논문은 그를 30대에 일약 경제학계의 스타로 만들었고 그는 ‘대공황의 사나이’(Depression Man)란 닉네임을 얻었다. 그로부터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자기실현적 예언은 그에게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이란 시대 사명을 주었다. 위기를 맞은 미국 중앙은행의 수장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준의장으로서 그가 이전에 깨달은 교훈을 적용했다. 그가 이끈 연준은 위기를 맞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금리를 대폭 낮추었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았던 미국 최대 은행들의 구제금융을 과감히 지원하였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고강도 구조조정과 높은 금리와 실업이라는 대가를 치렀는데 이와 비교한다면 그는 모국에 관대했다. 우리에게 혹독했다고 자평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왜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하여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을까? 그가 사용한 텍스트북은 코로나 팬데믹이 강타할 무렵 여러 나라들이 봉쇄에 들어갔을 때 중앙은행들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도구로 다시 사용되었으나 모든 나라가 미국처럼 할 수는 없었다. 진정 그들은 심각한 위기와 값비싼 구제금융을 모두 피할 수 있도록 세상의 능력을 향상시켰을까? 누군가는 미국이 기축 통화를 이유로 천문학적으로 푼 유동성의 행방을 물으며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고개를 흔들 수도 있겠다. 버냉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연준 의장으로서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그가 어떻게 돈을 풀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묘수를 가졌는지는 이제는 수수께끼 같다. 여하튼 우리는 그를 인플레이션 억제 전문가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이런 묘한 말을 했다. “수십 번의 약한 지진보다 단 한 번의 강진이 지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에 훨씬 더 유용하다.” 그러나 그 강진은 우리에게 팬데믹 이후의 인플레이션이란 악령으로 다르게 나타나 지구를 강타하고 있다. 폴 새뮤얼슨 외에 그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은 없을까? 우리는 버냉키의 스승으로서 밀턴 프리드먼을 생각하게 된다. 프리드먼은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K% 준칙을 주장했다. 경제의 흐름과 상관없이 매년 통화량 증가율을 K%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사람들의 믿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이 K% 통화 준칙을 제기한 당시와 세상이 많이 달라져 중앙은행은 이제 통화량보다는 기준금리로 통화정책의 목표를 설정한다. 프리드먼은 이런 신뢰의 원칙을 항상 고수했을까? 프리드먼에게도 예외는 있었다. 바로 헬리콥터 머니다. 이는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새로 돈을 찍어내 시중에 공급하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말한다. 헬리콥터를 타고 돈을 뿌리자는 벤 버냉키의 아이디어도 프리드먼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 화폐의 신뢰성이 사라진 세상에서 기준금리가 제로이거나 마이너스가 된 후에도 경제가 잘 작동하지 않을 경우 어떤 조치가 가능할까에 대해서 많은 말이 오갈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양적완화는 설득력을 갖는다고 할 수도 있겠다. 최근 감세정책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에 일조했던 영국에서도 프리드먼의 헬리콥터 머니는 통하는 면이 있었다.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Jeremy B. Corbyn)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인민을 위한 양적완화(People’s 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주장했다. 금융 위기 이후 2017년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까지 세계경제가 침체되어 있어 수요를 견인할 주체가 많지 않았다. 따라서 자산 가치를 올리면 간접적으로 수요가 창출될 걸로 믿는 버냉키의 견해보다, 직접적인 효과를 노리는 더 파격적인 프리드먼의 헬리콥터 머니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소비가 필요하고, 이자율 인하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였나? 팬데믹은 인민을 위한 양적 완화를 가공할만한 수준으로 실시했다. 지금 실업률이 역사상 가장 낮은 시기에 임금을 상승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아 물가상승률과 실업률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커브가 누워버렸다는 표현은 사라졌다. 과거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자본주의가 인플레이션을 죽였나?”라는 표현은 무덤에 갇혔다. 시장의 기능이 고장 난 상황을 보며 우리는 금융의 신뢰성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관한 조언을 들어 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언은 무릇 정책이란 은행 부문이 건전하다는 인식과 금융의 건정성과 안정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통화정책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고 투명한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이 가공할만한 수준으로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는 은행 부문의 금융안정성을 걱정해야 한다.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을 계기로 지금 하는 세계 정책들이 누구를 위해 금융 건전성과 안정성이란 종을 울리는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2022.10.11 11:42

4분 소요
경기 침체는 주식시장 하락의 절대 요인일까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전문가 칼럼

하반기 이후 내수와 수출이 모두 침체되는 복합불황이 우려되고 있다. 높은 물가 상승세에 소비 심리가 악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높은 물가 수준이 고공행진 하면서 사람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점점 전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향후 수출 회복세가 제약될 가능성도 점증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유럽 각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데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앞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릴 것을 예고했다. 물가상승률이 중기목표치인 2%로 돌아가기에는 기준금리 수준이 한참 떨어져 있다고 믿고 있다. ECB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1분기에 걸쳐 유로존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을 예로 들며 미국의 경기 침체는 가짜라고 주장하는 월가와 상관없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보았다. ━ 여러 악재 겹쳐 복합 불황 우려되는 상황 IMF는 미국의 노동 시장이 강한 상황이지만, 통화 긴축 정책이 계속되면 실업률이 오르면서 노동시장도 점차 냉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월 7일 보도했다. 미국 경제가 임금 성장을 웃도는 물가 상승으로 가계 구매력이 떨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IMF는 정의대로 경기 침체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정의할 때는 미국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 유수 기업이 불과 얼마 전에 세운 채용 계획을 취소할 정도로 기업의 사업 전망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 물가 정점이 지났다는 소식에 6월 저점 이후 미국 시장은 상당히 올랐다. 하지만, 9월 연준 의장의 강력한 인플레이션 파이터 의지로 미국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그런데 ECB가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날부터 미국 주식시장은 오히려 강세를 띠고 있다. 왜일까? 더 이상의 악재는 없다고 믿었던 것일까? 하지만 미국의 8월 물가는 예상을 뛰어 넘었다. 전년 동월 대비 8.3%에 주식시장은 다시 침몰했다. 사람들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주식부터 채권, 원자재 가격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미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믿고 있으나 위험자산에 안전한 우산은 없다. 위험자산은 위험 자산일 뿐이다. 미국 주식 위주 펀드에 투자자들이 몰린 반면, 기타 지역의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2019년 10월 이후 최장기간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미국 경제의 견고함을 강조한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높은 고용은 경제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변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물가보다 약간 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약간 떨어진 것을 경기 침체로 묘사하는 것은 웃긴 일이라고 까지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 주식시장의 중심에 선 미국 주식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올해 미국 10년물과 2년물 금리간의 장단기 금리역전현상을 두고 경기 침체의 신호로 읽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모두 경기 침체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는 경기 침체를 어떻게 볼까? 동 연구소는 경제활동에서 의미 있는 하락이 경제 전반에 걸쳐있고 몇 달 이상 지속되는 상황을 경기침체라고 정의한다. 2020년 2월 코로나 19 발발로 경제활동 감소폭이 매우 크고 널리 확산되자, 단기간의 현상이지만 경기침체로 규정했다. ━ 경기 침체 속에서도 주가 상승 가능해 우리는 경기하락을 확인할 때 실질개인소득, 고용, 실질개인소비지출, 도소매 판매, 산업생산 같은 지표를 골고루 보아야 한다. 전미경제연구소는 2000년대 이후 세 차례 경기 침체를 규정했다. 닷컴버블 붕괴와 9.11 테러,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19사태로 경기 침체는 각각 8개월, 18개월, 2개월 지속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후 경기 침체 시작까지 미국주가지수가 빠진 경우와 상승한 경우가 공히 반반정도다. 금리 역전 이후 침체 종료까지 주가가 하락한 경우보다 상승한 경우가 더 많았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경기 침체를 주가하락과 동의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 경기 침체 논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주가 전망은 더 어려워 질 수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논의와 관련해 노벨경제학상을 탄 폴 그루그먼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그는 2020년 4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은 경제가 아니라고 역설하면서 주식 시장은 미국인들이 경제적, 정치적, 개인적으로 겪고 있는 사안과 무관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하긴 유동성으로 가는 주식시장을 우리는 얼마 전에도 목격했다. 증시는 연준이 계속해서 시장에 현금을 투입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 부양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실업률이 높아도 현금 주입으로 주식시장에 기름을 마음껏 넣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주식시장이 경제를 제대로 반영하는 효율적인 시장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데이터로 미국 주식 시장을 추적해 보자. 2020년 코로나 19로 실업률이 광범위한 상황에서 S&P 500과 다우존스는 2020년 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경제가 셧다운된 상황에서 그해 3월의 가파른 주가 하락을 회복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2020년 말 연초 대비 500만 명의 미국인이 추가실업자가 되었다. 왜 주식 시장의 성과는 이 불황 동안 미국인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까? 코로나 19로 주입된 유동성으로 개인 저축률이 4월에 급등했다. 제로 금리 상황에서 일부 미국인들이 저축을 더 많이 하였으나 투자자들은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시장을 머니게임의 장소로 인식했다. 시장에서 기업 수익률이나 경기 침체보다 더 중요한 게 유동성이란 사실이 실감이 안 난다면 빈발일 것이다. 기축통화란 달러의 이점과 혁신기업으로 무장한 미국 시장이 매력적일 수 있지만, 이제는 거대한 인플레이션 앞에서 예전과는 다르다. 2021년 미국인의 부에서 주식보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41.9%였다. 지금의 상황은 이전과 다르며 주식시장은 불안한 울렁증 환자가 되고 있다. 그 속에서 연준은 언제든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융시장에 뺨을 때릴 수 있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전부가 아니나 상당한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위험의 파장을 우리는 예의주시해야 한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2022.09.15 06:00

5분 소요
폭염에 더위 먹은 비트코인 채굴장…코인 대출기업은 또 파산 [위클리 코인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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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 암호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암호화폐 채굴장이 모여있다는 미국 텍사스에서 모든 채굴작업이 멈췄다.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전력 소모량이 폭증하자 텍사스 당국에서 업체들에 가동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시세 하락에 고심이 깊은 채굴업체들은 에너지·환경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하는 시대가 됐다. 테라·루나 사태에 암호화폐 시장의 ‘빙하기’를 불러일으킨 셀시어스의 인출 중단 사태는 결국 파산이라는 결말로 이어졌다. 셀시어스에는 코인 시장의 구원투수가 된 거래소 FTX도 구제할 수 없는 12억 달러 규모의 부실이 있었다. 쓰리애로우캐피탈(3AC), 보이저디지털, 셀시어스… 암호화폐 산업에서도 부실 기업은 쓰러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 주간 코인 시세: 저가매수의 힘?…비트코인, 2700만원대 진입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7월 11~15일 비트코인 가격은 최저 2490만8318원(13일·수요일), 최고 2744만2448원(15알·금요일)을 기록했다. 이번 주 비트코인은 주초부터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12일에는 2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다가 13일 한때엔 1만8000달러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시간 13일 오후 9시 30분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의 최고치인 9.1%로 발표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비트코인 가격이 저가임을 인식하고 저가 매수세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15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7월 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안을 지지한다고 밝혀 1%p 인상 우려를 완화하면서 매수세는 더욱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말 금리를 1%p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여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2시 30분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2700만원대 진입해 가격을 형성 중이다. 나머지 시가총액 상위 코인인 이더리움·리플·에이다·솔라나 가격도 비트코인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5일 오후 3시 40분 기준 이더리움은 159만8448원, 리플은 451원, 에이다는 587원, 솔라나는 4만9121원에 거래됐다. ━ 주간 이슈①: 텍사스 폭염에 ‘개점휴업’ 채굴업체들 최근 전력 수급난을 겪고 있는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암호화폐 채굴업체들이 채굴을 중단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텍사스에 위치한 라이엇, 아르고, 코어 사이어티픽 등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수백만 대의 채굴용 컴퓨터를 종료했다. 이번 조치로 텍사스 주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가량인 1000㎿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업체가 채굴을 중단한 건 텍사스에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덮쳐 에너지 소모량이 급속도로 늘어나, 텍사스 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최근 텍사스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텍사스 주민과 기업 모두에게 에너지 절약을 요청했다. 지난해 2월, 텍사스에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수요가 급증했을 때도 ERCOT가 채굴업체들에 채굴작업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굴방식 변경,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한 채굴에 대한 압력은 현재진행형임이 확인됐다”며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떨어진 채굴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주간 이슈②: 인출 동결했던 셀시어스, 결국 파산 절차 수순 암호화폐 대출업체 셀시어스 네트워크가 뉴욕 남부 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13일(현지시간) 더블록은 “셀시어스가 연방파산법 11장(챕터 11)에 따라 파산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챕터 11에 따라 파산 절차를 진행하면, 기업은 사업을 운영하면서 채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셀시어스는 “이번 파산 신청은 사업을 안정시키면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셀시어스는 1억6700만 달러(약 2212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시어스의 자문 파트너 로펌인 커클랜드앤드엘리스에 따르면 셀시어스 대차대조표에 12억 달러(약 1조5908억원) 규모의 구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은 43억 달러, 부채는 55억 달러였다. 앞서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셀시우스에 대한 자금 지원 또는 인수를 고려했으나 셀시어스 재정 상태를 확인한 뒤 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시어스는 코인을 예치한 고객들에게 연 18% 이상의 초고금리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암호화폐 시세가 급락하면서 고객들이 자산을 인출하자 이를 동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최근 셀시어스 외에도 유동성 위기를 맞은 암호화폐 기업들은 줄지어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쓰리애로우캐피탈(3AC), 보이저디지털 등이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 주간 인물: 폴 크루그먼 “암호화폐는 포스트모던 피라미드 사기”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암호화폐 시장은 ‘포스트모던 피라미드 사기’가 됐다며 비판했다. 11일(현지시간)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내가 보기에 암호화폐는 포스트모던 피라미드 사기로 전락했다”며 “기술 전문용어와 자유주의식 조어를 조합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위험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는 규제하기에 사실상 너무 커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크루그먼은 지난주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의 연설을 인용해 최근 암호화폐 투매 현상은 자금세탁, 기타 금융범죄 및 사기 행각을 숨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질되는 등 시스템의 심각한 취약성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은 규제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암호화폐가 카지노에 그치지 않도록, 또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되기 전에 중앙은행 및 기관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은 과거부터 암호화폐 시장에 회의적 입장을 밝혀왔다. ‘비트코인은 사악하다’는 2013년 칼럼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에는 ‘암호화폐는 어떻게 새로운 서브프라임이 되었는가’라는 칼럼으로 암호화폐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편 폴 크루그먼은 2008년 신무역이론과 경제지리학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현재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명예 교수 직위를 보유하고 있다. ━ 주간 NFT: ‘걸으면 돈 버는’ 스테픈, 전 분기보다 4.5배 벌었다 ‘걸으면 돈 버는(M2E)’ 서비스 스테픈이 2분기 수익을 공개하고 거버넌스 토큰 스테픈(GMT)의 환매·소각 계획을 공개했다. 12일(현지시간) 스테픈은 “2022년 2분기 스테픈은 플랫폼 수수료로 1억2250만 달러(약 1621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며 “수익의 5%를 2분기 GMT 환매·소각 프로그램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픈의 2분기 수익은 직전 분기 681만5807달러 대비 357%가량 증가했다. 스테픈 측은 지난 1분기에도 수수료 수익을 활용해 GMT를 구매하고 소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13일 기준 스테픈에서 소각된 GMT는 2억1609만8732개로 약 2429억원에 달한다. 소각이란 개인키가 없는 암호화폐 지갑 주소로 암호화폐를 전송하여 다시는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소각함으로써 해당 코인이나 토큰의 희소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격적인 호재로 작용한다. 스테픈은 대체불가능토큰(NFT) 운동화를 보유한 이용자가 걷거나 뛰면 그린 사토시 토큰(GST)이라는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주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앱 내에서 GST를 솔라나(SOL)로 교환해 외부 지갑으로 보내 현금화할 수 있다. GST는 GMT로 환전할 수 있으며, 특정 레벨로 상승하기 위해선 GMT가 필요하다. 최근 암호화폐 침체기와 함께 스테픈은 지난 5월 27일 중국 서비스를 금지하며 난항을 겪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이더리움 체인 멀티체인 생태계 확장 계획을 밝히는 등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2022.07.16 06:01

5분 소요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26) 비트코인은 진정 버블인가?] ‘버블에서 디지털 금으로’ 투자 자산으로 떠오른 암호화폐

산업 일반

암호화폐 기반 블록체인 기술 활용시 거래 공정성 담보 등 혁신 가능 블록체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떠올린다. 암호화폐가 이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잘 알려진 사례이지만, 블록체인은 다양한 미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사실 비트코인의 지나친 급등은 되레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블록체인은 흔히 인터넷에 비유된다.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해 전 세계를 연결한 것처럼 블록체인을 통해 다시 한번 대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기업과 여러 기관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지자체는 자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회사 데이터베이스를 블록체인으로 교체한다는 소식을 듣는 일도 이제 새롭지 않다.누군가는 블록체인이 지금까지 크게 보여준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 쓸모없는 기술이 과장되면 버블이 생기기 마련이다. 2000년대 초 정보통신(IT) 회사들이 닷컴 버블을 일으키고 그 투자의 후유증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닷컴 기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이후 2017년부터 닷컴 버블을 능가하는 암호화폐 버블이 2018년 초까지 진행되다가 꺼졌다. 당시 암호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 같은 기술로 통했다.이제 냉정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바라볼 때다.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때 밤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재미있고 신기한 장난감이었던 인터넷은 문서들이 하이퍼링크된 웹이라는 정보의 바다였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신대륙을 감상했고, 정보를 여기저기 퍼 나르면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낯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메일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지구인은 인터넷의 마법에 빠졌고, 그로부터 20여 년 동안 세상은 크게 변모했다. 모든 와해성 기술은 탄생해서 성숙 단계를 거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까지 10년이 걸렸고, 인공지능(AI)은 더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포스트 인터넷이라고 하는 블록체인에 사람들은 인터넷만큼 열광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비트코인 후 일상에서 우리 인식에 와닿는 신천지를 아직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래도 블록체인은 가능성이 많은 기술로, 그 잠재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것이 인류의 과제다. 미국만 보더라도 블록체인에 대한 기업 투자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금융업에서 블록체인 투자 지출이 가장 높아 전자 결제와 P2P(Peer to Peer) 대출이 유망하지만, 금융업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유통 전 과정을 추적하는 물류서비스업을 비롯하여 디지털 인증, 예술품의 진품 감정, 위조화폐 방지, 전자투표, 전자시민권 발급, 차량 공유, 부동산등기부, 병원 간 의료 기록 관리공유, 저작권 보호처럼 신뢰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 적정가격 없는 암호화폐, 투기냐 투자냐 투기와 투자는 누구에게는 글자 한 글자 차이고 누구에게는 글자 한글 자 차이가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100조원) 선을 넘어섰다. 이는 7000억 달러 규모의 테슬라 시가총액을 넘어선 수준이다. 미국 한해 GDP가 24조 달러이니 그 시가총액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웬만한 나라 GDP를 훌쩍 넘으니 비트코인 가격은 말 그대로 천정부지 치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2020년 한 해 동안 4배 이상 폭등한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2021년 들어서만 80% 넘게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상화폐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2월 20일 오후 10시 개당 5만7269달러에 거래됐다. 2월 16일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18일 5만2000달러선을 뚫는 등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는 상황이다.종전에도 비트코인을 둘러싼 논쟁이 전 세계적으로 회자됐다. 워렌 버핏을 비롯한 금융계 인사들은 비트코인의 처참한 말로를 얘기했다. 반면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같은 사업가들은 기술로서 암호화폐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높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암호화폐의 기저 기술인 블록체인이 금융서비스 진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았으나, 익명성을 가진 비트코인이 돈세탁, 테러자금지원, 조세포탈, 금융사기, 자본통제우회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규제방안을 위한 광범위한 국제협력을 강조했다.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셉 스티글리츠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당국의 감독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성공한 사기라고 보았다. 그는 비트코인이 사회적인 순기능을 할 수 없으니 불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 교수 역시 비트코인은 일시적인 유행일 뿐이라며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예견했으나 현실은 그들의 주장과 반대로 갔다. 이 상황에서 정작 비트코인 개발자로 불리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그가 나타나서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비트코인 거래의 지침서는 없다. 회사의 이윤도, 채권증서도, 투자수익에 대한 지속적인 현금흐름도 참조할 것이 없다. 그냥 가격이 상승하여 수익을 낸 것을 참조할 뿐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에는 적정가격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기와 투자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투기와 투자는 흔히 혼용돼 사용되고 구분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누군가는 두 용어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 하나가 리스크(위험)에 대한 통제권이 있는가의 유무이다. 리스크를 통제할 능력이 있다면 투자이고 리스크에 대한 생각조차 없다면 그건 투기이다.원자재에 대한 투자를 생각해 보자. 덜컥 아무 생각 없이 매수하였다면 그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이다. 하지만 원자재가 경기와 동행하며 특정 통화의 강세와 상관도가 높게 움직인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였다고 하자. 이는 투자로서 해당 통화의 추세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으로 바람직하다 하겠다. ━ 암호화폐 최악의 버블? 금보다 5배 높은 가격 변동성 그렇다면 투기는 왜 위험한가? 합리적인 분석 없이 편승효과에 기반하여 너도 나도 투기판에 뛰어들어 버블이 형성됐다고 하자. 이후 손실이 가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돈을 잃으면 사회 탓도 하고 정부 탓도 한다. 게다가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한다면 개인적 사회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투기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해악을 끼치며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만든다.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문제도 이를 인식한 것이다. 2017년 광풍 때처럼 미성년자까지 뛰어들고 하루 24시간 시세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면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사회현상인가? 물론 투자든 투기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강변할 수 있겠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투기꾼이 치고 빠졌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뛰어든 선량한 사람들이 버블의 끝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개인, 사회가 지불할 비용과 도덕성 문제가 막대하다면 국가가 가만히 수수방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규제에 대한 비용과 편익을 적절히 헤아려 적시에 적절한 방법으로 해야 할 것이다.로버트 쉴러는 버블의 형성 과정을 생각의 전염이라고 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스토리를 만들어 사회 전체적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전염병처럼 번진 후 그 스토리에 의해 너도 나도 현혹돼 거대한 버블이 형성된다는 논리다. 그는 금융이 실물을 뒷받침하지는 않고 파생상품이나 여러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품을 만들어 투전판이 되게 한 것에도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차례 발생한 자산 버블이 경제에 얼마나 해로운 지를 목격했다.투기에 의한 자산버블의 지속적 발생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게 만든다. 비트코인이 아무리 신기술과 혁신의 산물이고 개인 간 거래에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또 다른 버블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너무 변동성이 심해서 화폐로서의 안정성을 갖추지도 않은 채 스토리로 질주한다는 것이 진정 사토시 나카모토가 상상한 ‘신뢰의 개인 간 거래’의 세계일까 반문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을 지급결재 수단으로 생각하였다면 비트코인 가격의 안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개화도 하지 못한 ‘신뢰의 기술 블록체인’을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불신으로 물들게 한다면 그건 기술을 죽이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가치와 무관하게 스토리와 투기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광분하여 불나방처럼 뛰어든다면 그 사회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이 사회에 땀 흘리며 노력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에게는 독버섯 같은 존재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그는 버블의 형성과 관련하여 사촌이 땅 사서 돈 벌면 배 아프다고 말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편승효과로 투기판에 뛰어드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편하게 바라보는 것이 어려운 이유이다.금융·경제 맥락에서 버블은 ‘금융자산의 시장 가격이 투기에 의해 상승하고, 높아진 자산 가격이 자산 가치를 또다시 높이는 과정을 반복하다 가치가 빠르게 수축 또는 폭락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경제에서 버블은 ‘실물경제의 경제성장 이상의 속도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태’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지속 불가능하다. 이를 금융자산에 적용해 보면, 금융자산가치의 버블은 ‘자산이 창출할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내재가치가 증가하는 속도보다 시장가치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른 현상’을 의미한다. 이 역시 지속되지 않는다. 버블을 충족하는 조건은 첫째, 투기에 의해 ‘가격이 상승’해야 한다. 둘째, 자산가격의 상승이 또다시 자산가치의 상승을 이끌어 내는 ‘자기가치순환’이 존재해야 한다. 셋째, 빠른 가치상승 후 ‘급격한 가치하락’이 있어야 한다. 즉, 모든 버블은 사후에만 인지 가능하다는 말이다.비트코인은 최악의 버블이며 저금리 시대 큰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투기판이 됐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특히 변동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급격히 오른만큼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비트코인은 금보다 5배나 변동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문제는 기관의 참여로 해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규제 강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옐런 장관은 2월 18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비트코인은 투기성이 높은 자산이다. 최근 몇 년간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은) 거래 유도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투자자를 위한 보호장치도 잘 갖춰야 한다”며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기관을 규제하고, 이들이 규제 책임을 준수하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교수 역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많은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에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실제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채권이나 주식처럼 안정적 수입을 제공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크게 데일 것이고, 이후엔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암호화폐, 결제 수단에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재조명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2020년 10월 세계 최대 글로벌 결제·송금 기업인 페이팔(PayPal)이 암호화폐 결제 허용을 선언하였으니 몇 년 전 버블 운운할 때와는 기반이 달라져 보인다. 최근에는 10만 달러를 넘어 100만 달러(약 11억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좀 지나쳐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비트코인의 큰 변동성에도 물가 상승과 빚이 늘어날 것이란 가정 속에 사람들이 값이 오를 ‘가치 저장 수단’을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더 많은 기업이 비트코인을 자산에 편입하면 가격이 20달러를 훌쩍 뛰어 넘어설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결국 글로벌 준비통화(reserve currency·정부가 가치저장 수단으로 보유한 국제통화)가 될 것”이라며 시가총액이 금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기관도 등장했다. 하긴 종전 광풍과 다른 점이 여러 군데 보이긴 한다. 암호화폐 대표주자 비트코인이 초고속 랠리를 펼치며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큰손’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시장에 진입하는 기관 투자가들이 늘어난 것이 가격 급등 배경에 있다. 이는 개인이 주도한 2017년 비트코인 열풍과의 근본적 차이점이기도 하다.무엇보다 자산시장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산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페이팔보다 비트코인 결제를 먼저 허용한 미국 핀테크 결제 애플리케이션 스퀘어(Square)가 2020년 10월 비트코인에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돈의 3가지 흐름인 소비, 투자, 송금 생태계를 장악해 가는 스퀘어가 비트코인을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에 어디서나 쓸 수 있는 화폐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2020년 6월부터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 Decentralized Finance)가 본격화됐다. 한 예로 암호화폐를 담보로 걸고 일정 금액을 대출 받거나, 다른 담보를 제공하고 암호화폐를 대출 받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암호화폐 대출 특별 코인이 등장해 열풍을 몰고 왔고 그 시장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제 세상은 중앙집중화된 은행시스템이 아닌 암호화폐를 활용한 P2P 금융거래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인 댑을 활용하여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하나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대체불가토큰(NFT: Non-Fungible Token, 고유한 정보 또는 특성을 가진 토큰)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구현되고 있다. 2020년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 가격 상승 폭이 더 가팔랐다. 이더리움 플랫폼의 유틸리티 토큰으로서 NFT인 샌드(SAND)를 사용하는 블록체인판 마인크레프트인 더 샌드박스(The Sandbox Game) 게임을 실행해 본다.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사람들과 공유하며 게임을 즐기는 세상이 현실화했다. 샌드박스 캐릭터를 제작하고 수상자에게 해당 캐릭터를 판매해 수익금으로 만들어 블록체인 게임 커뮤니티를 확장시키고 있으니 킬러댑(Killer Dapp·편의성과 효용성을 확보한 플랫폼) 탄생의 염원이 현실화하고 있는 느낌이다.비트코인 가격이 뛰는 배경에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마스터카드 등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한 영향이 컸다. 테슬라는 2월 8일 공시에서 비트코인에 약 15억 달러를 투자한데 이어 비트코인으로 자사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2월 19일 트위터에서 법정 화폐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일 때 단지 바보만이 (비트코인 등)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는다고 말해 투자심리에 불을 댕겼다. 대형 제조업체 중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쓰겠다는 기업이 처음 등장하자 금융사들이 즉각 반응했다. 마스터카드는 2월 10일 결제수단에 암호화폐를 일부 포함할 계획이라 밝혔다. 고객과 가맹점·기업에게 가치 이전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다. ━ 버블이냐 자산이냐 뛰어넘어 가치 주목해야 같은 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한 곳인 뉴욕멜론은행이 자산관리 고객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비자도 은행들과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출시를 준비 중이라 밝혔다. 비트코인에 ‘반신반의’하던 자산운용사들도 시장규모가 1조 달러 수준으로 커지면서 하나둘씩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자회사가 비트코인 투자를 고려중이며, 블랙록의 글로벌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릭 리더가 CNBC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조금 해보기 시작했다”고 투자를 공식화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분명 고객들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불허했던 2017년과는 매우 다르다. 그래도 우리는 일론 머스크의 비트코인 투자 이후의 반응에도 신경을 쓸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일론 머스크가 가상화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이 높은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머스크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이자 금 투자 옹호론자인 피터 시프의 트위터 글에 이러한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고 2월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머스크는 시프가 “금이 비트코인과 종래의 현금보다 낫다”고 밝히자 “돈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피하게 해주는 데이터일 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100조원)를 넘어선 상황에서 머스크가 이렇게 말했다”고 주목했고, 경제전문매체 인사이더는 “머스크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높아 보인다고 인정했다”고 전했다.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 1월 27일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약 86%가 CBDC를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과 CBDC는 실물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정반대의 특징을 갖고 있다.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내 모든 참여자가 거래정보를 검증하고 보관하는 분산원장(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반면, CBDC는 탈중앙화에 정면 대응한 화폐로서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 데이터를 보유한다.우선 비트코인과 중국 인민은행이 낸 CBDC 디지털 위안화의 대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폐 발행은 중앙은행의 독점적 책임이고 중국의 CBDC는 ‘중앙집권적 관리’ 아래 있기에, 화폐 발행에 대한 국가의 독점력은 확고하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디엠으로 변경)’로 국가 화폐 발행권이 도전받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기존 화폐와 동등한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화폐 발행과 통화 정책에 대한 국가의 힘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막대한 모바일 결제 시장을 암호화폐나 민간 결제 시장에 넘겨줄 수는 없다. 민간 기업의 결제 플랫폼이 모바일 시장을 넘어 중국 금융 시스템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때에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거의 사용법이 같아서 두 회사에 대한 결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CBDC는 특성상 자금 흐름과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거래 현황과 자산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에 현금처럼 익명성을 보장하고, 탈세나 자금 세탁, 테러 등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경우에만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CBDC애플리케이션은 결제 송금 기능을 갖추어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에 기여할 전망이다.다음으로 우리는 암호화폐 이외에 사회에 기여하는 블록체인 세상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블록체인이 다음과 같은 세상을 열어간다면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그 배후에 있는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죄악시할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 예컨대 중고차를 재판매할 때 “이 차의 주행 거리는 얼마인가요?”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진다. “사고가 났나요?” “이전 주인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았나요?”라고 묻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는 전체 차량 기록을 추적 및 확인하고 주행거리와 같은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에너지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충전 관리 중심으로 벤처기업 대표 사례가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전기차 충전 결제 시스템, 태양광 공유 시스템이면서 동시에 전기차 충전 공유 비즈니스도 함께 하는 블록체인 벤처를 보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시너지를 이루는 미래를 그려 본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21.02.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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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현의 IT 사회학] 인슈어테크의 부상, 보험의 미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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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시장 정보 비대칭성 두드러져... 테크 기업 보험사 설립해 문제 해결하려 디지털 혁신은 모든 산업에 늘 현재가 최선이냐고 묻는다. 근래 뒤에 테크가 붙지 않는 분야가 없다. 보험이 대상이 된 인슈어테크도 그중 하나다.아마존은 2018년 초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와 함께 보험회사 ‘헤이븐’을 설립했다. 이들은 미국의 후진적 보험 시장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지적했다. 건강 보험에 그치지 않겠다는 듯, 인도 아마존은 최근 자동차 보험에도 진출했다.지난 8월 아마존은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 건강 밴드 ‘헤일로’를 선보였다. 100달러에 월 4달러를 추가로 내야 하는 구독형인데, 화면조차 없다. 목적은 단 하나, 활동량이나 수면 같은 내 건강 상태의 추적이었다. 내장 마이크로 목소리를 듣고 심리상태를 판별하고, 연결된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어 체형을 분석해 체지방률을 계산한다. 모든 절차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위에서 벌어진다. 당장 이렇게 취합된 정보가 자회사로 흘러갈 리야 없겠지만, 헬스케어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마존은 선언하는 듯했다. ━ 빅테크 기업 사용자 건강 정보 확보에 집중 보험 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험업은 통계적으로 어떤 연령대에 어떤 병이 어느 정도 걸린다는 고정 데이터를 토대로 운용된다. 어느 정도의 보험료를 불특정 다수의 가입자에게 받을 수 있다면, 어떤 확률로 지출이 일어나고 수익을 얼마나 남길 수 있다는 어림짐작으로 사업을 한다.즉 기본적으로 모든 고객은 같다는 전제다. 실은 모든 고객의 리스크는 다르다. 그리고 자신의 건강 상태는 실은 자신만 알고 숨길 수도 있다. 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시장 기능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는 사례로 거론됐다.어딘가 시름시름 해서 보험이 급히 필요한 사람만 보험에 든다면 당연히 보험료는 오른다. 보험사는 건강하고 착실한 사람을 유치하고 싶은데, 올라버린 보험료를 부담스러워한다. 이 우량 고객들을 유치할 유인은 미래에 발생할 리스크다. 건강하고 착실하면 긍정적으로 되기 마련이고 이미 건강하다면 보험이 필요할 확률 자체도 당연히 떨어지니 이조차 힘들어진다. 시장 실패에 빠지고 말 수 있다.이를 극복하는 일과 관련해 노벨경제학상도 이미 적이 있다. 2001년 수상자 스펜스의 ‘시그널링’은 양품이 양품만의 ‘신호’를 보냄으로써 이를 이겨낸다는 이야기다. 기업 이미지 광고나 학위나 자격, 품질 보증 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공동 수상자 스티글리츠의 ‘스크리닝’은 부족한 정보를 얻기 위해 대상을 ‘선별’ 심사한다. 중고차 수리 이력을 요구하거나, 질병 의심 소견 고지를 보험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으로 추가하여 뒤통수 맞는 일을 막는다.결국, 내가 상품의 주요 요소가 되는 보험의 경우 개인정보는 이 두 방법을 동시에 실현해 준다. 메이저 테크 기업들은 개인정보, 그 중에서도 특히 건강 관련 정보 확보에 여념이 없다. 개인정보의 보고(寶庫) 구글은 이미 지난해에 웨어러블의 기린아였던 핏빗을 인수하기로 했다. 미국, 유럽, 중남미 등에서 개인정보보호 및 독점 문제로 인수 제동을 걸고 있는데 물론 그 걱정도 이해가 간다.실시간으로 흡수되는 우리의 생체 정보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구글 알파벳 산하의 생명과학 기업 베릴리(Verily)는 세계적 재보험 회사인 스위스리(Swiss Re)와 기술기반 보험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데이터 사이언스와 결합한 개인 맞춤화된 헬스케어 솔루션이라 한다. ━ 애플 워치 25달러에 제공하는 보험 상품 인기 애플 워치는 패션 제품으로 등장했지만, 건강 보조기구가 된 지 오래다. 매년 새로운 기능이 보강되는데, 올해 신제품은 혈중 산소 포화도를 측정한다. 특히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증상 없는 저산소증이 보인다는 소식 이래, 기존에 제공되던 심박수나 심전도 기능과 더불어 95% 이상으로 산소를 머금은 헤모글로빈의 비율을 높이는 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다른 측정 기능처럼 시계 뒷면의 LED가 손목을 비춰 혈관으로부터 반사된 빛을 분석한다. 이 분석에는 훈련된 인공지능이 활용된다. 구독형 건강 제품도 함께 내놓았는데, 애플 워치를 차고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 정보를 관리해 준다.활동량과 수면의 질, 그리고 심박수와 심전도까지. 여기에 향후 어떤 생명 정보가 흡수될지 모르지만, 내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주기에 소비자들은 기꺼이 손목에 찬다. 내게 확실한 효용만 준다면 개인정보는 얼마든지 맡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아직은 아마존도 애플도 구글도 어느 회사도 명시적으로 이 모든 퍼즐을 조립하지는 않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이 아닌 개인정보에 입각한 새로운 헬스케어 보장 사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의가 많지 않다.미국의 보험사 존 핸콕은 애플워치를 단돈 25달러에 제공해 왔다. 몇 년째 히트 상품이 되어 올해도 진행 중인데, 2년의 할부 동안 신체 활동 점수에 따라 할부금이 면제되거나 할인된다. 절반 정도가 돈을 더 내지 않았다고 하니 역시 미래의 건강보다 당장의 돈은 훌륭한 동기부여다. 이 리워드 프로그램 참가자들 40만 명의 신체 활동도 34%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보험 가입자의 건강 관리를 통해 질병을 방지해 보험금 지불을 억제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실은 애플워치를 미끼로 보험사에게 필요한 건강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신규 고객을 유치한 셈이다.웨어러블을 스스로 기꺼이 차고 할부금마저 안 내겠다는 의지 또한 훌륭한 하나의 시그널링이다. 건강한 이들이 스스로 보낸 신호만 선별해 합리적 보험료로 미래를 보장하는 상품이 등장하고, 이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앞으로는 일종의 사회적 지위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테크 기업이 나서서 아예 보험을 만들고 전체 소비자 인구 중 가장 달콤한 부분만 데려갈 수도 있다.그러나 아직은 모두 조심스럽다. 누군가는 스마트 워치를 차서 생체 신호가 클라우드에 헌납되는 순간, 그 어떤 보험에도 가입이 거부되는 디스토피아가 찾아올 수도 있다. 거북한 일이다.그렇지만 왜 열심히 건강 관리한 내가 저 방탕하고 게으른 사람의 리스크까지 부담하는 동률의 보험료를 내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노력한 이에게 그 노력의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는 사회적 형평성 주장은 성장을 멈춘 사회에서 강해진다.어느새 기계가 우리의 안색과 체형을 관리해 주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어느 누가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이들도 늘고 있다. 더 좋은 사회의 사회적 후생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20.11.15 16:57

5분 소요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19) 2020 노벨경제학상에서 바라 본 경매이론의 현실과 미래] 19세기 형식으로 노벨상 소식을 접한 스승과 제자

전문가 칼럼

경제학은 이론과 현실을 접목해야 함을 알려준 계기 경매이론은 경매시장의 특성과 참가자들의 의사결정 문제를 다루는 이론이다. 2020년 노벨경제학상은 경매이론을 연구한 스승과 제자인 미국 경제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그들은 미국의 한동네 사람이다. ‘높은 나무’란 뜻의 스탠퍼드대학 주변의 팔로 알토(Palo Alto) 마을에서 둘은 40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산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10월 12일(현지시간) 수상자로 지명한 이들은 폴 밀그롬(Paul Milgrom, 72)과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 83) 두 명의 스탠퍼드대 교수다.로버트 윌슨은 스톡홀름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다. 제자는 자느라 스웨덴에서 온 노벨 경제학상 수상 전화를 받지 못했다. 노벨위원회 측은 이웃에 사는 스승 로버트 윌슨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길을 건너 폴 밀그롬의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 자고 있던 제자를 깨웠다. 영문을 모르던 제자는 처음에는 화를 냈다. 그는 잠을 푹 자려고 핸드폰을 무음 처리했었다. 노벨상을 받은 제자가 이번의 로버트 윌슨을 포함해 3명인데, 자신까지 이번 수상자로 들어있으니 스승은 얼마나 행복했을까?팔로 알토의 아름다운 마을의 밤하늘을 수놓은 별빛은 그들을 특별히 조명하고 있었다. 미시간대 수학과를 졸업한 제자는 보험회사 계리원과 컨설팅회사 컨설턴트로 일한 후 나이 서른에 스탠포드 MBA에 진학했다. 제자의 재능을 엿본 스승이 제자에게 박사 과정을 제안했다. 제자는 3년 만에 학위를 땄는데, 1979년 경매이론 논문으로 ‘레오나드 사비지상’을 받았다. 그게 둘을 경매로 이어지게 한 인연이었다. 노벨경제학상을 이미 받은 두 명의 수상자인 앨빈 로스, 벵트 홀름스트룀도 스승 로버트 윌슨의 제자이다. 제자인 폴까지 노벨 경제학상을 타면서 스승인 로버트 윌슨은 3명의 수상자인 트리피타를 갖게 된. 이번에 스승까지 수상했으니 크리켓 용어로 노벨 해트트릭을 기록하게 됐다. ━ 폴 밀그롬 교수와 그의 제자 3명 노벨 경제학 수상 경매는 어디에서든 벌어지고,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기에 두 교수를 선정한 게 일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노벨위원회는 “두 교수가 경매 이론을 발전시켰고, 새로운 유형의 경매 형태를 고안해 전 세계 매수자와 매도자, 납세자에게 도움을 줬다”고 노벨 경제학상 선정 이유를 발표했다.제자는 스승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스승이 노벨상 수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면 얼마나 미안했을까? 스승은 항상 제자를 경매 이론의 선두주자로 생각했고 자랑의 대상으로 여겼다. 시장 디자인과 경매 디자인에 있어서 제자는 늘 앞서가는 존재였다. 물론 과거에도 경매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분야에서 방법을 연구해낸 것이 성과로 인정받았다.둘은 경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응찰자들이 왜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는지 이론적으로 명확히 했다. 그 결과 이들이 고안한 새로운 경매방식으로 입찰이 간단해졌고, 자원 배분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둘의 경매이론은 이익 극대화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혜택을 목표로 했다.두 교수는 경매이론에 앞서 게임이론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긴 미시경제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밀그롬은 경매이론의 초기부터 대부분 연구에 참여해 기틀을 잡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윌슨은 존 내쉬 이후 게임이론의 굵직한 연구를 진행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벨위원회는 성명에서 “둘은 라디오 주파수(radio frequencies)처럼 종래의 방법으로는 팔기가 어려운 상품과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경매방식을 고안하는데 통찰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밀그롬은 실제로 다수국가의 주파수 경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광고 경매 기법 개발 때 조언한 바 있다. 사람들은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응찰자에게 물건을 팔거나, 가장 싼 가격을 부르는 응찰자에게 물건을 샀다. 요즘은 매일 경매를 통해 가재도구뿐만 아니라 예술품과 골동품, 증권, 광물, 에너지 등 천문학적인 금액의 가치가 있는 재화의 주인이 바뀐다. 공공 조달도 경매를 통해 진행된다.당신이 응찰자라면 어떤 정보를 기반으로 전략적으로 행동할까? 스스로 아는 정보와 다른 이들이 안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동시에 전략 자산으로 고려하지 않을까? 수상자들의 이론을 좀 더 현실적인 각도에서 다루어 보기로 한다.윌슨 교수는 입찰자들이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를 의식해 최상의 추정치보다 더 낮은 가격에 응찰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말한다. 상황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입찰자는 불확실한 상품의 경매에서 낙찰될 때 일반적으로 그 자산이 실제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교수가 동전이 가득 있는 항아리를 만들어 경매를 제안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학생들은 입찰서를 쓸 수 있고, 가장 높은 입찰 가격을 쓴 자가 항아리 내용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하자. 그의 이름을 밥이라 하자. 모든 사람이 입찰서를 작성한 후, 교수는 어떻게 입찰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다. 밥은 45달러를 쓴 높은 입찰가다.“축하해, 밥, 방금 항아리에 있는 동전을 다 땄어!” 교수가 말한다. 그가 따낸 항아리에는 20달러가량의 동전이 들어 있었다. “기분이 어때?”“별로입니다.” 밥은 항아리에 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듣기도 전에 말한다. 밥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일까?많은 경매 우승자는 밥처럼 승리에 저주받은 감정을 느낀다. 경쟁 입찰 협상 시나리오에서 이기는 게 협상 테이블에서 최적이거나 가치를 창출하는 결과가 아닐 수 있다.실제 일화를 보자. 1950년대에 미국 석유 기업들은 멕시코만의 석유시추권 공개입찰에 참여했다. 당시에는 석유매장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다. 기업들은 석유매장량을 추정하여 입찰가격을 써낼 수밖에 없었는데 입찰자가 몰리면서 과도한 경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2000만 달러로 입찰가격을 써낸 기업이 시추권을 땄지만, 후에 측량된 석유매장량의 가치는 1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낙찰자는 1000만 달러의 손해를 본 것이다. ━ 승자의 저주란 무엇인가? 윌슨은 1960년대와 1970년대 3편의 영향력 있는 논문에서 합리적인 경매 입찰자들이 그들이 입찰 중인 물건의 가치를 얼마나 과대평가할 수 있는지 제시했다. 위에서 제시한 항아리 사례의 경우, 항아리 자체는 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는 같은 액수의 가치가 있다. 하지만, 입찰자마다 항아리에 동전 중 미화 쿼터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에 대한 짐작은 갈릴 수 있다. 이처럼 경매 대상에 대해 임차자의 정보는 다르지만, 누구나 집단으로 공통의 가치가 부여된 상황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입찰자가 낙찰받는 것을 ‘공통가치경매(common value auction)’라 한다.윌슨은 이 이론과 관련한 최초의 분석틀을 제공한 인물이다. 실제 사례로는 국고채 입찰, 기업공개(IPO) 입찰, 스펙트럼 경매, 값비싼 미술품, 골동품 경매 등이 있다. 스펙트럼 경매는 정부가 경매 시스템을 사용해 전자기 스펙트럼의 특정 대역으로 신호를 전송하고 희소한 스펙트럼 자원을 할당하는 권리를 판매한다. 윌슨은 논문에서 낙찰가가 물건의 진가를 넘나드는 경향인 ‘승자의 저주’를 조사했다.승자의 저주는 신중한 입찰자들이 저주를 피하고자 경매대상을 낮게 평가하게 할 수 있으며, 입찰자들이 경매대상의 실제 가치에 대해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 특히 문제가 된다. 평균적으로 입찰자들이 정확하게 가치를 추정한다면, 가장 높은 입찰가는 상품의 가치를 과대평가한 사람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합리적 입찰자들은 역선택을 예상할 것이고, 평균적으로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스승인 밀그롬도 1982년에 로버트 웨버(Robert Weber) 교수와 함께 쓴 논문에서 상기 공통 가치 경매와 개별가치경매(private value auction)를 다루었다. 개별가치경매는 경매 대상에 대한 각 입찰자의 가치 평가가 다르고 또래 기업의 평가와 무관한 경우를 의미한다. 밀그롬 역시 승자의 저주를 분석했는데, 가격이 저렴하게 시작되어 상향 입찰되는 영국식 경매는 높은 가격으로 시작되어 하향 입찰되는 네덜란드 경매보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데 더 낫다고 판단했다. 입찰자가 낙찰되면서 입찰자들은 영국식 경매 과정에서는 경매 대상의 가치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그는 진위 증명서, 전문가 평가, 다른 입찰자의 가치 평가에 대한 추정치와 같은 정보를 중시한다. 경매 대상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더 높은 수익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잘 알려진 여러 경매방식의 전략을 분석해서 응찰자들이 여러 경매 중에서 서로의 추정가치에 대해 알게 되면 매도자의 기대 이익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현재도 승자의 저주는 회자된다. 은행권의 우량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고객 혜택을 차별화해 신용도가 좋은 고객에게는 예금금리를 얹어주거나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조건은 기본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은 다른 은행의 고객을 뺏어오기 위해 무보증 신용대출 금리를 떨어뜨려 출혈 경쟁을 감수한다. 금융대전의 성패가 돈 되는 고객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은행이 우량고객 확보에 무리수를 둘 경우 수익성을 해칠 수 있다. 개별 은행은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우량고객의 가치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 주파수 경매에서 빛이 난 경매이론 경매이론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은 1994년 미국을 필두로 각국이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Frequency Auction System)를 시작하면서다. 기존에 예술품이나 꽃, 수산물, 정부조달 등의 거래에서 주로 이용되던 경매방식이 국가정책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20세기 초 작은 대역 거리에서 무선 신호를 전송하는 데 성공한 이후로 물리학자들, 엔지니어들, 발명가들은 음성·데이터·비디오 신호를 전송하기 위해 전파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전파는 휴대전화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무선 데이터 네트워크, 아날로그 TV 방송, 무선 전화기, 레이더, 전자레인지의 핵심으로 작용한다.한국에서 전파는 인공적 매개물이 없이 공간에 전파하는 3000GHz보다 낮은 주파수의 전자파라고 정의된다. 주파수는 헤르츠 또는 초당 사이클로 측정된다. 1 헤르츠는 1초에 1 사이클이다. 가장 일반적인 무선 주파수인 텔레비전, 라디오,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주파수는 초당 100만 사이클 또는 메가헤르츠 단위로 측정된다. 주파수는 다양한 사업자가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대상이고, 정부 입장에서는 적절한 가격을 받으면서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동통신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어떻게 이 모든 공중 송신이 뒤엉키는 간섭을 피하고 진행될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전파를 이용한 방송을 원하는 모든 기업이나 개인은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FCC는 서로 다른 유형의 무선 기술인 AM 라디오, 휴대폰 신호, 텔레비전 방송, 기타 채널에 서로 다른 주파수 범위를 할당한다. 예를 들어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시작하면서 특정 무선 주파수에서 작동하려면 FCC에 면허를 신청하고 구입해야 한다. 1994년 이후 FCC는 전자파 주파수의 가용 주파수에 대한 면허를 경매에 부쳤다. 기획사는 익명의 경매는 경쟁을 늘리고, 돈을 더 모금하며, 다수의 구매자 간의 불공정한 담합이나 밀약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정했다.혹시라도 있을 담합이나 기타 부작용이 생겨서는 안 되기에 경매 제도를 설계하기는 쉽지 않다. 주파수 경매는 방송통신용 전파(주파수) 이용 면허를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사업자에게 주는 할당 체계이다. 한쪽이 포기할 때까지 입찰을 반복하는 ‘동시 오름차순 경매’가 일반적이다. 전문용어로 동시다중라운드(Simultaneous Multiple Round Auction) 방식의 주파수 경매라 하는데, 동시에 각 주파수 대역별로 여러 라운드 입찰을 진행해 하나의 입찰자가 남을 때까지 경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특정 대역에 대한 최고가 입찰자가 정해지면 그 이후 라운드부터 다른 대역에 입찰할 수 없도록 해 낙찰자가 되고도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걸 피할 수 있도록 했다.1994년 미국이 이들의 경매이론을 도입해 주파수 경매를 했으며 이후 다른 국가에서도 이 방식을 뒤따랐다. 한국은 오랜 준비 끝에 2011년 8월 처음으로 주파수 경매를 치렀다. 주파수 1.8GHz 대역 내 폭 20MHz를 두고 이동통신 시장 1, 2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KT가 격돌해 관심을 모았다. 승자는 SK텔레콤이었다. 9950억원을 내고 2021년까지 10년간 주파수를 쓰게 되었다. KT는 대신 800MHz 대역 내 폭 10MHz를 2610억원에 확보했다. LG유플러스도 2.1GHz 대역 면허를 4455억 원에 사들였다.윌슨 교수는 완전 경쟁시장에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전통적인 시각에 의문을 품고, 오히려 소수의 경쟁기업 간에 전략적인 고려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형성 과정에 관심을 뒀다. 밀그롬 교수는 주파수 경매의 초기부터 참여해 최근까지 제도 설계에 큰 역할을 했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도출했다. 밀그롬은 경매이론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현실 참여를 통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낸 주역이다. 밀그롬과 윌슨이 고안한 새로운 경매방식은 미국 무선주파수 경매는 물론 라디오 주파수, 전기, 천연가스, 이산화탄소 배출권 경매 방식에도 활용되고 있다. 항공기 이·착륙 권리와 같은 무형의 상품과 서비스도 경매에 부칠 수 있게 됐다. ━ 노벨경제학자에게 배우는 은밀한 교훈 이번 노벨경제학 수상은 경제학이 이론에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고 분석할 수 있다. 경제학이 이론을 넘어 현실과 접목되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경제이론가는 경제모델을 만들어서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을 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 논문이 현실을 반영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전통 경제학이 가정하는 완전 경쟁시장이나 인간의 합리성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인간의 합리성 한계를 인지한 행동경제학이 인기를 얻으면서 경제학의 지평이 넓어졌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두 학자는 경매와 관련한 이론을 넘어 현실 적용을 중시했다. 이전엔 1개 아이템을 가지고 진행하는 경매 이론만 있었지만, 두 학자는 여러 개 아이템을 동시에 경매했을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이론화했다. 예를 들어 유명 포도주를 1병만 경매할 때는 기존 경매 이론으로도 시장 특성과 참여자 행동 방식에 대해 예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포도주를 여러 병 경매할 때는 1병씩 팔아도 되고 3~5병으로 묶어서 팔아도 되는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생긴다. 두 학자는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경매할 방안을 연구했다. 실제로 그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획기적 방식의 수많은 경매 형태가 탄생했다.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마련된 국유자산은 정부가 관리하고 운영하여 책임지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통신(KT의 전신)을 국영기업으로 운영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수 있다. 정부가 공공재, 국유자산인 주파수를 경매 방식을 통해 파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그래야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 환경오염 문제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인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경매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볼 때 경매이론의 적용 가능성은 미래에도 얼마든지 있다.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의 배출 감축을 위한 시장 기반 정책수단이다. 이 제도는 일반적으로 원칙에 기초해 운영된다. 정부가 경제 주체들을 대상으로 배출허용 총량을 설정하면, 대상 기업체는 정해진 배출허용범위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 즉 배출권을 부여받게 된다. 배출권은 정부로부터 할당받거나 구매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경매가 이용될 수 있다.밀그롬 교수를 기억하는 제자들은 그가 어려운 이론을 쉽게 풀어 설명을 너무 잘해 매번 강의 능력에 감탄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기후변화가 지구촌 최대의 이슈가 된 지금 우리는 경매이론을 다시 들여다보며 경제학의 현실과 미래를 조망하게 된다. 옥션을 통해 주파수 시장이 형성되고 인터넷이 개발됐다. 이후 이베이 등 검색엔진이 시장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옥션이 여러 가지 경제활동을 통합시킨 디지털 소통 창구였던 셈이다.사제는 빛났다. 스승은 추측에 주로 의지했다지만 겸손했고, 제자가 매우 정확했다고 치켜세운다. 스승이 만든 주파수 경매 디자인은 제자가 집어넣은 매우 혁신적인 요소에 실제 많이 의존했다. 스승은 전통적인 경매 이론가였으나 제자가 경매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매우 혁신적이었기에 서로 보완이 되었다. 스승은 제자가 상자 밖에서 생각하고, 매우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우리는 진정 그들처럼 아름다운 사제 간의 미덕을 대학에서 발휘하고 있을까? 학자라는 라이선스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야말로 노벨경제학상이라는 라이선스를 진정으로 쟁취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20.10.25 12:36

11분 소요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12) ‘포스트 코로나’ 준비하는 경제 재개의 조건은?] 상시 검사 비중 높여 사회적 거리두기 풀 수도

전문가 칼럼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폴 로머 뉴욕대 교수 주장… 위험 직업군·장소에 검사 집중해 효율성 높여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던 세계 각국이 조심스레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마음 한켠에 2차 감염 확산은 없을까 걱정도 든다. 경제 재개 지역의 신규 확진자 수 흐름이 재개 속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보건의료 선진화’와 ‘경제 재개’가 분리할 수 없는 양대 국정 목표임을 깨닫는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를 비롯해 많은 나라의 기업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분투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Paul Romer) 뉴욕대 교수는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으로 유명하다. 로머 교수는 경제성장의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생적 결과물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R&D를 예로 들며 국가 간 성장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를 기술력의 차이로 설명했다. 경제성장에서 기술을 미지의 외부 요인(외생 변수)로 간주하던 통설을 깨고 R&D 등을 통해 혁신을 불러일으키자는 그의 이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특히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은 아이디어를 더 중요한 생산요소로 부각시켰다. 아이디어는 기술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제도적 측면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로머 교수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이 시장 개방으로 어느 정도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는 있지만 R&D를 통한 기술 혁신이 없으면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중진국의 늪에 빠지게 된다. 경제에 노동과 자본 증가에 따른 수확체감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기술 진보 속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경제는 지속성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그에게 코로나19 대처법을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으로 설명해줄 수 없겠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이렇게 답할 듯하다. ━ 더 나은 세상 만들려는 선한 의지 필요 “더 많은 연구개발에 세계가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그 결과를 독점하지 않고 공유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돈을 위해서 혁신가가 되어 큰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을 끄는 유인으로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인류의 생활을 바꿔 놓은 수많은 중대한 발견이 있었습니다. 애국심도 유인이고 인류애도 유인이지요. 돈 이외 많은 것이 사람들에게 동기가 됩니다. 코로나19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모든 이의 선한 의지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합니다.”그의 말에 동조한 것일까?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한 TV 연설에서 전염병의 유행은 국가 간의, 병사들 간의 전쟁이 아니라며 인류애의 시험대라고 말했다. 그는 불안과 불신이 팽배한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며 신뢰감과 상호이해가 굳건한 사회 구축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정치인과 전문가의 결정에만 전적으로 달려있지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했다. 위기를 통해 우리는 서로가 기대어 사는 것을 알게 됐다. 함께 연결된 세상의 ‘상호 의존성’의 의미를 되새겨 보니 경제 변수 간의 내생적 관계를 다루는 폴 로머 교수의 경제성장 이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누구도, 어떤 국가도, 어떤 경제도 고립된 섬이 아닌, 서로 연결된 선 위에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미국 암학회가 4월 27일~28일 열렸다. 세계인의 건강을 위한 의료 분야 R&D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더라도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세계적으로 지속된다면, 올해 세계 경제의 역성장은 불가피해 보인다.세계 공중 보건에는 경제적 건강이 포함된다. 우리는 생계와 감염 저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시점에서 여러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주지사가 경제 재개 권한을 가진 상황에서 주마다 사정은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달 연장한다며 6월 1일부터 경제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 했다. 미국의 재개라는 지침을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발병 완화 추이별로 개인과 기업, 학교와 병원 같은 공공시설, 체육관, 술집 등에 대한 지침을 담았다. 14일간 독감과 코로나19 같은 증상이 하향 곡선을 보여야 경제 재개가 가능하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의 실적을 보면 검진과 추적 절차가 아직은 만족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경재 재개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명백히 있어야 한다. 조급한 재개는 화를 부를 수 있다. 실제 외출 금지령과 비필수 사업장 폐쇄 명령을 내리고 해제할 권한을 가진 주지사 가운데 일부가 5월 1일 재개하고자 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봉쇄 해제에 반발했었다. 코로나19 억제 조치를 섣불리 완화할 경우 2차 발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폴 로머 교수는 “보건을 강조하는 정책은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보건과 경제가 함께 가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기에 코로나19를 감기 수준으로 경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감염 사망자 속에서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19 감염자 추세가) 언덕 꼭대기에 왔다”고 믿어도 좋을까. 사망자가 하루 2000~3000명대를 오가는 상황에서 그가 매우 매우 빨리 (경제활동을) 재개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든다. 하긴 미국 경제가 정상화돼야 세계 경제가 좋아지고 우리 경제 흐름이도 개선된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가고 싶어 항구에 대기하고 있는 자동차를 바라본다. 생산라인을 잠시 멈춘 자동차 생산 기업의 심정을 헤아리며 유동성에 허덕이는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애로를 생각해 본다. ━ 생계와 생명을 동시에 중시해야 하는 딜레마 인류애는 가슴으로 느끼기도 하지만 이토록 경제적인 동기에서도 발로하는 것일까. 여하튼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관한 연방 지침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경제활동 정상화를 유도하려 한다. 이는 폴 로머 교수의 조언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보건 정책과 경제 살리기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는 폴 로머의 주장은 경제학자로서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로머 교수는 내과 의사이자 경제학자인 앨런 가버 하버드대 교무처장과 함께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코로나19 때문에 우리 경제는 죽을 것인가(Will Our Economy Die From Coronavirus?)’란 제목의 공동 칼럼을 통해 나름의 주장을 폈다. 로머 교수는 봉쇄 정책을 고수한다면 경제가 죽을 것이라고 단도직입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의 칼럼의 한 대목을 보자.“금세기 가장 위협적인 코로나19는 보건위기와 경제위기를 동시에 촉발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긴급 조치긴 하지만 경제를 거의 중단 직전에 처하게 할 수 있다. 몇 달 안에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이 일터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재개하도록 하는 종합적인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R&D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진단 시약과 개인 보호 장비의 대량 생산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혁신에 바탕을 둔 원활한 바이러스 진단은 감염자 식별과 격리 조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역설한다. 이를 통해 면역력 있는 사람이나 비감염자들은 모두 직장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일상적 활동을 재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간호사, 응급 구조원 등 건강관리 종사자들에게 개선된 형태의 개인 보호 장비를 먼저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론자(작은 정부)와 정부론자(큰 정부)의 이분법을 싫어하는 로머 교수는 시장경제에서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요를 잘 충족하지만 위기를 예상하고 관련 장비를 비축하진 않는다며, 위기 상황에서 정부만이 조정 역할을 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 방역전략 목표는 재생산지수 1 이하 초·중·고 개학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온라인 개학을 실시했다. 유럽과 미국처럼 강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 확진자가 10명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프린스턴 대학이 개최한 웹 세미나에서 폴 로머가 발표한 내용을 보며 그의 주장의 근거를 좀 더 생각해 보자. 그는 코르나19 이후에 경제를 어떻게 재가동하느냐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는 방역전략의 목표로 기초재생산지수(R0, Basic Reproduction Number)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는 처음 전염병이 전파될 때 병에 걸린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몇 명을 감염시키는가를 추정하는 개념이다. R0가 3이면 1명은 4명에게, 그 4명은 16명에게 전파하는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만약 R0가 1이라면 1명의 감염자는 새로운 1명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고, 동시에 자신은 회복하거나 사망한다. 결과적으로 이 집단에는 총 1명의 감염자만 남고, 감염자의 수는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게 된다. 올해 1월 1일부터 2월 14일까지 5개의 SNS 채널(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래딧, 갭)에 게시된 코로나19 관련 정보의 R0는 평균 3.3으로 분석되기도 했으나 통상 2.5정도로 보고 있다.방역전략의 목표는 결국 재생산지수를 1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확진자 수는 점차 줄어들고 해결 국면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월 13일 브리핑에서 R0가 한때 6~7이었으나 지금은 1 이하라고 했다. 폴 로머는 기초재생산지수를 1 이하로 끌어내리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방치, 사회적 거리두기, 검역과 격리다. 방치는 면역이 있는 사람을 많이 만드는 방법이다. 이른바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증가시키려는 전략이다. 이 이론은 한 번 병을 앓고 난 환자는 면역이 생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1명이 3명에게 전염을 시킨다고 하자. 그 3명 중 2명이 이미 면역상태라면 1명에게만 전염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 사회의 면역자 비율이 x라고 하면 R= R0(1-x)가 된다. 이로부터 R 1-1/R0가 된다. R0가 2.5일 때 이 값은 0.6, 즉 전국민의 60%가 감염되어 면역을 얻고 나면 R0의 값은 1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예방주사를 사용하지 않는 한 시행이 어렵다. 어떤 전염병에서 적어도 인구의 어느 비례 이상으로 면역이 생기게 되면 이론상으로한 사람의 감염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감염자의 평균 숫자(R0)가 1이하로 감소된다.하지만 치명률이 높다면 문제다. 국민 대다수가 면역이 있는 사람들로 형성되면 감염병이 옮겨갈 사람이 줄어들 수 있다. 면역이 있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가장 유용하나, 코로나19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소아마비가 세계적으로 거의 사라진 것은 어릴 때 처방한 세이빈이라는 백신 때문이다. 지금도 일부 국가에서는 소아마비가 있기는 하지만 널리 퍼지지 않는 것은 집단면역 덕분이다. 그럼에도 인위적으로 병을 많이 퍼뜨려서 면역이 있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 내는 방법은 아직은 시행한 적이 없는 기상천외한 방법이다. 영국 공중보건 문건(Public England document) 기사를 보면 12개월 동안에 영국인의 8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자국민의 70%가 결국 걸리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대로 두면 결국 언젠가는 집단면역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걸려도 80%의 감염자는 감기처럼 가볍게 앓다가 회복되므로 위험성이 없는 젊은층은 감염이 되도록 그대로 두고,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검사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영국은 이 견해를 따라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초기에 여러 국가에서 시행하는 방법과 전연 다른 집단면역을 고려했다. 사망하지 않고 경과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젊은층은 격리하지 않고 사회활동을 하게 했다. 단지 70세 이상의 사람들과 지병이 있는 사람은 집안에 격리시켜서 사망 위험을 줄이고자 했다. 영국의 대다수 국민은 이 소식을 듣고 나서 젊은 사람들도 걸리면 죽기도 하는데 전 국민을 일부러 병으로 몰아넣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그러자 보건당국은 집단면역을 하려는 것이 정부의 목표가 아니라고 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스웨덴도 이 방법을 사용하다 화를 자초했다. 이 방법은 이미 감염자를 추적해 격리하고 거리두기 등의 방법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면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위험성이 크다고 하겠다.더구나 집단면역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한 번 걸렸던 사람이 다시 걸리지 않는 기간, 즉 앓고 나서 획득한 면역이 얼마나 오래가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걸렸던 사람이 다시 걸릴 수 있다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코로나19의 경우는 걸린 사람이 다시 걸리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면역력이 완전히 생기는지에 대해 확실히 밝혀진 것이 아직 없다. 우리나라 인구는 약 5000만 명이고, 이 중 70%가 감염된다면 3500만 명이 감염된다. 이 중 치명률이 1%라는 점을 고려하면 35만 명이 사망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니 몸서리가 처진다.다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대부분 국가가 사용하는 방법이다. 평소 3명을 전염시킨다고 할 때 그 3명을 만나기 어렵게 만들면 R0을 1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감염자를 줄이는 봉쇄정책은 지금까지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바이러스를 근절하기 어렵고, 결국은 면역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될 때까지 전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속에서 숨을 아무리 오래 참는다 해도 물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한 근본적 해결책이 안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면 경제는 점차 망가지고 물속에서 오래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검역과 격리를 하는 것이다. 감염 초기에 숫자가 적을 때는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감염자가 산재해 있고 숫자가 어느 정도 이상 증가하면 그들을 모두 찾아내고, 접촉자를 찾아내서 고립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속전속결이 필요한 이유다.끝으로, 검사와 격리다. 좀 더 이론적으로 살펴 실익과 한계를 알아보자. 확진자 중 p의 비율을 격리해서 전파를 못 시키도록 잡아둘 수 있다면 R=(1-p)R0이 될 것이다. p가 0.6, 좀 여유있게 0.7쯤 된다면 R을 1 미만으로 잡아둘 수 있다.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해서 접촉자를 검사하고, 14일 자가격리 등을 이용해서 60~70% 만큼 전파비율을 줄일 수 있다면 방역에 성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이 방법을 쓰고 있고, 지금까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는 사회 분위기상 이를 따라하기도 어려울 환경이라 초기에 이 방법을 사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결국 봉쇄령이란 과격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이 방법도 전파속도를 늦추는 정책일 뿐이어서 감염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위협은 계속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려면 검역과 격리가 충분히 행해질 수 있는 체제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도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데 만일 재확산이 오면 더 강력한 거리두기를 해야 할 것이다. 싱가포르의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인데, 싱가포르 상황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싱가포르는 세계가 주목한 ‘방역 모범국’이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싱가포르·대만·홍콩이 신속하고 기민하게 대처해 코로나19의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았다고 호평한 바 있다.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섣부른 개학이 실패로 돌아가면서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3월 23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을 강행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불과 2주일 만에 개학 결정을 철회했다. 개학 후 이틀이 지난 3월 25일 한 유치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싱가포르 정부는 개학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려 다시 재택학습으로 전환했다. 이주노동자 기숙사에서 집단 감염이 속출하고, 감염 경로 추적이 어려운 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와 한계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폴 로머는 상시 검사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푸는 방식으로 경제를 빨리 회복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시 검사 비중만으로도 R0을 1이하로 억제할 수 있게 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 없게 되고, 그에 필요한 비용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것보다는 감당할 만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일 검사비율이 7% 정도가 되면 검사 후 격리만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우리 5000만 인구의 7%면 350만 명이라 그의 말이 불가능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이 숫자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무작위 검사를 하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실제로는 위험 직업군이나 장소에 집중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금도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고, 신천지 교인이나 콜센터, 요양원과 같은 위험그룹에 집중하는 식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만약 하루 20만 명씩 검사가 가능하다면 다수가 모이는 시설을 중심으로 정기 검사가 가능할 수 있다.우리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과거와 같은 상황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지 모르겠다. 많은 나라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풀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우리는 생활방역과 상시적 검사능력의 획기적 확대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독일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것은 1월 28일로 유럽 최초였다. 다른 유럽 주요국과 비교하면 선전했다. 독일 정부는 4월 15일 유럽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그동안 강력하게 취했던 비즈니스 폐쇄, 휴교 등의 사회적 봉쇄 정책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2차 대전 이래, 우리 모두가 단합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시기를 맞은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후 독일은 1일 10만 명씩 진단 테스트를 하고 감염자들의 경로를 철저히 추적했다. 4월 15일 메르켈은 R0 가 1이지만 이게 1.1만 돼도 독일 의료시설은 10월에 포화상태가 된다고 강조했다. 조금씩 소규모로 사회적 봉쇄를 해제하고 2주마다 평가해 다음 조치를 취하겠다는 수석 과학자(Chief-in-Science) 총리로 돌아온 그녀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세계적으로 여전히 코로나19의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라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 빨리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코로나19 피해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그 전까지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통화금융정책과 국제금융기구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이 지원군 역할을 해야 한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20.05.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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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의 불가피성과 시급성

산업 일반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의 공포에서 조금은 벗어났다는 느낌이다. 그 공포란 단순히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도무지 정체불명이라는 데서 공포감은 유래한다.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스크, 손 씻기, 그 무엇도 확실한 답이 되진 못했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하루에 수백 명씩 늘어나면서 공포는 극에 달했다. 사람들은 외출을 삼갔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밤마다 휘황한 불빛을 내뿜던 거리가 일순 텅 비었다. 이 고요가 공포감을 배가했다.짙은 안개 속에서 두려워하던 우리에게 희미하나마 한 줄기 빛이 보였다. 아쉽게도 그것이 백신은 아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다소 생소한 표현이었다. 코로나19가 전 지구적 유행병으로 발전하면서 함께 퍼지고 있는 이 표현은, 묘한 마법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 타인과의 신체 접촉을 가급적 피하는 것, 기침할 때 입을 막고 마스크를 쓰는 것, 필요한 게 아니면 외출을 삼가는 것, 가급적 집에서 식사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사회적 거리두기다. 왜 그것이 필요한가.서로 간의 거리를 둔다고 감염병 확산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속도가 느려질 뿐이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는 것, 바로 그것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핵심이다. 비록 결과적으로는 같은 수의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그 속도를 늦출 수만 있다면 우리가 가진 의료체계가 감염된 이들을 충분히 돌볼 수 있을 것이다. 확진자의 완치율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백신 개발에 필요한 시간도 벌 수 있을 것이다.사회적 거리두기가 발휘하는 마법이란 이런 것이다. 이 새로운 인식 덕택에, 타인과의 접촉을 삼가고 학교와 교회와 가게의 문을 닫는 것이 감염병 확산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우리 자신의 주체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이 되었다. 그것은 더는 막연한 공포심에 의해 강제된 행위가 아니다. 우리 자신의 행위에 주체적으로 의미를 부여했으니, 이제 우리는 일정 한도 안에서 상황을 통제할 수도 있다. 새로운 취미를 개발하는 등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하고,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면밀히 따지면서 새로운 환경에 맞춰 삶을 재조직한다. 아는 것이 힘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당분간 계속되어야 한다.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엔 이중적인 성격이 있다. 이동과 접촉을 통해 수입을 거두는 많은 이들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을 이룬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카페, 서점, 식당, 학원, 운동센터 등 동네의 활기를 먹고 사는 작은 점포의 업주들과 거기 고용된 저임금 노동자들, 화려하게 빛나지는 않지만 학교가 원활히 돌아가는 데 없어선 안 될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들이다. 때때로 마을도서관이나 주민센터에 찾아와 우리의 메마른 삶을 촉촉이 적셔주는 인문·예술 강사들도 일이 끊겨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감염병으로 죽을 확률은 낮추지만, 경제적으로 죽을 확률은 높이는 게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 재난기본소득은 ‘사회적 거리두기’ 성공 위한 물적토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맹점을 훌륭하게 보완할 수단이 있다. ‘재난기본소득’이다. 그것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는 그야말로 ‘잠꼬대’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이후 김경수 경상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잇따라 주장하면서 재난기본소득은 우리 사회에서 들불처럼 번지며 빠른 속도로 지지세를 확장하고 있다.나라 바깥에서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과 조지프 스티글리츠,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이자 보통 ‘우파’로 분류되는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까지도 우리의 재난기본소득에 해당하는 안을 지지하고 나섰다.재난기본소득의 기본 아이디어는 지금과 같은 전국적 재난상황에서 국가가 전 국민에게 일정액의 구호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것이다. 위의 두 도지사는 100만원을 제시한 바 있지만, 액수는 얼마든 조정될 수 있다. ‘기본소득’이라는 이름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엄밀히는 기본소득이 아니다.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정액 소득을 의미하지만, 재난기본소득은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름은 껍데기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제어하고 그 치사율을 낮추는 데 필요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의도치 않게 많은 이들의 ‘경제적 치사율’을 높일 위험이 있다는 점, 그리고 재난기본소득이 그걸 낮춰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사회적 거리두기가 감염병의 확산을 늦추듯, 재난기본소득은 일부 사람들에게 몰아치고 있는 경제적 위기를 평탄화해준다. 재난기본소득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공하기 위한 물적 토대다.재난기본소득의 핵심은 그 보편성에 있다. 모두에게 줘야 한다. 선별이 낫지 않나. 일반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재난 상황에서 선별이란 필시 피해의 여부와 정도를 기준으로 할 것인데, 그런 선별은 현재 불가능에 가깝다. 가능하다 해도, 거기엔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하니만 못하다.그렇다고 재난기본소득이 선별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세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첫째, 즉각적으로 실행 가능한 선별까지 배제하진 않는다. 예컨대 아동수당 수혜자인 7세 미만의 시민은 뺄 수도 있다. 이미 이들에겐 40만원을 추가지급하기로 결정됐다. 둘째, 김경수 지사의 안대로 지금 보편지급된 것을 나중에 소득세체계를 통해 일부 거둬들인다면 사실상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지급이 된 셈이다. 셋째, 재난기본 소득은 단기적으로 위기의 폭발을 늦춤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선별적인 지원책이 실효성 있게 펼쳐질 시간과 여건을 마련해준다. 이것도 재난기본소득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한 유사성이다. 둘 다 시간을 벌음으로써 한정된 경제적‧의료적 자원을 고도로 선별적이고 집중적이며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 봉사한다.지금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역학적 대응이 세계적으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선도적 모범을 사회경제적 차원에까지 이어나가야 한다.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이 그 초석이다. 바로 여기에 그간의 모범적인 역학적 대응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도 달렸다. 시간이 없다.- 김공회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0.03.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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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자산배분의 강력한 수단, ETF의 시대가 열렸다

전문가 칼럼

저금리·저성장 시대, 배당 재투자로 복리구조 만들어야 자산운용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운용 방식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이어진 몇 가지 사건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인덱스(Index) 펀드의 등장이다. 인덱스 펀드는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전문가(펀드매니저)가 운용한다는 전통적인 펀드와 달리 낮은 수수료로 지수를 모방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라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핵폭탄급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1975년 월가의 성인이라 불리는 존 보글이 최초의 인덱스 펀드를 출시한 이래 자산운용업은 기존의 액티브(Active)와 패시브(Passive) 펀드의 양대 산맥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또 하나의 사건은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이다. 1990년 해리 마코위츠는 현대 투자이론의 기초를 이루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자산간의 상관계수를 분석해 서로 상관계수가 낮은 자산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보다 낮은 위험을 감내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투자현장에서 자산배분의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증명한 논문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초의 일이다. 몇몇 연구자들이 기관투자가들의 운용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종목선택, 마켓타이밍, 자산배분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존의 통념과 달리 종목선택이나 마켓타이밍보다 자산배분이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자산배분, 마켓타이밍, 종목선택 일부 연구자들은 무려 투자성과의 90% 정도를 자산배분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후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 세계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종목선택이나 마켓타이밍에 앞서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하는 게 일반화됐다. 그러나 자산배분 아이디어는 기관투자가들의 영역에서만 한정됐을 뿐 개인투자자들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투자 수단(Vehicle)에 대한 접근 가능성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주식과 채권과 같은 전통자산 이외의 헤지펀드나 부동산과 같은 대체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드물었다. 수천억 원 혹은 수조 원을 운용하는 기관투자들이나 거액 자산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자산을 투자 자금에 구애 받지 않고 살 수 있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해외투자도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해외투자가 용이해진 것은 2000년대 들어서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일부 외국계 운용회사들이 판매했던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밖에 없었다. 글로벌 차원의 자산배분도, 다양한 자산 클래스(Class)에 접근도 쉽지 않았다.이런 상황에 변화를 준 것은 ETF(상장지수펀드)다. ETF가 등장하면서 일반투자자에게 걸렸던 제약은 거의 사라졌다. ETF는 인덱스 펀드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서 출발한다. 1990년대 초 혜성처럼 등장한 ETF는 ‘지난 30년 사이 금융투자산업에서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의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에서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공모 펀드는 6590억 달러가 순유출된 반면, 인덱스 펀드에는 1조160억 달러가 유입됐다. 인덱스 펀드로 유입된 자금 가운데 65%는 ETF 시장으로 들어왔다. 한국의 ETF 시장은 2019년 12월 23일 자산규모 50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2002년 시장 개설 이후 17년 만인 150배 성장한 셈이다. ETF는 처음에는 기관 투자가들이 자산배분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개인투자자들도 저비용으로 자산배분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됐다.최근에도 ETF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바로 스마트베타의 등장이다. 전통적인 인덱스 펀드는 단순히 시장 수익률 만을 추구하는 반면 스마트베타는 시장 수익률 이상을 추구하는 전략을 내재하고 있다. 전략도 다양하다. 매월 배당금을 노후생활비로 활용하기 원하는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월지급식 ETF도 있고, 클라우드나 전기자동차처럼 성장 분야에 초점을 맞춘 ETF도 있다. 포트폴리오에 부동산 자산을 편입하기 원하는 이들을 위한 리츠 ETF도 나왔다. 아예 자산배분을 알아서 해주는 ETF도 있다. 자산배분 비율이 변하면 일정 시점마다 리밸런싱도 자동으로 해 준다.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ETF를 활용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적립식 투자다. 분할 매수로 매수 가격을 평균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자산배분이다. 투자경험이 많은 이들은 스스로 자산배분을 하면 되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나름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개인투자자들은 수익도 수익이지만 손실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도록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실 방어가 가능한 대표적인 자산으로는 배당이나 이자 소득처럼 일정한 현금흐름이 나오는 자산이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발발 당시 25년 이상 연속으로 배당금을 늘린 배당귀족주들(Dividend Aristocrat)은 S&P 500 보다 하락폭이 적었다. S&P500이 38% 하락했지만 배당 귀족주로 만든 인덱스는 같은 기간 22% 떨어졌다. ━ ETF를 통한 자산배분 성장 개념이 들어간 ETF에도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클라우드, 핀테크, 바이오 산업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이런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최후의 승자를 판별해 내기 쉽지 않다. 따라서 성장 테마별 ETF를 활용하면 이런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 한 종목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 투자하기 때문에 중간에 탈락한 기업이 있더라도 위험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성장 분야는 투자자들의 희망이 투사되어 있어 쉽게 달아 오르고 쉽게 식는다. 따라서 변동성 관리를 위한 스스로의 투자 원칙이나 방법을 사전에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적립식으로 투자하거나 하락 때마다 추가 매수하는 전략을 섞는 식이다. 투자방법은 쉬운 게 가장 좋은 법이다.※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2020.03.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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